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92)
러스트 [RUST]-492
[미친···. 신성 왕국에서 전차를 앞세워 진격하고 있습니다.]“전차? 탱크? 그게 확실한가?”
[예- 탱크와 다량의 트럭, 자주포와 견인포 그리고··· (아우우우우-) 괴물 늑대다! 모두 흩어져!]“늑대? 그게 무슨 소린가? 놈들은 어디까지 왔나? 현재 위치부터 말해야지. 적들이 어디까지 왔어?”
통신기에서 들리는 건 잡음뿐이었다.
[치지지직-]“제대로 교육한 게 맞습니까? 아무리 인력이 부족해서 현지 모집을 했다지만, 이건 우리 직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울 정도인데요.”
본사 요원이 이죽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입니까?”
“이런 상황이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지부장. 능력이 부족하면 그 자리에 앉지 말았어야죠. 이런 말 듣고 싶지 않았으면 털리도 지부 재건 임무를 제대로 했으면 됐고요. 아닙니까?”
털리도 거점 지부장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걸 노렸던 겁니까?”
“노리다니요. 뭘 노렸다는 겁니까? 저쪽에서 군사 행동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한 일 아닙니까? 설마 이것도 예상하지 못했습니까? 지부장이?”
지부장의 얼굴이 구겨지며 일그러진 미소가 만들어졌다. 이를 반쯤 악다문 지부장이 본사 요원에게 말했다.
“정신파 장비. 그걸 폐기하라고 하지 않은 걸 말하는 겁니다.”
“아- 그거요.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그 일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걸 작동하고 탈출하라고 명령한 건 지부장 당신이었던 같은데 제 기억이 틀렸는지요?”
본사 요원의 말을 듣던 지부장의 이마에 툭- 핏줄이 솟았다.
‘이 개새끼가.’
애초에 그 장비를 가져온 놈이 누구던가?
당시 결정 잘했다고 옆에서 거든 놈은 누구던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자기가 결정해놓고 책임 전가라···. 장비가 지급됐을 때는 장비의 성능이 뭔지, 장비가 만들어진 목적이 뭔지 확인하는 게 기본 아닙니까?”
점조직으로 운영했을 때 장점이라면 한 거점이 무너져도 다른 거점에는 피해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각 거점이 따로 놀거나 무능하더라도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이에 대비해 본부에서는 주기적으로 본사 요원을 파견해, 지부를 감찰했다. 본사 요원은 의도적으로 지부장을 긁어 본심이 드러나게 유도하고 있었다.
‘조금만 압박해도 이렇게 반응한다?’
지금 자기가 긁는 걸 모를까? 알 텐데?
털리도 지부장이 저번에 보여준 모습대로라면 맹탕이 아니었다. 미인계 지원 나간 털리도 지부 직원들 살리겠다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더니, 지금 하는 짓을 보면.
‘뒷구멍을 팔 생각을 하고 있던 건가?’
본사 요원의 눈꼬리가 작게 휘었다. 이런 지부장 같은 놈들은 꼭 그랬다. 뺨 맞을 짓을 하고는 엉뚱한데 화풀이하고, 뺨 맞았다는 핑계로 엉뚱한 짓을 하려고 했다.
분명히 문제가 생겨서 털리도 지부가 죽게 된다면 자신도 같이 죽는다고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렇게 나온다는 건.
“장비를 제대로 확인했다면 폐기하지 않고 박아 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걸 알았을 텐데요. 그걸 모르고 했다는 소립니까? 지금?”
“······.”
“이런 것도 설명해 줘야 합니까? 정말 무능한 건가요 아니면 무능한척하는 건가요?”
“······.”
본사 요원의 미끌미끌한 대답에 지부장의 이빨이 살짝 드러나는 순간, 지부장의 옷이 팽팽하게 부풀기 시작했다. 하얀 셔츠 사이로 두툼한 근육과 북슬북슬한 털이 선명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그 힘. 이렇게 경우 없이 쓰라고 한 힘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요원이 경고하자, 지부장이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고함을 질렀다.
“닥쳐!”
콰득-
“닥치라고오오오오오오!!!”
짐승처럼 울부짖은 지부장이 본사 요원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주먹질도 아니고 마치 육식동물이 발톱을 세운 것 같은 모양이었다.
본사 요원을 갈기갈기 찢으려는 것처럼 손톱을 세운 이질적인 모습.
-까드드드드-
지부장의 팔이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딱 멈췄다.
부르르 떨리는 팔에 힘을 주자, 근육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찌직- 양복 팔뚝 부분에서 옷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끄드드드득-
본사에서 온 요원은 지부장이 뿌리는 그 맹렬한 기운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너. 이···. 개.”
지부장은 자신을 농락하는 새끼를 어떡하든 찢어버리겠다고 힘을 줬지만, 몸이 통제되지 않았다.
“본사에서는 말입니다. 주인을 무는 개가 필요 없답니다. 혹시라도 그런 개가 있다면 처분하고요. 이건 알고 있겠죠? 지부장.”
바닥에 내팽개쳐진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
[치지직- 늑대. 늑대입니다. 괴물 늑대들이 공격하고 있습니다. 치지직-]“저쪽이고 이쪽이고 개새끼들이 문제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끄드드드득-
찌이이이익-
지부장의 옷이 조금씩 찢어지며 팽창한 근육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슬북슬- 시간을 빨리 감기라도 하는 것처럼 팔뚝에서 자라나는 털.
우으으으으-
“개새끼를 키우다 보면 가슴 아프게도 꼭 이러는 놈이 생기네요. 정말···.”
본사 요원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총 모양으로 생긴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부들부들 굳어버린 지부장의 몸이 투명하게 옭아맨 지배력을 뿌리치려는 찰나, 목덜미에 주사기가 박혔다.
칙-
투명한 액체가 지부장의 목덜미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맹렬했던 기세가 삽시간에 내려앉았다.
크르르르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낮게 으르릉거리는 지부장을 바라보며 본사 요원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대단한 여자네요.”
약 하나는 정말···.
본사와 협력관계를 갖겠다고 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미친년인가 했더니, 그렇게 나댈 정도의 능력은 있었나 보다.
“그럼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죠. 지부장이 수고를 좀 해줘야겠습니다.”
크르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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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를 앞세운 신성 왕국의 타격대는 순식간에 털리도 인근에 도착했다.
155mm 팔라딘 자주포와 155mm 곡사포의 기본 사정거리는 30km 내외였다. 디트로이트와 털리도 사이의 거리는 고작 20마일에서 25마일(32km~40km)인지라 사거리 연장탄을 사용하면 디트로이트에서 그냥 쏴도 털리도까지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랬음에도 25km 거리까지 접근한 이유가 있었다.
“하저이라규?”(함정이라고?)
지휘 차량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김 양에게 물었다.
[당연하지. 그럼 그냥 들이박을 줄 알았어?]놈들의 신경을 털리도에 집중시키는 작전. 그러니까 화력으로 도시를 통째로 날릴 생각이었다. 시늉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마이 커네.”(많이 컸네.)
그새 쑥 자란 유 이사 마크2가 전황판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데. 노드 쩌뀨벼는?”(근데. 놈들 척후병은?)
[늑대 애들이 처리하고 있어.]흐음-
“우리 쩌규는?”(우리 척후는?)
[늑대랑 까마귀로 정찰하고 있고. 지금 상황판에 보이는 영상이 걔들이 보낸 영상이야.]전쟁에서 척후는 중요했다.
지금처럼 인공위성도 드론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랬다. 인공위성에 드론까지 때려 박은 아프간 고원 전선에서도 지랄 맞았는데, 눈까지 먼 상황이라면 당연히 더 거지 같아지겠지.
‘척후 싸움에서는 이기고 들어갔네.’
지도에서 밝아진 영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늑대와 까마귀들이 정찰 영상을 보내온 지역이 늘고 있는 것.
‘까마귀로 폭격한다고 했었지? 늑대로는 추격섬멸전을 했고.’
추격섬멸전도 그렇고 폭격도 생각보다 고급기술이었다. 머리로 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전술. 그걸 할 수 있다는 건···.
‘동물을 숙련병으로 쓰겠다는 건가? 하긴. 불가능한 건 아니지.’
에뮤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동물과 인간이 전쟁을 벌였다고 설레발이 칠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 타조 비스므리하게 생긴 걸 잡지 못하고 호주 정부가 패배를 선언한 황당한 결과가 났던 일이었다.
당시 토벌군이 에뮤 무리를 잡지 못한 이유가 여럿 있었어도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동물 주제에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기관총을 대놓고 쐈음에도 고작 12마리만 잡을 수 있었어.’
그냥 보통 동물인 에뮤도 그랬었는데, 지금처럼 동물들의 변이가 가속화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유 이사 마크 2는 동물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개차케서? 도무드리 배유느데?” (괜찮겠어? 동물들이 배우는데?)
까마귀고 늑대고 지금이야 도움이 되지만, 인간과 싸우는 법을 제대로 배운 동물들이 생긴다는 걸 감당할 수 있을까?
[늑대랑 까마귀가 나중에라도 딴짓할까 봐 걱정돼? 아- 그러고 보니, 너 우리 최고 존엄이랑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었구나?]“체고 저넘?”(최고 존엄?)
[그래. 딱 보면 느낌이 팍 올 거다. 이번 작업 끝나면 자리를 마련해 주지. 기대해. 여러모로 좋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응.]미친년. 아직도 최고 존엄이니 그런 걸 찾고 있던가? 출신이 그쪽이라서 그런지 생각하는 게 꼭. 유 이사 마크 2는 김 양의 말을 그렇게 넘겼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늑대와 까마귀가 척후 노릇을 하고 있으니까 그걸 고려해서 작전을 전개해야 했다.
“여덜씨 비어써-”(8시 비었어.)
그러니까 거기 척후 보내.
“도로끄테 매벅 화긴-”(도로 끝에 매복 확인-)
도로 끝나는 지점 보니까 적들이 매복하기 좋은 장소로 보이네, 거기 확인해 보고.
김 양은 유 이사 마크2가 보내주는 정보를 토대로 군을 움직였다.
털리도 북부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털리도 지부.
연락이 끊긴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이 낮게 깔리고 있었다.
[치지직- 치지지직–] [삐이이익- 삐이이익] [치직- 삐- 치지직-삑]척후로 보낸 털리도 지부 직원들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있었다. 늑대가 공격한다고 보고한 것도 처음이나 그랬지, 지금은 뭐가 공격했는지 보고하지 못하고 전멸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늑대의 공격이 더 은밀해졌다는 것. 더 중요한 건 늑대들이 무장한 척후병을 사냥할 정도라는 것과 신성 왕국 놈들이 늑대를 척후병 사냥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까마귀 폭격도 위험한데, 늑대라니요. 왕국에서는 동물농장이라고 차릴 셈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이거 확인하지 못했으면 나중에 피곤했을 거 같군요. 안 그렇습니까? 지부장?”
크르르르르-
지부장의 지휘권을 뺏은 본사 요원이 털리도 지부 직원들을 동원해 신성 왕국 군대의 대응을 실험했다.
까마귀나 늑대를 피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최루탄만 터트려도 짐승들의 눈과 코를 막을 수 있었으니까.
아이러니하지만 최루탄을 활용하는 방법도 블라디마루 칼린이 제일 먼저 퍼뜨렸던 방법이었다.
“자- 동물농장 친구들을 쓸 수 없으니 어떻게 나올까요? 엑소슈트 병사를 척후로 쓰겠죠?”
기대와는 달리 전차가 앞으로 나왔다. 그에 본사 요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전술은 젬병인가 봅니다. 재블린을 물로 보다니 실망···.”
실망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 재블린으로 매복하고 있던 지점에 155mm 탄이 쏟아졌다. 매복지점을 비롯해 근처까지 통째로 갈아엎는 포격.
이후로는 비슷한 상황이 계속됐다. 매복 의심 지역은 그냥 포격으로 발라버리고 전차를 앞세워 돌격 잔존 병력을 말 그대로 학살했다.
포로는 없었다. 항복을 받지 않은 것.
“이건 무슨···.”
털리도 북부에 돌입해서도 마찬가지.
건물이나 빌딩이 이상하다 싶으면 통째로 철거해 버리고 전진하는 신성 왕국 부대.
“어쩔 수 없군요. 자폭 공격 들어갑시다.”
단기 세뇌를 이용해 훌륭한 자폭 부대를 만든 털리도 지부였기에 본사 요원은 걱정이 없었다. 설마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살려주세요.”
늙은 여성이 손녀로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비척비척 다가섰다. 그게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무너진 건물 구석에서 하나둘씩 나오는 사람들.
[거기 정지. 움직이면 쏜다.]엑소슈트의 총구가 사람들을 향했지만, 앞장선 노인을 중심으로 슬렁슬렁 접근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여기. 애들만이라도 부디.”
총구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병사의 엑소슈트 헬멧 속으로 김 양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야- 3소대 12번 병신. 너 말이야. 너. 지금 당장 빠진다. 실시.] [시- 실시-]어리바리한 병사 하나를 치워 버린 김 양이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지? 민간인이 충분히 퇴거할 시간을 줬다고 했지?] [······.] [······.] [그럼 부대를 포위하듯 감싸는 저것들은 뭐지?] [적입니다!] [적입니다!] [그래. 적이다. 발사!]투두두둑!
12.7mm 탄이 쏟아지는 것도 잠시. 몸에 폭탄을 두른 자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쾅!
콰콰쾅!
털리도 이곳저곳에서 폭발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본사 요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거. 정말 미친놈들이군요. 본사에서 괜히 긁지 말라고 한 이유가 있었네요.”
크르르르르-
“뭐. 마지막으로 하나만 시험해 봅시다. 그러니까 지부장님 힘 좀 쓰시죠? 여기 직원들 다 죽겠습니다.”
크아아아아!
지부장의 어딘가 뒤틀린 듯한 외침에 따르듯.
크워어어어!
크우우우우!
무너진 도시 이곳저곳에서 호응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