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543)
러스트 [RUST]-543
엔피 마루는 며칠 전 습격한 괴인에 대해 생각하며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외곽지역에 나간 친위대 병력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디트로이트와 아크 타워를 방어하는 병력의 70%가 몰살된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감각이 어긋난 것 같아.)
괴인의 공격이 반의 반박자(半拍子) 이상 빨랐다. 게다가 중간중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는 것처럼 똑같은 공격이 쏟아질 때의 기분이란···.
무엇보다. 놈이 가지고 있던 게 문제였다. 희생을 감수하고 바닥까지 끌어내리자, 놈이 사용한 건 분명히 급속치료제였다.
급속치료제. 그걸 가지고 있는 자는 자신과 샬롯 그룹의 심 회장뿐이었다. 심 회장이 다른 세력에 흡수됐다고 해도 급속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 개월간 연구, 분석했어도 성분을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운 급속치료제였다.
만약 그걸 양산하는 데 성공한 세력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북아메리카에서 제국이나 남부연맹의 눈을 피하긴 어려울 터.
(아무리 생각해도 샬롯 그룹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린데.)
샬롯 그룹과의 관계는 딱히 나쁜 관계는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괴물을 보내 싹 죽이겠다고 설칠 이유도 없었고.
(···이유가 없나?)
문득 걸리는 느낌. 전력의 70%를 갈아 넣어서 간신히 괴인을 죽일 수 있었다. 정체를 밝히기 위해 단단한 헬멧을 벗기려고 하자, 마치 증거를 없애버리려는 것처럼 폭발한 머리통.
찝찝했다.
기분이 영 좋지 않았지만, 엔피 마루의 칼질은 어느새 괴인의 것에 가까워져 있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편안한 칼질.
그냥 옷도 아니고 맞춤형 양복이라도 입은 듯 동작하나 하나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잘 맞을 수 있지?)
수련을 멈춘 마루가 바로 교전 영상 파일을 확인했다.
“신체, 적의 신체 비율 확인해. 빨리.”
[비율 확인했습니다.]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킨 엔피 마루가 말했다.
“내. 신체 비율과 비교해봐.”
[99.227% 일치합니다.]사실상 같은 사람이라는 소리.
씨발-
아니겠지. 아닐 것이다. 샬롯 그룹이 클론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면 진작 썼을 거다. 그리고 클론이 돌아다니는 순간 제국이나 남부연맹이 그걸 놓칠 리 없었고.
무엇인가 떠오를 듯하면서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감각이 다시 어긋나는 느낌. 기억이 흐릿하다 못해 안개가 낀 것처럼 뚜렷하지 않았기에 엔피 마루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뭔가 잊고 있는 게 있었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도 계속 찝찝했고.
(후- 요즘 너무 무리했나?)
엔피 마루는 숨을 고르며 샤워실로 들어갔다.
(무리하지 말고 수련은 여기까지. 오늘은 푹 쉬는 게 낫겠군.)
그렇게 샤워를 거의 다 했을 무렵, 갑작스럽게 터진 비상신호가 엔피 마루에게 도달했다.
[아크 타워 주변에 있던 까마귀들이 전멸했습니다.]“뭐?”
이번 괴인의 공격으로 많이 죽고 외곽지역 순찰과 경계로 뺐다지만, 남은 숫자가 수천 마리는 됐다. 근데 수천 마리가 전멸했다고?
독가스라도 썼나? 까마귀들이라면 전멸하기 전에 탈출했을 텐데? 30~40층 높이의 빌딩의 꼭대기를 둥지로 쓰고 있는 까마귀들을 어떻게 전멸시켰지?
[자세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부검결과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죽은 개체가 대다수입니다.]불길한 느낌이 선명해졌다.
다수를 일순간에 심장마비로 죽이는 것.
그건 마치 자신이 살기를 뿌렸을 때와 똑같지 않나?
“비상사태 발령해! 최고단계 경계 태세로!”
에에에에에에에엥!
웨에에에에에에엥!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언제나 보였던 까마귀 군집(群集)은 보이지 않았다. 무리를 잃은 까마귀 몇 마리가 애처롭게 빈 하늘을 배회할 뿐이었다.
아크 타워의 보안 시스템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누굴까? 다름 아닌 마루였다. 보안 시스템의 기본 개념을 제시했고, 보안 시스템이 설치되고 업그레이드될 때마다 보고를 받은 사람도 마루였다.
그러니 현실과 똑같은 가상현실 속 아크 타워의 보안 시스템을 뚫을 수 있었다. 보안 시스템을 뚫으면서 역설적으로 아크 타워의 허실을 알 수 있었다.
초기 보안 시스템은 타워를 공격하는 무장 세력에 맞서고 간첩이나 특수부대의 파괴공작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
이후 감염자 웨이브를 겪으면서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했고, 변이 괴수의 등장과 쥐떼를 효과적으로 잡기 위해 자동포탑에 유탄 발사 기능을 추가했다.
능력자와 식인귀를 대비하기 위해 꼼꼼한 화망(火網)을 만들었으며, 근거리 소형 정찰드론과 미사일로 무장한 중형드론까지 무인 감시, 공격체계를 도입했다.
거기에 엑소슈트로 무장한 친위대와 기사단을 고려한다면, 아크 타워를 함락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이러니하군.’
쿠직-
아크 타워 외곽 자동포탑의 센서와 케이블을 부순 마루가 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내달렸다.
자동포탑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센서가 사용됐고 무선 장비가 고장 났을 때를 대비해 매설해 놓은 케이블은 어디쯤 있는지, 대충 알고 있었기에 순식간에 자동포탑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마루가 그렇게 보안과 안전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이쪽의 정보가 털린다는 건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
‘식인귀까지는 잡을 수 있겠지만, 흡혈귀를 잡기에는 전반적으로 반응이 늦어.’
이번 기회에 아크 타워의 구멍을 찾았으니 성과가 있었다. 그렇게 타워 외곽부터 눈을 없애고 자동포탑을 지워버리자, 얼마 남지 않은 친위대와 기사단이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함정이군.’
마루는 단숨에 간파했다.
마루가 친위대와 기사단이 먹음직스럽게 모여있는 곳을 피하자, 엔피 마루는 미칠 것 같았다.
(빌어먹을 새끼가.)
각개격파하기 좋게 모아 놓았는데, 그걸 무시하고 건물과 자동포탑만 철거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엔피 마루는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놈은 블라디 아크 타워의 방위 시스템이 가진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칼잡이군.)
그것도 고도로 숙련된 칼잡이. 저번 괴인과 동급 또는 그 이상. 그리고 놈이 칼질한 절단면을 살피자면 이클립스에 준하는 칼까지.
동일인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같은 신체 비율에, 칼잡이, 아크 타워의 방어 시스템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클립스에 준하는 칼까지.
(샬롯 그룹과 제국이 손을 잡았군.)
제국에는 클론 기술이 있었다. 샬롯 그룹에는 아마도 자신의 DNA가 있었겠지, 어쨌든 한국과 일본에서 같이 굴렀었으니까.
이클립스에 준하는 칼이 그 증거였다. 분명 이클립스 같은 건 없다고 해놓고서, 저번도 그렇고 이번까지. 벌써 2명의 칼이 이클립스와 똑같다는 게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었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머리카락과 같은 DNA야 샬롯 그룹을 통해 확보했다고 쳐도 기억은 어떻게 얻었을까? 클론을 만들었다고 쳐도 관계가 나쁘지 않은 제국이 굳이 이렇게 공격할 이유가 있을까?
제국이 아니라면 남부연맹에서 했다는 소린데, 그렇게 가정하면 이클립스와 똑같은 칼이 설명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를 위화감에 엔피 마루는 허공을 향해 칼질했다.
끼이이이이익-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
쎄에에에에엑-
울부짖는 이클립스가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후-
놈이 블라디 아크 타워의 방어체계를 모조리 박살 내고 난 뒤 어떻게 할까? 타워 안으로 들어올까?
그럴 리 없었다.
이클립스 같은 칼이 있으니, 나무꾼이 거대한 거목을 벌목하듯 아크 타워 밑동을 잘라 버리겠지. 자신이라면 그렇게 할 거다.
빌딩 밑동을 잘라 붕괴시킨다는 발상을 누가 할까 싶지만, 자신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원하는 장소로 적을 끌어내는 방식이었으니까.
엔피 마루는 남은 자동포탑을 확인했다. 그 짧은 순간에 자동포탑 3기가 무력화됐다는 표시가 떠올랐다.
(이 방향으로 간다면, 잠시 뒤에는 이쪽으로 오겠군.)
철저하게 자신이 움직인다면 어떻게 움직일지 그 방향으로 생각한 엔피 마루가, 병력을 한 지점에 집결시켰다.
“은신 로브로 전부 위장하도록.”
김 양의 저격 위치까지 꼼꼼하게 직접 확인한 엔피 마루가 결전 장소로 향했다. 찝찝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블라디 아크 타워를 방어하던 까마귀들이 사실상 전멸했고, 자동포탑도 거의 무력화 된 상황. 친위대와 기사단 전력의 70% 이상을 잃은 지금. 적을 막을 방법은 영혼을 끌어모은 한 타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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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직-!
복합장갑이 과자 부스러지는 소리를 내며 꿰뚫리는 모습.
칼을 쥔 마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든 칼날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없었던 것. 자동포탑이 속에 들어있다면 분명 손맛이 있었을 텐데, 허탕이었다. 연속으로 2번이나 헛방이라니.
‘엔피 마루 놈이 미리 치웠나?’
이클립스를 쑥- 뽑은 마루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흠-
놈이 자동포탑을 회수했다는 건, 이쪽의 움직임을 예측했다는 의미였다.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했다?’
그것참.
기분 나쁘네.
본래 마루는 외곽부터 돌려 깎아 먹은 뒤 블라디 아크 타워를 공략하려고 했었다.
제일 먼저 까마귀를 잡아서 폭격과 정찰을 원천 차단했고. 다음으로 자동포탑과 센서를 공략해 외곽 방어 시스템을 뭉개 버렸다.
그렇게 놈들이 아크 타워 안에서 농성하도록 유도한 뒤, 타워 자체를 붕괴시켜 버리면 귀찮은 것들은 끝이었다.
엔피 마루라면 타워가 무너지기 전 탈출할 것이고. 그때 1:1로 승부를 보면 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NPC 놈이 읽은 것 같았다.
조금씩 농도가 짙어지는 찝찝함이 그 증거.
이대로 가면 떼거리로 매복하고 있는 놈들과 드잡이질할 게 뻔했다.
NPC 새끼 글러 먹은 놈이었다. 이쪽 생각을 읽었다면 정정당당하게 일대일로 결판내자고 할 것이지, 함정을 파?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었는데,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다 생각한 마루가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그건 바로 엔피 마루의 촉에 걸려들었다.
[센서에 잡힌 흔적 없습니다.]“놈은 리퍼 슈트를 장착하고 있다. 눈밭을 중심으로 살펴. 발자국은 남으니까.”
[13구역을 끝으로 흔적이 없습니다.]“다시 한 번 확인해.”
놈은 반드시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아크 타워를 노린다면 여기를 지나가는 것에 제일 효과적이었으니까. 벽을 뚫고 우회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한다면 이쪽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으니 대비를 했건만.
(찝찝해.)
잠잠한 시간이 지날수록 찝찝함을 넘어서 불안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다.
(어디냐? 어디야?)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에 엔피 마루는 편집증적으로 주변을 확인했다. 하늘에서 지하수로까지 확인하고 확인했건만 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영상 올려봐.”
꽁꽁 얼어붙은 눈밭에 덩그렇게 하나 찍힌 발자국.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이 하얀 눈밭이었다. 그러나 그 발자국을 본 엔피 마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10m 아니, 15m 주변을 살필 수 있나? 있으면 바로 확인해.”
아닐 거다. 설마. 그런 생각을···.
[13m 전방에 발자국 확인됐습니다.]“발자국 연결해봐. 어디로 가는지 표시해.”
두 발자국이 붉은색 실선으로 연결되고 진행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됐다. 그걸 확인한 엔피 마루가 이클립스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긴급대피 신호 때려. 당장! 지하 벙커로 대피하라고!”
[긴급대피 바랍니다. 지금은 실제상황입니다.]붉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 그곳에는 공군기지에서 가져온 전술핵 발사대가 있었다.
“빌어먹을 미친놈!”
엔피 마루가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도달한 핵 발사대 근처에서 엔피 마루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피슛-
깡-
사각에서 목을 노리고 들어온 칼날을 가까스로 튕긴 엔피 마루를 스쳐 지나간 마루가 인사를 건냈다.
[왔어?]“미친 새끼가!”
(미친 새끼가 핵을 쓰려고 해?)
일렁이는 공간을 향해 이클립스를 뻗은 엔피 마루가 으르렁댔다.
(자살 특공 클론인가? 씨발 뭔 병신 같은.)
엔피 마루 머리 위에 떠오른 말풍선을 본 마루가 웃었다.
[진지하게 1:1로 해보자고, 방해받으면 알지? 큰 게 터지는 꼴 보는 거. 시밤(see bomb)-쾅!]“···은신해서 선빵 찔러놓고 1:1로 진지?”
[안 뒈졌으면서 엄살은- 꼬우면 너도 해라.]“그래 새끼야. 한다.”
엔피 마루의 모습이 일순 일렁이며 하얀 도로 위로 사라졌다.
완벽하게 사라진 모습에 마루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드러냈다.
팽팽한 긴장감.
오싹오싹 솟아오르는 소름.
그래 이거였다. 이 끝에···.
사박-
눈 밟는 소리를 향한 칼질. 마루의 칼날이 초승달 같은 잔상을 남겼다. 허공을 스친 것처럼 아무것도 베이지 않았지만, 재차 칼을 휘두르는 마루.
수직으로 떨어진 이클립스를 따라 몸을 숙인 마루가 바싹 엎드리다시피 하며 수평으로 칼질했다. 마치 동그란 만월이 바닥에 새겨지듯 펼쳐진 잔상 사이로 크칭- 불꽃이 튀었다.
끼기기기기기기-
불똥이 튀는 힘 싸움 뒤로 이어진 진동음
웅웅우-웅우우우-
이클립스와 이클립스가 충돌하며 생긴 충격파로 바닥에 쌓인 눈발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발과 바닥에서 치솟은 눈발이 휘몰아치며 하얀 눈사람처럼 흔적이 드러난 두 사람이 거울 속 쌍둥이처럼 서로 마주쳤다.
빡-
상대방의 머리통을 향한 박치기가 동시에 터졌다. 단단한 헬멧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맹렬한 박치기에 당구공 튕기듯 튕긴 머리통.
둘 다 머리통이 뒤로 휙 꺾였지만, 칼을 쥔 손은 강렬한 충격에도 아랑곳없이 이클립스를 휘둘렀다.
튕긴 반동을 이용해 회전력에 힘을 더한 칼질이 다시 허공에서 충돌했다. 수류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이클립스와 이클립스가 비명을 질러댔다.
폭음에 가까운 충격음이 점차 그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상단-상단-상단- 그리고 페이크 후 상단에서 튀던 불꽃이 일순 찌르기로 변해 상대방의 숨통을 노렸다. 서로의 검면을 타고 찔러 들어가는 칼날.
치킨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깊숙이 들어간 칼날이 서로의 목을 관통하기 직전 이어진 니킥. 서로의 니킥이 데칼코마니 같은 충격을 만들었지만, 둘 다 피하지 않았다.
둔탁한 충격을 받아넘긴 두 사람의 칼질이 변한 것은 그때. 누군가 한 명이 살짝이라도 밀리면 공간 자체로 토막 날 것 같은 맹렬한 검격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엔피 마루의 상단을 흘려 칼날을 옆으로 비켜낸 마루가 백-스핀 엘보우를 날린 것. 엔피 마루가 특유의 위험회피 감각으로 고개를 숙여 엘보우를 피했지만, 그것도 페이크.
엔피 마루가 고개를 숙인 곳에 있는 건, 마루의 무릎이었다. 자기 스스로 니킥에 머리통을 댄 꼴. 강한 충격으로 정신을 반쯤 잃은 엔피 마루가 사방으로 칼을 휘둘렀다.
휘적휘적 휘두르는 칼날 사이로 살짝 웅크렸던 마루의 이클립스가 곧고 길게 뻗었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일직선으로 이어진 검은 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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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진 시간을 뚫고 간 죽음이 엔피 마루의 심장을 관통했다.
컥-
콰직- 심장을 꿰뚫은 칼날이 사선으로 올라가 오른팔을 절단하며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