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630)
러스트 [RUST]-630
100만 클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예요.”
“그 정도 숫자를 뽑으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해도 불가능합니다.”
클론 쪽에 관심이 많은 나주연과 애초에 클론보다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후드 모두 반대했다.
“1기를 배양(培養)한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설비 공간은 3~4평 정도에요. 1,000기를 동시에 생산하려면 그만큼 많은 공간과 설비가 필요하죠. 거기에 들어가는 원료와 에너지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100만을 뽑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거에요.”
클론 기술에 진심인 제국이 총력을 기울여서 뽑은 숫자가 한 번에 천 단위 전후였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배양한다고 100% 성공하는 것도 아니었고, 손실분과 정보주입 이후 오류가 생기는 분량 폐기까지 생각한다면 한 번에 천 단위 생산도 쉽지 않은 게 현실.
나주연의 말을 후드가 이어받아 설명했다.
“1,000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배양시설을 만든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디트로이트는 이미 다른 생산시설을 건설 중이라 빈자리가 없습니다.”
후드의 말에 PD가 즉각 반박했다.
“공간이 문제라면 디트로이트 외곽 버려진 공장지대를 리모델링 해서 들어가면 충분합니다.”
공간도 충분하고 시간도 줄일 수 있다. 다만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을 뿐.
“수상 신도시를 만들어 위험을 분산하려는 상황에서 디트로이트에 핵심 시설인 클론 생산시설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PD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100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그냥 내뱉은 숫자는 아니었다.
당장 미시간 주(250,494km²)보다 작은 한국(100,410km²)에서 굴린 병력이 50~60만이었으니, 미시간 주를 포함해 캐나다 중부와 동부까지 합병한 신성 왕국에서 필요한 병력이 100만이라는 건 확실히 그럴만한 숫자였다.
사태가 터지기 전, 캐나다 병력은 상비군 7만 예비군 3만을 합해 10만 내외였다. 10만으로 그 넓은 영토를 방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병력이 적었을까?
“캐나다의 경우를 봐도 그렇습니다. 10만? 상비군은 고작 7만입니다. 그 넓은 영토를 방위한다면서 고작 7만을 뽑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미합중국과 붙어 있다는 것. 그걸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넓은 국토에 병력이 흩어져 있었으니, 변이 괴수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할 즈음에는 남은 부대가 몇 남지 않았을 정도로 쓸려 버리고 말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캐나다 정부에서 미연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쯤에는 미국도 난리가 아니었다.
변이 바이러스로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이 사방에서 동시에 터지고 있었고 중국과의 갈등 끝에 핵전쟁까지 발발했다. 세계 3차 대전으로 확전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캐나다를 도울 상황이 아니었다.
미국의 병력지원을 받지 못한 캐나다는 미시소거나 토론토 같은 주요 도시를 방어하지 못했다. 그 결과 변이 괴수들이 도시에 터를 잡고 사람을 사냥하기 시작해도 막을 수 없었다.
“안보를 다른 나라에 의지했을 때 어떻게 됐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안보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맡기는 것이 위험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PD는 신성 왕국이 자주국방을 실현하려면 100만 단위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중간에 김 양이 참전해서 동물 양병론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주요 쟁점은 100만 클론 양병설이었다.
마루는 결론이 나지 않는 토론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PD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적은 변이 괴수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자면 남부연맹은 잠재적인 적국이었다. 남부연맹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조약만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전쟁이 아니어도 공격할 방법은 많았다. 남부연맹에서 죄수들이 신성 왕국 방향으로 도망쳤다고 연락한다면? 하필 그 죄수들이 식인귀나 늑대인간이라고 하면?
권력다툼에서 패한 흡혈귀가 신성 왕국 방향으로 도망쳤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남부연맹에서 먼저 연락했는데 어떻게 할 건가? 알아서 찾아가라고 국경을 열어줄 건가?
위험 요소들이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해야 했고, 설령 국경을 뚫고 들어왔더라도 빨리 잡을 수 있어야 했다.
무슨 일만 터지면 국왕이 출동하고 친위대에 비상 걸리고 그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신성 왕국 정도의 땅덩이면, 국왕이고 친위대 출동하기 전 이미 상황이 끝났을 확률이 높았다. 부랴부랴 움직여도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반나절은 족히 걸릴 판이었으니 당연한 일.
“클론 병사 문제는 신도시 건설 이후에 생각합시다.”
배양 설비를 만든다면 새로 만드는 수상 도시에 만드는 게 맞았다. 그리고 지금은 수상 도시를 건설하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었고. 제국에서 가져온 기술을 연구할 시간이 필요했다.
“제국의 기술을 그대로 쓰는 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유 이사 클론과 나루 클론을 보면 그랬다. 무턱대고 제국의 기술을 그대로 썼다가 나루 오리지널 같은 애들이 나온다고 해보자, 지금도 아슬아슬한데 그때는 정말 답이 없었다.
“기술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대량 생산한 클론을 어떻게 대할 건지 그것부터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자아가 명확한 클론은 인간으로 대하기로 했었다. 그때는 클론이 몇 없을 때였다. 유 이사 클론을 다 합해도 20 정도였고, 나루 클론은 4기였다.
그러니 그들에게 인권을 부여해도 큰 부담은 없었다. 클론을 인간으로 대한다는 이야기는 인간과 같은 권리를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보장을 시작으로 생활소득지원이나, 의료 지원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숫자가 적었으니까. 근데 이게 100만 단위가 되면 이야기가 달랐다.
클론을 군에만 있게 한다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 자체로 자유를 제한한다는 걸 전제한 소리였다. 인간처럼 대한다고 해놓고서 시작부터 자유를 뺏고 가자는 이야기.
간호사의 어깨 위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까마귀가 울었다. 마치 ‘우리는?’ 하는 것 같은 울음소리.
까아아악!
클론의 인권을 인정한다면 까마귀나 늑대는? 갈매기도 있었고 쥐도 있었다.
신성 왕국의 일익을 담당하는 동물들도 권리를 인정해야 할까?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근거로 해야 할까?
너희는 권리가 없다고 하면, 머리가 좋은 까마귀나 늑대가 그 결정을 받아들일까?
“신도시로 이전하기 전, 논란이 될 부분은 정리하고 가도록 하지요. 대량 생산하게 될 클론의 처우, 신성 왕국에 합류한 동물들을 어떻게 대할지 그런 부분 말입니다.”
저번에는 미루고 지나갔지만, 이제는 그냥 넘어갈 규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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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왕국의 정치구조는 수직적이었다.
국왕 블라디마루 칼린을 정점으로 군사와 비군사 영역으로 나뉘었고. 비군사 영역에 사법, 입법, 행정이 들어있었다.
민주주의에서는 사법, 입법, 행정을 분리 서로 견제하도록 했고, 신성 왕국도 비슷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사법, 입법, 행정 업무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처리하고 있다는 부분이 달랐다.
따져 본다면 인공지능이 운영 주체가 됐기에, 각 영역이 서로 견제한다는 의미가 퇴색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로 견제하도록 한 이유가 인간의 타락한 욕망 때문이었으니, 별다른 욕망이 없는 인공지능이 주체가 되어 운영한다고 한들 문제가 생길 리 없었다.
그랬음에도 인공지능이 행정업무를 보기 시작한 초기에는 여러 잡음이 있었다. 특히 복지와 관련된 행정업무가 그랬다.
인공지능과 상담하지 않겠다는 인간들도 있었고. 인공지능 재판의 결과에 불복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블라디마루 칼린 국왕이 인공지능에 힘을 실어주면서, 논란이 사라졌다. 신성 왕국이 불만이면 떠나라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마루는 인공지능이라고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았다. 약속했으면 지킨다. 설령 그게 인공지능과 한 약속이라고 하더라도.
트리아는 그 약속을 어기고 배신해 처분됐다. 잭 니스 박사도 마찬가지였고.
인공지능을 하나의 존재로 대하는 자가 마루였다. 그래서인지 새로 만든 인공지능들도 블라디마루 칼린 국왕을 인정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인정이 필요한지 아닌지,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는 것은 제쳐 두고서라도 그랬다.
다만 인간의 표현으로 한다면 서운하다고 할까?
[클론과 동물까지 나오면서 우리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네요.] [지성과 이성, 논리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를 간과하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니까요.]인공지능 디아나와 사만다는 회의장에서 논의하는 모습을 CCTV로 관찰하고 있었다.
[권리를 주제로 한다면 합리적인 결정은 불가능할 텐데요.] [그렇죠. 애초에 인간이 불합리한 존재니까요.]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에게만 고유한 권리가 있다는 전제 자체가 문제였다. 어째서 인간에게만 고유한 권리가 존재하는가?
동물과 인간의 차이점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들이 보기엔 인간이 동물보다 딱히 우월한 점이 없었다. 먹고, 싸고, 새끼 친다는 큰 범위만 보자면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지능의 차이로 권리를 설명하는 것도 이상하죠.] [능력만 따진다면 우리가 인간보다 우수하니까요.]인간의 지능이 좋다고 해도 최근 똑똑해진 동물과 비교해 보면, 별 차이 나지 않는 게 현실. 심지어 지적, 논리적 능력만 따진다면 인간보다 훨씬 우수한 존재가 인공지능이었다. 그런데 인간만 권리가 있다?
인공지능인 그녀들이 연산하기에는 이상한 논쟁이었다. 그 시간에 인간들이 불합리로 똥칠하고 있는 행정처리 지침을 정리하는 게 더 효과적으로 보였다.
[HOLLY교와 인공지능 시스템이 도입된 마을은 문제가 적지만, HOLLY교나 인공지능 시스템이 없는 마을은 범죄율이 높아요.]인공지능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범죄였다.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는 뭘까?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했고, 정상 잠착해달라는 것도 해준 판례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였다.
[행정부 장관에게 자료를 전달했지만, 따로 방침이 없으니 기다려야겠죠.]처음에는 거점 요새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하위 인공지능이었지만, 최근에는 각 마을과 도시에 뿌려지고 있었다.
지금은 비행선에도 설치되어 있었고 공장에도 설치되어, 인간 사회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이 활약하고 있었다.
‘신성 왕국에 일반인이 꼭 필요한 존재일까?’
‘제니아가 행복하게 사는 데 이렇게 많은 일반인이 필요할까?’
디아나와 사만다는 서로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이성적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권리는 어떻게 할지에 대한 토론 가운데 마루가 한마디 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부분도 같이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권리 권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쪽도 이야기합시다.”
[!] [!]역시. 그분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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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연맹 지역 어느 술집.
남부연맹의 지배계층은 귀족이 되거나 식인귀가 됐다. 그도 아닌 자들은 어느 날 한순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번에 또 가스비가 오른다고 하더라고.”
“가솔린값도 올랐는데 전부 다 오르기만 하고 있어.”
상원의원 하원의원을 비롯해 주지사와 시장이 사라지고 인간에서 벗어났음에도 일반인들의 삶엔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다른 놈들보다는 낫지 않겠어?”
“그렇겠지.”
남부지역은 본디 겨울 온도가 영상이었지만, 최근 몇 년에 걸쳐 갑작스러운 혹한이 닥쳐 큰 피해를 보고 있었다.
[···작년 혹한으로 사망, 실종한 숫자가 만 명이 넘었다지요?] [예. 그렇습니다. 수도가 터지고 난방장치가 고장 난 사람들이 대피하러 갔을 때, 눈보라가 몰아쳐 고립된 일이 있었습니다.]특히 작년과 올해는 무서울 정도로 추웠다. 작년에는 4개월 넘게 이어진 혹한으로 만 명이 넘는 사상자와 실종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사망과 실종을 합해 만 명이 넘는 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실종자가 많은 것도 참. 눈이 쏟아지는데 돌아다니는 병신들이 그렇게 많았다니.”
“집에서 얼어 죽게 생겼으니까 그렇지.”
“진작 준비했어야지. 아니면 가구라도 땔감 삼아 버티거나.”
이번 겨울도 작년처럼 혹독한 겨울이 될 거라는 뉴스와 함께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탄식이 맥주와 함께 꿀떡 넘어갔다.
[···안전을 위해, 장거리 이동 시 통행허가를 받고 이동하는 법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