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631)
러스트 [RUST]-631
시끌벅적하던 주점이 일순 조용해졌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통행제한? 지금 저거 통행제한이라고 했지?”
“거기 앞에 볼륨 좀 키워봐.”
“주인장 그 음악도 좀 꺼!”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아저씨 하나가 목소리를 소리를 높였다.
[···통행허가라면 사실상 통행제한이 아닌가요?] [갑작스러운 이상기후로 희생되는 사람들을 줄이기 위한 임시 조치입니다. 시청이나 타운홀에서 신청만 하시면 발급되기 때문에···.]“신청만 하면 발급?”
“이 새끼들 개소리하네.”
“신청만 해서 발급할 거면 앱으로 만들어서 깔았겠지.”
“그렇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이동 제한?”
“이거 선을 넘네. 옆 동네 가려면 도장 찍고 허가받으라고?”
그 많은 총기 난사 사고가 있었어도, 총기 자유화를 지지하는 지역이 있다면 남부였다. 희생자들을 안타까워하는 것과 총기 규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회계약설에 기초해야 한다. 시민이 사회계약을 위반한 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시민군을 형성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무장이 필요하다.
총기가 없었다면 독립할 수 있었을까? 총화기로 무장한 시민이 없었다면 기업형 범죄들을 단죄할 징벌적 배상제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총기 덕에 미국은 초기 변이 바이러스 사태에서 비교적 적은 피해로 버틸 수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
그런고로 대피하다 얼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고 이유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걸 인정할 남부지역 주민들이 아니었다.
“미친 새끼들. 당장 대피해야 하는데 관청에서 허가받고 대피하라고?”
“친척 집에 가겠다는데 허가?”
“어떤 미친 새끼가 저딴 법을 올린 거야?”
“남부의 자유정신을 훼손한 새끼가 누구야?”
“시장이 뭐라고 주절대는지 직접 들어봐야겠어.”
“나도 가지.”
“어이. 그래도 지금 영하 30도라고.”
“영하 30도가 문제야? 당장 통행제한 하겠다는데?”
술집에서 분통 터트리는 사람들은 몰랐지만, 해당 뉴스는 일부 지역 한정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삼삼오오 시청을 향해 몰려간 사람들은 어쩐지 멍한 표정으로 해산했다.
그렇게 마을, 도시, 지역이 영지로 분할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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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확인한 죠셉 마이어 회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표정이 없던 그가 보인 모습이라고는 낯설었다.
“아이고 회장님 또 무슨 문제가 생기셔서 그러시는지요?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절 불러주십시오. 확실하고 깨끗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입안의 혀처럼 굴고 있는 남자를 슬쩍 확인한 눈동자가 다시 서류로 향했다. 영지 분할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구심점이 될 만한 자들은 방송을 보고 바로 행동할 것이고, 그들을 붙잡아 세뇌해서 돌려보내면 골치 아픈 일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대로였다.
단순한 신인류가 됐더라도 상위개체가 되면 특수한 아우라를 발산하기 마련이었다. 그 아우라에 약까지 조금 쓰면 일반인을 길들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사나운 놈들을 길들였으니, 당분간 조용하겠지.”
“그러면 입죠.”
“전파 세뇌는 어떻게 됐나?”
“그쪽도 준비가 끝났습니다.”
“완전히 먹통이 되면 유사시 문제가 되니, 적당히 하도록.”
“그럼요. 걱정 탁 놓으시고 맡겨만 주십시오.”
가볍게 낄낄 웃은 사내가 척- 경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죠셉 마이어는 서류를 내려놨다.
‘미합중국은 무너졌다.’
조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피를 흘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규칙을 잊은 순간부터 미합중국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은폐, 조작, 공작, 선동, 암살, 도청···. 무엇을 하건 우선 명제는 미합중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미합중국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 모든 헌신에도 불구하고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
금융권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중국의 실험실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정말 변이 바이러스 사태가 터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을까? 그에 대한 정보가 없었을까?
알면서 이용하려고 했고, 이용해서 이익을 보려고 했을 뿐이라고? 적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리라는 걸 간과했을까? 그들이?
버지니아 랭리 그리고 손을 잡은 군부는 그 조짐을 먼저 알아차렸고, 그들의 계획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그들이 원했던 질서지만 우리가 세운 질서.
옛것은 가고 새로운 질서가 세워질 것이다.
완벽한 질서로 유지되는 남부지역에서 구(舊) 인류는 안전하게 지켜질 것이다. 그저 몇 명의 희생과 약간의 헌혈을 대가로. 그 정도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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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다.
동물에게 동등한 권리를 준다는 것 자체가 인본주의(人本主義)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인간이 소중한 이유가 뭘까?
반대로 동물이 소중하지 않은 이유는 뭐고?
닭이 불쌍하지만, 치킨은 잃을 수 없다는 기괴한 생각이 나오게 된 계기는 뭘까?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변이를 일으킨 동물들이 등장했다. 그렇지 않아도 똑똑한 동물들이 어지간한 인간만큼이나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직역하자면 지혜로운 인간 또는 슬기로운 인간이라는 뜻은 이제, 인간의 전유물이 되지 않았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해석도 이젠 인간 고유의 특징이 될 수 없었다.
인간을 해석하고 설명했던 성질이 더는 고유성을 갖지 못하게 됐을 때, 마루는 선택해야 했다.
인간을 기존에 있던 동물의 개념으로 생각하거나.
반대로 동물을 기존 인간의 위치까지 끌어 올리거나.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
무엇보다 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한다고 치면, 고기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콩고기는 고기가 아니었다. 거짓 고기.
배양육(cell cultured meat)도 마찬가지. 그녀에게 있어 배양육은 인공합성물이지 진정한 고기가 아니었다.
근데 동물의 권리를 인간과 같게 본다면 자신의 행복 고기권은 어떡하란 말인가?
“일단 바이러스 차단 시설에서 사육하고 있는 가축들이 있으니까 문제없어.”
처음 블라디 아크 타워를 건설했을 때 만든 시설에는 변이를 일으키지 않은 소와 돼지, 닭 같은 가축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고.”
왕국이라는 이름을 건 이유가 무엇이었나? 바로 선택이 필요할 때 결정하기 하기 위해서였다.
“신성 왕국에 합류한 동물은 심사를 거쳐 권리를 주기로 하지.”
이민자들이 심사를 거쳐야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을 수 있듯, 동물들도 그렇게 심사를 거쳐 권리를 주기로 한 마루였다.
“신성 왕국의 법을 지키고 신성 왕국을 위해 헌신하고 의무를 다하는 동물은 신성 왕국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말씀이시군요.”
“당연히 의사소통 능력도 들어가야 하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PD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설치류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설치류의 특성상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많습니다.”
최소생계보장을 가정하면 쥐의 폭발적인 증식은 위험했다. 한 쌍의 쥐가 1년에 300마리에서 최대 1,200마리 넘게 늘어나는데 거기에 사회보장이 투입된다고 하면 감당하기 불가능했다.
심지어 쥐는 하루에 자기의 몸무게만큼 먹을 수 있었다. 단순히 식량 공급만 따진다고 해도 매년 300배에서 1,200배까지 증산하는 건 사실 어려웠다.
“바퀴벌레를 사육하고 진균류를 재배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무한히 번식하는 것을 그냥 둔다면 사실상 쥐가 세계를 지배하게 되겠죠.”
“개체 조절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동족포식을 인정해야 해요.”
후드와 나주연도 PD의 말에 동의했다.
쥐의 동족포식을 인정한다면, 식인귀나 흡혈귀가 사람을 잡아먹는 걸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되면 식인귀나 늑대인간, 흡혈귀도 우리 쪽에 귀의하겠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강제로 변이된 사람들이나 정치적인 신념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할 수도 있겠네요.”
두 사람의 말에 마루가 선을 그었다.
“안 돼. 식인귀나 흡혈귀는 어떤 이유든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변이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식인귀나 흡혈귀는 사람을 잡아먹을수록 강해졌다. 하위개체에서 상위개체가 되는 순간 하위개체를 지배하게 되고,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아우라가 강해졌다.
“놈들은 인간을 유혹하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흔들 수 있어.”
그런 것들이 신성 왕국에 들어와 활개를 친다? 처음에야 신성 왕국의 법을 지키겠지, 하지만 능력이 강해져서 인간을 유혹하고 인간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도 신성 왕국을 위해 헌신할까 아니면 능력을 이용해 문제를 일으킬까?
“애초에 여지를 줄 필요가 없지.”
따라서 설치류도 신성 왕국 기본권을 획득할 수 없게 됐다. 쥐뿐만 아니라 빠른 변이와 폭발적인 번식력을 갖춘 종은 그게 무엇이든 권리획득을 제한하기로 결정됐다.
인공지능에 대한 부분도 손을 본 마루였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교체, 삭제, 처분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시작합시다.”
동물에게 권리가 있고 동물들이 권리를 획득할 수 있게 했다지만, 당장 모든 권리를 인간과 똑같이 줄 수는 없었다.
“시장 참여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까마귀와 늑대는 PX(Post eXchange, 군매점)과 일부 편의점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을 확대하기로 했다.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신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했고, 이는 부동산과 신용 카드, 보험 같은 상품을 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까마귀와 늑대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참여하자, 신성 왕국의 경제규모는 급성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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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아악?
“이번에 깃털 에센스가 새로 나왔는데 어떠세요? 신기술로 만든 거라 한 번만 사용하셔도 깃털에 윤기가 흐르고 오염에도 정말 강하답니다.”
컹?
“최고급입니다. 이게 합성 힘줄이 아니라 버펄로 힘줄입니다. 지금이야 버펄로 힘줄을 구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까마귀와 늑대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매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만큼 위축된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인간들만 받았던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까마귀와 늑대들의 충성심은 하늘을 꿰뚫었다. 이 모든 것이 그분의 결단으로 이뤄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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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몬트리올(Montréal)은 여러모로 시끄러웠다.
기순이 천 명이 넘는 나루 클론들과 함께 도착하면서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과 용병들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했다.
“어우 씨- 얼굴 봤냐?”
“물 마실 때 봤어.”
“죽여주더라.”
“미치겠네.”
사태가 터지기 전 유명한 아시안 아이돌이 있었다. 그보다 더하다면 더한 미모.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예쁘다는 건 모두가 인정할 정도였다.
심지어 피부에 잡티 하나 없었다. 말 그대로 사람보다 인형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혈기 왕성한 용병들과 군인들은 눈이 돌아갔다.
몬트리올에 있는 여자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여자들이었다. 2년 넘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모진 풍파를 받은 흔적이 역력한 여자와 생산된 지 2개월 남짓한 나루 클론은 확연히 차이 날 수밖에 없었다.
“클론이라며?”
“천 명이 전부 똑같이 생겼겠지?”
“천 명이 넘는데, 어떻게 안 될까?”
“아- 말로만 그러지 말고 민원이라도 넣으라고.”
용병들이 들썩이자, 병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루 클론들은 등장했을 때부터 유명해졌고 급기야 ‘나루즈’라는 걸그룹이 생각나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쟤들은 휴가도 없는 거야?”
“나루즈에게 휴가를!”
“외박이나 외출도 없잖아?”
“나루즈에게 외박과 외출을 허하라!”
“클론이라고 가둬두는 건가?”
“나루즈에게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