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670)
러스트 [RUST]-670
철컥?
반쯤 불에 탄 흡혈귀는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재빨리 피한 흡혈귀에게는 안타깝게도 그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김 양이었다. 그녀 또한 쏘는 데 있어 만큼은 탁월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른쪽으로 몸을 던져 김 양의 총구를 피하려고 했지만, 흡혈귀가 몸을 던진 곳에는 이미 총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 잠깐.”
김 양은 대답 대신 방아쇠를 당겼다.
탕!
20mm 대괴수용 특수탄이 흡혈귀의 오른쪽 가슴어림에 주먹만 한 구멍을 냈다. 흡혈귀라고 하니 안전하게 심장을 겨눴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그 짧은 순간에 몸을 비틀어 피하려고 한 결과였다.
컥-
일반인이었다면 수류탄 터지듯 터졌을 것을 흡혈귀 특유의 탄력 있는 육체인지라 구멍이 뚫리고 만 것. 폐와 간, 위장이 뜯긴 흡혈귀가 철퍽- 주저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숯이 된 부분을 재생하려고 에너지를 몰아 쓰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20mm 탄에 처맞은 결과는 비참했다.
끄- 끄어어어억-
흡혈귀의 전신이 오그라들면서 순식간에 80살 먹은 할머니처럼 피부가 쭈그러들기 시작하는 모습.
흥-
김 양은 자비 없이 흡혈귀의 머리통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아악- 핏물이 툭 터진 붉은 눈으로 그녀를 노려본 흡혈귀가 필사적으로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정신파 상쇄합니다.]전용 엑소슈트에 달린 보조 인공지능이 강력한 정신파를 상쇄했다는 보고를 올렸다. 오우- 김 양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대뜸 방아쇠부터 당기던 년이 우뚝 멈추자, 지배력이 통한 줄 안 흡혈귀가 폐에 차오른 피를 왈칵 뱉곤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헬멧 벗고 목 내밀어-”
탕!
20mm 벌컨포 한 방에, 흡혈귀의 머리통이 산산 조각났다. 머리가 날아갔음에도 재생을 하려는 몸뚱이는 에너지를 끌어쓰다 쓰다 못해 말라 비틀어졌다.
와사삭-
스치는 바람에 가루로 부스러지는 흡혈귀의 시체.
[교전 영상 확인 바람.] [알파 확인.] [브라보 확인.]···
···
[빅터 확인.] [위스키 확인.]5인 1조의 친위대와 토벌대가 김 양의 교전 영상을 공유했다. 그녀는 바로 추가 사항을 전달했다.
[재생력 굉장히 강함.] [심장을 쏴도 재생 가능성 있음. 약점은 머리임. 머리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재생력이 떨어질 때까지 급소를 공격할 필요가 있음. 이상.]삑- 삐삐삐삑-
김 양이 전개한 16개의 드론 중 하나가 400m 전방에 움직이는 생명체를 포착했다. 등판이 홀라당 타버린 늑대인간이 무너진 잔해를 뒤지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있었다.
[늑대인간 발견. 재생력 강해 보임. 머리를 중심으로 공격하겠음.]400m 거리는 그녀에게 있어 식후 간식거리.
타앙!
둔탁한 총성과 함께 핏방울이 튀는 모습이 HUD(Head Up Display)에 가득 잡혔다.
어쭈? 피해?
볼이 쭉 찢어진 늑대인간이 김 양이 있는 곳을 향해 미친 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양은 그런 적극적인 모습. 싫어하지 않았다.
위이이이이이이잉!
투다다다다다다닥!
‧
‧
‧
까마귀와 늑대는 상위 개체 식인귀나, 늑대인간, 흡혈귀의 정신파 공격에 당할 위험이 있었기에 같이 오지 않았다.
까마귀나 늑대가 있었다면 적들을 빨리 색출할 수 있었겠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장에 투입할 필요는 없었다. 정찰과 수색 가능한 항공 드론이 있었기 때문.
다양한 센서와 인공지능 제어로 무장한 초소형 드론은 벌떼처럼 움직이며 적을 찾았다. 일단 적을 찾으면 주변에서 제일 가까운 토벌군에게 연락이 가고, 토벌군은 5인 1조로 움직이며 적을 제거했다.
[생포는 없다.]마루는 냉정했다.
생포?
수소 폭탄 폭격 직전, 만에 하나를 생각해 정찰드론을 이용해 다시 확인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놈들이었다.
죠셉 마이어가 마루를 회유하기 위해 보낸 자료와는 전혀 다른 현실이었다. 그는 남부 연맹의 수직적 계급 사회가 인류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소와 돼지, 닭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힘쓰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
‘방법이 조금 거칠기는 해도 인간의 멸종을 막을 방법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생명공학이 발달하면 인간과 신인류와의 관계도 변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자면 개와 인간과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말. 개는 인류에게 있어 좋은 동반자이자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먹거리가 풍족해진 뒤로, 개는 반려동물로 자리를 잡은 것.
인류와 신인류의 사이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죠셉 마이어 회장의 설득은 사뭇 진지했다.
‘특이점에 도달한 연구 역량이라면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식인하지 않더라도 능력을 강화할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혈액이 아니더라도 귀족의 갈증을 채울 수 있게 된다면, 지금 같이 서로 견제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신성 왕국의 기술력으로 남부 연맹의 족쇄를 풀어주기만 되는 겁니다. 우리가 굳이 싸울 이유가 있습니까?’
폭격하기 직전 죠셉 마이어와 마지막으로 교신했던 내용을 떠올린 마루였다.
싸울 이유가 있느냐?
당연히 있었다.
죠셉 마이어가 말한 그 모든 이야기의 전제 조건은, 신성 왕국이 특이점에 도달한 기술을 공개하거나, 그 기술을 사용해 식인귀, 흡혈귀의 약점을 없애주고, 장점을 강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전쟁은 일반인들의 피해가 크니, 전쟁은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이니, 굳이 우리가 전쟁할 필요는 없다느니 그 모든 썰 뒤에 숨겨진 의도는 하나.
전쟁하지 않았을 때의 모든 위험은 신성 왕국이 감수하고, 남부 연맹은 이익만 얻겠다는 것이었다.
남부 연맹이 진정으로 전쟁을 피하려고 했다면, 자연산 귀족이니 어쩌니 하는 뜻 모를 소리를 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협상을 준비했을 것이다.
‘자연산 귀족이라고? 내가?’
웃기는 소리. 죠셉 마이어가 왜 착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부 연맹이 신성 왕국 편에 서겠다는 말을 했던 이유가 자연산 귀족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면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자연산 귀족이 왕이니 어쩌니 하면서 목줄 잡으려고 했을 테니까.’
만약 그런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뜨린다면 피곤한 건 마루였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한 문장이면 충분해도 그걸 반박하려면 책을 써도 부족할 테니. 제일 확실한 건 그럴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마루는 정찰드론이 표시한 장소에 도달했다.
[칙- 늑대인간도 머리가 약점임. 팔다리 뚫어도 전투력 금방 회복함.]김 양의 분석이 귓가를 맴돌았다.
친위대와 토벌대 모두 그녀의 말대로 적들을 벌집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 현재까지는 주로 수소 폭발로 상처 입은 적들을 정리하는지라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칙- 수색해야 할 범위가 너무 넓음. 뉴욕이나 시애틀, 샌프란시스코나 LA와 너무 다름.]6차선에서 8차선을 쭉 뻗은 도로를 사이로 커다란 건물들이 듬성듬성 박힌 텍사스 특유의 도시 계획은 도심을 둘러싸고 조그만 요새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낮고 크고 튼튼한 건물들이 넓은 주차장을 끼고 있었기에, 수색하지 않고 지나칠 수도 없었다.
수색‧섬멸 시뮬레이션과 차이 나는 부분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집중력 소모였다.
드론과 인공지능을 이용하기에 친위대와 토벌대의 정신력 소모가 거의 없다는 가정으로 시뮬레이션이 돌아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전투자극제 사용을 허용한다. 놈들이 뭉치기 전 확실히 타격해야 해.]마루는 전투자극제의 사용을 승인했다. 샬롯 그룹의 버서커 폴이나, 중국의 크리스털에 비교한다면 효과가 약간 떨어져도 부작용이 없는 각성제였다.
[칙- 알겠음.]김 양의 지휘 아래, 토벌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블랙 드레이크급 비행선에서 들어온 보고.
[정신파가 집중적으로 발산되고 있습니다.]높은 고도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마루의 HUD(Head Up Display)에 발산 위치를 표시했다.
수소 폭탄이 떨어진 인근에서 폭주하듯 치솟은 정신파 발생률 지도. 살아남은 고위 식인귀와 흡혈귀들이 직속 부하들을 끌어모으는 듯했다.
[김 양에게 자료 보내.] [자료 전송했습니다.]그리고 샌 안토니오(San Antonio)와 오스틴(Austin) 사이. 애매한 곳에서 정신파가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마루는 지도를 확대했다.
‘워터-파크(Water-park) 근처?’
정신파가 왜 저기서?
식인귀들이 단체로 워터파크에 갔을 리도 없고.
‘흠-’
무언가 찝찝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루는 그런 느낌을 간과하지 않았다.
[친위대 1개 소대, 토벌대 3개 중대. 지금 지도에 표시한 곳으로 집합.] [제일 가까운 부대에 전달했습니다.]마루는 찝찝함이 느껴지는 장소로 직접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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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두절. 생체 통신기도 전부 먹통입니다.”
“EMP(전자기 펄스, electromagnetic pulse, EMP) 공격이 확실합니다.”
EMP 공격만 했을까?
불길한 생각에 죠셉 마이어는 EMP로 고장 난 생체 통신기를 옆으로 치웠다.
“군부와 귀족원에서는?”
“연락 없습니다.”
수직적 사회구조가 정립되면서 군부대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였다. 영관급 계급이 사병들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배력에 오래 노출되면 될수록 자연스럽게 장악할 수 있으니, 당연히 장군이 거주하는 근처에 직속부대를 주둔하게 했다.
‘대도시가 오히려 공격받지 않지, 대도시에 핵이나 대량살상무기(大量殺傷武器, 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를 사용하지는 않을 테니.’
‘국경을 지키는 부대 외에는 대도시 중심으로 병력을 주둔하는 게 맞아. 보급도 그렇고.’
이미 부사관급 인력 대부분 하급 신인류가 됐다. 일반 사병 가운데 숙련병도 조금씩 하급 신인류로 바꾸고 있었기에 신선한(?) 인육의 공급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같이 영하 40~50도를 넘나드는 계절을 고려한다면 인육의 보급이 수월하려면 아무래도 대도시 인근이 유리했다.
텍사스만 하더라도 695,662km²에 달하는 면적이었기에 넓어도 너무 넓었다. 주둔지를 대도시에서 먼 곳에 세웠을 경우, 문제가 되는 건 필수 보급. 어떤 이유든 수송에 문제가 생긴다면 필수 보급(?)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았다.
‘100마일만 떨어져도 보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그렇습니다. 최대한 대도시 인근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렇게 남부 연맹의 연합 부대는 대도시 인근에 자리하게 됐다. 그것도 텍사스의 대도시에.
이유는 간단했다. 텍사스 대도시 인구보다 다른 6개의 주(州) 전체 인구가 더 적은 곳도 있었기 때문.
보급(?)의 안정성을 택한다면 인구밀도가 높고 인구도 많은 쪽이 유리했으니, 주력 부대가 텍사스 대도시로 이동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핵이 떨어진 것.
“핵입니다!”
“수소 폭탄 공격이 확실합니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상위 개체와 귀족들이 정신파로 아우성치고 있었다. 샌 안토니오에 있던 위장 본사가 증발했고. 댈러스와 휴스턴에 있던 지사의 반응도 사라졌다.
고고도에서 터진 EMP가 1발, 그리고 3곳의 대도시에 각각 1발씩 총 4발의 수소 폭탄이 떨어졌다.
“반격은?”
선전포고한 놈들은 신성 왕국.
당연히 핵 보복의 목표도 신성 왕국이었다.
생체 통신기를 비롯한 전기, 전자 장비는 대부분 먹통이 됐기에, 상위 개체의 지배력으로 의사 전달을 하고 있었다.
“지휘 통제가 무너졌습니다.”
“왜?”
모든 것이 엉망진창.
대도시에 있던 장군, 장교들이 핵에 맞으면서, 살아남은 장군과 장교들이 내뿜은 정신파는 ‘살고 싶다.’는 것이 대부분.
그 결과 하급 식인귀들은 자신들의 상관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도시로 달려갔다. 반격보다 구원이 우선이 된 것.
버지니아 랭리 컴퍼니와 연결된 자들을 이용해 반격하는 것도 힘들었다.
“EMP로 발사대가 고장 났다고 합니다.”
“엔진이 얼어붙어서 녹이고 있습니다.”
“최소한 24시간 이상 걸립니다.”
죠셉 마이어 회장의 무표정한 얼굴에 균열이 갔다. 그리고 그건 시작이었다.
“신성 왕국의 지상군. 현재 이곳으로 접근 확인.”
“대대급 병력입니다.”
“전원 엑소슈트로 무장. 최소 3개 중대 이상으로 확인.”
“신성 왕국의 친위대 확인.”
놈들이 여길 어떻게 알았지?
죠셉 마이어의 눈빛에 불신이 깃들었다.
이곳은 군부와 귀족원에도 비밀로 한 본사였다.
배신? 누가?
본사의 위치를 알고 있는 직원 자체가 소수인데?
대부분은 위장 본사를 진짜 본사라고 알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 상황이 급박해 졌다.
“회장님! 외곽 경계를 맡은 직원들과 연결이 끊기고 있습니다!”
외부에 있는 직원들이 죽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