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637)
러스트 [RUST]-637
이상한 놈들을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한 결과는 암울했다.
도망친 사람들은 지하로, 우물로, 숲의 구덩이로 도망쳤다. 영하 40도가 넘는 맹추위와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자들이 선택한 것은 식인귀가 되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비말이나 체액만으로 감염됐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식인귀가 될 수 있을까?
···먹자.
그들은 식인귀가 아니었음에도 식인귀의 시체를 먹었고, 먹은 자들 가운데 소수만 식인귀가 되어 감염되지 않은 자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어?’
이상한데?
에리카는 조금 전 읽은 것과 현실의 시간이 다름을 알아챘다. 학살이 있고 나서, 식인귀가 된 것이 아니었다.
3차례에 걸친 학살에서 도망쳐오는 사람들을 지하의 어둠 속에서, 말라버린 우물에 생긴 동굴에서, 숲의 그늘에 감춰진 구멍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식인귀들이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무엇이든 먹었다. 바퀴벌레, 쥐, 지렁이, 달팽이 그리고 인간까지. 그게 무엇이든. 먹고, 먹고, 또 먹는 과정에서 전신의 털이 빠지고, 피부가 탈색됐다.
털을 대신한 것은 끈끈하게 흘러나오는 점액질이었다. 어둠에 동화되기 쉽게 생긴 얼룩들이 전신에서 꿈틀대는 모습.
인간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린 식인귀의 기억은 전부 먹는 것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 에리카가 토악질했다.
우웨에엑-
“저. 저···.”
차마 못 하겠다는 말을 잇지 못하는 에리카였다.
“괜찮아. 들어가서 쉬도록.”
마루는 식인귀 사태가 터졌을 때 들었던 소식을 떠올렸다.
유럽에서 중국인들이 많은 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였다. 명품 산업이 융성한 두 나라는 수작업하는 명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중국에서 수입해다 썼다.
이탈리아에서는 중국 공안이 치안을 담당하는 도시가 있을 정도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명품 공장 인근에는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많다는 것은 중국 식자재 마트가 많다는 것이고 그것은 새우맛 분말이 많았다는 뜻이었다.
식인병에 걸린 중국인들이 늘어났을 때, 세계 각국에서는 동양인을 때려잡았다. 그들의 눈에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동양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여! 식인귀다!’
‘아니- 난 아니요. 난 아니오.’
‘저 새끼 아까 길바닥에 똥 싸는 거 봤어!’
‘죽여라!’
‘일본. 재팬. 일본인. 와따시와-’
‘코리언. 코리안. K-POP. 강변스타일.’
그 가운데는 태국인도 있었고 베트남인도 있었지만, 사방으로 퍼진 식인병에 일가친척을 잃은 유럽 사람들의 분노를 피할 길 없었다.
남방계 중국인들은 동남아 북부와 비슷하게 생긴 자들이 많았고 북방계 중국인들은 한국이나 일본계와 비슷하게 생긴 자들이 많았기에 생긴 일이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살인, 폭력 사태가 점차 증가하자 중국인들은 분개했다.
‘식인병? 식인귀? 그야말로 네놈들이 아니더냐!’
‘홍모귀, 황모귀, 벽안귀, 귀신이란 말은 네놈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네놈들은 안전할 거 같냐?’
‘카아아악- 퉤- 어디 네놈들도 당해봐라.’
식인병에 걸리고도 잡히지 않은 중국인들은 도망치고 도망치며 사방에 똥을 칠하고 침을 뱉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식인병의 광역 확산으로 이어졌다.
변이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도 그들을 혼자만 죽을 수 없다는 듯 엘리베이터 버튼과 식수원, 식당의 식기를 비롯해 심지어 화장실 수도꼭지에 침을 뱉곤 했다.
낯선 땅 유럽에서 식인병이 비말 전염력을 잃기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중국인들의 복수심(?) 가득한 전파력은 악의에 가깝게 표출됐다.
그리고 오진 제약에서 식인병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오면서 유럽은 폭탄을 쌓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식인귀가 된 자들은 신인류라고 판단한 자들. 유력 가문과 자산가 일부가 아니면 범죄 조직이었다.
상위개체가 하위개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식인귀가 되길 주저하지 않았고 상위개체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하지만 유럽은 그게 아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식인귀가 생겼다. 1,000명이 사는 마을에 한 명의 식인귀가 생기면, 큰 문제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1,000명 가운데 50명이 식인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번만 식욕이 발작해도 최소한 50명이 사라지는 상황. 거기에 상위개체가 되겠다고 더 먹어대는 놈이 여럿 생긴다면?
오진의 치료제를 먹고 식욕을 제어하는 식인귀도 있었지만, 몇은 먹는다고 해놓고 지배력을 올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이 모여 식인귀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 옛날 마녀사냥처럼.
“쯧- 엉망이네.”
마루는 정보추출기로 뽑은 정보와 에리카가 사이코메트리로 확인한 정보를 확인하곤 고개를 흔들었다.
‘마녀사냥을 해서 성공해서 식인귀를 뿌리 뽑았으면 모르겠는데 실패했지.’
정치력이 있는 식인귀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가 피를 보고 흥분한 사람들을 선동하는 데 성공했다.
‘위대한 프랑스가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국노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식량 자급률은 300%가 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은 굶주리는 것입니까?’
‘영국 해적, 미 제국주의자에게 빌붙어 프랑스의 농산물을 밀수하는 작자들이 우리를 굶주리게 하는 것입니다!’
‘정부를 믿지 마십시오. 제국주의자에게 놀아나는 정부, 해적의 뒤나 닦아주는 정부. 우리의 생존은 우리의 손에 달렸습니다.’
‘무장하라! 시민들이여!’
‘매국노를 처단하자!’
그렇게 첫 희생자가 서부 항구 지역이 됐던 것. 넘치는 시체 속에서 식인귀들은 배부르고 강해졌다.
상위개체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식인귀들은 체계가 잡혔다. 그리고 분노에 사로잡힌 민중들은 고스란히 반란군, 반정부군이 되고 말았다.
“그···.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딕 헤롤드는 조심스러웠다. 블라디마루 칼린이라는 공포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자신과 빌어먹을 듀이 둘 뿐이었다.
“어떻게···라.”
“······.”
용병들 대다수는 과장된 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일부 현장을 목격했더라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자신도 능력자가 됐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몇몇은 대놓고 용병대를 조직해 독립을 꿈꾸는 병신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 딕 헤롤드는 이런 머저리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었다.
고작 52명 자신과 듀이를 제외하면 50명이 하나같이 어딘가 머저리였다. 그래서 딕은 처음에 자신이 예측한 게 옳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병신들은 지랄하다 뒈지거나 유럽에 남거나. 둘 중 하나다.’
근데 이런 시발···. 자신이 병신들 우두머리가 됐네?
딕 헤롤드는 억울했다.
만수무강할 방법은 공을 세우는 것.
저런 폐급들로 성과를 보이면, 그냥 버리지는 않겠지. 무개념 듀이도 눈치는 빠삭해서 분위기 잘 맞춰주고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딕은 어떤 계획인지 알아야 했다. 그래야 박자도 맞출 것 아닌가?
“본래 계획대로라면 서부에서 정보를 얻은 뒤, 프랑스 정부와 협상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아.”
“그렇지요. 일단 내전이 터졌으니까요.”
반란군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법은 기각. 반란군의 윗부분이 식인귀라는 것을 안 이상. 반대면 모를까 반정부군 편에 설 일은 없었다.
프랑스 정부를 무시한 채, 프랑스 중앙은행을 털어버릴 수도 없었다. 프랑스도 엄연히 핵보유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프랑스 정부가 무너진 상태였으면 좋았을 것을.’
제국에서 정보로 장난질을 친 걸까?
유럽 전역이 난장판이 됐다고 했었는데.
난장판이 되기는 했지만 이런 식의 난장판은 아니었다. 이민자들과의 갈등에 더해 종교와 인종 문제로 내전 가까운 상황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보니, 중국 문제와 식인귀 문제가 더 컸다.
덴 브라운이 준 정보도 그렇고 솔직히 그랬다. 지금쯤이면 프랑스 정부가 사라져 무정부 상태가 됐으리라 예상했다.
설령 난민 문제, 인종과 종교 갈등이 아니더라도 프랑스가 무너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단정했던 이유는 갑작스러운 기후변화 때문이었다.
프랑스만 하더라도 북부를 제외하면 대체로 온난한 기후였다. 당연히 단열과 냉난방이 빈약한 주택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는 집이 많았던지라 갑작스러운 혹한과 폭염을 견디지 못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정의 목적은 아시다시피 금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꼬였습니다.”
마루의 직설적인 이야기에 딕 헤롤드는 자기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서부에 착륙한 것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의미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 어떤 방법을···.”
“용병대를 이끌고 내전에 참가하십시오. 대금은 금으로 받기로 하시고.”
“프랑스 내전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 그건 다른 대원들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용병대원들과 상의해야 한다는 회피는 통하지 않았다.
“자료를 보니, 용병답게 자기 주머니 채우기 바쁘더군요. 희생된 2명도 그렇게 욕심부리다가 당한 것이고요. 아닙니까?”
“······.”
“국왕이 직접 친정하고 있음에도 뒷주머니를 채우는 데 혈안이 돼서 한다는 말이, 자기들은 용병이라서 그렇다고 하는 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그것은 전부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딕의 필사적인 항변이 먹힐 마루가 아니었다.
“전부는 그렇지 않았죠. 딱 한 팀은 자기 일을 우선 했더군요. 3시 방향을 수색한 팀 말이죠. 나머지 전부가 개판이었고 말입니다.”
“······.”
꿀 빨겠다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쳐도, 애국심도 없고 충성심도 없는 것들이 능력 각성했다고 꺼드럭거리는 걸 참을 마루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용병들이 장비한 무기류, 보급품 전부 신성 왕국에서 지급한 겁니다. 그걸 앞으로도 계속 공짜로 쓰려고 했습니까? 용병이 이익 추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마찬가지로 신성 왕국도 용병을 용병처럼 대접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
딕은 마루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챘다. 자기 생각이 맞았다. 지금 이곳에 온 용병들은 사실상 신성 왕국에서 내쳐진 것이었다.
말이 용병을 용병처럼 대접하겠다는 것이지. 신성 왕국 소속 용병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지급하던 모든 보급품에 가치를 매기겠다는 뜻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신성 왕국의 최신 장비를 앞으로도 계속 굴리려면 금을 가져오라는 이야기.
“저기 달팽이같이 변한 놈들 편에 서는 건 생각 잘해야 할 겁니다. 그놈들 편에 섰다가는 칼을 맞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식인귀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했던 사람이 그쪽에 붙지는 않겠지만, 노파심에서 하는 말입니다.”
“폐. 폐하. 저는 신성 왕국 국민입니다.”
딕의 조아림에 마루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부연맹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는 이유로 불만이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았고요. 아닙니까?”
전부 알고 있었다. 자신과 듀이가 했던 이야기를. 설마 이제까지 모든 대화가 감청되고 있었던 걸까?
수위 높은 발언을 했음에도 제재가 없었기에 도청 걱정은 하지 않았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 그냥 있었던 것.
“저. 저는 시민권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해했다?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지금부터는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루는 냉정했다.
지금부터 자유 용병대로 자유롭게 활동할 것.
열심히 일해 금 거래로 신용 점수를 쌓다 보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딕 헤롤드와 용병대를 내보낸 마루가 비행선을 움직였다.
“파리로 가지. 프랑스 정부와 만나봐야겠어.”
신성 왕국 국왕이 직접 보자고 하면 응대하겠지. 신성 왕국에 필요한 것은 금이었고, 프랑스 정부에 필요한 것은 병기였다. 신성 왕국산 엑소슈트와 신형 무기체계라면 충분히 먹힐 것이다.
[목적지. 파리. 함대 이동합니다.]‧
‧
‧
그렇게 도착한 파리는 얼어붙어 있었다.
[난방열로 잡히는 열기가 없습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엔 인기척 하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