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513)
러스트 [RUST]-513
곰. 곰. 곰.
탕. 전골. 만두. 주물럭. 발바닥.
역시 버릴 게 없었다. 하나도.
털리도에서 문제 일으킨 놈들은 싹 정리했고
남부연맹과 상호불가침조약도 맺었겠다.
남은 건 기분 좋은 휴양뿐.
후루루룩-
김 양은 뿌듯한 하루 빈둥빈둥을 마치고 따끈한 곰고기 만둣국을 소중하게 흡입했다.
곰이란 본래 이렇게 맛있는 거였나?
질기고 냄새나고 맛없다고 하더니, 부드럽고 고소하고 묵직한 맛이었다.
어쩌면 변이를 일으킨 놈이라서 그런지도 몰랐지만, 그딴 거 알 게 뭔가?
팍팍 오래 끓이면 괜찮다며?
그럼 맛만 있으면 됐지 뭘 더 바람.
응.
후루루룩-
다음에는 만두 말고 칼국수를 넣어봐야겠다.
수제비를 같이 넣어도 괜찮을 거 같고. 그거 괜찮겠다.
감자랑 애호박, 양파 넉넉하게 넣은 곰 칼제비.
만둣국을 먹으면서 칼제비 계획에 빠진 김 양에게 작전 명령이 하달됐다.
[시애틀로 출동명령입니다. F-22 관련 시설을 확보하고 중요 기술, 장비를 확보할 것.]크아- 역시 뜨끈할 때 먹어야 제맛이라니까.
[···제국군과 협력해서 시애틀 주변에 있는 식인귀 클랜을 정리한 뒤···]후룹- 후후-
후룹- 아씨. 뜨거.
[···제국군 정찰대를 몰살시킨 곰이 있는 것으로 확인··· . 변이를 일으켰을 확률이 높음···.]“···곰?”
뜨거운 뚝배기를 단숨에 들이킨 김 양이 벌떡 일어났다.
곰은 내 것이야.
그녀는 즉각 전차 2대, 장갑차 2대, 까마귀와 늑대를 포함한 원정부대를 편성하며 외쳤다.
“우리의 목표는 곰이다!”
곰.
바로 그 곰.
까아아악
아우우우
곰 사냥이라는 말에 까마귀와 늑대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저. F-22 기술과 장비의 획득 아니었습니까?]“그건 곰부터 잡고 천천히 챙기면 됨.”
거대한 비행선이 해가 지는 서쪽을 향해 날아올랐다.
유 이사 마크 2는 흐린 눈으로 비행선 창문 밖 노을을 바라봤다.
나는 왜 데려가는 건데?
======
======
덴 브라운 총통이 짙은 홍차에 하얀 우유를 따랐다.
붉은빛과 흰색이 뒤섞인 찻잔 속이 서서히 혼돈으로 변했다. 어쩌다가 입맛이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맛이라는 것이었다.
‘영국놈들, 대대로 이런 걸 좋아한 이유가 있었군.’
[신성 왕국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시애틀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합니다.]“잘됐군. 블라디마루 칼린이 직접 움직였나?”
대서양 제2 항공모함 전단을 먹고 바로 뉴포트 뉴스 조선소에 갔었으니, 시애틀에도 직접 가지 않을까?
[아닙니다. 출동한 것은 야니아 킴과 친위대입니다.]“야니아 킴? 털리도는 어떻게 하고?”
[남부연맹과 신성 왕국이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으면서, 강력한 육군 전력이 상주하고 있는 털리도를 공격할 수 있는 세력이 없습니다.]“방위군이 살아있는 오하이오주에서 그냥 있을 리 없을 텐데.”
미시간주 동남쪽과 마주한 오하이오주는 대도시인 콜럼버스와 클리블랜드, 신시내티가 크게 손상되지는 않았다.
다만 클리블랜드는 갱단과 카르텔이 도시를 장악했다는 게 문제였고 다른 도시들도 급증한 괴물 쥐들을 막는데 정신없었다.
당연히 방어와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주 방위군이 이미 털린, 털리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오히려 털리도를 먹었으니 근처에 있는 쥐 새끼와 무법자들을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할 상황이었다.
[사실상 클리블랜드를 비롯해 오하이오 북부는 갱단과 카르텔, 마피아가 장악했고 농경지에는 괴물 쥐들이 출몰하고 있어, 사실상 포기한 것 같습니다.]“괴물 쥐? 하긴, 콘벨트(Corn Belt) 지역이니 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겠군.”
[그렇습니다. 겨울을 나는 동안 곡물 창고를 점령한 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웨이브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그. 디트로이트 남부에서 발견된 자폭 쥐들은 아직도 그대로 있던가?”
[예. 마치 국경 경비대처럼 일정 거리마다 모여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자폭 쥐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국경 경비대라···.”
미시간주 남부, 주 경계 지역이 안전한 이유는 간단했다. 자폭 쥐들이 다른 쥐들이 북상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폭한다는 건, 폭탄을 알고 있다는 뜻. 고작 쥐새끼들이 폭탄을 다룰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누군가 쥐들에게 폭탄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
‘신성 왕국이겠지.’
돌아가는 현황을 보면 까마귀처럼 길들이지는 못한 게 확실했다. 쥐 떼를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면, 털리도에 타격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쥐 몇만 마리만 보내면 끝이었을 테니까.
그러니 신성 왕국이 자폭 쥐들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야 했다. 다만 마음대로 조종하지는 못하더라도 국경에 눌러앉게 할만한 어떤 방법이 있는 게 확실했다.
‘자폭 쥐들이 신성 왕국의 국경을 지키는 이유가 뭘까?’
쥐는 숫자가 깡패였다.
백마리 보다는 천마리가, 천보다는 만 단위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만 단위의 쥐 새끼들이 자폭장치까지 단 채 몰려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그걸 막을 수 있겠는가? 솔직히 답이 없었다.
‘넉넉하게 먹이를 공급해줬을까? 숫자가 늘도록?’
그건 아닐 것이다.
먹이는 오하이오주 콘벨트에 넘치도록 있을 터. 쥐들은 그냥 그쪽으로 몰려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폭탄 쥐들은 적당히 콘벨트 지역을 장악하고서는 진격을 멈췄다.
‘알 수가 없군.’
그렇게 신성 왕국은 자폭 쥐가 국경을 지키고 있었다. 따로 명령을 내리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브루클린 지역, 토벌 작전은 어떻게 되고 있지?”
[네이비 야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폐공장 지대를 수색하고 있습니다.]“문제가 생기면 무리하지 말고 신성 왕국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알겠습니다.]혹시 아는가? 신성 왕국에서 폭탄 쥐들을 데려올지. 뉴포트 뉴스 조선소를 장악할 때도 쥐를 이용해서 쉽게 갔다는데. 이쪽도 빨리 정리되면 좋을 텐데.
덴 브라운은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할지 어떨지 잠시 고민했지만, 결론은 아니었다. 네이비 야드에서 쥐를 전부 몰아낸 대가를 산정하기 미묘했기도 하거니와, 산정한다고 하면 막대한 비용을 청구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시애틀 작전 부대는 어떤가?”
[대략 17시 10분경. 작전 장소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중입니다.]“신성 왕국과 마주칠 필요는 없다. 작전 지역이 겹치지 않게 조정하도록.”
[알겠습니다.]굳이 신성 왕국과 얼굴 붉힐 필요 없었다.
“W+는 어떤가?.”
[뇌파 네트워크가 약간 불안정하지만, 실험실 예측 범위 안쪽입니다.]W+ 프로그램. U+ 프로그램이 연구실 폭파 테러로 실패한 뒤, 남은 샘플을 이용해 클론 병사를 양산하는 프로그램.
연구실이 완전히 날아갈 정도로 강력한 폭발에서 살아남은 샘플이 유 이사의 샘플이었기 때문에 클론 역시 유 이사를 베이스로 찍어낸 것이었다.
배양에 성공한 숫자는 20. 정보 이식 프로그램까지 성공한 숫자는 고작 13명. 제국은 클론 병사를 전부 시애틀로 보냈다.
시애틀은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식인귀 클랜과의 교전이 벌어질 테고, 작전 도중 신성 왕국과 협동이 필요할지 몰랐다. 거기에 변이 괴수 곰과의 싸움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들과 충돌할 것을 생각하면 이만큼 데이터 빼먹기 좋은 기회가 없었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클론 병사의 비중을 늘릴 생각인 덴 브라운 총통이었다.
‘쓸만하면 제대로 뽑아야겠어.’
압도적인 물량을 뽑아내는 적들과 싸우려면 이쪽도 어느 정도 물량을 받쳐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클론 생산을 통한 전력 보충이야말로 이런 물량전에 대응할 수 있는 비책이었다.
======
======
시애틀 외곽에 진지를 구축한 김 양은 곧바로 수색에 나섰다.
“까마귀들. 주목-”
깍-
통일된 대답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 양.
“비행선 호위하는 얘들 빼고 시애틀 시내까지 전부 확인한다. 기억나지? 저번에 잡은 놈도 시내에 빌딩에 있었던 거.”
깍-
처음 잡았던 괴물 곰은 빌딩을 집처럼 쓰고 있었다. 까마귀들은 기억하고 있다는 듯 대답했다.
“저기 큰 빌딩 있지? 그 빌딩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돌면서 곰이 만든 흔적을 찾는다. 찾으면 바로 신호보내고.”
깍-
까아악-
“늑대들은 이쪽 숲에서부터 흔적을 찾는다. 곰이 잘 다니는 길이 어딘지 대충은 알지?”
컹-
곰과 늑대는 자연상태에서 경쟁적 관계였다. 서로 자주 맞붙는 상대라는 이야기. 그만큼 서로 어떻게 움직일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곰 찾으면 잡겠다고 무리하지 말고 멀찌감치 포위한 뒤 신호보내.”
컹.
“좋아. 짝- 그럼 지금부터 실시.”
김 양이 짝하고 손뼉을 치자, 까마귀와 늑대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곰을 먼저 확인했어도 그녀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전차 1호기는 친위대 6개 팀과 같이 시애틀 동쪽에 있는 부품공장으로 간다. 부품공장을 장악하고 기술자들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부품과 설비 통째로 챙긴다.”
[옛!]전차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진지 밖으로 나갔다. 장갑차 1대와 그 옆을 엑소슈트로 무장한 친위대와 보병이 호위했다.
“시바려나. 나느애대려아써.” (씨발련아 나는 왜 데려왔어?)
“응? 당연히 와야지. 진지는 누가 지켜? 똥 기저귀 네가 지켜야지.”
김 양의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에 유 이사 마크 2가 버럭 소리 질렀다.
“미칭녀나!!! 이러거 어떠케 지히하라거!!” (미친년아 이러고 어떻게 지휘하라고!!)
“아? 말이 아직 그렇지.”
김 양이 전투 지휘 보조 A.I.를 유 이사 마크 2의 앞에 내려놓았다. 신성 왕국에서 외곽 거점 요새를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인공지능이었다.
신호등 인공지능 년들만은 못해도 제법 괜찮은 인공지능이었다. 그간 자신과 유 이사 마크 2의 대화를 듣고 학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석할 수 있으리라. 응.
“이거로 모하라고” (이걸로 뭘 하라고.)
“여기에 대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번역해 줄 테니까 이걸 이용해서 지휘해.”
‘아니, 미리 연습도 안 해보고 바로 실전투입?’
유 이사 마크 2의 눈빛에 김 양이 화답했다.
‘오리지널이 늘 그랬지, 제일 좋은 연습은 실전이라고.’
전용 엑소슈트를 입은 김 양은 쿨하게 전투 지휘 차량 밖으로 나갔다.
정말 그냥 갔다.
유 이사 마크 2의 눈동자에 황당함이 차올랐다. 그것도 그녀는 인공지능과 연결된 마이크 앞에서 지휘를 시작했다.
“아- 기지 주우벼 뎐타아르 시쟈까고 탄크느 이잔마그로 가리고···.”
(아- 기지 주변 정찰을 시작하고 탱크는 위장막으로 가리고···.)
지휘보조 인공지능이 바로 번역한 명령을 출력했다.
[아- 쓰레기(지지) 줍고, 전차로 시작하고···.]개 씹-
유 이사 마크 2가 인공지능 유닛을 때렸다. 닥쳐!
김 양은 약간 소란스러워진 진지를 힐끗 돌아봤다.
시애틀 외곽에 세운 진지인지라 식인귀들이 이곳까지 쳐들어올 가능성은 없었다. 설령 온다고 해도 비행선과 까마귀가 하늘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공중 폭격으로 끝날 거고.
아오오오오-
컹- 컹- 컹-
멀리 들리는 늑대의 신호. 강한 울음소리가 뒤따른 것으로 보아 적이 있다는 신호였다. 김 양은 최고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끼융끼융끼융끼융끼융끼—융—
그렇게 내달려 도착한 곳에서는 늑대 무리가 대립하고 있었다.
‘이건 뭐임?’
김 양의 엑소슈트가 왔음에도 늑대 무리는 서로 노려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컹. 컹컹.
목걸이 한 늑대는 이쪽 편, 목걸이 없는 늑대는 자연산.
그런데 자연산들이 왜 이빨을 드러내고 지랄이지?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러니까 지금 자기들 영역에 들어왔다고 으르렁대는 건가?
철컥!
장전되는 소리에 그녀는 안중에도 없던 자연산 늑대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응. 늦었어.
투다다다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