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21)
러스트 [RUST]-721
메가 플로트를 기반으로 한 해상 도시는 인공섬을 만들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면적 4km²에 달하는 메가 플로트 하나가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인데, 그런 메가 플로트 8개를 하나로 묶는다면 32km²에 육박하는 면적.
8개의 메가 플로트를 하나로 묶은 구조체를 1기의 유닛으로 정하고, 그런 유닛을 총 7개를 만든다.
중심에 유닛 1기를 두고 나머지 6개의 유닛을 정육각형의 꼭짓점에 배치하는 형태로 상공에서 보면 벌집 모양을 한 해상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
해상 도시가 완공되는 순간 바다라는 천연 방어선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 대형 변이 괴수나, 조류의 공격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며, 지긋지긋한 쥐와 바퀴벌레와도 안녕.
문제는 시간이었다.
마루는 생태계 먹이 사슬 속으로 날아간 새끼 거미들은 자연스럽게 개체 조절이 되리라 판단했지만, 덴 브라운의 생각은 달랐다.
‘인간의 손을 탔으니 어찌 될지 모르는 일.’
블라디마루 칼린의 판단은 변이 바이러스의 특이함을 간과한 것으로 보였다. 변이 바이러스의 특이성.
변종 바퀴벌레를 먹고 변이를 일으켰던 현상. 변이를 일으킨 쥐를 잡아먹고 변이가 일어났던 동물들을 본다면 변종 거미 새끼를 먹은 변종들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예전 같았으면 블라디마루 칼린도 민감하게 대응했을 법한 사안이 그렇게 쉽게 넘어갔다는 건.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기 때문이겠지.
‘시뮬레이션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덴 브라운의 시선이 신성 왕국의 수도 디트로이트가 있는 방향에서, 책상 위에 놓인 앰풀로 향했다.
죠셉 마이어가 남긴 앰풀. 붉은색과 투명한색의 앰풀. 변종 거미에 버지니아 랭리의 기술이 들어갔는지, 제국의 클론 기술이 적용됐는지 확인할 방법은 죠셉 마이어의 기억을 보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어이없군.”
죠셉 마이어가 남긴 앰풀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통제 가능한 상황에서 쓰려고 했건만. 시간이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앰풀을 투여할 클론을 준비하도록 해.”
“기억 이식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단순하게 기억만 주입해서 정보를 빼먹는 게 가능하다면 인간의 뇌가 아니라 개나 고양이의 뇌에 정보를 때려 넣고 뽑으면 되는 일 아닌가?
안타깝게도 그렇게 편의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의 뇌가 가진 정보를 가장 잘 이식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뇌였고.
단순하게 기억의 나열을 쑤셔 넣으면 열화(劣化)되는 정보가 많았기에, 기억 정보를 온전히 내려받는 것이 관건. 당연히 내려받는 뇌의 성능이 좋을수록 뭉개지는 정보가 적었다.
‘죠셉 마이어의 기억을 온전히 내려받을 수 있을 정도의 뇌가 필요해.’
덴 브라운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쓴다면 한참 나중이라고 생각했건만.
“어떤 타입의 클론으로 준비할까요?”
“BG 타입으로.”
“BG 타입이라면···. 알겠습니다. BG 타입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용병 시절부터 블라디마루 칼린과 야니아 킴은 머리카락 하나를 흘리지 않고 다녔다. 마치 유전자 복제를 의식하는 것처럼. 하지만 버나드 그린(Bernard Green) 김기순은 달랐다.
따개비 촉수를 달고 다녔던 때도 그렇고 캐나다 총독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그저 그가 버리고 다닌 유전정보가 넘쳐났을 뿐.
죠셉 마이어의 기억이 담긴 앰풀 속에 제국에 필요한 정보가 있기를.
덴 브라운의 시선이 보스턴 앞바다를 향했다.
제국은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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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왕국. 블라디 아크 타워.
엑소슈트용 소형 핵무기 개발과 배치가 결정된 이후, 마루는 나주연과 후드를 불렀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마루의 말에 두 여자가 슬쩍 서로 바라봤다. 눈빛으로 순서를 정했는지, 나주연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미 독액에 약간 문제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마비를 유도하는 독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는 독이었다.
조합성이 좋은 특성 덕분에 거미 독액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종류의 약이 리치먼드(Richmond)의 생존자들 사이에서 생산, 유통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독이 마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식, 융해,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었다.
“거미는 먹잇감의 몸속에 소화액을 넣어 녹인 다음 빨아먹는 방법을 쓰니까 이상한 건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할 정도로 위험해요.”
소화액과 마비 독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 철근 콘크리트는 물론이거니와 복합장갑까지 위험할 정도. 이클립스와 스틸레토가 손상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마루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그것을 본 나주연이 설명을 계속했다.
“초기 일본에서 퍼진 쥐와 바퀴벌레와 마찬가지로 거미들도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특성?”
“네. 일본 비밀 실험실 1세대 쥐들은 강화 콘크리트를 갉아 뚫을 수 있었지요. 바퀴벌레들은 지진으로 벌어진 틈을 파고 나갈 정도로 강인했고요.”
“지금 거미들도 그런 특성이 있다?”
“네. 하나는 독액과 소화액의 조합으로 부식이나 융해액에 가까운 무엇을 만든다는 것과···.”
“거미줄이겠군.”
마루는 거미와 싸웠을 때 리퍼 슈트가 순식간에 갈가리 찢겼던 것을 떠올렸다. 당시 뱀파이어릭 쫄쫄이를 입고 있지 않았더라면 만신창이가 됐을 터.
“거미줄을 연구하고 있지만, 기존의 과학이론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부분에 접했어요. 그 얇은 거미줄에 전파 방해와 전자기기 간섭 성능을 넣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막말로 EMP를 상시로 발생하는 거미줄이라는 소린데 과학이든 뭐든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마치 일본 실험실 1세대 쥐의 이빨이 상식을 벗어난 절삭력을 지녔던 것과 1세대 바퀴들이 비밀 연구실을 통째로 소각하는 불꽃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과 비슷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방사능 변이가 겹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요.”
시뮬레이션의 결과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김 양이 말한 보병용 핵 전술이 일상적인 전술이 된다면 아무리 낮은 농도의 방사능 오염이라고 한들, 거미의 유전형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독액과 소화액의 조합으로 부식 속성을 만들었고, 그를 이용해 리퍼 슈트와 엑소슈트의 장갑을 찢어내는 거미들이 방사능 변이로 더 강한 독액과 소화액을 만든다면 치명적이 되리라는 주장이었다.
“관점을 조금 달리 생각해 보자. 거미를 그렇게 만든 놈들이 있다면, 그놈들은 방사능 변이를 이용하지 않을까?”
그런 세력이 있다면 방사능이고 뭐고 이용할 게 분명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열심히 방사능을 이용해 변이를 돌리고 있겠지. 쓸만한 변이가 나올 때까지.
“우리가. 핵을 쓰고 안 쓰고에 따라서 변이체가 나오고 안 나오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래. 스틸레토와 이클립스가 제단의 파편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었지?”
“네. 제단의 파편과 비슷한 구조 패턴이 이클립스에서 보였으니까요.”
“이클립스가 비파괴 속성이 있다면 제단도 비슷한 속성이 있다는 의미인데···. 제단의 파편이라면 제단이 부서졌다는 뜻이잖아. 그렇지?”
“맞아요.”
“뭐가 부순 거지?”
“핵이 아닐까요? 도쿄를 수소 폭탄으로 폭격했었으니까요.”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핵으로 부술 수 있었다면, 현대과학으로 부술 수 없다고 단언하지 않았을 테지.”
핵도 엄연히 현대과학의 카테고리 안쪽이었으니.
마루의 미간에 다시 살짝 주름이 잡혔다.
이클립스는 현대과학으로는 부술 수 없다고 했었다. 제단도 비슷한 구조라면 제단 역시 현대과학으로는 부서지지 않았을 터.
그럼 제단의 파편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변이 괴수가 합성한 산성 용액? 아니면 부식액? 그도 아니라면 비슷한 소재끼리의 충돌?’
다이아몬드를 가공할 때 다이아몬드를 사용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제단의 파편은 비슷한 무언가 때문에 깨져나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제단을 품고 있던 비밀 실험실에 있는 1세대 쥐와 바퀴벌레는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한 특성이 있다는 게 우연일까?
바퀴벌레가 식인병의 원인이었다는 게 우연일까?
단순한 유전자 조작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종 거미의 특성이, 그쪽과 연관된 건 아닌지 의심하는 것은 비약일까?
점점 더 찝찝해지는 느낌에 마루의 눈썹 끄트머리가 살짝 올라갔다.
찝찝함과 찜찜함이 예전보다 더욱 짙어졌다. 그건 정말 제단이든 제단의 파편이든 그것과 변종 거미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됐다는 느낌이었다.
마루는 그 찝찝함과 찜찜함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디아나. 리치먼드 지역 지금으로부터 이틀간의 풍향과 풍속을 확인해줘.”
“새끼 거미를 잡을 생각이신가요?”
마루의 말에 나주연이 반응했다.
“최대한 많이 확보할 테니, 변종 거미의 비밀을 찾아줄 수 있겠어?”
“최선을 다할게요.”
나주연의 눈이 슬그머니 휘어지며 번들거리는 눈빛을 감췄다.
그렇게 나주연을 내보낸 마루가 후드와 독대했다.
“오래 기다렸네.”
“아닙니다.”
오랜만에 둘이서 마주했기 때문인지, 제니아 로든은 자기도 모르게 반쪽 마스크를 살짝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그래. 아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뭐지?”
“소형 핵무기의 위험성 문제였습니다.”
김 양이 원하는 것은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 크기의 소형 핵도 원하지만,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
핵 지뢰와 어뢰, 155mm 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 81mm와 120mm 핵 박격포 그리고 핵 수류탄과 40mm 핵 유탄의 개발을 원하고 있었다.
“나주연과 이야기하는 걸 들었으니 알겠지만, 방사능 변이는 우리가 조심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야.”
“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저렇게 소형화된 핵무기는 아군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마루가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후드가 설명을 계속했다.
“아무리 작은 핵이라고 하더라도 핵은 핵입니다.”
핵 수류탄처럼 작은 핵이라고 해도 일단 터지면 반경 수십 미터가 초토화될 것이다. 유탄이나 박격포탄도 마찬가지 최소 수십 미터에서 최대 수백 미터까지 단 한 방에 끝났다.
“그렇지. 핵은 핵이지.”
“핵의 위력을 본 쥐들 가운데 핵에 빠지는 쥐가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까마귀는요?”
처음 핵폭발을 접한 사람들이 충격받았던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면, 후드의 생각도 일리 있었다.
그러니까 죽음의 개념이 마루에서 핵으로 움직일지 모른다는 것. 비행선에서 발사하는 대형 수소 폭탄은 어차피 동물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상관없지만, 일반 보병이 쓰는 소형 핵은 달랐다.
핵 수류탄을 쓰는 모습을 본 쥐들이 그걸 염원하게 된다면? 까마귀들이 81mm 핵 박격포탄을 추구한다면? 그때도 마루가 가진 고유한 죽음의 이미지가 유지될 수 있을까?
과연.
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지적이네. 그쪽 부분은 따로 생각해 보도록 하지.”
벌레와 싸우게 된다면 압도적인 물량에 대응할 수 있어야 했다.
‘수상도시가 완공되면 도시 방어는 문제없어.’
수상도시가 완공되고 핵융합 발전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특이점에 도달한 여러 기술과 무기를 도시 방어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레이저포와 레일건 같은 무기로 수상도시를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럼 건설 중인 수상 신도시는 그렇다고 쳐도 다른 지역을 어떻게 할 건가?
다른 지역은 전부 버릴 건가?
영토를 포기한다면 자원은 어디서 채취할 건가?
그러니 병사들은 도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는 변이 괴수, 벌레와 싸울 수밖에 없음을 의미했다. 그게 소형 핵이 필요한 이유였고.
‘핵이 죽음의 상징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마루의 생각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