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520)
러스트 [RUST]-520
덴 브라운 총통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유 이사의 정보 파편을 주입하고 세뇌 작업까지 했는데, W+ 실증실험 개체가 탈출했다고?
“오퍼레이터는?”
W+ 프로그램으로 생산한 클론 가운데 제로 코드를 지닌 개체. 오퍼레이터 제로가 있었다. 전장에서 실질적인 지휘관 역할을 하는 개체였다. 당연히 더 강력하게 세뇌했고 상시 통제 중이었는데 탈출이라니?
“제로 코드가 탈출을 주도한 건가?”
[조사 결과 그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그럼? 오퍼레이터의 통제에서 벗어나 도망쳤다는 건가? 일반 개체가?”
[···정황상 오류가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오류?”
[예. 전술 카메라 영상 분석과 제로 코드의 링크를 살피던 중 특이점이 발견됐습니다.]덴 브라운 총통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한 개체. 곰의 후방을 노골적으로 노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9번···.”
[예. 9번도 그렇지만, 4번에서도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아무리 똑같이 만든다고 하더라도, 클론은 클론. 본판인 오리지널과 비교했을 때, 열화된 구석이 나올 확률이 높았다.
DNA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성격이 다를 수 있었다. 심지어 키나 몸무게, 생김새와 느낌이 다를 수 있는데, 클론도 마찬가지.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개체 간 차이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고속 생장을 유도하면서 생긴 아주 미세한 차이는 나중에 제법 큰 차이가 되곤 했었다. 그렇게 차이가 생긴 것들은 생산 단계에서 폐기하기 마련이었고.
“불량품이 QC(Quality Control)를 통과했다는 소리인가?”
[지금 정밀조사 중입니다.]농담이라도 ‘클론의 역습.’이나 ‘클론의 반란.’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그래서 몇 개체나 탈출한 거지?”
[3개체입니다.]셋?
제로 코드의 통제에서 벗어났으니, 하나 아니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셋이라. 어정쩡한 숫자였다.
“추적은?”
[위치추적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최대한 들키지 않게 추적하도록. 생산과정에서 생긴 오류인지 아니면 어떤 놈들이 건드린 건지 지켜보면 알겠지.”
[옛.]실증실험체들이 남부연맹의 작업에 당한 거라면 즉시 폐기해야 했다. 인간을 벗어버리려는 놈들이 클론 기술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재앙이 터진다고 봐야 했다.
‘그렇다면 그냥 둘 수 없지.’
눈앞에서 보여주면 되리라, 놈들이 손에 쥘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원인이 파악될 때까지 W+ 생산시설은 동결하고, 이미 생산된 W+ 개체들은 전부 격리하도록.”
[알겠습니다.]그렇게 제국의 밤은 잠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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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바라보던 김 양의 눈, 가늘게 뜬 실눈이 번뜩였다.
막사 안에 설치한 CCTV에 비친 유 이사 마크 2의 움직임이 딱 멎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몸뚱이는 3~4살짜리.
뇌 속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3살 버릇 시기였고, 얌전한 자세로 잘 수 없는 연령대였다.
굳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애건 어른이건 자다가 쥐가 날 수 있는 거니까. 문제는 쥐가 난 뒤의 행동이었다.
아이들은 쥐가 나면서 생기는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서 울고 보채기 마련이었다. 잠에서 깬다는 건 성인도 마찬가지. 당연히 자다가 쥐가 나면 깜짝 놀라 깨는 게 정상이었다.
‘마크 2가 유 이사의 클론이라고 하더라도, 쥐가 나면 잠에서 깨야 해.’
그런데 CCTV 속 마크 2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음에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소름 돋도록 잠잠한 모습이었기에 김 양은 위화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낮에 봤던 영상이 떠올랐다.
응급처치로 딱딱하게 굳었던 마크 2가 풀리자마자, 간호장교에서 성질 부렸던 일. 그와 동시에 유 이사와 비슷하게 움직이던 쫄쫄이 년이 어벙하게 변했던 것이 겹쳐졌다.
두 사건을 연결한다는 것은 분명이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걸. 김 양의 눈매가 가늘게 변했다.
그러고 보면 그랬다.
‘백정도 이상한 느낌이 들 때 간과하지 않았었지.’
CCTV 영상 속.
딱딱하게 굳은 유 이사 마크 2를 바라보는 김 양의 눈빛은 서늘했다.
뽀득- 뽀드득-
마른행주로 접시를 닦을 때 나는 소리가 어둠 속으로 녹아들며 목이 꺾인 불침번들이 물에 불린 고사리처럼 늘어졌다.
그 틈으로 움직이는 흐릿한 그림자 셋.
유 이사 마크 2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접속(?)인지 유체이탈 빙의(?) 모를 방법을 이용, 쫄쫄이 하나를 챙기는 건 쉬웠다.
‘낮에 그 쫄쫄이에게 들어온 건가?’
짙은 양복 선글라스랑 싸웠을 때 들어갔던 몸이었다. 일단 한 번 뚫은 곳으로 연결(?)되는 것 같았다.
한 번에 연결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좋다고 빠져나오는데, 쫄쫄이 둘이 그녀의 뒤에 따라붙었다. 마치 하나를 사면 둘을 덤으로 주는 1+2행사처럼 말이다.
‘같이 싸웠던 애들 같은데···.’
눈깔 괴물과 함께 싸운 애들 같았다. 유 이사 마크 2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따라온 둘을 통제(?)하거나 관리(?)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해보면 알겠지.’
하나가 도망치든 셋이 도망치든 도망치는 건 똑같았다. 추적자가 붙는 것도 마찬가지 하나가 도망쳐도 추격이 붙은 건 마찬가지.
어차피 추격자 붙은 건데 1+2의 기회를 놓치는 게 바보가 아니겠는가? 유 이사 마크 2가 흉흉한 기세를 피워올렸다.
‘씨발련 기다려라.’
하나도 아니고 셋이었다. 따귀를 때려도 세 번이었고, 엉덩이를 걷어차도 세 번이었다.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리라.
에에에에엥-
멀리 제국군 진지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생각보다 빨리 들켰네.’
쯧-
유 이사 마크 2가 달리기 시작했다. 남부연맹의 캠프가 있으리라 추정되는 방향이었다.
화르르르륵-
일렁거리던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
사방이 불바다가 된 숲에는 인기척 하나 없었다.
“······.”
“······.”
“······.”
유 이사 마크 2는 바닥에 널린 흔적을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캠프에 남은 흔적으로 추정해보자면 남부연맹이 철수한 지 최소한 6~8시간은 지났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나가리 같은 데?”
계획은 탈출한 뒤 남부연맹이 있는 곳으로 흔적을 남겨, 동부의 추격자들과 남부가 서로 충돌하게 하는 것이었다.
막상 도착해 보니, 남부는 진작 런 해버린 것. 설마 곧바로 철수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살짝 당황한 그녀였다.
“그렇지?”
“······.”
“······.”
그녀의 질문에 대답 없는 그녀들의 모습에 유 이사 마크 2가 픽- 웃었다.
‘기순이라고 했던가? 그 촉수 변신 괴물.’
런 각이 예술이었다. 당장 신성 왕국의 까마귀 폭격과 자신의 개입이 아니었다면, 작전 목표를 이뤘을 확률이 높았다.
유 이사 마크 2의 머리가 팽팽 돌았다. 작전대로 풀리는 전장은 거의 없었다. 어이없긴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흔했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지.’
그녀가 그녀와 똑같이 생긴 둘에게 말했다.
“벗어.”
“······.”
“······.”
브라와 팬티 차림에 워커를 신은 여자 셋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숲의 경계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뒤, 사방을 포위한 제국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정지.”
“수색해.”
“여기는?”
“남부연맹의 캠프가 있던 자리 같습니다.”
전투식량 쓰레기와 여기저기 막사를 설치한 흔적을 보면 남부연맹이 거의 확실했다. 실증실험체 셋을 남부연맹에서 빼돌렸을지 모른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그건 아니길 바랐는데.
삑-삑-삑-
“아군 식별 신호가 잡힙니다.”
식별 신호를 잡았다는 말에도 제국군 지휘관의 구겨진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식별 신호가 잡혀봐야. 신형 리퍼 슈트를 벗었다는 소리니까.
식별 신호가 가리키는 곳은 여기저기 땅을 판 흔적이 선명하게 남은 공터.
“신형 리퍼 슈트를 묻어버리고 갔군.”
쫄쫄이 리퍼 슈트가 남부로 넘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드론은?”
“올빼미의 공격으로 파괴됐습니다.”
“여분이 없나?”
“2대 모두 파괴됐습니다.”
드론으로 선행 정찰하거나, 아군식별 신호를 따라가는 건 끝났다고 봐야 했다.
“놈들이 남긴 흔적, 하나도 놓치지 말고 전부 꼼꼼하게 확인해.”
“이쪽에 대규모로 이동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쉽게 찾다니 이상한데요?”
“혹시 일부러 흔적을 지우지 않은 것 아닙니까? 좀 이상한데요?”
“척후부터 보내.”
잠시 뒤, 매복이 없다는 신호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전원 속보로. 속보로 이동한다.”
그렇게 속보로 도착한 공터에 널린 것은 ‘척후’였던 흔적들.
“함정이다!”
취리리리리릭!!!
투다다다다닥!
탕! 타탕! 탕!
차라라라라락!
불타는 숲, 피처럼 빨갛게 치솟는 불길 건너편.
하늘을 향해 꿀렁이던 촉수들이 제국군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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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쥐와 불꽃 쥐, 까마귀와 늑대 부대로 이뤄진 동물 군단은 뉴포트 뉴스 조선소를 훌륭하게 방어하고 있었다.
산성 쥐가 아니더라도 인근에는 제법 큰 쥐들이 넘쳐났다. 그런 쥐들은 동물 군단의 훌륭한 식량자원이 됐기에 보급 문제는 없었다.
까아아악-
깍-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PX 창문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간 까마귀 두 마리가 진열대를 한 바퀴 빙 돌았다.
“거기. 까마귀 아저씨들. PX 안에서는 날지 맙시다.”
깍?
까악?
PX병의 한 마디에, 까마귀들이 몰랐다는 듯 내려앉고는 깃털을 골라대기 시작했다. 능청스러운 태도에 PX병이 턱짓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까악?
덩그렇게 달린 CCTV를 발견한 까마귀들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까마귀도 인상을 쓸 수 있단 말인가? PX병은 태어나서 처음 까마귀의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딸랑-
문을 밀고 들어온 거대한 회색 늑대가 계산대 위에 놓인 버튼을 앞발로 턱 누르자 기계음이 났다.
[먹이] [A형]잠시 메뉴를 노려보던 늑대가 이어서 버튼을 눌렀다.
[육포] [곰]“잠깐만 기다리세요.”
크르-
“늑대 부대용 전투식량 A형 하나, 곰 육포 하나. 이렇게 맞습니까?”
컹-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늑대가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기 쉽게 몸을 돌렸다. 삑-하는 소리와 함께 결제를 마친 늑대가 물건이 담긴 바구니들 입에 물고 밖으로 나갔다.
까아아악!
카악? 깍!
“거기 아저씨들. PX에서는 정숙입니다.”
마루는 PX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곤 픽- 웃으며 지나쳤다. 까마귀와 늑대들이 PX를 잘 써먹고 있었다.
‘이제 조선소도 그렇고 주변 정리도 대충 끝났나 보네.’
제국에서 보낸 직원들이 개미처럼 달라붙어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는 모습은 평화롭기까지 했다.
삐-삑-
그런 잔잔함을 시샘하듯, 붉은 신호가 깜박였다.
[시애틀에서 긴급 전문입니다.] [남부연맹과 제국군 교전 격화.] [유 이사 마크 2, 제국군 클론 탈취.] [버나드 그린 위험등급 설정 필요.]마루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교전 격화도 웃기는 소린데, 마크 2가 제국군 클론을 탈취했다고?
거기에 버나드 그린이면 기순이 영어 이름이잖아. 위험등급은 괴수나 괴물에게 붙이는 등급인데 그걸 붙여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