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52)
러스트 [RUST]-52
마루는 지금 상황이 그냥 짜증스럽고 그랬다.
발작하는 김 실장, 그를 보고 실실 웃는 부산 샬롯 과장. 그리고 ‘언제든 같이 죽자고’ 표정인 안경잡이.
진짜 왜 여기에서들 이러는지.
파밍을 마친 마루가 한쪽으로 가서 우두커니 서자, 정보 담당이 김 실장에게 속닥였다.
“어쩌면 샬롯 쪽 인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샬롯쪽 인물이라면 이기영 실장을 맞이했을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이기영 실장이 저걸 맞이하든지, 근데 이 실장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불발탄에 다가서는 것처럼. 그렇다는 건, 저쪽과 연관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
“뭐? 그럼 왜 우릴 공격했어?”
김 실장은 황당했다. 그 황당함에 정보 담당도 ‘너 정말 몰라’라는 황당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가 먼저 공격했으니까요.”
“하- 씨발 뭔. 이런 좆같은···.”
혈압이 후두부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김 실장은 퉤- 침을 뱉었다.
재수가 옴 붙었나? 그래 재수에 옴 붙었을 거다.
착각했든 어쨌든 공격할 수 있었다. 실수를 만회하기는 힘들어도 잠시 싸움이 멎는 소강상태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그게 대충 일반적인 교전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실수로 쏴서 서로 졸라게 쏴대다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조용해지기 마련이었다.
근데 이건 소강이고 시간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사람 새끼 같지 않은 게 튀어나와서 애들을 잡아 버렸다. 그냥 애들이 아니었다. 나름 정예였고, 한솥밥 먹은 지 최소 3년이 넘은 애들이었다. 그런 애들이 10초 언저리에 몰살당했다.
근데 그 책임이 자기에게 있었다. 쏘라고 했던 건 자기니까. 김수현 실장의 일그러진 표정이 그렇게나 맛있는지 이기영 과장이 빙글거겼다.
“뭘 봐? 구경났어? 개새끼야.”
“아유, 이거 김 실장님 신수를 보니 그냥 훤하십니다. 역시 성골. 먹고 입고 때깔도 좋네요.”
이기영 과장의 말에 김수현 실장이 발작하려는 것을 정보 담당이 뜯어말렸다.
“걸리지 마십쇼. 저 새끼 지금 노리고 긁는 겁니다.”
“개 씨발-”
“그래서 저쪽에서 CCTV로 보니까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그냥 바닥을 뒹구시던데, 그걸 무협에서 나려타곤(懶驢打滾)이라고 하던가요?”
“아가리 닥쳐라.”
“아니 언제부터 그렇게 우리 김 실장님께서 주둥이로 말씀 하셨나? 지금쯤이면 손이든 발이든 나와야 할 타이밍 같은데.”
개 씹- 김 실장이 일어나려는 걸 정보 담당이 허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셋이 지랄하는 걸 지켜보던 마루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거기 아저씨. 그만 긁고, 거 아저씨는 저 사람들 왜 데리고 왔어요?”
“아- 저는 호텔 샬롯 보안과장 이기영이라고 합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마루는 인사 대신 대답이나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부산 샬롯 호텔을 월드 그룹이 공격해서 말입니다.”
“아, 그럼 열댓 명 잡겠다고 90명대 인원이 우르르 몰려온 겁니까?”
“란체스터의 법칙이죠,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이쪽 피해는 적어지는 법이니까요.”
“이제 여기 두 명 남았는데 사람들이 저렇게 많이 필요합니까? 저기 저 사람들 상당히 불편한데 말이죠.”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여기 김 실장에게는 특별한 용무가 있어서요. 김 실장도 저한테 용무가 있을 거고요. 그것만 해결 보고 나면 일없습니다.”
“일은 무슨 일? 난 배신자 새끼랑 할 말 없다. 할 일도 없고. 재수 없으니까 꺼져. 씨발아.”
김수현 실장과 이기영 과장이 혓바닥 굴리기를 전개하는데, 뒤에 모여있던 양아치들이 웅성거렸다. 김 실장과 이 과장의 고개가 웅성거리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대형 버스 3대가 마리나로 들어오다 멈추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 문이 열리고 어두운 정장 안에 방탄복을 입은 사내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족히 90명은 될 법한 어두운색 인원이, 알록달록 총천연색 떼거리 옆에 자리 잡아 섰다. 부산 보안팀과 지원 대기조, 그리고 처리반 특수차량이 보였다.
김 실장의 입매가 삐뚤한 미소를 만들었다. 확연하게 보이는 무장 차이, 그리고 정연함의 차이.
“그래? 일이라. 그러고 보니 우리 사이에 해결할 특별한 일이 있었지. 잊지 않게 아주 끝장을 봐야겠네. 오늘.”
김 실장을 긁어대던 이 과장의 표정이 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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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미칠 것 같았다. 김 실장에게 문자가 온 것이 들켰다.
배신한 사람들, 배신한 사람과 친한 사람들, 배신할 거로 보이는 사람들을 분류해서 호텔로 밀어 넣을 때, 자기도 거기에 들어갈 줄 알았다. 얼마나 울었던가?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쪽에는 엮이지 않겠다며 하늘에 계신 분이 혹시 있다면 제발 기회를 달라고 속으로 애원했다.
분명 자기를 처리할 줄 알았는데, 안 팀장이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휴- 진짜- 이걸 너 고등학교 졸업했다는 게 구라인 거, 이 실장님도 알고 나도 알았다. 네 얼굴로 무슨 대딩이냐? 덩치만 컸지, 잘해야 중학교 갓 졸업한 얼굴인데. 그냥 이 실장님도 알면서 그냥 넘어간 거다.’
‘줄줄이 집안 사정 써놓은 네 자기소개서를 보고 좀 그런 부분도 있었고. 그것만 그랬냐? 일할 때, 네 뒤를 봐준 사람이 누구냐? 이 실장님이잖아. 쉬운 일로 골라 시켜, 막내라 여기저기 잔심부름은 있어도 위험한 일은 빼줘. 이런 일 저런 일 보게 해서 경험치 쌓아줘. 다른 새끼들은 몰라도 너는 그랬으면 안 됐어.’
양 팀장은 죽은 막냇동생 보는 것 같다면서 귀여워한 막내가 김 실장이랑 붙어먹은 걸 안다면 이 실장, 이제는 이 과장님 속이 그럴 것 같아. 딱 한 번 기회를 준다고 했다.
막내는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뒤에 이어진 안 팀장의 폭탄선언에 다시 혼비백산했다. 바로 회사를 버리고, 샬롯 호텔 산하로 들어간다는 선언이었다. 이미 분류를 해서인지, 남은 80명 조금 넘는 사람들은 이 실장과 안 팀장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따른다면서 환호했다.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고 부려 먹은 회사를 욕했고, 실장과 팀장 둘만 가도 될 걸, 자기들까지 챙겨줬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막내는 또 울고 싶었다.
여기저기 잡일 처리하러 돌아다니면서 본 게 무엇인가? 회사의 거대함, 회사의 잔인함, 회사위 무서움이었다. 정보 조작, 은폐, 끝이 보이지 않는 규모. 회사는 결코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근데, 그런 회사를 뒤통수치고 호텔 샬롯의 산하로 들어간단다. 그렇게 회사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덫을 만들어 놓고 회사에서 내려오는 타격조를 감기 위해 안 팀장과 직원들이 언덕배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온 사람은 하필 김 실장이었다. 막내는 그냥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실장, 이제는 이 과장이 된 이기영 과장님 옆으로 가게 됐다.
막내는 제발 살려달라고 하늘을 우러러 애원했다.
“막내야 너 이기영 과장님 옆에 착 붙어서, 도와드려라. 진짜 다음은 없다.”
안 팀장의 말에 막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 우리 막내 왔어. 너 동영상 잘 찍지? 자- 이거 들고 있다가, 내가 말하면 영상 촬영 시작해. 우리 사장님께서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말이지,”
이기영 과장이 폰의 지문인식을 해제한 뒤, 막내에게 넘겼다. 얼떨결에 폰을 받은 막내가 동영상 촬영 버튼을 찾았다.
“어이, 좆만이. 매번 나랑 한 판 하자면서 엉겨 붙더니 왜 이렇게 조용해? 그렇게 부르짖던 1:1 한 판 뜨자니까?”
이기영 과장이 너클 붙은 장갑을 고쳐 끼며 말했다.
“애들 다치게 할 거 없이, 여기서 깨끗이 끝내자고, 왜? 아까 존나게 데굴데굴 구르다 등에 알이라도 박혔어? 좆민이 새끼, 주둥이만 털지 말고 시원하게 1:1 한 판 뜨자니까? 지는 새끼는 시원하게 현실 케삭이다. 어때? 졸지 말고?”
부들부들 뛰쳐나가려는 김 실장을 뜯어말리던 정보 담당이, 김수현 실장을 놓치고 말았다. 한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 때문이었다.
아- 정보 담당은 낮게 탄식했다.
김 실장의 몸이 정상일 때에야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갈비와 왼팔에 골절이 의심스러웠다. 마약성 진통제를 맞았지만, 그걸로 될까? 그걸 알고 개 같은 이기영이 김 실장을 자극한 건가? 지금은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정보 담당은 들고 있던 수류탄에 안전핀을 다시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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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환장했다.
이 새끼들이 뭘 잘못 먹었는지, 서로 지랄하더니 1:1 케삭빵을 하겠다며 앞으로 나왔다. 그렇게 앞으로 나와 놓고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라고? 내가 심판인가? 현실 케삭이라며? 생사결인데 심판이고 뭐고 할 게 있나? 씨발.
마루가 느릿하게 일본도를 위로 들었다가 내렸다.
그걸 신호로 삼았는지 김수현과 이기영이 맹렬하게 부딪쳤다.
방탄복과 방검복을 겹쳐 입은 김 실장이 안면 가드를 단단히 하고 이기영을 향해 내달렸다. 이기영도 피하지 않았다. 가볍게 통통 튀듯 김수현의 품으로 파고들어 보디블로를 때려 박았다.
퍽! 퍽!
간장. 간장. 씨발 새끼야 또 간장이다.
퍽!
두껍게 겹쳐 입은 방탄복도 너클 박힌 장갑으로 때려 박는 충격을 전부 해소하긴 힘들었다. 한 방 한 방 배를 맞을 때마다 몸이 에밀레종마냥 울리는 것 같았다. 간장도 간장이지만 금이 간 갈비뼈가 더 문제였다.
이를 꽉 물고 버티던 김수현이, 때리느라 잠시 멈춘 이기영의 왼팔 소매를 잡아끌며 몸을 대각선으로 살짝 띄웠다. 물 흐르듯 팔과 몸통을 향해 얽히는 다리.
플라잉 암바.
썅!
이 과장이 왼팔을 거칠게 털었다. 김 실장이 월미도 디스코 팡팡에 탄 사람처럼 튕겼지만,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기어코 완성되나 싶은 플라잉 암바. 이기영이 김 실장의 허벅지 안쪽을 물어뜯었다.
콰직!
플라잉 암바를 거의 완성했던 김 실장의 팔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나갔다.
“개 씹- 더러운 새끼가! 똥개 새끼처럼!”
“퉤- 씨발 씻고 좀 살아라, 허벅지에서 똥내나.”
시합도 뭣도 아닌 목숨 걸고 싸우는지라, 살짝 들어간 플라잉 암바도 무시할 게 못 됐다. 왼쪽 어깨와 팔꿈치 관절에 무리가 간 이기영이 왼쪽 어깨와 팔꿈치를 살살 확인했다. 몇 초만 늦었으면 박살 날 뻔했다.
김수현은 뒤쪽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다.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가 남아있었다. 그냥 참고 왼팔을 작살 냈어야 했는데.
몸에서 선수 물 뺀다고 뺐는데도 반사적으로 그 시절의 버릇이 나왔다. 심판이 없는데도 심판 항의를 요청하는 것처럼.
씨발.
겹쳐 입은 덕에 어느 정도 버텼지만, 충격이 몸에 쌓이는 걸 피할 수는 없었다. 간장도 갈비도 슬슬 한계였다. 통증이야 그렇다고 치지만 보디를 계속 맞아서 체력이 빠져 버렸다.
‘뼈를 내주고 목숨을 취한다.’
김 실장은 거북이처럼 웅크렸다. 이 과장은 훌쩍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때렸다.
‘웅크려? 그래?’
이기영은 가드를 단단히 하고 버티는 김수현을 말 그대로 샌드백 두들겨 대듯 두들겼다. 너클달린 장갑이라, 충격이 쌓이는 게 눈에 보였다.
김수현의 팔뚝엔 방탄방검 처리가 된 토시가 있었지만, 그게 둔기에도 적용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이 과장의 너클 펀치는 주먹이 아닌 둔기였다.
자기 의사와는 달리 가드가 풀려버렸다. 조금 더 버티다가 끌어들이려고 했는데, 김수현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대로 원 투가 들어올까? 김 실장이 고갯짓으로 들어올 원 투를 흘리기 위해 집중했을 때, 이 과장의 선택은 목 클린치였다.
꽉!
바이스로 조이듯 들어간, 목 클린치. 이후 들어가는 니킥.
자지- 자지- 죠지- 자지-
이 과장은 김 실장의 목을 잡고 센터에 무릎을 박아 넣었다. 낭심보호대가 있어 충격을 버틸 만 했던 김 실장에게 빰 클린치는 기회였다.
김 실장의 낭심에 신나게 니킥을 꽂아 넣던 이 과장은 뭔가 느낌에···. 클린치를 풀려는 순간, 김수현이 니킥으로 올라온 이 과장의 무릎에 자기 무릎을 살짝 대어 잡치기를 했다.
휙 돌아가는 이기영의 몸, 기회는 이때다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는 김수현.
그리고 갑자기 터진 뻑-하는 둔탁한 소리. 이기영이 잡치기에 옆으로 넘어가면서 클린치를 풀지 않고 그대로 버팅, 김수현의 턱에 박치기해버린 것이었다.
김수현이 의식을 잃은 것은 아주 찰나였다. 왼팔이 부러져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갈비엔 금이 가, 호흡도 불편했다. 그러나 그건 전부 의미 없었다.
퍽! 퍽! 퍽!
너클 파운딩이 김수현의 얼굴을 감자로 만들었다. 이기영이 한 방 꽂아 넣을 때마다 김수현의 사지가 벌벌 떨렸다. 몇 대나 때렸을까?
이기영이 후련한 표정으로 마운트 포지션을 풀고 몸을 일으켰다.
“막내야- 잘 찍고 있었냐?”
막내는 화들짝 고개를 끄덕였다. 김 실장이 피떡이 된 모습에 막내는 어쩔 줄 몰랐다. 지금 김 실장을 이긴다고 해서, 회사를 이긴 것은 아니었다. 샬롯 그룹 전체도 아니고 고작 부산 살롯 호텔이었다.
“아- 막내 표정이 왜 그래, 무서웠냐? 짜식- 이 일 하려면 이런 거에 눈 하나 깜짝하면 안 돼. 영상 잘 찍어라.”
막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숙적을 처리했다는 시원함 때문인지 이 과장은 그런 막내의 태도에 화내지 않았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이기영이 늘어진 김실장의 다리를 붙잡고, 힐 훅 그립을 만들었다. 뭔가 어설픈 힐 훅 그립.
“이걸 이렇게 해서. 비틀면.”
콰직! 김수현의 무릎이 박살 났다.
끄어어어어 꿈틀거리는 신음만 내뱉는 김 실장.
“그리고 발목 인대는···.”
우득!
이제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김 실장이었다.
자 뭐가 남았지? 그래 그게 남았지
앤드 스탬핑
콰직!
앤드 사커킥!
퍽!
“어 이 새끼 목이 왜 이렇게 단단해?”
목이 부러지지 않았다.
앤드 사커킥!
퍽!
사커킥!
빡!
존나 단단하네 이 새낀 먹은 게 전부 모가지로 갔나?
“아 씨발 이러면 나가린데. 막내야 내 연장 좀 가져와라.”
부러지지 않으면 잘라야지.
이기영 실장이 뒤로 손을 뻗었다. 힐끗 보니 뾰족한 칼을 가져오는 막내였다.
“그거 말고. 마체테 있잖아. 칼날 크고 넓적한···.”
푹-
뾰족한 칼날이 이기영 과장의 배를 뚫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