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495)
러스트 [RUST]-495
마루는 5척으로 구성된 이지스 함대를 이끌고 대서양으로 이동했다.
남부군과 제2 항공모함 전단이 협상하기로 한 위치를 알았으니,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대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혹시라도 남부군에서 배를 보내면 잘라 먹어야 했고 놈들이 비행선 같은 걸 이용해서 접촉할 것을 대비해, 먼저 자리 잡고 대기하고 있기로 했다.
[전파장애를 이용하는 거군요.]“그래.”
남부군으로 위장해 접근, 항공모함에 올라타기만 한다면 그 뒤는 시간문제였다. 타고 있던 놈들이 자침 시키지 않는 이상은 뭐.
스르르르륵-
이클립스를 뽑은 마루의 미간에 설핏 주름이 졌다. 잘 맞아떨어지던 검집과 칼날이었는데, 지금은 확연히 헐렁해진 느낌.
‘이거 생각보다 많이 날아갔네?’
12.7mm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잘 버티나 싶었는데, 밀수 마을 공략하면서 30mm 기관포를 막았던 것이 컸나 보다.
절단력이 부족하다 싶으면 Rsh-12로 직접 칼날을 쏴서 절단력을 높이고 그랬으니, 소모는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팍- 줄어드는 건 아니지.’
어쩐다?
일단 괴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검을 챙기는 마루였다.
‘괴수 부산물로 만든 총알이 효과 있으니까. 칼도 어느 정도는 하겠지.’
괴수 부산물을 이용한 탄두는 생체조직에 효과적이었다.
괴수의 가죽을 효과적으로 꿰뚫었고, 살 속에 파고들며 부서진 탄환 조각들은 괴수의 재생력을 방해했다. 마치 면역 거부 반응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상처를 악화시켰다.
대신 장갑 관통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일반 철갑탄 보다도 약한 관통력. 간신히 일반탄과 비슷한 정도의 성능이었다.
이건 검으로 만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죽을 베거나 뼈를 베는 건 이상하게 효과적인데, 장갑이나 철근콘크리트 따위를 벨 때는 어쩐지 좋지 않았다.
쯧-
‘뭐든 잘 써는 이클립스가 최고였는데.’
연구원들이 소모된다고 해서 살살 썼지만, 그 정도면 괜찮다 싶어서 작심하고 썼더니 갑자기 훅 줄어들 줄이야.
[까마귀 정찰대의 보고입니다. 연안경비함 5척이 협상 지점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연안경비함?”
[파악된 정보로는 하이-인듀어런스(High-Endurance) 경비함으로 확인됐습니다.]“해안경비대는 국토안보국 소속 아니었나?”
국토안보국은 제국 선포 후, 제국 산하 정보기관으로 변했으니 저 배들은 제국 소속 함선이었다.
[그렇습니다.]“이거 제국에서 냄새를 맡은 거 같은데?”
남부군이 2함대를 꾄다는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부랴부랴 달려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나.
항모 전단은 양보 못 하는데.
[접근 중인 경비함. 레전드급 3척, 원양 초계함 2척 그리고 잠수함이 있습니다.]제국도 필사적인가 보다. 하긴 항공모함 전단이 걸린 문제인데. 협상장에 앉으려면 이렇든 저렇든 끌고 나올 수 있는 건 다 끌고 나와야지.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할까요?]“항모 전단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됐나?”
[정찰 범위 밖입니다.]“정찰 범위 확대해. 먼저 찾아서 마중 나간다.”
파란 하늘 까마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제국의 연안경비함대가 약속 장소로 가고, 뒤이어 남동부 쪽에서 이지스 구축함 1척이 접근했다. 남부군 소속 구축함으로 보였다.
전파장애가 아니었으면 이지스 구축함 1척이 전부 씹어먹었겠지만, 전파장애로 다들 레이더 사거리가 40km 내외로 줄어든 상태인지라 양측이 서로를 관측했을 때는 이미 교전 거리 안쪽이었다.
선공은 제국의 함대였다. 마개조를 했는지 레전드급 경비선에서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했고 남부군 이지스함은 제국이 쏜 12발의 함대함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반격한 남부군의 미사일이 제국군 함대를 향했지만, 남부군 이지스함은 반격한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제국의 핵잠수함에서 쏜 어뢰가 이지스함을 때린 것. 처음 발사한 12발의 함대함 미사일은 미끼였던 것이었다.
남부군 이지스함은 2척의 핵잠수함이 교차 사격을 한 것을 피하지 못했다. 어뢰 한 방에 이지스함 선미가 날아가며 그것으로 해전이 끝나나 싶었는데, 남부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된 함대함 미사일 8발 가운데 3발이 제국군 함대에 꽂혔다.
레전드급 함선 하나가 침몰했고 원양 초계함 1척이 중파, 침몰은 간신히 면했지만 바로 인계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함선 한 척이 아쉬운 상황이라, 원양 초계함을 버릴 수 없었다. 결국, 레전드급 함선 한 척이 원양 초계함을 끌고 이탈했다.
이제 제국의 함대는 레전드급 1척 원양 초계함 1척에 핵잠수함 2척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리고 조금 늦게 도착한 남부군 잠수함 1척이 이탈한 레전드급 함을 노렸다.
처절한 해전을 실시간으로 본 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난장판이네.’
인공위성만 제대로 돌아갔어도 저렇지는 않았을 거다. 하다못해 전파장애가 없어서 정찰기나 드론만 띄울 수 있었어도 그랬다.
‘바다 한가운데는 새들이 없으니까 정찰기나 드론을 띄울 법한데 왜 안 그랬지?’
항공모함을 차지하려고 마음먹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바다 한복판에는 미친 새 떼의 습격이 없을 테니, 전투기 운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최대한 자세히 살피라고 해.”
까마귀들에게 전황을 자세히 살피라는 명령을 내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항모 전단을 찾기 위해 장거리 정찰에 들어갔던 까마귀들이 먼저 복귀하기 시작했다.
[제2 항공모함 전대를 발견했습니다. 정찰 영상 올립니다.]정찰 영상 속 함대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항공모함은 여기저기 검을 얼룩이 선명했고 갑판을 때운 흔적이 역력했다. 호위함도 마찬가지, 항모 전단에는 최소한 4척의 이지스함이 있어야 했건만 이곳에는 2척뿐이었다. 그마저도 한 척은 반파, 나머지 하나도 좋은 상태는 아니었고.
[항공모함 1척, 이지스함 2척, 잠수함은 확인되지 않습니다.]항공모함이 살아있으니 항모 전단이기는 한데.
“마주치기까지 얼마나 걸리지?”
[지금 속도로 가면 3시간 거리입니다.]“전속력으로 전진. 까마귀 폭격대는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대기한다.”
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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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해체됐던 대서양 함대는 7년 뒤 2018년에 재결성됐다. 유럽지역에서 러시아의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이었다. 모항은 버지니아 노퍽.
대서양 함대는 대서양의 안전을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래서 사태 초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당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북해에 대기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제2 항모 전단장인 에드먼드 가필드 소장은 뻑뻑한 시가에 불을 붙였다. 함교에서 내려다본 비행갑판은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공급되던 치료제가 갑자기 중단됐다. 이후 일주일에 한 번 복약하면 되는 치료제가, 갑자기 하루에 3번 복약해야 하는 것으로 변했다.
그것이라도 제대로 보급됐으면 상관없는데, 생산을 맡은 라이저 제약과 모나더 제약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약이 끊겼다.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분노조절 장애를 일으킨 병사들이 일을 치기 시작했다.
총기사고를 시작으로 감염된 조종사들이 전투기에 타 그대로 미사일을 발사해 버리는 등 막장 사태가 벌어졌다.
심지어 식인병에 걸린 병사들이 이지스함을 점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지스함을 탈취해 탈영하려는 자들과 교전이 벌어져 막대한 피해를 봤다.
그것도 모자라 프랑스 항구에서 정비하는 동안 함선을 탈취하겠다는 세력에게 공격받기도 했다. 결국, 여기까지 오는 동안 잠수함 2척과 이지스 호위함 2척, 보급함을 잃어버렸고 함재기도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그나마 식인병자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발적으로 협력해 이 정도로 끝났지 아니었으면 함대를 잃어버릴 뻔했다.
[남부군과 약속한 해역까지 현재 속도로 3시간 남았습니다.]“정찰기는 이륙 가능한가?”
[예. 이륙은 가능하지만, 착륙은 확실하지 않습니다.]“···전파장애는?”
[약간이지만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이지스함의 고성능 레이더도 고작 20~25마일(32~40km)을 살피는 게 한계였다. 거기서 더 나빠졌다니 이제는 20마일 정도라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정찰기를 띄우는 수밖에 없었다.
“정찰기 띄워.”
[정찰기 발진 준비.]미합중국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남부연맹?
남부군이라니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란 말인가?
중국이 기습적으로 핵 공격을 했다지만, 고작 그런 일로 무너질 미합중국이 아니었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남부지역이 연방을 탈퇴하겠다는 소리는 예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였고.
그런데 정말 합중국이 해체됐다니···.
백악관과는 연락이 끊겼고, 국방성도 마찬가지였다. 인공위성 직통라인도 끊긴 상황에서 남부연맹 소속 버지니아 랭리 요원이 협상을 제안해 왔다.
‘지금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무의미하게 함대가 전멸할 겁니다.’
요원은 가장 아픈 부분을 찔렀다.
‘소장님이 옷을 벗으면 그만이지만 밑에 장교들은 무슨 죄입니까?’
이유야 어쨌든 전력을 날려 먹었으니 당연한 이야기. 에드먼드 가필드 소장은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었다.
‘연방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뉴욕 주를 중심으로 국토안보국이 장악한 동부가 제국을 선포했으니까요.’
제국이 되면서 동부는 완벽히 하나가 됐다. 미합중국이 가진 빚을 청산했으며, 군 통수권도 덴 브라운 총통 아래에서 재편됐다.
이렇게 얻은 것이 있다면 잃은 것도 있었다. 연방에서 분리 탈퇴를 선언한 남부연맹이 연방군의 지지를 잃었던 것처럼 제국을 선언한 동부 측도 해외 주둔 연방군의 지지를 잃게 됐다.
해외에 파견 나갔던 연방군도 처지가 곤란해지기는 마찬가지. 미합중국이 사라졌으니 미합중국 연방군은 당장 보급부터가 문제가 됐다.
어느 쪽이 됐든 줄을 서야 할 상황에서 남부군이 제2 항공모함 전단에 요원을 파견해 협상하자고 제의한 것.
협상 테이블에 앉기만 해도 오리지널 치료제와 함께 보급도 어느 정도 해준다고 했으니, 무조건 협상을 거부할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협상을 해서 보급을 챙긴 뒤, 본토의 상황을 확인하기로 한 에드먼드 가필드 장군이었다.
‘남부군에는 이지스함이 7척 있다고 했어.’
요원이 자랑스럽게 공개한 정보였다.
‘몇 척이 나오느냐가 중요해.’
딴생각하고 있다면 3척 이상 이끌고 올 거다. 이쪽 상황을 요원이 보고 갔으니, 협상만 할 생각이라면 1척이 오겠지. 아니면 더 많이 올 거고.
[정찰기가 돌아왔습니다. 이지스함 5척 접근하고 있습니다.]“5척이라고?”
[예. 비행선도 있습니다. 거대한 비행선입니다.]비행선은 뭐야?
[정찰기가 촬영한 영상 올립니다.]모니터에 영상이 떠올랐다. 거대한 비행선 두 척과 편대 비행을 하는 까마귀 떼가 보였다. 그 아래 파도를 가르는 다섯 개의 하얀 줄무늬.
이지스함 다섯 척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놈들. 함정이었군.’
보급함이 없었다. 협상만 하더라도 보급을 해준다더니.
[전단장님. 명령을.]도망치는 것은 늦었다. 이지스함 5척의 추적을 뿌리치기엔 이쪽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싸우는 것도 무의미했다. 다만, 자침(自沈) 해버려 엿을 먹일 수는 있겠지.
“정찰기 보내서 전달해. 가까이 접근하면 자침 하겠다고.”
거짓부렁을 일삼는 세력에게 미합중국 연방군의 유산을 넘기느니, 바닷속에 수장하는 것이 맞았다.
[정찰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은 남부군이 아니라 신성 아크 왕국 소속이라고 합니다.]그건 또 어디야?
에드먼드 가필드 장군의 눈매에 주름이 잡혔다.
“블라디마루 칼린이라고? 그 전쟁 영웅 아니었나?”
“네. 맞습니다. 일본 퇴각작전과 대중국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자입니다.”
대체 본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남부연맹, 동부제국이 나오더니 이제는 신성 왕국?
[신성 왕국 측에서 협상을 위해서 국왕이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합니다.]“국왕이? 몇 명이나 오겠다는 건가?”
[그···. 국왕 혼자 오겠다고 합니다.]“뭐? 단독으로? 수행원이나 경호원 없이?”
[예.]“남부연맹과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지?”
“네. 4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그렇다면야.
“···좋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지. 정중히 모시도록.”
전쟁 영웅 출신의 왕이라.
혼자 오겠다니, 바보 아니면 영웅인 건가?
에드먼드 가필드 장군의 입가에 살짝 호선이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