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41)
러스트 [RUST]-741
김 양의 원정대는 성층권 고도를 유지하며 한반도를 향했다.
“일본 쪽에 성층권 비행선(Stratellite) 넉넉하게 뿌려.”
[성층권에 미세한 화산분출물이 떠 있어 기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상관없어.”
문제가 생기면 자폭시키면 그만이었다.
성층권 비행선이 자리를 잡고 영상을 보내왔다. 30km 이상의 고도에서 촬영한 일본의 상황은 끔찍했다.
일본 전역이 짙은 화산분출물로 덮여있었다. 햇빛 한 조각 들어갈 틈 없이 검은 부유물에 파묻힌 모습.
태풍이 잦은 일본에서 저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과학적인 현상이었다. 김 양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흐응-
‘그래도 성층권 비행선 박아 놨으니까 뭔가가 튀어나오면 바로 알 수 있겠지.’
[대한민국 남부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부산과 일부 지역이 화산재의 영향 아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스텔스 드론으로 정찰부터 시작해.”
은신 모듈을 장비한 드론이 회색빛 구름과 먼지 아래, 부산으로 향했다.
삐—
[통신 불량합니다.]“중계 비행선, 드론 추가로 투입해. 스텔스 가능한 애들로.”
[스텔스 중계 비행선, 스텔스 드론 발진.]치지직-
[정찰 영상 들어왔습니다.]김 양의 시선이 모니터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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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와 기순의 이야기는 길어졌다.
제국을 돕는 이유가 무엇이었나? 따지고 보면 신성 왕국을 위함이었다.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제국이 망하고 5천만이 넘는 인구가 대부분 죽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엄청난 숫자의 시체는 변이 괴수들의 양식이 될 터. 인간을 먹을수록 똑똑해지고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는 것은 인간의 죽음은 곧 괴물들이 강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제국의 난민들이 죽지 않고 흩어진다고 해도 문제였다.
혼돈에 빠진 남부 연맹에서 흘러나온 식인귀나 흡혈귀들이 제국의 난민을 흡수해 세력을 만들기 시작하면 그들이 나중에 노릴 곳은 신성 왕국이 될 것이 분명했다.
남부 연맹에 핵을 투하한 것을 복수한다는 명분이 됐든, 아니면 내부 결속을 위해 전쟁을 선택하든. 어쨌거나 식인귀나 흡혈귀가 제국 난민을 흡수하면 언제고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컸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제국이 무너지는 것보다는 유지되는 쪽이 신성 왕국에 이득이기에 도왔다.
공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도운 것은 사실이었고 제국도 자신들의 처지를 잘 활용해 얻을 수 있는 걸 얻어갔다.
신성 왕국과 제국이 서로 서운한 점이 있더라도 감내할 정도였고, 적당히 양보하기도 하고 이득을 취하기도 하면서 지내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특이점에 도달한 기술이 조금씩 현실로 이뤄지기 시작한 뒤로 사정이 달라졌다.
앞으로 10년 안쪽에 매스 드라이버(Mass driver)나 궤도 엘리베이터(Space elevator)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심지어 지금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운송 수단이었다. 만약 지구 자기장을 이용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성층권 궤도에 거대한 우주 식민지(Space Colony)를 띄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지구 자기장 활용 기술에 실패한다고 해도 핵융합 발전이 성공한 이상, 우주에 도시 규모를 띄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지상을 버려도 성층권이나 우주에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였다.
더 직설적으로 제국이 망하거나 말거나 살아남은 인간들이 죽거나 말거나, 신성 왕국은 안전하게 될 수 있다는 뜻.
자원이 필요하면 드론과 로봇을 내려보내 채취하면 그만일 테니, 지금처럼 넓은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 거점 요새나 거점 마을을 만들고 유지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제국의 인구 5천만이 무의미해질 미래라면 신성 왕국 4백만의 인구는 유의미할까?
압도적인 기술력 앞에 인간의 숫자는 무의미해지리라.
어쩌면 그래서 선거권을 이야기하셨겠지.
미래.
필연적으로 무의미해질 인간에게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선거권을 바탕으로 한 참정권이야말로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야 된다.’
PD는 그분의 자비로움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분께서는 자신의 간곡한 부탁을 기억하고 계셨던 것이었다.
아크 타워를 처음 만들었을 때, 전국적으로 아크 타워 입주 광고를 했을 때 했던 이야기. 단순한 종말 대비 빌딩이 아닌, 인류를 구원하는 방주가 되기를 바랐던 그의 청원을 아직도 기억하고 계신 것이었다.
PD는 기순의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했다.
‘단순하게 선거권을 의미하신 것은 아닐 거다.’
선거는 선택권을 의미했다.
선택에는 반드시 선택에 따른 권한과 책임이 따르기 마련. ‘네가 선택한 일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누가 총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그건 마치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선악과를 먹는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쫓겨난 결과가 나온 것과 같았다.
인간의 삶과 죽음 사이에 선택이 존재한다는 건 삶과 죽음 사이에 책임이 있다는 말과 같은 뜻이었다.
‘그분께서는 선택과 책임을 다시 회복시키시려고 하는 거다.’
종말의 세계에서 오직 신성 왕국만이 에덴동산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고 특이점의 돌파라고 하지만, 그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특이점을 넘는 기술이 완성될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었다. 제국도 남부 연맹도 그 어느 곳도 특이점을 돌파하기는커녕 살아남기에 급급한 현실이었으니까.
오직 그분이 계신 신성 왕국만이 특이점을 돌파했고, 기술이 축적되고 있었다.
이게 우연일까?
곁에서 지켜본바, 우연이 아니었다.
신성 왕국은 그 탄생부터가 기적이었고 존재가 기적이었으며 앞으로도 기적 위에 굳건히 설 나라였다.
그렇기에 PD는 말할 수 있었다.
[선거권은 단순한 선거권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보시려고 한 걸 겁니다.]“선택이라. 군 복무를 선택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보려고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군 복무는 상징적인 요소입니다. 권한과 책임, 권리와 의무를 할 수 있는 시민을 구별하기 위한 요소일 뿐이지요.]“···그런가요?”
[단순한 책임과 권한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분께서는 에덴동산에 들어갈 시민을 구별하려고 하신 겁니다.]“······.”
갑작스러운 에덴동산의 등장에 기순이 입을 다물었다. 분명히 저번에 광신이나 그런 쪽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었나? 이 아저씨 갑자기 왜 이러시나.
PD의 표정과 목소리는 놀랍도록 담담했다. 그래서 기순은 일단 침묵했다.
[그분께서는 선거권과 거주권으로 되도록 많은 사람을 품에 안으셔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믿음도 없고 책임감도 없는 사람들이 에덴동산에 들어온다면 비극은 되풀이되고 말 것입니다.]기순은 PD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은 짐작했지만, 이건 좀···.
권력 분립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지만, 마루라면 정치 같은 부분은 귀찮아서 잘라버리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차라리 그런 해석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 인공지능들은 처음부터 이질적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었지요. 하지만 그분께서 인공지능에 일부 권리를 인정하셨을 때 솔직히 걱정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보이는 듯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 PD는 열변을 통하고 있었다.
[···동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덴동산에서는 동물들도 싸우지 않고 함께 지냈다고 했습니다.]어? 그게 그렇게 연결되나?
다른 동물들도 머리가 똑똑해졌다면 얌전히 지낼 게 확실했다. 지금 보호구역에서 얌전히 지내는 무스(moose)나 버펄로(buffalo)를 보면 그랬다.
쥐나 고양이, 코요테 할 거 없이 마루의 살기 한 방이면 착해(?)졌으니.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대자연의 법칙도 마루 앞에서는 잠잠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PD의 특이점을 통한 에덴의 복원론이 길게 이어진 끝에 나온 결론.
[···그러니 선거권과 주거권은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신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수상도시와 미래의 에덴에 들어가야 합니다.]PD는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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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와의 대담으로 기순은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권력 분립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물론 마루의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를 얻으면 둘을 가지려고 하는 게 인간이었다.
‘PD 아재의 말이 맞아.’
광신도라고 하더라도 차라리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수상도시에 들어오는 게 맞았다. 군 복무를 한다는 것도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봐야 했고.
‘에리카가 힘들겠지만, 수상도시에 들어오는 인원은 모두 사이코메트리로 검증하는 게 맞아.’
PD 아재의 말을 듣고 보니 오히려 엉켰던 생각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역시 종교의 힘. 그냥 확 깨네.’
선거권과 거주권을 팔지 말라는 PD의 의견이 맞았다. 군 복무를 했으니 이래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PD의 말대로 면죄부를 파는 것처럼 수상도시 입주권을 군 복무로 파는 느낌이 들게 하면 안 됐다.
‘군 복무는 기본으로 하고.’
선거권과 주거권은 일단 나중으로 미루는 게 맞아. 기순은 바로 마루와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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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수상도시 입주권과 선거권은 나중에 결정하는 게 좋겠다. 왕님의 선택이기는 한데, 나도 그렇고 PD도 군 복무를 팔아서 선거권, 거주권 주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아.]“그래. 알았다. 생각 좀 더 해보자.”
[우리끼리라서 하는 말인데, 설마 너 정치 귀찮아서 나누려는 건 아니지? 아니겠지?]“···아니다.”
마루가 우묵한 눈빛으로 즉답했다.
[······.]“······.”
잠시간 침묵이 흐르고 기순이 먼저 운을 뗐다.
[PD 아재의 말대로 기술이 너무 빨리 발달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아주 극소수의 인간 외에는 사실상 존재 의미가 없어질 정도긴 해.]그래서 인간에게 정치, 선거, 선택이라는 존재의의를 준다는 건 에덴동산에서 자유의지와 선택이라는 선택지를 준 그것과 유사했다.
[그런 생각으로 정치와 군사를 분리하겠다고 한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렇게 굴러갈 가능성이 커.]그리고 그렇게 정치를 확보한 인간은 생명나무를 노리듯 이번에는 특이점에 도달한 기술력을 넘보겠지.
“생각해 볼게. 그리고 캐나다 쪽은 괜찮냐?]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안정적이지.]
아니, 안정적이 됐기에 오히려 불안해질 위험이 있다고 할까? 기순이 쓰게 웃었다.
[신형 엑소슈트와 노심 아머가 배치된 뒤로 육식 동물들이 사람들 습격하러 마을에 내려오는 건 없어졌어. 새떼가 좀 문제긴 한데. 이쪽도 마을이나 도시 쪽으로는 접근하지 않기 시작했고.]“잘된 일이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데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를 날려 버린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어쩔 수 없지. 당시 상황을 방송으로 내보내면 어떨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그래. 그쪽은 일단 그렇게 하는 거로 하자. 수고.”
기순과 통화를 끝낸 마루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가끔은 그냥 아크 타워 하나만 유지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그랬다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다.
선거권과 군 복무에 대해서는 김 양도 그렇고 기순과 PD도 반대였다. 마루는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할 정도로 그래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PD가 말한 특이점 도달한 기술 시대에 인간의 존재의미라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인간의 위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휴머노이드에 탑재되는 순간. 일반인의 존재의미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에도 식인귀나 흡혈귀들에게 있어 인류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신성 왕국의 경우엔 어떨까?
기술의 발전 끝에 다수의 일반인이 필요 없는 나라가 된다니.
묘하게 역설적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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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본토처럼 짙은 화산재와 먼지는 아니었지만, 부산은 잿빛 안개에 싸인 것처럼 우중충했다.
기온은 36~38도 언저리. 상당히 높은 온도기는 했지만, 대구의 온도가 45도를 넘어버린 것과 비교하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해수면이 기존 기록보다 높습니다.]“얼마나?”
[43.3cm~45.7cm가량 차이가 납니다. 파도의 높이도 최소 1m 이상 높습니다.]거의 1.5m 높이가 올라갔다고 봐야 했다. 그건 부산에서 낮은 지역이 상습 침수 구역이 됐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부산에 해상 도시를 만든다고 했었는데.’
2~3년 전 이야기니까 그런 도시가 있을 수도 있고.
“드론 방공망은 없고?”
[화산재와 먼지 때문에 방공망이 먹통으로 보입니다.] [스텔스 드론 안전하게 정찰 중입니다.]“흐응- 좋아- 추가로 더 보내. 한 번에 정보를 긁고 빨리 복귀시켜.”
[스텔스 드론 추가 발진.] [정찰 범위 확대합니다.]부산과 인근 지역의 영상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시거리가 100m~120m 정도였지만, 일본 본토에서 10~20m였던 걸 생각하면 양반이었다.
초대형 스크린에 부산의 전경이 모자이크처럼 드러나기 시작했다.
‘난민들인가?’
부산 전체가 사람들로 들끓고 있었다. 일본 난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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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던 것처럼, 부산 그 좁은 공간에 무려 3천만에 육박하는 인구가 몰려들었다.
기존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일본에서 넘어온 난민들이 합쳐진 숫자였다. 당연히 사건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인들이 사방으로 퍼지지 못하게 군대를 동원해 막았다.
식인귀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만약 일본산 식인귀들이 한국에 퍼져 세력을 일구기 시작한다면 토벌하기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용지봉 자연휴양림과 굴암산을 시작으로 분성산, 신어산, 천성산, 대운산까지 고지를 잇는 부산 포위망이 형성됐다.
그리고 그 안에 갇힌 사람들과 한국군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창원에서 까마귀 무리가 발견됐습니다.]부산 바로 옆이었다.
[무리의 숫자는 7만 이상으로 확인됐습니다.]단일 규모라면 제법 큰 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