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31)
러스트 [RUST]-731
인간의 형체를 한 유기체. 그건 인간의 형상을 한 살덩어리였다.
부식의 영향으로 피부가 녹아버렸고 그 녹아내린 피부에 회색빛 화산재와 먼지가 붙어 굳어 딱지를 이루고 있었다.
인간도 짐승도 전부.
새끼 사슴의 형상을 지닌 짐승이 부들부들 떨며 공중을 노려봤다. 가죽이 녹아내려 검회색 화산재가 덕지덕지 붙은 채였다.
새들도 깃털을 잃고 화산재 딱지가 덮여있기는 마찬가지. 푸드덕 날갯짓할 때마다 묵직한 딱지가 떨어져 나가고 줄줄 흐르는 피고름 조직에 화산재가 다시 달라붙고 있었다.
그 처참한 모습에도 김 양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소형 핵 준비하고 있어.] [치-지지- 이번에 가져온 핵 말씀이십니까?] [당장.] [옛. ]아- 씨-
‘통신 끊긴 줄 알고 식겁했네.’
김 양은 치지직- 잡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HUD((Head Up Display) 구석에 붉은 경고등이 깜박였다. 정신파 공격 경고였다. 정신파 차단장치가 작동되고 있다는 뜻.
‘정신파까지?’
정신파도 일종의 에너지파였다. 강력한 정신파면 차단장치가 오버히트 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상책.
바닥에서부터 자기들끼리 뭉치고 엉켜 솟아오르는 유기체 사이. 확연히 다른 재질의 시체가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머리를 잃은 엑소슈트가 서서히 부식되면서도 허공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모습.
쯧-
팅-
티잉-
클립 두 개가 튕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로켓엔진을 작동시켰다.
■▮▮▮▯▯▯▯▯▯▫▫▫▫——
길게 이어진 로켓엔진의 굉음 뒤로 떨어진 작은 씨앗이 바글바글 엉겨있는 유기체 속에서 버섯을 피워올렸다.
반경 300m~400m를 삼키고 자라는 버섯 두 송이를.
‧
김 양이 미리 만들어 놓은 거점 요새는 전속력으로 후퇴한 친위대원들로 분주했다.
[자동포탑은 어딨어?] [3시 방향에 배치했잖아.] [보급창에 더 있으니까 추가로 설치해.] [어떻게 된 거야?] [씨발. 핵 준비하라고 하는데?] [소형 핵? 그거 핵 수류탄이랑 핵 박격포?] [그래.] [아니 갑자기 왜? 아무것도 없었잖아.] [내가 알겠냐? 박격포부터 설치해라.] [야 다들 와서 수류탄 가져가.]아무리 작아도 핵은 핵이었다. 수류탄만 하더라도 범위가 300m~400m짜리인데. 아차 실수라도 하면 자폭이나 다름없었다.
친위대에 들어온 신병들은 나름 훈련소에서 구른 놈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실전 경험이 없었다. 거미와 교전 경험이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그 뒤에 들어온 놈들이었으니까.
거미와의 교전으로 쪽수의 중요함을 다시 확인한 신성 왕국이었다. 아무리 기술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쪽수에서 밀리고 밀리면 결국 위험하다는 걸 확인한 싸움이었다.
특히 변이 괴물들과의 싸움이 그랬다. 쥐의 쪽수, 개미의 쪽수 그리고 거미의 쪽수. 국왕 폐하의 권능(?)이 먹히는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그 단위가 천만이나 억 단위가 된다면 답이 없었다.
최소한 국왕 폐하의 뒤를 받칠 수 있을 정도의 숫자가 필요했기에 친위대의 숫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었다.
이번 원정대는 그런 신입 친위대원들의 첫 작전 경험이었고. 혹시나 싶어 챙겨온 보병용 핵을 사용할 일이 터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야. 병아리들은 이거나 받아.] [예. 저도 시뮬레이션 훈련에서 여러 번 사용해봤습니다.]훈련소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은 신병들이 핵 수류탄에 눈독을 들였지만, 선임들은 어림없다는 듯 네이팜 수류탄과 섬광 폭음탄만 줬다.
[지랄 말고 이거 받고 뒤로 가.] [···예.]보병용 핵무기가 지급되자, 분주했던 거점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솜털이 곤두설 것 같은 분위기.
[후방에 있던 믹과 산체스는?] [신호가 끊겼어.]최후방에 있던 동료의 바이탈 신호가 끊겼다는 말에 친위대원들의 입에서 씁쓸한 욕설이 새 나왔다.
[어. 잠깐. 바이탈 신호가 다시 잡히는데?] [뭐?]중계기를 통해 이어진 생존 신호.
[심장이 뛰고 있는 게 확실해.] [대장님은?] [고속으로 이동 중.]HUD 화면에 상황이 펼쳐졌다. 빼곡하게 박아둔 중계기를 통해 현재 정보를 들어왔다. 아슬아슬하게 점멸하는 2개의 신호를 뒤로 한 채, 초고속으로 접근하는 김 양의 식별 신호.
삑-
낮은 소리와 함께 점멸하는 2개의 신호가 지워졌다. 주변에 깔아놓은 중계기도 전부 한 번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400m 범위?] [한 발이 아니야!] [···핵이다.] [핵 수류탄을 깠다고?] [두 발이나?] [맙소사-]웅성거리는 친위대 위로 짙은 회색으로 덮인 하늘 위로 로켓엔진음이 하강했다. 사방에 깔린 중계기의 CCTV 덕에 김 양의 노심 아머의 모습이 친위대의 HUD에 들어왔다.
[블랙 드레이크호는 얼마나 걸리지?] [37분입니다.]괴물 유기체들과의 직선거리는 최소 6km~7km. 핵 수류탄을 먹은 놈들이 어기적거리는 속도로 온다면 뜰 시간은 충분했지만, 변이체처럼 달릴 수 있다면 장담할 수 없었다.
김 양은 바로 자신이 촬영한 교전 영상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그 속에는 믹과 산체스의 최후도 담겨있었다.
영상으로 봐도 확연히 부식되고 있는 두 사람의 엑소슈트.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김 양에게 총구를 겨누는 모습에 친위대원들이 침묵했다.
[빌어먹을···.] [FUCK···.]하지만 그건 시작이었다. 머리가 날아간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 보호 비닐이 찢어져 녹아내리면서도 비척비척 팔을 뻗었다.
그리고 그 뒤 회색 먼지 뒤로 보이는 짙은 그림자들의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녹아내린 피부와 가죽. 짓무르고 피고름 섞인 표면에 달라붙은 화산재와 먼지가 피딱지처럼 뒤덮인 유기체 덩어리들.
인간의 형상을 한 것도 있었고 짐승의 형상을 한 것도 있었다. 그것들이 공중에 떠 있는 김 양을 향해 손을 뻗는 영상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맙소사···.] [···저게 뭡니까?]미친 거미와 싸운 친위대도 상상을 벗어난 상황을 보곤 넋이 나갔다.
[악마다··· 저건 악마야!] [그 구멍이 지옥의 구멍이었어.] [도망쳐야 해. 지금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친위대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신병들이 패닉에 빠졌다.
[닥쳐!]김 양의 목소리가 카랑카랑 울려 퍼졌다.
[죽고 싶음? 뒈지고 싶으면 계속 아가리 놀리라.]패닉에 빠져서 아군에게 총질할 새끼는 내가 먼저 대가리를 날려버리겠어.
[보조 인공지능 정지하고 수동으로 바꿨나?] [옛.] [일시 정지했습니다.]지우는 것은 인공지능 보존권에 의해 안 되지만, 일시 정지는 가능했다. 전자전을 대비한 정책이었다.
[보조 인공지능 장치 분리 보관한다.] [자동포탑도 기본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인공지능은 빼.]김 양의 명령 아래 순식간에 정비가 시작됐다. 마루와 함께 다니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그녀가 보기에 마루는 단순히 칼질만 하고 다닌 게 아니었다. 실수도 있었고 과도한 경계도 있었지만, 그는 항상 최악을 대비하려고 했다.
그래서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신성 왕국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블랙 드레이크호가 도착할 37분이라는 시간 동안, 최악의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준비였다.
[전원 정신파 차단장치 확인하고 문제 있으면 빨리 교체해.] [정신파 차단장치 확인!] [전원 확인!] [이상 무.]······
[전원 이상 없습니다.]37분. 아니, 이젠 33분.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지만, 김 양은 그 유기체의 집착 어린 몸짓을 직접 봤기에 알 수 있었다.
33분이라는 시간이 제법 긴 시간이 되리라는 걸.
[박격포 1시 방향으로 대기.] [포탄은 소형 핵.] [중계기에서 신호 잡히는 즉시 위치 수정. 발사한다.]그녀는 현재까지의 상황을 신성 왕국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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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가 보낸 긴급 보고는 순식간에 블라디 아크 타워에 도착했다. 성층권에 올린 비행선이 통신 위성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원인이 뒤섞인 전파 방해로 예상보다 더 많은 통신 비행선을 올려야 했지만, 지금처럼 긴급 통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보면 올리길 잘했다는 평가.
“임기응변이 대단하네요.”
후드도 김 양의 임기응변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악의적인 화산재와 먼지 구덩이 속에서 거점을 만든 것도 그렇고 확실히 통신이 끊겼어야 할 상황에서 비행선과 교신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기순도 마찬가지로 평가했다. 저번 거미와의 교전에서도 그렇고 김 양은 확실히 현장 지휘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통신 불가능한 상황에서 바로 로켓 드론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다니.]시간만 있다면 생각할 수 있을 법한 방법이라지만,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바로 대응했다는 점이 중요했다.
김 양의 원정대가 보내온 정보는 충격적이었다. 일본에 거대한 싱크홀이 있었고 그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이 꾸역꾸역 밀고 나왔다는 보고였다.
마루는 심 회장을 잠식했던 검은 촉수를 떠올렸다. 어쩌면 그와 유사한 무엇이 시체들을 잠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심 회장을 침식했던 그걸 연구했어야 했나? 사람을 침식하는 것 같아서 샘플이고 연구고 뭐고 날려버렸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싱크홀까지 가는 동안 움직이는 건 없었어.’
그렇다는 건 주변에 있던 것들이 전부 싱크홀에 있었다는 건데. 수직으로 파인 싱크홀에서 어떻게 기어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나왔어도 시야가 보이지 않고 소리도 멀리 퍼지지 못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원정대를 추적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놈들이 침식한다는 점. 따라서 놈들이 접근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건데.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기순도 마루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제일 위험한 건, 놈들이 엑소슈트를 뚫고 조종사를 침식할 수 있다는 거겠지.]신형 엑소슈트를 파고 들어간 것도 모자라 순식간에 친위대원 2명을 침식했다는 건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영국과 프랑스에 사용했던 것처럼 선제적으로 수소 폭탄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PD가 런던과 파리를 날렸던 것처럼 도쿄를 날려버리자는 주장.
“그건 정보가 부족해서 위험합니다.”
후드가 자료를 모니터에 올리며 말했다.
“제단의 파편과 관련해 이상 사태가 벌어질 것을 대비해, 미합중국에서는 일본 도쿄에 수소 폭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수소 폭탄의 사용으로 도쿄에 있는 이상 사태를 지워버리려고 했던 것이 싱크홀 사태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수소 폭탄 한 방으로 거대한 싱크홀이 생기고 뭐가 뭔지 모를 지랄이 터졌는데, 거기에 수소 폭탄을 쏟아부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
[어쩌면 도쿄에 수소 폭탄이 떨어진 게 한 번이 아닐지도 몰라.]실눈을 가느다랗게 뜬 기순이 지도에 선을 죽 그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서 이어진 선이 홋카이도 아래 일본 본토를 향했다.
[일본은 중국의 북부 전구가 노리고 있었지?]지금은 만주 군벌로 독립해서 7 중국 가운데 하나지만 일본 공략에 제일 힘을 쏟는 건 북부 전구였다.
[미국이 수소 폭탄을 써서 지워버리려는 게 무엇일지 확인하려고 했다면?]그래서 수소 폭탄으로도 날려버리지 못한 제단의 파편을 건졌다면? 샬롯 그룹의 심 회장이 제단의 파편 관련된 정보를 어디서 구했을까?
[무엇보다 수소 폭탄 한 방으로 초대형 싱크홀이 생기는 건 불가능해. 우리처럼 120~130 Mt급 수소 폭탄을 쓴 것도 아니고 잘해야 10~25 Mt급 수소 폭탄이었으니까 말이지.]“그럼 중국과 일본의 잔당들이 무언가의 흔적을 발견했고, 그걸 통제하지 못해 도쿄에 수소 폭탄 세례를 했을 거다? 중국의 핵과 핵시설은 미국의 반격으로 완벽하게 처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루의 의구심에 기순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해에 동그라미를 쳤다.
[수소 폭탄을 적재한 핵 잠수함이 살아있었다면?]“미국에 보복 공격을 하지 않고?”
[전쟁 이후 군벌화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면 굳이 미국을 건드릴 이유가 있었을까?]과연. 순식간에 7개로 쪼개진 중국이 이상하다 싶었더니, 그럴 법도 했다.
전파장애와 전자기기 간섭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공위성은 먹통인 상황이 계속됐으니, 핵 잠수함 몇 척 숨기는 건 일도 아니었겠지.
[따져본다면 러시아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고.]러시아에서 수소 폭탄을 썼을 가능성도 있었다.
[어쨌든. 내 생각으로는 미국에서 쏜 수소 폭탄만으로는 그런 싱크홀이 생기는 건 불가능해. 추가 핵 공격이 있었고. 그게 먹히지 않았다고 봐야겠지.]“그리고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핵 공격을 포기했다?”
[그럴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본다. 아니었으면 그쪽 동네에 있는 애들이 알아서 수소 폭탄으로 정리하려고 했겠지.]“··· 원정대가 가지고 간 보병용 소형 핵도 문제가 될까?”
김 양이라면 처음부터 작은 핵부터 박고 시작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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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삑-삑-삑-
중계기가 요란하게 정보를 보내왔다.
동작 감지 센서의 작동음과 함께 CCTV 화면 속 검은 그림자들이 울렁울렁 몰리기 시작했다.
펑!
중계기가 지뢰처럼 터지고, 인접한 중계기가 장면을 이어받았다.
쾅!
원정대가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안다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내달리는 유기체들.
[박격포 발사.]중계기가 있던 지점으로 날아가는 핵 박격포탄. 반경 450m~550m는 거뜬히 초토화할 수 있는 포탄이 동시에 폭발했다.
[박격포 계속 쏴.] [중계기가 폭발에 휩싸였습니다.] [위치 신호를 잡을 수 없습니다.] [병신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그 근처에다 계속 쏴.] [옛.]근처에 근처의 근처까지 싹 태워버리면 될 일 아닌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