RUST RAW novel - Chapter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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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 [RUST]-469
덴 브라운이 반반 후드의 얼굴이 거슬렸듯, 후드도 표정을 잃어버린 덴 브라운의 얼굴에 껄끄러움을 느꼈다.
껄끄럽다.
저번보다 지금이 더.
화상을 입고 살았던 나날들,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후드였기에 느낄 수 있었다.
덴 브라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전과 변함없이 표정없는 얼굴이지만, 무표정한 껍질 안쪽이 다르다는 걸.
작은 긴장감에 제니아 로든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자유롭게 꼬물거리는 발가락이 그녀의 마음을 풀어줬다. 이래서 발부터 치료해 준 건가?
“동맹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선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전권대사로 온 것도 아니니까요.”
“···하긴 그렇군요. 전권대사라고 해도 정해진 선 안에서 앵무새처럼 같은 반복만 했었으니, 특사로 왔다고 해도 별로 다른 게 없긴 하겠네요.”
덴 브라운의 담담한 말에 후드의 반반 얼굴 하얀 부분이 설핏 붉어졌다가 가라앉았다.
제국에서는 이지스함 2척을 매각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왕국은 1척만 팔았다. 긴 협상 끝에 잠수함은 2척 신형 구형 1척과 교환하기로 했고.
“그렇죠. 모든 건 계약대로 하면 됩니다. 이제 강이 녹았으니, 왕국의 이지스함은 남방해역 전선에서 나와 배치받을 겁니다. 그리고 잠수함의 인수인계는 보름 뒤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약 당시 제국의 요청에 따라 세인트로렌스 강이 녹을 때까지 남부 연맹의 습격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강이 녹았으니 이제 2척의 이지스함은 갈 길 가겠다는 것.
덴 브라운은 잠시 침묵했다. 자기가 조금 전 한 말이 있었던 것. 그래서인지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되물었다.
“그게 본론입니까? 제국의 영공이 뚫렸다는 말과 계약 이행 문제가 전부인지요.”
후드도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앞서 이야기했듯 반란군이 운용하던 M109A1 155mm 자주포와 곡사포를 노획했습니다. 수리 부품과 탄약, 정비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요?”
“왕국과 제국 사이에 밀수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밀수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공식적인 상행 방법이나 상설시장 개설 협의를 하고자 합니다.”
“밀수라. 그건 문제군요.”
왕국에서 들여오는 물품은 생각보다 많았다. 석탄과 그 가공품. 철강 관련 제품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봐야 했다.
그 외에도 왕국 특산품이 있었다. 엑소슈트. 블라디마루 칼린이 서부지역을 돌면서 엑소슈트 생산시설을 비롯해 반도체 관련 장비까지 전부 뜯어간 결과.
당시 국토안보국은 정쟁에 휘말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또 블라디마루 칼린이 생산 설비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했었고.
블라디 아크 타워나, 조금 더 확장한 타운에서 생산한다고 해봐야 수요가 얼마나 되겠나? 적당히 거래해도 충분하다 싶었는데, 모든 것이 틀어져 버렸다.
블라디마루 칼린 세력은 독립 왕국을 선언했고, 이쪽은 제국을 선포했으니 말이다.
“의심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는 보고는 받았었는데. 밀수 쪽이었군요.”
밀수에 대해 더 말해보라는 덴 브라운의 눈빛에 반반 후드는 테이블 아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으로 지나갔다.
“···상설시장이 필요하긴 하겠네요. 다만 어디에 열지 위치가···. 왕국 가깝고 육로로 이동하기 쉬운 국경 지역을 고려해 보면 버펄로가 최적의 입지인데, 안타깝게도 버펄로에 문제가 생겨버렸습니다. 왕국 때문에 말이죠.”
“왕국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요?”
그게 무슨 개소리?
덴 브라운 총통은 후드에게 자료를 보여줬다.
“왕국에서 길들인 까마귀들이 그쪽 방면에 있던 새 떼를 버펄로 방향으로 쫓아버렸습니다. 그 결과 지금 버펄로는 다양한 새들의 서식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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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러니까 위치상으로는 버펄로가 최고의 입지인데 상설시장을 열든, 교역을 활성화하든 그러려면 버펄로와 주변에 있는 새 떼를 처리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
“······.”
후드가 가져온 보고서를 읽곤 어이없어하는 마루였다.
“새 떼가 버펄로를 집어삼킨 원인은 우리 까마귀한테 있으니까 이쪽이 해결해라? 새 문제가 해결되면 상설시장을 버펄로에 열겠다?”
“······그렇습니다.”
제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만, 버펄로 쪽으로 건너간 새 떼를 치우는 건 다른 문제였다.
나이아가라 폭로를 기점으로 왕국에 있는 도시는 나이아가라폴스, 건너편에 있는 제국 도시는 버펄로.
“디아나 밀수 루트로 추정된 곳이 어디지?”
[버펄로를 시작으로 세인트로렌스 강을 낀 대도시를 따라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몬트리올, 트루아 리비에르, 퀘벡 같은 도시들이 밀수 루트로 이용되고 있었다. 왕국이 건국되고 얼마나 지났다고 밀수 루트가 생기다니. 인간은 정말 대단했다.
“그렇군요. 제국이 버펄로를 집어 말한 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PD가 주요 밀수 루트로 추정되는 장소를 보며 말했다.
“일단은 그렇습니다. 신성 까마귀 부대가 설쳤다고 해도, 버펄로를 장악한 새 떼 규모를 쫓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신성 까마귀 부대가 본격적으로 투입된 것은 나이아가라폴스 인근 웰랜드 운하 알박기 테러를 진압하면서였다.
당연히 웰랜드 운하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정찰했고 정리했다. 이후 매복 공격을 획책한 반군을 공략할 때 동원됐고.
다시 말해, 신성 까마귀 부대가 버펄로를 장악할 정도로 많은 숫자의 새 떼를 쫓아냈다는 건 사실로 보기 힘들었다.
몇천에서 끽해야 만 단위 정도라면 쫓아낼 수 있었겠지만, 버펄로를 장악하고 있는 새 떼의 규모를 보면 모든 원인이 신성 까마귀에 있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이걸 덴 브라운이 몰랐을 리는 없었다. 정말 몰랐다면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거나, 알았다고 해도 ‘모르쇠.’ 이쪽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는 뜻.
그래서 얻을 게 뭘까?
정말 원하는 건 뭘까?
마루의 눈동자가 후드의 보고서를 훑기 시작했다.
후드를 보낸 이유 가운데 하나. 해킹 능력.
저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략적인 정보를 뽑아온 그녀였다.
왕국에서 정신 빠진 놈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제국도 마찬가지였다. 9개의 주가 하나로 뭉쳐진 제국이었기에, 이렇게 틀어지는 것을 초반에 잡으려면 최대한 빨리 지방 거점 도시와 시장을 만들고 유지해야 했다.
‘최대한 빨리? 비행선으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왕국과 제국을 오가는 정기선이야 왕국의 까마귀들이 호위를 해줬지만, 제국 내에서 운항은 아니었기에 제국에서는 야간비행만 가능한 상황.
보고서를 읽던 마루의 눈동자가 한 지점에서 멈췄다.
[존 F. 케네디 공항 탈환작전 성공.] [···토벌 부대 동북지역 공항 탈환을 위해 이동···.]새 떼가 아니라 쥐가 공항을 점령했었다고?
겨울 동안 먹이사슬이 역전된 공항이 생겼다는 정보였다.
마루가 고개를 들어 지도를 바라봤다. 버펄로.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나이아가라폴스 국제공항. 덴 브라운은 공항을 다시 운영하고자 하고 있었다.
제국이 공항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게 되는 순간, 제공권이 제국으로 넘어갔다. 게다가 나이아가라폴스 국제공항이라면 왕국의 캐나다 방면을 전부 작전 범위에 넣을 수 있는 공항이었다.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시작으로, 거점 공항을 탈환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아- 공항을 노리는 것이었군요.”
“설마 했더니, 그거였네요.”
PD와 후드가 마루의 해석에 동의했다.
새 떼가 점령한 공항을 쥐 떼가 장악했다는 이야기에 어깨에 앉은 까마귀와 속닥이던 간호사가 말했다.
“에- 쥐가 장악한 공항에는 새들이 몰려들 거라는 데요.”
“쥐가 많아서?”
“네. 그리고 지금 버펄로 쪽으로 이동한 것도 거기 먹이가 많아서 간 거라고 해요. 그렇지?”
깍!
간호사의 어깨에 앉은 까마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버펄로 새 떼 퇴치 요청은 거절하는 거로 합시다.”
“······.”“······.”
반대의견은 없었다. 새 떼가 장악한 버펄로를 제국에서 보자면 눈엣가시겠지만, 왕국 입장에서는 훌륭한 중립지역이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를 토벌할 이유가 없었다.
“교역 루트는 몬트리올이나 상류 지역을 제안하도록 하지요. 거리가 멀다고 해도 그쪽이 나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제국에서 거절하면 정기 비행선 편을 늘리는 것으로 정리합시다.”
찜찜하게 엮이느니, 교역량 확대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는 게 나았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밀수 루트 파악해 정리하기로 하지요. 밀수는 비관용 원칙 적용대상입니다. 파악하는 즉시 밀수범들을 잡아들입니다. 제국 시민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마루는 밀수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밀수로 말미암은 귀금속 유출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마약이었다. 진통제나 안정제 핑계로 마약이 퍼지는 건 막아야 했다.
진통제를 가져왔을 뿐이라고 변명하겠지만, 밀수범 놈들이 마약 성분인 걸 모르고 유통하겠나. 고작 진통제 안정제 이딴 걸 밀수했다고 하면 믿어줘야 하나? 그랬다고 하더라도 밀수는 밀수. 무관용일 뿐.
“밀수범들은 전부 노동교화형에 넣습니다.”
착해질 때까지.
제국에서 밀수에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면, 이쪽에서 조지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괴수 토벌 지원 요청은 보류하도록 합니다.”
김 양과 친위대를 토벌 지원에 보내달라고 한 요청도 보류됐다. 덴 브라운의 속내는 마루가 왔으면 했겠지만, 일국의 왕을 용병처럼 부리기 어렵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요청한 것이 김 양과 친위대. 그녀도 그렇고 친위대도 이리저리 구른 경험치가 쌓인지라 어지간한 상황은 씹어 먹을 베테랑이었다.
“제국 측 요청을 전부 거절하거나 보류하는 건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요?”
“상관없을 겁니다. 상관없기도 하고.”
후드의 걱정에 태연하게 답하는 마루.
왕국은 이미 제일 큰 것을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아메리카 대륙을 제국이 통일할 경우, 전쟁 없이 편입되겠다고 한 것 이상을 원한다면? 그건 개새끼지.
그리고 김 양과 친위대를 보내주고 싶어도 보내줄 수 없었다. 후드가 제국에 특사로 간 동안 김 양과 친위대는 미친놈들을 교육하러 갔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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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거 명령을 거부한 마을은 작은 요새 같았다.
“개새끼들아! 뒈져라!”
“너희가 뭔데 우리 땅에서 나가라 말라 지랄이야!”
“들어와! 들어와 보라니까!”
현장에 도착한 김 양은 어이가 없었다.
엑소슈트로 무장한 부대가 왔는데도 겁먹지 않고 다짜고짜 공격?
미쳤나?
감염증으로 인지능력 장애가 왔다고 해도 지금쯤이면 거의 다 회복됐을 시간이니까···. 애초에 미친놈들이었다는 소린가?
이럴 줄 알았으면 엑소슈트 부대가 아니라 이번에 입수한 레오파드2 전차를 끌고 올 걸 그랬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변호사를 부르라니까 무장 군대를 보내냐? 이게 왕국의 방식이야!”
“물러가라! 우리는 사유재산을 파괴하는 빨갱이를 인정할 수 없다.”
동네 사람들까지 똘똘 뭉쳐서 무장 저항이라니, 김 양은 어질어질했다.
이거 미국이라서 이러는 건가? 아니면 세상이 망가져서 이러는 건가?
[땅 보상받고 넘기기 싫으면, 생필품 지원받은 거랑 지원금 먹은 거 내놓으라니까.]타아아앙!
“꺼져! 우리 땅은 팔지 않는다!”
“네놈들이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괴물에게서 지켜줬냐? 아니면 혹한을 나도록 도와줬어?”
“겨울 다 끝나서 빵 쪼가리 던져주고, 몇 푼 줬다고 우리 땅을 날로 가져가겠다고!”
“나가 죽어라! 오기만 해봐. 죽여버린다!”
“오라고 오기만 해보라니까!”
“뒈지기 싫으면 꺼져!”
아니. 썅- 해준 게 없다니?
그것도 그거지만.
누가 너희들 땅 전부 팔래?
거기 몇 사람 땅만 있으면 된다니까 무슨 우리 전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몇 사람 땅만 사지 말고, 인근 지역 땅을 전부 사라? 그것도 가구당 2천 골드로?
김 양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진입하도록. 현재 시각부터 교전 허락한다.] [옛!]“드루와. 드루와서 씨부려봐.”
“COME ON! MOTHER FUC—-!”
도발과 조롱에도 묵묵하게 마을 정문을 향해 전진하는 친위대원들이었다.
로마 군단처럼 방패를 앞세워 마을로 진입하려는 순간, 다이너마이트가 터졌다.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