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25)
러스트 [RUST]-725
인류의 역사는 막장 소설이라고 할 정도로 드라마틱(dramatic)했다. 그리고 종말이 진행 중인 지금은 더욱 그랬고.
디트로이트의 평년 여름 기온은 24도에서 26도였고 높아 봐야 28도 안팎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40도가 넘는 상황.
40도가 넘은 것도 끔찍한데, 45도를 넘나드는 날들이 생기면서 이리 호(Lake Erie)와 휴런 호(Lake Huron)에서 폐사하는 수생 생물들이 나올 정도였으니, 호수 속 생물에게는 말 그대로 종말적인 기후였다.
“성층권 비행선은 어때?”
인공위성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성층권 비행선을 계속 띄우고 있었다. 1라인은 신성 왕국과 제국 사이를 연결하는 통신망이었고. 2라인은 동아시아 방면으로 간 김 양의 뒤를 따라 만들어지고 있었다.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통신용 비행선을 하나씩 뿌리고 가는지라, 짝짓기 원정대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
[예상보다 통신 거리가 짧습니다.]“어렵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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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통신은 변이 괴수의 통신망 절단 때문에 어려웠고, 무선 통신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먹통이 됐다.
신성 왕국이 문자와 사진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 넓은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긴 힘들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예전부터 조금씩 올리고 있던 인공위성 대체용 성층권 비행선을 활용한 통신망 재구축 사업의 속행.
처음 계산했던 것보다 상당히 많은 숫자를 성층권에 올려야 했지만, 초소형 노심 덕분에 충분한 전력 생산이 가능해져,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통신망 회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태양 흑점 활동의 영향으로 전리층이 불안정해졌다거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EMP(전자기 펄스 Electro-Magnetic Pulse) 때문에 전자기기가 먹통이 된다거나 하는 일만 없다면 말이다.
그리고 막장 드라마 명성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듯, 몇 개월간 잠잠했던 변칙적인 흑점 활동이 시작됐다.
“진짜 해도 너무하지 않나? 지구 작가?”
[지구 작가가 아니라. 태양 작가나 우주 작가 같습니다.]디아나의 농담 속에 숨어있는 스케일에 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지구 견적만 해도 허덕허덕하는데 스케일이 태양이나 우주까지 커지면 무슨 일이 어떻게 닥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 하아- 피해가 어느 정도지?”
[신형 노심을 장착한 비행선 외에는 사실상 전부 기능 정지됐습니다.]기존에 올렸던 성층권 비행선들이 전부 먹통이 됐다는 이야기. 기존의 비행선들은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비상시에 대비한 소형 발전기와 연료, 배터리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버티지 못했다.
“태양 흑점 활동만으로 에너지 시스템이 교란된다고?”
[흑점 활동으로 생긴 태양폭풍이 지구 자기권과 충돌해 지자기폭풍(地磁氣暴風, geomagnetic storm)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지자기폭풍은 교류 전원을 순간적으로 직류로 유도, 대규모 정전사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마치 EMP처럼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
그 결과 제국과 문자통신으로 연결됐던 연결이 끊겼고, 뉴포트뉴스 조선소와의 연결도 끊겼다. 기순이 있는 캐나다도 연락이 끊기긴 마찬가지.
그래도 이쪽은 고속 비행정을 이용하면 하루나 이틀 사이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김 양이 이끄는 원정대는 아니었다.
“원정대와의 통신도 끊겼나?”
[원정대와의 통신은 끊기지 않았습니다.]원정대가 띄우고 있는 신형 성층권 비행선에는 태양폭풍에 대비한 대응 시스템이 장착됐을 뿐만 아니라, 레이저를 사용한 통신 장비가 장착됐기에 통신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고.
“다행이네. 일단 캐나다 쪽 통신부터 회복하도록 하고, 뉴포트뉴스 조선소와 제국도 순서대로 통신망을 복구하도록 해.”
[신형 통신 비행선 발주했습니다. 통신 시스템 교체. 업그레이드 시작합니다.]대대적인 통신망 업그레이드와 재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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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포트뉴스 조선소는 때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고장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공사가 끝났는데 고장이라니?”
지자기폭풍에 이은 EMP를 견디지 못한 것.
“EMP 대응장치 업그레이드 도중인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미치겠네. 전부?”
“절반 정도입니다.”
“내장공사 중인 신형 항공모함도 괜찮다고 합니다.”
2함대에 속한 함선 절반에 전자장비 오류가 생겼다. 다행스러운 점은 건조 중인 신형 항공모함은 버텼다는 정도.
“다행이군.”
다행이었다. 말이 신형 항공모함이지, 특이점에 도달한 기술력 때문에 사실상 특이점 이전 기술이 사용된 마지막 항공모함이 될 예정이었다.
그나마 핵융합로를 장착하게 되면서 기존보다 출력이 2배 이상 높아져, 항공모함임에도 순항속도 35노트, 최대속도 42노트에 달하는 괴물 같은 성능이 됐다.
말이 그렇지 순항속도 35노트는 65km에 달하는 속도였다. 거기에 최대속도 42노트는 예전 같았으면 고속함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속도였다.
“다들 알고 있지? 이번에 2함대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끝나면 뉴포트뉴스에서 철수하는 거. 필요한 장비는 전부 뜯어서 가야 하니까. 보수 작업 철저하게 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국에서 조선소 철거에 반대하면 어떻게 하죠?”
“반대하면 절반은 남겨둬. 어차피 절반은 우리 것이니까. 보고는 내가 하지.”
현재 신형 항공모함은 2척이 동시에 건조 중이었다. 한 척은 신성 왕국의 것, 나머지 한 척은 제국의 것.
신성 왕국의 항모가 완성되면 바로 조선소 철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위치가 애매한 뉴포트뉴스를 방어하는 것보다 신성 왕국 영토에서 새로 조선소를 올리는 게 더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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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도시에 전력을 다하고 있던 덴 브라운은 오랜 지난 뒤에야 뉴포트뉴스 조선소 문제를 보고받았다.
“그러니까 신형 항모가 건조되는 즉시 조선소의 시설과 설비를 이전하겠다고?”
“예. 신형 항모는 이제 내장공사만 남아있습니다.”
“지금 속도라면 1~2주 안에 조선소 설비 해체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뉴포트뉴스 조선소는 미합중국에서 제일 근대적인 조선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그걸 통째로 뜯어가겠다는 이야기.
그건 곤란했다. 천만이 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해상 도시를 건설 중이었는데, 그 도시를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막강한 해군력이 필요했다.
‘해상 도시에 공항이 있어도 추가 항모와 이지스함이 많이 필요해.’
핵 추진 잠수함이나 이지스함, 항모를 추가 건조하려면 제국에는 뉴포트뉴스 조선소가 필요했다.
“우리가 이전 설치에 반대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다고 하던가?”
“신성 왕국의 지분만큼 뜯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설비 절반을 뜯어가겠다는 말.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조선소인데 그걸 절반이나 뜯어가겠다니. 지분으로 따져서 가져가겠다는데야 할 말이 없었지만, 제국은 그 절반이 너무 아쉬웠다.
[각하. 신성 왕국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통신?”
[네. 블라디마루 칼린 국왕이 직통라인으로 연락했습니다.]“연결하지.”
태양폭풍으로 인해 전리층이 흔들려 통신이고 라디오 방송이고 전부 먹통이 됐다. EMP나 마찬가지인 지자기폭풍 때문에 간신히 유지되던 문자통신까지 날아갔는데 갑자기 통신을 복구했다니.
그것도 태양폭풍이 터지고 20일 좀 넘은 시점에서 통신을 복구했다는 것은 사실상 무선 통신망을 완전히 새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덴 브라운 총통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마루의 목소리와 얼굴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영상통화였다.
[오랜만입니다. 총통 각하.]“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놀랍군요. 당분간 이런 통신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성층권 비행선인가요?”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가 이렇게 위력적일 줄이야.
인공지능이나 양자컴퓨터로 아무리 특이점을 돌파한다고 해도, 기초 설비와 시설이 없다면 의미 없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특이점에 도달한 신성 왕국과 기술 격차가 나더라도 당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예상 밖이었다.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으니, 신성 왕국의 영토 장악력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군.’
규모에서는 아직도 제국이 압도적이지만, 질적으로는 점차 신성 왕국이 앞서고 있었다. 이번 통신망 자체 구축만 해도 그랬다.
기존까지의 격차가 전술적인 측면이었다면, 이제는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신성 왕국이 앞서고 있다는 의미.
실시간으로 유기적인 작전이 가능해지며, 병력 배치와 순환도 지금보다 훨씬 빨라질 터. 사실상 작전 반경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국방력 자체가 좋아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현대전은 전자전이자, 정보전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네. 그쪽을 활용했습니다.]덴 브라운은 입맛이 썼다. 성층권 비행선과 초대형 비행선 전부 기본 기술은 미합중국의 유산이었으니까.
“그렇군요. 통신 비행선. 제국에 공급해주실 수 있습니까?”
[당분간은 신성 왕국에 통신망을 깔아야 해서 물량이 부족합니다만, 이쪽이 정비되는 대로 보내드리도록 하지요.]“고맙습니다. 통신장애 때문에 문제가 많았거든요.”
사람들이 듣고 있기에, 서로 말을 조심히 하는 두 사람.
[아- 다름이 아니라 뉴포트뉴스 조선소 건으로 연락드렸습니다.]“저도 조금 전에 뉴포트뉴스 조선소와 관련된 보고를 받았습니다.”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됐다. 마루는 조선소의 장비를 해체해 신성 왕국에서 새로 건설하는 조선소에 설비하는 것을 권했고. 덴 브라운은 조선소의 장비 전체를 그대로 두길 원했다.
[리치먼드에 변종 거미들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지요?]“네. 소식 들었습니다.”
마루가 거미와 교전한 자료를 전송했다. 이를 확인한 덴 브라운의 이마에 작게 힘줄이 돋았다.
“교전 자료와 보고서대로라면 빠르면 1년 늦어도 2년 안에 리치먼드가 거미에게 장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신성 왕국이 리치먼드에 손을 뗐을 때를 가정한 보고서지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뉴포트뉴스 머리 위에 있는 리치먼드에 변종 거미가 있다. 그것도 겁나 골치 아픈. 우리는 손을 뗄 건데, 뉴포트뉴스 유지하려면 거미는 어떻게 하려고?
마루의 이야기는 간단했다. 그러니까 거미들 지우려면 리치먼드에 핵을 쓰자, 거기 있는 생존자들은 제국에서 흡수하고.
신성 왕국의 수소 폭탄을 사용한다면 뉴포트뉴스 조선소도 위력 범위 안에 들어갈 것이고. 직접적인 여파에서 벗어나게 쏜다고 해도 EMP를 비롯한 후폭풍에 조선소 날아갈 건 분명하니, 조선소 장비 뜯고 난 뒤 핵을 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
‘핵을 쓰겠다고 설비를 뜯어간다고 한 거였나?’
덴 브라운의 이마에 툭 튀어나온 힘줄이 꿈틀 움직였다.
“전략핵인 수소 폭탄이 아닌, 소형 전술핵으로 쓰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뺏어간 전술핵 돌려주지 않으련? 그거 신성 왕국에 사용하지 못하게 잠금장치 걸어 놓고 돌려줘도 좋으니까.
[전술핵으로는 거미들을 소탕하기 힘들 텐데요.]“그래도 조선소가 날아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잠시간 침묵이 이어졌다.
[신성 왕국은 리치먼드와 뉴포트뉴스에서 손을 뗄 생각입니다. 만약 신성 왕국의 조선소 지분을 인수할 생각이시라면 무얼 대가로 내실 생각이신지요.]마루는 당연히 공짜로 조선소 지분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신성 왕국의 국익을 위해서라도.
“우주왕복선 기술과 부품, 설비면 어떻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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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우주왕복선 기술과 설비, 부품을 내놓겠다는 덴 브라운의 말에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뉴포트뉴스 조선소가 현재라면 우주항공기술은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특이점에 달한 기술력은 우주왕복선이 아닌, 우주 전함의 설계를 할 정도지만, 문제는 아무리 설계를 잘 뽑아도 우주선을 만들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덴 브라운이 부품과 설비를 넘기겠다는 건 신성 왕국에서 우주항공 관련 인프라가 빨리 자리 잡게 넘겨준다는 이야기였다.
[워우- 덴 아재 세게 나오는데? 우주항공 기술과 설비라니. 특이점 기술이 너무 높아서 당장 쓸 수 없었는데 저거 받으면 확실히 편해지기는 하겠네.]기순이 간만의 영상통화로 너스레를 떨었다.
마루는 영상 속에 비친 덴 브라운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도 아무 소리 없이 마루를 마주 보고 있었다.
‘성층권 통신 비행선 기술이나, 초대형 비행선 기술은 전부 제국, 미합중국의 기술이었어. 신성 왕국이 제국의 기술로 앞서나가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미래 기술인 우주항공기술을 넘긴다?’
그건가? 기술 발전에 도움을 주고, 기술을 완성하면 따라가는 방식? 어쨌든 우주항공기술과 뉴포트뉴스 조선소 설비를 교환한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호의는 고맙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호의를 알아주셨다니 기분이 좋군요.]“다시 말씀드리지만, 리치먼드에 흩어진 거미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제국이 전술핵을 사용하고서도 소탕하지 못한다면 신성 왕국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수소 폭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주항공 기술 받고 리치먼드, 뉴포트뉴스에서 손을 떼기로 한 신성 왕국이었다.
[거미와의 전쟁을 위해 뉴포트뉴스에서 보스턴까지 군용 통신망을 조속히 개설해 주셨으면 합니다.]“······.”
역시 덴 아재는 덴 아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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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이 지휘하는 원정대는 미국 서부를 지나 태평양에 진입했다.
블랙 드레이크호의 보조 인공지능이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보고했다.
[태평양에 진입합니다. 현재 기온은 45도 풍속은 2m/sec. 습도는 78%입니다.]그녀는 미국 서부 기온에 깜짝 놀랐다. 무려 낮 최고 온도가 70도를 넘나드는 고온이었다. 순간적이지만 75도에서 78도까지 찍었으니 말 다했다.
이 정도 고온이라면 로키산맥이고 나발이고 나무들이 전부 말라 죽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도 로키산맥의 푸른 숲이 그대로 유지되는 모습.
김 양은 그게 어쩐지 소름 돋았다.
뭔가하고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죽어야 할 애들이 죽지 않고 싱싱하다는 거.
그렇게 어딘지 모르게 소름 돋는 비행을 계속한 끝에, 사할린과 홋카이도 인근에 도달한 원정대였다.
[더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접근이 곤란하다는 보조 인공지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