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06)
러스트 [RUST]-706
설탕이나 과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미는 사실 고기를 더 좋아했다. 육포 같은 건조 가공육보다는 생고기를 더 선호하는 편.
개미들이 짓는다는 농사도 마찬가지. 웜(worm) 종류를 키우거나, 바퀴벌레, 지렁이류를 키웠지만 붉은 고기류도 정말 좋아했다.
붉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에 김 양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의 경쟁자가 생겼기 때문은 아니라는 단호한 표정.
“개미년 사람 잡아먹는 거 아님?”
인간도 붉은 고기에 속하는데? 김 양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냥 확 벙커버스터로 날려버리지 그랬음?”
친위대와 함께 여기저기 땜방 다니느라 개미라면 치를 떠는 김 양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다.
개미 제국의 공격은 전방위적이었다. 지상과 지하 심지어 공중까지 물량으로 밀고 들어왔을 때는 진짜 핵을 써야 하지 않나 싶을 지경이었으니.
“핵을 썼으면 여왕개미 한두 마리는 잡았겠지만, 핵에 놀란 개미들이 미친 듯이 숫자를 불렸을 거다.”
이번에 마루와 직접 대화한 1번 여왕개미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랬다. 죽은 만큼 보충해야 해서 많이 낳게 된다고.
위기가 심해지면 모든 영양소를 여왕에게 몰아서. 대량 산란으로 숫자를 불려 위기를 극복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
급속도로 산란한 개미 여왕은 금방 약해질 것이고, 약해진 여왕은 바로 젊고 싱싱한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게 되면서 갈리게 됐을 터.
“핵을 터뜨렸으면 그 반동으로 개미떼가 더 많이 생겼겠지.”
물량도 물량이지만 더 지독한 건, 공주를 이용한 침투 작전이었다. 그러니까 독립준비가 끝난 공주 개미들을 신성 왕국 영토에 몰래 집어넣었던 것.
“그런 방식을 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PD도 분가를 이용한 침투 공격이라는 발상에 혀를 내둘렀다. 분가한 공주 개미는 순식간에 세력을 만들었다.
분가 초기에는 무리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천적의 공격에 취약하지만, 신성 왕국은 오히려 안전했다. 늑대들과 까마귀들이 순찰하면서 변이 괴수를 솎아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신성 왕국에 침투한 공주 개미가 만든 군집은 빠르게 성장했다. 고작 20~30일 만에 수십 마리가 넘는 군집으로 성장했지만, 개미 제국과의 휴전 협정 이후 자발적인 퇴거가 이뤄졌다.
“개미들이 떠난 뒤 남은 흔적에서, 공주 개미의 사체(死體) 몇 구와 치명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개미들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대면했던 여왕개미는 거짓말하지 않았어도 개미 제국은 다를 수도 있었기에 마루는 영토 전반에 걸쳐 개미집 유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신성 왕국의 영토가 넓었기 때문에 일부 한정이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주요 도시 인근에서는 개미 제국 관련 군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떻게 된 거지? 치명상을 입은 개미들은 또 뭐고?”
“개미 제국의 개미 말고도 자생하고 있던 개미들이 있었습니다.”
신성 왕국 남부 개미 제국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개미 군집이 발견된 것이었다.
“개미 제국에서 들어온 개미와 근처에서 자생한 개미들이 싸운 것 같습니다.”
어쨌든 공주 개미나 개미 여왕이 필요했는데, 이런 식으로 구하게 될 줄이야. 나주연과 연구진들은 좋다고 샘플을 챙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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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와 포도송이를 활용한 개미 페로몬 연구는 반나절 만에 끝났다. 모든 자원을 총력전에 쏟아붓도록 한 명령이 아직 철회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개미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된 건가?”
김 양은 개미들이 싫었다. 고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싫었고 버러지 주제에 머리를 굴린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싫은 이유는 맹목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변이 괴수도 그렇고 들쥐나 까마귀, 늑대들도 전부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래서 죽고 죽이는 와중에서도 뭔가 살아있는 것과 싸우는 느낌이었다면, 개미 년들은 살아있는 존재임에도 마치 기계랑 싸우는 것 같은 위화감만 커질 따름이었다.
‘머리를 굴릴 줄 안다는 건 생각할 줄 안다는 건데···.’
몸통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총구멍을 뚫었는데도 엑소슈트를 물어뜯는 모습이란 소름 돋았다. 심지어 목이 잘려 머리통만 남았는데도 문 것을 놓지 않았다.
그러니까 생각할 줄 알면서도 기계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
‘차라리 잘됐음.’
더러운 꼴 보지 않게, 개미들끼리 상잔시키면 될 테니. 어쨌든 티를 풀풀 내는 김 양이었다.
“대략적인 신호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조종까지 가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나주연이 고개를 저었다. 예상보다 페로몬 시스템이 복잡했기 때문.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군과 적군이 같은 페로몬을 사용한다면 엉망이 됐을 테니, 나름대로 피아(彼我)를 식별하는 방법이 있으리라.
“페로몬 합성은 가능하고?”
“자세한 건 어렵지만, 일상적인 소통 정도는 충분해요.”
개미 제국과 휴전했지만, 말 그대로 휴전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개미 부대를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말이 통하는 개미들은 흡수하고, 말이 안 통하는 개미들은 정리하는 것으로 하지.”
신성 왕국 영토 내에서 자생하고 있는 개미들에 대한 처우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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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을 다루는 건 생각보다 세심한 작업이 필요했다.
농도나 합성성분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될 수 있기에 더 그랬다.
간호사는 페로몬을 다루는 데 많이 서툴렀다.
[지금 합성하신 페로몬은 ‘잘 먹겠습니다.’가 아닌, ‘똥꼬로 먹어라.’가 됩니다.]“에? 진짜로요?”
인공지능 디아나의 평가에 간호사의 얼굴이 울상으로 변했다.
[가슴 모으지 마세요. 개미들이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이로 보입니다.]“에에에엣! 우소(거짓말)”
페로몬은 나주연과 후드가 훨씬 잘 다뤘다.
“간호사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고 나주연은 연구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제니아가 자생 개미들과 교섭해줬으면 해.”
눈과 얼음이 순식간에 녹고 진창으로 변한 지 며칠 만에 기온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영상 15도~20도인가 싶더니 순식간에 25도에서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랐다.
독자적으로 확인한 자료와 제국에서 보내온 기상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이번 여름은 폭염(暴炎)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울 전망이었다.
기후의 급작스러운 변화는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먹이사슬(food chain)이 끊길 가능성이 컸다.
작년, 재작년만 하더라도 무스(moose)와 버펄로(Buffalo)의 대이동과 그에 따른 육식 동물들의 이동으로 몸살을 앓았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더한 환경변화라니. 개미들도 직격탄을 맞을 테고 그 때문에 인간을 공격한다거나 영역의 팽창을 추구할지도 몰랐다.
“···먹이 지원으로 교섭합니까?”
“단순하게 먹이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개미의 노동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협상하면 좋겠어.”
개미와 싸워봐서 알 수 있었다. 자기 몸무게의 20~30배도 거뜬히 옮기는 개미였는데, 변이를 일으킨 개미들은 100배 150배도 거뜬했다.
작은 몸집에 비해 압도적인 출력과 엑소슈트 장갑을 뜯을 정도로 강력한 턱은 아름드리 굵직한 나무도 가볍게 쓰러뜨렸다. 다양한 광석들을 부수고 굴을 뚫는데도 천부적이었고.
“벌목, 목재 운반, 광산 채굴, 건축자재 운반, 도로 공사 같은 분야에 개미를 투입했으면 좋겠어.”
“알겠습니다. 협상을 거부하는 군집은 어떻게 할까요?”
“중립을 지키고 영역 확대를 멈춘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치워야겠지.”
협상 대상이 된 자생 개미들이야 억울하겠지만, 신성 왕국 관점에서 본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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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수도 뉴욕.
이제는 제국의 수도였던 도시 뉴욕의 밤은 어두웠다.
절대 잠들지 않는 도시(The City that Never Sleeps)라는 말은 이제 옛말. 차르 봄바 급 수소 폭탄이 터지면서, 도시의 5~6할이 파괴된 결과였다.
미리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기에 인구를 보전했지만, 그들의 집과 직장을 지키는 건 불가능했다. 수소 폭탄의 위력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전부 날아갔어.”
“뉴욕에 핵이라니 미쳤다고!”
“이제 증시는 어떻게 되는 거지?”
“미친 새끼야 지금 주식이 문제냐?”
“모기지(Mortgage)도 남았는데. 미치겠네.”
“이게 전부 덴 브라운 총통 때문이다.”
“핵을 쓰지 않았다면 통째로 쥐새끼 밥이 됐을걸.”
“신성 왕국과 다시 손잡았다면서? 개새끼들이 모르쇠 한 거야?”
하룻밤 사이에 집과 직장을 잃은 시민들의 분노가 향한 곳은 덴 브라운 총통과 신성 왕국이었다.
“보스턴을 임시수도로 정한다고?”
“레스 삭스 놈들 살판났겠군.”
“당장 뉴욕을 재건하라!”
“암. 동부 최고의 근본 도시는 뉴욕이지.”
“뉴욕! 뉴욕! 뉴욕을 돌려달라!”
“임시수도는 무슨 얼어 죽을 임시수도냐!”
“우리는 뉴욕을 원한다!”
뉴욕이 반파됐어도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었기에 제국 시민들은 추억에 매몰 됐다. 덴 브라운이 정치, 사회, 경제 구조를 기존 시스템과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추억 보정. 행복한 과거에의 기억.
그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다시 일어서고 싶다.’는 희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기억이었다.
그래서 덴 브라운은 묵묵하게 비난을 감내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우울증이 제일 위험한 법. 제국 시민들의 활력이 유지될 수 있다면 그깟 욕설쯤이야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제국의 미래였다. 수소 폭탄 사용 여파로 메가 플로트를 기반으로 한 해상 도시 건설 계획이 흔들리고 있었다.
뉴욕 재건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면서, 메가 플로트를 건설하던 인부들이 뉴욕 재건 쪽으로 빠질 조짐이 보였다.
인력뿐만이 아니었다. 철근, 시멘트, 전선, 단열재 같은 건설자재까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메가 플로트는 어떻게 됐지?”
“핵폭발로 생긴 쓰나미 때문에 건설 중인 메가 플로트 셋이 좌초됐습니다.”
끔찍한 보고였다.
“좌초? 끌어낼 순 있나?”
“끌어내려면 고출력의 예인선이 필요한데. 핵폭탄이 터지면서 발생한 EMP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함선이 없습니다.”
‘고출력 예인선이라. 고출력 함선.’ 중얼거리던 덴 브라운이 지도를 노려봤다.
꼭 예인선이 아니더라도 고출력 함선이면 됐다.
문제는 뉴욕 인근의 항구가 전부 엉망이라는 점.
‘뉴욕과 가까운 항구는 끝났어.’
그렇다면 뉴욕에서 먼 항구는 어떨까?
덴 브라운의 시선이 필라델피아 아래에 있는 뉴포트뉴스 조선소로 향했다.
‘제2 함대가 운영하는 함선이라면 메가 플로트를 끌어내는 데 충분할 터.’
뉴포트뉴스 조선소와 항구에 대기 중인 2함대를 빌릴 생각이었다. 그런 덴 브라운에게 긴급 보고가 올라왔다.
[신성 왕국과 개미 제국이 휴전했다고 합니다.]“개미 제국?”
개미랑 전쟁한다고 하더니 개미 제국? 그건 또 무슨.
보고서를 읽는 덴 브라운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개미 제국이 있다는 곳은 신성 왕국의 남쪽 지역이었다. 오하이오와 인디애나는 제국에 편입되기로 한 주(州)였고.
그러니까 향후 제국의 식량창고 역할을 할 콘 벨트(Corn Belt) 지역에 개미 제국이라는 게 생겼다는 이야기.
차가운 냉수를 벌컥벌컥 마신 덴 브라운이 말했다.
“개미 문제로 회담이 필요하다고 전해. 당장.”
무슨 생각인지 블라디마루 칼린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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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된 뉴포트뉴스 조선소에는 불꽃 쥐와 산성 쥐의 기세 싸움이 요란했다.
찍! 찌이익!(보라! 우리 산성 클랜의 힘을!)
찌이익-찍? (지랄하네. 뱀 새끼 잡았다고 유세냐?)
작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변이 동물과 벌레들이 자주 출몰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쥐와 산성 갈매기를 관리하는 희연의 얼굴엔 다크 서클이 짙게 늘어져 있었다.
“짜리리 호르몽을 마지느게 좋았쪄.”(차라리 호르몬을 맞는 게 좋았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성장호르몬 맞고 커지는 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