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02)
러스트 [RUST]-702
까마귀를 동원한 국경지대 정찰과 수색이 시작됐다.
“그. 원정대가 잡아온 개미 샘플이 있으니까요. 산을 추출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안전하게 샘플 추출로 먼저 시험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나주연의 의견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수색 명령을 바꾸지 않는 마루였다.
“시험한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개미와의 싸움에서 까마귀를 배제할 수는 없어.”
만약 변이 개미의 개미산이 까마귀의 깃털을 녹일 정도라고 한들, 개미와의 싸움에서 까마귀를 빼고 갈 수는 없었다.
“마연시. 아니, 시뮬레이션에 사용하고 있는 가상 현실도 치명적인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후드가 약간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오류지?”
“기존의 정보와 현재 입력된 정보가 뒤섞인 채 구현되면서 생기는 오류죠.”
“···지금 같은 경우가 그렇다?”
“네. 샘플로 잡아온 변이 개미의 정보와 기존 개미의 정보. 까마귀가 개미산을 이용해 기생충을 잡고 몸을 깨끗하게 하는 기존의 정보가 뒤섞여. 우리 까마귀들이 개미산에 면역인 시뮬레이션이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정보를 다루는 후드인지라, 그냥 흘려들을 말은 아니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 그래도 지금 까마귀를 투입하는 게 맞아.”
마루는 특유의 감각으로 개미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요소가 까마귀임을 알아챘다.
“괜찮겠냐? 까마귀들이 항공 정찰과 수색한다는 걸 개미들이 알아차리면 대응을 할 텐데.”
“그러라고 지금 보낸 거다.”
똑똑한 개미들인지라, 바로 까마귀가 이쪽 편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당연히 지상 작전을 변경할 것이고 지하로만 움직이게 되겠지.
마루가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은 봄.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는 계절이었다. 개미들이 까마귀 정찰을 의식해 지하에 굴을 판다면 배수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아무리 주요 땅굴의 위치를 숨긴다고 한들, 배수로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배수 구멍은 땅굴과 멀지 않은 곳에 반드시 생길 터.
“놈들의 이동 방향이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면, 항공 정찰이 가능한 우리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된다.”
기순은 마루의 발상을 가만히 들었다.
‘배수구에 까마귀 정찰이라.’
개미 군단의 밀집도를 보면 전자기기 간섭이 생긴다고 봐야겠지.
‘전파장애와 통신두절, 전자기기 먹통이라면 드론은 쓸 수 없다.’
과연. 거기까지 보고 까마귀를 우선 투입한 건가? 똑똑한 까마귀들이니 예상외의 반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까마귀 공중정찰과 봄이라는 계절적 특성을 이용해 개미의 작전 반경과 방식을 강제로 제약한 뒤, 가상 현실 시뮬레이션 결과를 검증하면서, 동시에 까마귀 부대의 실전 경험까지 채우려는 심산이었던 것.
마루 녀석 전투와 관련되면 지능이 튀기라도 하는 건지. 곱씹어 생각해도 손색없는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거기에 여왕개미의 흔적까지 찾으려고 하겠지.’
전쟁, 전투 관련 판단 속도는 압도적인 마루였다.
‘어디까지 가려나.’
제한적인 국지전? 전면전을 앞둔 탐색전?
과연.
기순의 가늘어진 시선이 개미 원정대가 뚫고 나온 루트를 되짚었다.
‧
‧
‧
까아아아악! (개미를 잡아!)
쪼아아아악! (쪼아 버려!)
변이를 일으키면서 까마귀들의 덩치가 커졌지만, 무스나 버펄로 갈매기나 매처럼 덩치 위주로 커진 건 아니었다.
까마귀들은 덩치보다는 지능과 깃털의 변화가 더 컸다. 일반적인 까마귀들도 6~7세의 지능이었는데, 신성 왕국의 까마귀들 지능은 훨씬 뛰어났다.
김 양과 간호사를 상대로 체스를 둘 정도였고 지능과 순발력이 필요한 범죄수사나 감시 업무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까마귀였기에 여왕개미의 수색과 추적, 배수로나 배수구 탐색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까마귀들이 알아서 조를 나누고 지역을 나눠 수색했기 때문이었다.
효과적으로 작전을 펼친 까마귀들은 개미들이 뚫어 놓은 배수구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고, 배수로 끝에 있는 땅굴의 위치까지 파악하는데 이르렀다.
까아아악? (여왕이 있는 쪽은?)
끄악? 끄악? (이쪽? 저쪽?)
사방으로 흩어졌던 까마귀들이 한곳으로 모여 정보를 모았다. 개미 군단의 진행 방향. 주요 땅굴의 위치 등은 확인했지만, 여왕개미의 위치는 알 수 없었다.
까악- 까아악! (저쪽에서 개미들 저항이 심했어!)
까아아아아!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거기까지!)
까마귀들이 블라디 아크 타워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
까마귀들이 확보한 정보는 간호사를 통해 즉시 전달, 공개됐다.
보고를 받은 마루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예상보다 희생이 커.’
한 마리도 잃지 않으리라 예상했었는데, 두 자릿수의 까마귀들이 귀환하지 못했다.
만 단위가 넘어서는 전체 숫자를 고려하면 미미한 희생이었지만, 마루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공중에 있는 까마귀를 공격할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개미 새끼들 까면 깔수록 찝찝하네.’
지도위에 빼곡하게 표시된 정보를 곱씹던 마루가 실종된 까마귀들이 수색한 지역을 바라봤다.
“이쪽에 뭔가 있다는 이야긴데. 그냥 넘길 수는 없겠는걸.”
“동감이다. 무엇보다 까마귀가 실종됐다는 건 확실히 그렇지.”
기순도 까마귀 실종에 의구심을 보였다. 후드와 PD도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까마귀의 실종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싶었다.
“실종 까마귀 수색과 더불어 정밀 조사를 할 필요가 있겠어.”
“순항미사일로 인근 지역을 폭격한 뒤. 까마귀를 투입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순항미사일은 개미 군집 때문에 오차가 커질 수 있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탄도 미사일이 더 좋은 선택 같네요.”
“해당 지역에 미사일 폭격 후, 까마귀 부대로 정밀 수색하지.”
순식간에 대응 방안이 합의됐다.
“에- 또- 근데 개미들이 수를 읽는다면서요. 그러니까 지금 거기요. 함정일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실종된 까마귀를 수색하러 가는 까마귀 수색대를 노린 함정?”
까마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간호사가 말했다.
“네. 개미들 머리 좋다니까. 더 큰 걸 노리고 함정을 팠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오- 그럴 수도 있겠군요.”
PD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루는 고개를 저었다.
“반대일 수도 있어.”
“에? 반대요?”
간호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함정일 수도 있지 않냐?’는 이야기에 갑자기 반대일 수도 있다니. 함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반대?
기순이 이야기를 쉽게 풀었다.
“대놓고 특정 방향에서만 까마귀들이 실종됐으니, 우리가 그 방향에 신경 쓰도록 함정을 판 것일 수 있다는 거죠?”
“네.”
“우리가 그렇게 함정이라고 판단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에에엣?”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것을 숨기려고 우리의 관심을 그쪽으로 끌었다거나. 아니면 그쪽을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우리의 전력을 가늠하려는 것이라면요?”
흔적을 발견했는데, 그 흔적이 의도된 함정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이라고?
간호사의 눈동자가 퀭하게 변했다.
‘뭐야 이거. 개미 무서워.’
수를 읽을 줄 아는 적과 싸운다는 것은 복잡한 선택지가 증가하는 걸 의미했다.
‘아무래도 영 찝찝하네.’
생각하면 할수록 개미들 하는 짓이 마음에 걸렸다. 죠셉 마이어의 버지니아 랭리와 엮였을 때 비슷할 정도로 더러운 느낌.
마루의 시선이 지도를 향했다.
“지금까지 정보를 전부 분류해 변수를 찾도록. 각 변수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독립적으로 만들어서 시뮬레이션 돌려보도록 하지.”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변수를 너무 많이 넣고 돌리면 현실에서 동떨어진 결과가 나오듯, 변수 하나하나를 독립 시나리오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후드의 의견.
“지금 우리가 당면한 적은 인간이 아닌 개미다. 놈들이 수를 읽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그런 것일 뿐.”
결과가 수를 읽는 것처럼 보여도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
“놈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단순한 과정과 결과를 봐야 할 필요가 있어.”
마루의 판단에 다들 동의했지만 그렇게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여러 상황에 대한 개별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들어간다면 연산자원이 부족할 겁니다.”
“그 말 대로에요. 현재 한계 가까이 연산자원을 사용하고 있어,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연구지원이 멈추게 될 겁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마루였다.
“수상 도시 건설, 수소 폭탄 제조, 개미 분석, 살충제 분야를 제외한 다른 연구 과제 가운데 전쟁에서 써먹을 수 없는 부분은 일시 중지한다.”
상황을 정리한 마루가 선언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전쟁을 선포한다. 모든 체계는 전시체계로 바꾸고 징병을 시작한다.”
개미 원정대에서 시작된 물결이 총력전 선포에 이르렀다.
“······.”
“······.”
“······.”
“······.”
갑작스러운 마루의 총력전 선포에 회의실이 침묵에 잠겼다.
남부 연맹과 전쟁했을 때도 총력전 선포를 하지 않았는데, 개미와 싸우는데 총력전을 선포한다고?
개미가 그만큼 위험하다고 판단한 건가?
그 특유의 촉이 발동했나?
의구심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그분께서 총력전을 선언하신 이유가 있겠지.’ 하는 믿음까지. 사람들은 조용한 만큼 흔들렸다.
침묵에 빠진 사람들과는 달리, 인공지능 디아나는 마루의 명령에 즉각 반응했다.
[전쟁 선포합니다.] [총력전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징병 안내를 공고했습니다.] [총력전 대비 매뉴얼(manual) 배포 시작합니다.] [전시체계 선언에 따라 모든 재판은 전시군사재판시스템이 판결합니다.]신성 왕국은 국왕의 선택이 곧 왕국의 방침.
왕국 전역이 전쟁 준비에 돌입했다. 그것도 총력전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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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뉴욕 총통관저.
신성 왕국으로 돌아갔던 로아나 블랑이 다시 와서 전한 소식에 덴 브라운 총통은 눈을 감았다.
‘블라디마루 칼린이 전쟁을 선포했다고?’
그것도 총력전을 선언했다는 소식. 남부 연맹에 핵을 꽂아 넣었을 때도 총력전 선언을 하지 않았던 신성 왕국이었다.
심지어 선전 포고를 하고 대규모 병력을 급파했을 때도 추가 징병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징집령에 전시체계 선포도 모자라 총력전이라고?
더 황당한 건, 그 전쟁의 대상이 개미 군집.
‘개미? 개미와 총력전을 한다고?’
벌레들이 변이를 일으켰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건 주로 바퀴벌레 이야기였고 가끔 덩치가 커진 거미나 벌이 관찰된 사례가 있었을 뿐이었다.
“개미 때문에 지원할 수 없다는 건가?”
덴 브라운은 정보를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답답했다.
그저 지원하기 힘들다는 명분으로 개미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면 모를까, 정말 신성 왕국이 총력을 다해야 할 정도로 변이 개미가 심각하다면 제국도 위험하다는 뜻.
‘시궁쥐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개미까지 감당하는 건 어려워.’
제국 국경 지역에는 변이 개미의 출몰이 보고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신성 왕국과 개미들이 본격적으로 교전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신성 왕국이 이겨 패퇴한 개미들이 제국으로 밀려온다면?
반대로 신성 왕국을 밀어붙인 개미들이 사방으로 영토 확장을 하기 시작해 제국까지 노린다면?
제국은 시궁쥐와 개미를 동시에 상대하게 됐다.
‘빌어먹을.’
끝까지 핵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양면전쟁은 무조건 피해야 했으니.
“뉴욕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도록.”
[각하!]“신성 왕국의 추가 지원은 없다. 거기에 변이를 일으킨 개미의 침공이 있을 수 있어. 지금은 핵을 써서라도 시궁쥐를 밀어내야 할 상황이다.”
그리고 며칠 뒤, 거대한 버섯구름이 뉴욕시 동남쪽 해안 근처에서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