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7)
러스트 [RUST]-47
부산 샬롯 호텔 로비
이 실장은 심호흡을 크게 했다. 이제 들어가면 뒤가 없었다.
그간 회사를 배신했던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회사가 변해 조폭이나 마찬가지가 됐다며 떠났고, 어떤 이는 한국 사람을 지키겠다던 회사가 초심을 잃었다며 떠났고, 누구는 회사에서 승진하기 기다리느니 조폭이었던 시절이 더 낫다며 떠났다. 그리고 그 모두는 사라졌다.
회사는 결코 떠난 자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사정이 있든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렇다면 발버둥 칠 밖에···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단정하고 이쁘장하게 생긴 호텔 여직원이 방긋 웃으며 이 실장에게 인사했다. 이 실장은 품에서 특이한 재질의 명함을 데스크에 올려놨다. 은은한 황금색 명함을 직원 앞으로 밀어낸 이 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이 명함 주인과 지금 만나야 하는데, 연락 좀 전해주지.”
명함을 읽은 여직원의 표정이 휙 변했다. 경계하는 얼굴이었다. 여직원이 명함을 들고 물었다.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월드 시큐리티 이기영 실장.”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고객님. 바로 문의드리고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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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많은 심은영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벽부터 깨어있었다. 아니, 깨어있었다기보다 밤새는 날이 더 많았다. 물처럼 마신 커피와 홍차 덕에 정신을 차린 그녀는 지도를 보고 고심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뿌려둔 씨앗들이 전해오는 정보들은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장 오늘이라도 월드에서 공격해 온다는 것.
‘흥- 올 테면 오라지.’
호텔 사장에 취임하면서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표면적으로는 최신 트랜드를 반영하기 위한 리모델링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호텔을 하나의 미궁이자 요새로 만들기 위한 리모델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본사의 낌새가 심상치 않아.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제주 호텔과 부산 호텔에 호텔 손님으로 위장한 구미원들을 넣고 있었고, 무장과 장비도 넉넉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제주 호텔이 기습적으로 공격당해 구미원들을 잃었지만, 부산은 아니었다.
뭣도 모르고 호텔에 들어왔다가는 미로 덫에 걸린 쥐처럼 이리저리 몰리다 끝날 것이다. 결정해야 할 것은 어느 정도까지, 어디까지 끌어드릴까였다? 미끼는 클수록 좋았다. 그러니 자신이 있는 사장실을 미끼로 삼는 게 좋겠지.
그렇다며 어느 정도까지 하는 게 좋을까? 호텔에 들어온 것들의 전원몰살? 강력한 경고를 내린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월드와는 완전히 척질 각오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여기저기 끈이 많은 월드와 사생결단 수준으로 척지는 건 피하는 게 좋았다.
‘대가리나 중간 관리급은 죽이고, 일반 직원들은 최대한 많이 살려 보내는 쪽이 좋겠어.’
대가리가 없으면 쪽수가 많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긴 힘들었다. 그러니까 들어오는 놈들 대가리만 치고, 팔다리는 살려 보내자. 심은영은 그렇게 결정했다.
‘들어온다면 아마도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들어올 수도 있겠지.’
입수한 정보대로라면 이번에 싸울 대상은 김 실장과 이 실장 둘이었다. 김수현이 그리고 이기영이. 하나는 유 이사 라인, 다른 하나는 최 전무 라인. 얄궂게도 최 전무라는 인간은 샬롯의 심가와 연이 닿은 인물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검도 선수였던 최 전무는 일본으로 유학 갔다. 90년대 말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있었을 때, 갓 대학생이었던 최 전무는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유학한 것이다. 그렇게 최 전무는 일본 샬롯의 장학금을 받아 일본에서 대학 생활을 마쳤다.
한국에 돌아온 뒤, 검도 도장을 차려 낮에는 검도 관장을 밤에는 칼잡이로 살다, 월드의 제안을 받고 입사. 전무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샬롯보다 더 잘 아는 곳은 없을 것이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인간형이자, 겉과 속이 다른 타입이지.’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같은 사람이 최 전무였다. 그러니 최 전무가 자기 손을 잡았다면 쓰기 편했겠지만, 본사의 손을 잡았다는 게 문제였다.
‘유 이사 라인인 김수현에게 손대기 힘들 테니까, 자기 직속 이기영을 고기 방패로 밀어 넣고, 과실만 취하려고 하겠군. 그렇다면 어울려 줘야지.’
심은영이 상황판에 메모하며, 작전을 구상하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사장님. 호텔 로비에 월드 시큐리티 이기영 실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습니다.]“확실해요? 몇 명이나 왔지요?”
이게 웬 떡인가? 시작부터 하나 잡고 시작할 기회였다.
[혼자 왔습니다. 그리고 사장님 골드명함을 가져왔습니다.]“잠시만요···”
이건 또 뭔가? 혼자 왔다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골드명함이라니, 그건 직통 연락이 가능한 명함이었다. 그 번호로 전화하지 않고 들고 왔다? 무엇보다 그 명함을 어떻게 구했지? 이기영이··· 이 실장 밑에 안 팀장. 그래 안동구 팀장에게 명함을 줬었다. 이간계 쓰는 기분으로 던진 명함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이 실장의 뒤를 찌르면 샬롯에 입사시켜주고 현재 받는 대우의 2배를 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명함을 이기영이 들고 왔다? 안 팀장이 걸린 건가? 걸렸다면 들고 올 이유가 없는데?
“10분 뒤, 아니 5분 뒤 올려보내세요.”
일단 만나봐야겠다. 죽이는 건 그 결과에 따라. 암살 가능성이 있으니, 음. 그래 김 양을 쓰자. 암살 의도가 있다면 기미를 보이겠지. 심은영은 김 양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바로 보디가드가 필요한데, 사장실로 오시겠어요.] [ㅇㅇ]김 양에게서 즉시 답이 왔다. 근데 대답이 이게···. 내가 그래도 사장인데. 아니, 자기 사장은 아니라는 의민가? 요즘 애들은 위아래 떼고 이렇게 하나? 진짜 모르겠다. 심은영은 나름 자기도 젊고, 센스 있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 양의 답톡을 보곤 뭔가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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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실로 가는 길은 화려했다.
월드의 전무실이나 이사실로 향하는 복도는 말처럼 그냥 깔끔한 일반 회사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샬롯 호텔의 사장실로 가는 복도는 마치 중세 유럽 귀족의 집무실로 향하는 것 같았다.
‘벌써 2번이나 꺾이네.’
직선으로 쭉 이어진 복도가 아니라 벌써 2번이나 꺾였고, 중간에 널찍한 공간이 하나씩 있었다. 딴에는 무슨 전시실이나 대기실 같은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이 실장의 눈에는 보였다. 적이 온다면 바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을 수 있는 구조라는 걸.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샬롯 호텔 사장으로 보이는 여자가 큰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고, 그 옆에는 순둥하게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사장과 보디가드.
이 실장을 반사적으로 눈동자를 굴렸다. 사장실에는 저 둘만 있었다. 거리는 10m 안쪽. 달려가서 보디가드의 대가리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고 바로 사장의 목을 틀어쥔다면?
철컥
눈 한 번 깜박할 사이, 겨눠진 총구. 왼손잡이? 오른팔에 깁스? 발터 P22? 설마 김 양? 이 실장은 그 자리 그대로 얼어붙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쏜다.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정말 김 양인가? 서류에 박힌 사진으로 봤을 때는 굶주린 늑대나, 악에 받친 들개 같은 이미지였는데, 지금 저 여자는 마치 배부른 고양이 같았다. 총구를 겨눈 채 자신을 보는 눈빛도 귀찮으니까 나대지 말라는 그런 눈빛이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지? 오른팔의 깁스와 단발머리, 그리고 발터 P22가 아니었다면 알아보지 못 할 뻔했다.
“그래서··· 월드 시큐리티의 이기영 실장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왜 저를 찾아오신 거죠?”
김 양의 총구가 내려갔다. 하지만 가늘게 떠진 눈매는 ‘이제 경고는 없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실장은 저런 눈빛을 알고 있었다. 정말, 잠시라도 다른 마음을 먹는 순간, 아무런 경고 없이 총알이 박힐 것이다.
“제 밑에 애들을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
이건 또 참신했다. 심은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기를 받아주면 밑에 애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밑에 애들을 받아달라?
“흐음···. 밑에 애들만요?”
“예. 저는 은퇴해서 동남아에서 조용히 살겠습니다.”
“아직 한창 일할 때로 보이는데, 은퇴는 이르지 않나요?”
이 실장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살았어도, 애들한테는 의리를 지키라고 말하던 놈입니다. 회사가 좆같이 했어도 참고 버텼는데, 애들을 갈아 넣으려고 하는 걸 뻔히 알면서 밀어 넣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여기에 오기는 했지만···. 이유야 어쨌든 애들 입장에서 보면, 전 한 입으로 두말한 새끼 아니겠습니까? 안 팀장에게 자리 물려주고 은퇴하는 게 맞다 싶습니다.”
심은영은 조금 신기했다. 요즘도 이렇게 올드한 타입이 존재하다니, 안 팀장도 그랬다. 모르는 척 있다가 이 실장의 뒤를 찔렀으면 바로 실장 자리에 앉는데, 그러지 않고 이 실장에게 명함을 넘겼다.
“흐음···. 글쎄요.”
명분 챙기는 야쿠자들도 겉으로만 그렇지 통수에 뒤통수를 치기 일상이었고, 한국 조폭도 마찬가지였다. ‘형님. 그러고는 바로 형님을 계승하는 중입니다.’ 이게 일상 아니었던가? 그래서 심은영은 지금 상황이 낯설었다.
슬쩍 김 양을 봤지만 김 양은 감흥도, 감동도, 이상하다는 것도 없이 그냥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김 양과 눈빛이 마주쳤다. 김 양이 눈빛으로 말했다. ‘귀찮은데 쏠까?’
심은영은 저 눈빛의 의미를 어떻게 알아챘는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저었다. 빨리 정리하고 싶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김 양이었다.
“일단. 그래요. 이렇게 하죠. 이 실장님까지 들어오신다면, 받아 드리겠습니다.”
“예?”
“음. 이 실장님이 들어오신다면 과장 자리를 드리죠, 안 팀장은 비게 될 실장 자리를 주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엄청난 공적이 없이는 승진이 없습니다. 제 마음이 움직인 이유가 이 실장님과 안 팀장님 때문이거든요. 사실 두 분만 받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머릿수가 필요하네요. 그래서 들어오시겠습니까?”
“······.”
이 실장은 은퇴하겠다는 자기를 과장 자리까지 주면서 스카우트하는 여사장의 말에 당혹스러웠다. 이건 마치, 그 옛날 바닥에서 굴러먹던 자기를 뽑아준 유 이사가 떠오르는 상황이었다.
꾹- 이 실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거절한다면, 자기는 여기서 죽고, 애들은 고기 방패로 갈려 나갈 것이다. 호텔에 들어오면서 봤지만, 이건 호텔의 탈을 쓴 요새이자 감옥이었다. 언제든 덫으로 변할 수 있는 개미지옥.
이 실장이 서서히 머리와 허리를 숙였다. 무엇인가를 묻듯,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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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접근 금지 테이프가 골목을 막고 있었다. 단독주택이 밀집한 골목 안쪽 집에서 낮은 소음이 연달아 터졌다.
퉁! 투둑!
투투둑! 툭!
아주 잠깐 터진 소음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금방 고요해진 골목으로 검은색 승합차가 들어가더니, 검은색 백에 담긴 것들을 차에 싣고 사라졌다.
“씨발. 이 새끼들 알아채고 쨌나?”
김 실장이 방탄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정보 담당이 그 곁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샬롯 본사에서 전해준 정보대로라면 여기에 10~15명은 있어야 하는데 달랑 2명이니까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
“예. 전부 1명 아니면 2명만 있었습니다.”
“씨이발. 이래서 빨리 쳤어야 했다고!”
김 실장이 그대로 사커킥으로 소파 테이블을 걷어찼다.
쩡!
테이블 강화유리가 터져 사방으로 흩날렸다.
퍽-
소파 옆에 있던 장식장에 김 실장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퍽퍽- 콰직
몇 번의 주먹질로 장식장을 장식장이었던 것으로 만든 김 실장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 새끼들 전부 호텔로 기어들어 갔다는 소리겠지?”
“예. 샬롯 본사에도 다른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이기영 십새끼 한테 바로 연락해. 밑에 애들 전부 호텔로 밀어 넣으라고. 다 쑤셔 넣고, 우리 쪽에서는 7팀부터 12팀까지 24명 계획대로 지하 비상구로 침투해서 사장년 조지라고 하고.”
“예.”
이 실장 애들 밀어 넣고, 뒤에서 우리 애들이 치고 올라가면, 사장년이 탈출할 거다. 샬롯 본사에서 보내준 자료에 의하면 비상 탈출구는 모두 4곳. 빠지는 길목에서 대기하고 있다, 집중적으로 조지면 잡을 거다.
“다른 곳은 어떻게 할까요?”
“다 여기 꼴 아니겠어? 한 놈 아니면 많아야 두 놈이나 있겠지. 애들 불러서 샬롯 호텔 입구로 모이라고 해. 우리도 바로 간다.”
“예.”
샬롯 호텔로 가는 차 안, 김 실장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야- 이기영이 한 테 애들 밀어 넣으라고 했지?”
“예.”
“이 실장도 애들이랑 같이 들어갔고?”
“같이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그 똥개 새끼가 들어가는 척만 하고 안 들어갔다면 일이 꼬였다. 말이 시큐리티지 이기영이 없으면 오합지졸로 변할 게 뻔한 새끼들이라 중심을 잡고 버텨주려면 이기영이 같이 들어갔어야 했다.
“에이 씨발. 이런 것도 확인해야 하나?”
확인해야 했다. 호텔에 들어간 새끼들이 버티지 않고 무너지면, 비상구로 들어간 애들이 뭣도 해보기 전에 위험해질 테니. 욕을 한 번 더 하고서 김 실장이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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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공원.
이 실장 직속 팀원들과 안 팀장 직속 팀원들이 야구방망이와 쇠 파이프를 들고 한쪽에 서자, 안 팀장이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팀별로 모여.”
회사 편제상 일반적으로 한 팀에 4~5명이었지만, 이 실장이 관리하는 4과는 한 팀에 10~12명이었다. 모두 30개 팀. 무려 30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이 가운데 50명은 비울 수 없는 곳에 있어 빠졌고, 이곳에 있는 팀은 25개 팀. 250여 명.
“다들 오른손에 휴대폰 들어.”
팀별로 모인 직원들이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개중 몇 명은 빈손이었다. 안 팀장이 고갯짓하자 쇠 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든 직속 팀원들이 빈손을 든 직원들을 에워싸고 몸을 뒤졌다.
그러자 나오는 휴대폰.
휴대폰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매타작이 시작됐다.
“악- 악- 아닙니다. 악- 아니에요.”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쇼.”
“윽- 정말 중요한 전화가··· 아악-”
안 팀장이 라벨 용지와 휴대폰 보관 가방을 꺼내 들며 말했다.
“개새끼들 끌어내서 묶어.”
두들겨 맞아 떡이 된 사내들이 질질 끌려 나와 묶였다. 그동안 안 팀장은 라벨지와 휴대폰 가방을 팀별로 분배했다.
“라벨지에 자기 이름 쓰고 휴대폰에 붙여서 제출한다. 실시.”
잠시 웅성거렸지만, 라벨지에 이름을 붙여서 제출하는 직원들이었다. 안 팀장은 회수된 휴대폰 보관 가방을 죽 늘어놓고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휴대폰 몇에서 진동이 울렸다.
“8팀 고기유 나와.”
“17팀 한세욱 나와.”
···
···
그렇게 몇 명이 앞으로 나왔다.
“폰 풀어.”
안 팀장의 말에, 몇 명이 바로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잘못했습니다. 진짜 한 번만 살려주세···.”
빠각-
“폰 풀어 이 새끼야.”
그렇게 몇 명이 또 승합차로 끌려갔다.
윙- 윙-
진동음을 내는 핸드폰, 라벨에 붙은 이름 도민욱.
막내는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안 팀장이 ‘하- 씨발-’ 중얼거렸다.
“저- 저 팀장님···”
“닥쳐 새끼야. 일단 폰 풀어.”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폰을 푼 막내.
[막내야. 이 실장 호텔에 들어갔냐?]막내는 울어버릴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뭐해 답해야지. 이 실장님 호텔에 들어가셨잖아. 답해.”
[네.] [야 정말 고맙다. 이번 일 끝나면 꼭 보자. 형이 쏜다.] [ ㄴ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답을 보낸 막내가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