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29)
러스트 [RUST]-729
화산활동과 지진이 2년 넘도록 일어나고 있다고?
그게 가능한 건가?
마루가 기억하기로 최장 화산 분화 기록은 대충 3달 남짓했다. 아직 세계적인 통신망이 살아있었을 때 뉴튜브에서 본 영상이었다.
그러니 더 긴 화산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화산활동이 2년이 넘도록 일어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디아나의 분석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로 연산결과 도쿄에 쌓인 화산분출물(火山噴出物)의 높이는 최소 100cm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여기에 비와 습기 그리고 무더운 온도의 영향을 생각한다면, 화산재가 굳어버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물에 젖은 시멘트처럼 굳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일본 까마귀는 살아있을까?”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까마귀는 고사하고 사람이고 변이 괴수고 살아남았을 확률이 없었다.
“지하에 거점을 마련했다면?”
[2년 넘는 기간 동안 버틸 식량과 식수가 있다면 가능합니다.]일본이 그렇게 끝난 건가? 자연재해로?
일본으로 밀항했을 때 규슈(九州) 방향에서 연쇄적으로 화산이 터졌었다. 쓰나미도 있었고 말은 일본이 멸망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부 다 죽었다는 뜻의 멸망은 아니었다. 일본이라는 국가의 종말이었지, 일본에 있는 동식물과 인간은 살아있었다.
후지산 분화와 겨울이 겹치면서 생긴 이상기후도 마찬가지였다. 폭설과 화산재가 뒤섞여 사방을 회색빛으로 물들였다고 해도 멸종은 아니었다.
실제로 일본의 각 지방은 사라진 중앙정부를 기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각자도생에 들어갔었으니까.
그런데 일본 홋카이도와 사할린까지 화산이 터지고, 사할린의 러시아 해군기지까지 그 모양이 됐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두근-두근-두근-
아주 미약하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불쾌감.
생각하고 파고들수록 깊어지는 이질감에 마루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런 경우는 없었다.
위험이 임박하거나, 목숨이 경각에 달했을 정도에나 느껴지는 찝찝함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다.
문득 드는 생각.
만약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그럼 일본에서 벌어진 일은 뭐지?’
마루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디아나 원정대에 화산재와 먼지 표본, 대기 조성 변화 그리고 가능하면 지표의 상태도 확인하라고 해. 고속 비행선 보낼 테니, 자료와 샘플을 확보하는 즉시 연락하라고 하고.”
[전달했습니다. 자료와 샘플로 시뮬레이션 돌릴 준비를 하겠습니다.]“양자컴퓨터와 포도송이의 연산력을 사용해도 좋으니, 조그만 가능성도 놓치지 말고 모든 원인을 역추적해봐.”
[일본 재난의 원인 분석에 연산력 사용했습니다.]마루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후드가 국토안보국에서 빼온 자료, 뉴욕에서 뽑아온 자료 가운데 동아시아 관련한 자료들이 쭉 나열됐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기억.
‘외주 서버.’
블라디 아크 타워를 만들면서 중요한 정보는 서버에 저장하고 있었다.
‘중요 정보를 서버에 보관해 달라고 했었지.’
그러고 보면 당시 미합중국 정부도 뭔가 이유가 있었으니, 여러 정보를 블라디 아크 타워에 보관하는 것으로 거래하지 않았을까?
‘당시 국토안보국이 거래를 중개했지만, 분명 미합중국 정부는 뭔가 위험에 대비해 보험을 든다는 느낌이었어.’
지금 상황을 보면 확실히 그랬다.
마루의 눈빛이 우묵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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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의 명령에 따라 원정대는 남하하면서 샘플을 채취했고, 고속 비행선이 수차례 왕복하며 샘플과 추가 보급을 실어 날랐다.
원정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화산재와 먼지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는 드론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파가 차단되기에 인공지능으로 자율 작전을 할 수 있는 드론. 화산재와 먼지, 습한 공기를 뚫고 작동할 수 있는 드론이 필요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적용해도 작전시간 최소 작전시간 2시간, 최대 4시간까지가 한계입니다.]“어렵겠는데? 비행선이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한계가 있으니.”
[화산재와 먼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행체로는 로켓 방식을 응용한 비행체가 제일 효과적이라는 연산결과입니다.]확실히 연료와 산소 모두 자체적으로 싣고 있는 로켓 방식이면 화산재와 먼지로부터 엔진이 안전할 수 있었다.
“바로 만들어서 보내도록 해.”
[제조 시작합니다. 건조 완료까지 예상 시간은 82시간 40분입니다.]쯧-
어차피 까마귀 짝을 찾으려고 원정대를 보내는 일이었고 위험하면 빠지라고 했던지라, 신형 노심 장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환경 자체가 기존에 알고 있던 환경이 아니었다.
“수상도시 건설 자원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원정대 지원으로 돌려.”
[생필품 생산 중단합니다. 보관분으로 대체합니다.]특이점에 도달한 기술력 가운데 현재 실현 가능한 모든 기술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추가 장비들이 실시간으로 설계됐고, 보급됐다.
로켓엔진을 이용해 해안선과 가까운 육지까지 조사할 수 있게 되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분석 자료가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원소가 미량 함유된 것이 밝혀졌습니다.] [지표에서 산성 반응이 확인됐습니다. 단순한 이산화황 반응이 아닙니다.]“산성이라고?”
하필 또 산성이야?
마루가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는 찰나. 디아나의 녹색 불빛이 잠시 깜박이더니, 긴급 통신이 수신됐음을 알렸다.
[덴 브라운 총통에게서 비상 회선으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연결할까요?]덴 아재가? 비상 회선?
“연결해.”
마루가 연결하자마자, 덴 브라운이 바로 본론을 말했다.
[앰풀. 죠셉 마이어가 남긴 앰풀. 그건 함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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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셉 마이어가 앰풀을 이용해 제국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이야기에 마루는 회의를 소집했다.
[단순한 기억 앰풀이 아니었을 거다.]기순이 제국에서 보내온 자료를 확인하며 말했다. 사실 죠셉 마이어의 방법은 기순도 생각하고 있던 방법이었다.
자신을 클론으로 뽑아 갈아버리자고 했었던 기순이었기에, 죠셉 마이어가 한 짓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찌꺼기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죠셉 마이어 본체가 자신의 기억 앰풀로 사실상 기억을 붙여넣기 한 일종의 복제가 된다는 걸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한 거겠지.]덴 브라운이 죠셉 마이어와의 대담이 담긴 음성 파일을 보냈기에, 기순의 DNA를 이용한 클론이 사용됐다는 것을 몰랐음에도 분석은 날카로웠다.
[더 중요한 건 죠셉 마이어 자신의 클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두뇌에 기억이 침습했다는 건데. 그렇다는 건 사실상 극도로 위험한 생체병기라는 의미다.]“에? 생체병기요?”
간호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생체병기라니.
[붉은 앰풀을 머릿속에 주사한다고 생각해봐. 죠셉 마이어의 기억이 본래의 기억과 인격을 갉아먹고 들어가서 죠셉 마이어의 정신이 육체를 차지한다면 그게 생체병기가 아니고 뭘까?]간호사가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글러 먹은 세상이었다. 세상에 다른 사람의 기억과 인격을 갉아먹고 대체하는 앰풀이라니.
“그건 아닐 겁니다.”
후드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렇게 강력한 침습 기능이 있었다면 비밀 무기로 사용했겠죠.”
[···침습 기능이 없다는 건가?]“아니요. 침습 기능은 있을 겁니다. 단지 그 침식력이 강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후드의 가설은 이랬다. 죠셉 아이어의 기억 앰풀은 뇌가 텅 빈 상태에서는 성능이 확실하지만 의식과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 사용할 경우, 기억 앰풀과 본래 사람의 기억이 뒤섞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었다.
[···확실히 그렇다면 무기로 쓰긴 위험하겠군. 자신의 기억을 상대방이 이용할 가능성이 있을 테니까.]“그리고 우리에겐 클론도 있고 정보추출기도 있으니, 죠셉 마이어의 기억 앰풀을 사용하는 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제국에서 보내온 자료대로라면 기억 앰풀을 클론에 사용한 뒤, 시간이 지나자 비밀 실험실로 흡혈귀들이 대거 공격해왔다고 했어.]그 말은 기억 앰풀이 단순한 기억 복제와 침습만 있는 게 아닌, 좌표를 찍는 기능까지 있다고 봐야 했다.
“장거리 정신파라.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지.”
마루가 장거리 텔레파시 능력자인 쥴리아를 떠올렸다.
식인귀나 흡혈귀의 정신파 범위는 짧았다. 기껏 해봐야 반경 몇 km에서 아주 멀어도 몇십 km 정도?
음성 전달 기능도 없애고 오직 위치 신호만 정신파로 발산하게 하도록 했다면?
기억 앰풀 속에 두뇌를 침습해 발신기로 사용하는 기능이 있다면?
제국의 비밀 연구소의 위치를 파악해 습격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정신파 차단 연구실이 있지.”
U+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연구실.
순서대로라면 희연의 동생이지만 자기 스스로 유 이사의 환생이라고 믿는 개체를 가둔 실험실이자, 희연의 정신과 유 이사 클론의 정신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정신파 차단 연구실이었다.
그곳을 이용한다면 죠셉 마이어의 기억 앰풀에 정신파 발생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없을 터.
“그럼 열어보도록 할까?”
죠셉 마이어의 기억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지.
마루의 손이 붉은색 앰풀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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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이 이끄는 원정대는 신성 왕국에서 보내는 고속 비행선에서 가져오는 부품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기존 엑소슈트와는 달리, 노심을 이용한 아머(armour)와 핵전지를 이용한 엑소슈트는 작전시간에서 상당히 자유로웠다.
호흡을 위한 산소 탱크의 용량 제한과 구동부에 끼는 화산 먼지만 빼면.
“흐음- 그냥 전체를 감싸버리면 어떨까?”
[전체를 전부 감싼다는 의미가 불명확합니다.]“그러니까 신축성이 좋은 재질로 슈트를 감싸 버리는 거지.”
응.
바로 그거처럼.
[···라텍스 보디슈트(body suit)를 말씀하시는 거라면.]“어쨌든 그거. 튼튼하고 신축성 있는 소재로 슈트를 감싸면 화산재나 먼지 문제는 해결되잖아.”
[연산결과 90% 가까이 구동계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좋아 그럼 바로 비닐 쫄쫄이 본국에 요청하고 무장도 코일건으로 교체하는 거로 해.”
화산재와 먼지 속에서 총 쐈더니, 금방 총구고 약실이고 개판 났다. 화염방사기도 성능이 확 죽었고.
“총기 금방 망가진 자료랑 화염방사기 성능 떨어진 것도 같이 보내고.”
[자료 준비했습니다.]그렇게 김 양과 친위대는 신형 슈트 위에 라텍스 쫄쫄이를 장착하게 됐다.
김 양은 도쿄 수색 직전 마루의 연락을 받았다.
[죠셉 마이어의 기억을 확인한 결과, 예전에 우리가 일본 제약회사 비밀 연구실에서 봤던 제단(祭壇)과 촉수 괴물은 이차원과 관계된 것이었다.]“이차원?”
“흐응- 그거 대충 알고 있었지 않음?”
저번에 샬롯 그룹 서버 자료를 봤을 때도 그렇고 일본 비밀 연구실에서 찾은 자료에서도 그렇고. 내용 조합하면 그거 비슷한 결과 나온다는 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뭘 그리 새삼스럽게.
[수소 폭탄으로 도쿄를 날려버렸음에도 지금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어쩌면 도쿄는 이미 뭔가가 잠식하고 있을 수도 있어. 그렇지 않더라도 도쿄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해.]그건 좋지 않은데. 김 양의 눈동자가 도르륵 굴렀다.
반질반질 미끄덩미끄덩하게 생긴 라텍스로 덮인 친위대원들이 어쩐지 흐린 눈빛으로 김 양을 보고 있었다.
어- 음-
이렇게까지 준비해놓고 안 가기는 좀.
위대한 옆자리 자존심이 있지.
어차피 깊게 들어가기는 그러니까, 비밀 실험실이랑 지금 죠셉 마이어의 기억에서 뽑은 연구실만 살짝 들렀다가 바로 나오면.
김 양은 짐짓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 있는지 어차피 한 번은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님?”
[그렇지.]“그럼 됐음. 상황만 보고 오겠음.”
진짜 상황만.
반질반질한 김 양과 친위대가 회색빛으로 가득한 도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