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42)
러스트 [RUST]-742
7만 이상이라고?
흐응-
제법 챙길만한 숫자인데.
김 양이 까맣게 웃었다.
역시 남조선. 공화국이었으면 까마귀고 비둘기고 참새고 보기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거기 까마귀들 다 들었지? 7만이라고 하는데. 몇이나 가야 대화가 가능할까?”
치이이일처어어언! (7천!)
“위험하면 드론 있는 곳으로 피해. 괜히 뒈지지 말고.”
까아아아악!!! (그럴 일 없다!!!)
까악! 깍까악! (두당! 열씩이다!)
김 양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드론을 뿌렸다. 7만이 한 번에 덮친다면 방해전파와 생체 EMP 효과 때문에 문제가 생기겠지만, 7천이나 되는 신성 왕국의 까마귀들이 갔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
‘여차하면 지원 사격하면 되니까.’
7만이 하나로 뭉쳐 블랙 드레이크호를 감싼다면 위험하겠지만, 접근 전에 숫자를 줄이면 그뿐. 멀리서 쏘면 어쩔 건데?
비행 선단이 드론을 전개하고 전투 대형을 갖추는 사이 7천 까마귀들이 7만이 뭉쳐있는 창원으로 향했다.
‧
7만이 넘는 까마귀들은 7천 마리의 까마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도 시큰둥했다. 자기들 숫자가 더 많기도 하거니와, 널려있는 시체를 먹기도 바빴기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군대가 봉쇄한 산악지역을 뚫지 못하자, 서쪽 창원지역과 북동쪽 울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방향에는 이미 까마귀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7만이나 되는 까마귀들은 부산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10명 20명 정도는 순식간에 뼈도 남지 않았고 300명 400명씩 몰려와도 마찬가지. 7만이나 되는 까마귀들이 빼곡하게 내려앉아 시체를 해체 분배하는 모습은 멀리서 봐도 섬뜩할 정도였다.
“아아악! 사람 살려!”
“끄아아아악!”
빈 버스나 문이 열린 자동차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소용없었다.
푸드덕-
날갯짓과 함께 버스에 내려앉은 까마귀들이 발톱으로 버스의 천장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신성 왕국의 까마귀들도 부리와 발톱이 괴수 특유의 변이를 일으켜 자동차 철판 정도는 뚫고 찢을 정도인데, 창원에서 사람들을 꾸준히 잡아먹은 까마귀들은 그 날카로움이 더했다.
순식간에 버스 천장이 길게 뜯어지며 까마귀들이 난입하자, 안에 숨었던 사람들이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대기하고 있던 까마귀들이 공격했다.
푹- 경동맥을 노려 발톱으로 긋거나.
콕- 눈을 쪼아 시력을 뺏고 서서히 죽였다.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어디로 도망쳐도 까마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골목. 골목으로!”
십여 명이 동시에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지만, 그 끝에 있는 것은 구겨진 경차였다.
“막혔어.”
“씨발 함정이다. 돌아가.”
“거기 빨리 나가지 않고 뭐해.”
“막혔다고.”
“밀지 마요!”
“아아악!”
앞뒤로 막혀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들 머리 위로 검은 날개가 펼쳐졌다.
까아아아악!
그 장면을 영상으로 보는 김 양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이것들 사람 잡는데 도가 텄는데?’
상황을 보니 사냥터 안쪽으로 들어올 때까지 매복하고 있다가, 깊숙하게 들어오자 포위 섬멸에 들어간 꼴이었다.
멀쩡한 자동차들 끌어다가 놓은 흔적도 역력하고, 이면 도로에는 망가진 차들 밀어 넣어 골목 막은 것 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지능적이었다.
흐응-
김 양은 까마귀가 사람을 많이 먹었거나 말았거나 상관없었지만, 마루는 아니었다. 사람 맛을 잊지 못하는 것들이라면 당연히 처분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 영상 바로 본국으로 보내. 데려갈지 아니면 처분할지.”
성층권 비행선으로 살펴보니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창원을 뚫고 서진한다고 하더라도 그쪽에는 이미 군대가 대기 중에 있었다.
까마귀들은 군대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군대도 까마귀들이 피난민들을 잡아먹어도 가만히 대기하고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김 양의 눈빛이 차갑게 번들거렸다.
‧
‧
‧
원정대가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금세 전달됐다.
“상황은 어때?”
[보고서와 영상이 들어왔습니다.]“영상부터.”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일부가 화산재와 먼지로 얕게 묻힌 영상이 펼쳐졌다. 드론으로 잿빛 공기를 뚫고 들어가자 부산의 참혹한 실상이 날것으로 드러났다.
그 좁은 땅에 물경 3천만에 달하는 인구가 바글바글했다. 그것도 모자라 대마도에서 부산 방면으로 이동하는 작은 고깃배들이 줄지어 있었다.
[미쳤군.]기순도 그 모습에 학을 뗐다.
“항구가 마비됐군요. 안쪽에 있는 배들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겠어요.”
후드도 엉망으로 엉킨 항구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만 척은 거뜬히 넘을 숫자의 작은 배들이 부산항과 인근에 바글바글했다.
“추정인구 3천만이라니. 사실상 가둬서 죽이겠다는 소리군요.”
PD의 평가에 기순이 인상을 쓰면서도 변론했다.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부산은 한국에서 2번째로 큰 대도시로 인구 1천만까지 간 도시죠. 행정력이 제대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3천만을 수용하는 게 불가능한 도시는 아닙니다.]행정력이 마비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인구가 3배 이상 불어난 꼴이 됐으니 저렇게 된 것. 일본에서 넘어온 난민이 2천만이 넘는다고 하더라도 냉정하게 따지자면 수용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에서 의도해서 저렇게 했다는 겁니까?”
[정보가 없어 뭐라고 하긴 어렵지만, 난민을 수용할 의지가 있었다면 저렇게 두지는 않았겠죠.]후드와 기순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고지를 중심으로 부산 인근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는 군대가 영상에 드러났다.
[이. 씹. 이거 그거다.]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던 기순이 마루만 들을 수 있게 채널을 바꿔 말했다.
[하- 그래 아무리 봐도 부산을 본보기 삼은 것 같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알았다.]마루와 기순이 잠깐 이야기에서 빠진 동안, 후드와 PD가 영상을 분석했다.
“군대까지 동원해서 차단한 것을 보면 전염병 문제가 있는 걸까요?”
“전염병 문제라면 군인들이 화생방 대비를 했을 겁니다. 일반 무장인 것으로 보아 전염병 문제는 아닐 겁니다.”
치안이 망가졌고, 식량이 부족한 부산의 상황이 가감 없이 펼쳐진 가운데 영상이 창원으로 향하는 피난민들을 잡았다.
100명이 넘는 무리가 부산을 떠나 서쪽으로 도망치는 모습. 그리고 까마귀들의 사냥이 펼쳐졌다.
신성 왕국의 까마귀. 사람과 함께 사람처럼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까마귀만 보다. 지능적으로 사람을 사냥해 잡아먹는 까마귀를 보니, 그 간격이 더 크게 느껴진 후드와 PD였다.
“에에엣? 한국의 까마귀는 저런가요?”
[일본 까마귀는 저거보다 더 심할걸.]“에?에엣?”
[사람이고 까마귀고 다 죽었을 테니 의미 없겠지만.]기순의 팩트 폭격에 간호사가 입을 다물었다. 창원의 까마귀들이 피난민으로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던 마루가 말했다.
“그래서 원정대에서 뭐라고 했다고?”
[창원에 있는 까마귀 섭외를 계속할지, 처분할지 결정을 바란다고 했습니다.]마루의 시선이 화면을 향했다.
“까마귀들 가운데 먹이를 물고 둥지로 가는 개체가 없군.”
[···그러네?]“확실히 그렇군요.”
“여름이니 봄에 알을 낳았다면 지금쯤이면 거의 다 컸을 시기긴 하지만···. 아직은 어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을 때긴 합니다.”
PD와 후드는 마루의 눈썰미에 감탄했다.
“우리 까마귀들이 먹는 고기 경단과 괴수 육포를 줘보라고 해.”
[전달했습니다.]그걸 먹고도 인육을 선호한다면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
‧
‧
김 양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육포랑 고기 경단 그리고 과자도 좀 가져가.”
까악? (과자?)
“너희 단맛도 좋아하잖아. 그거 파이랑 초콜릿 같은 거. 그것도 가져가서 이야기해봐. 사람 그만 먹고 이런 거 먹자고. 우리한테 합류하면 이런 거 먹을 수 있다고. 거짓말도 아니고 사실이잖아.”
까아아악. (그건 그렇지.)
까마귀의 반응에 김 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뭐임 그 반응은? 설마 사람 먹고 싶어졌음?”
까악? 까아악! (무슨? 그런 험악한 소리를!)
의심의 눈빛을 받은 까마귀가 필사적으로 문자판을 콕콕 쪼았다.
“흐응- 한 번은 믿어주겠어. 알지? 최고 존엄이 오시면 전부 도륙 나는 거. 아니. 최고 존엄께서 여기 오시기도 전에 내 선에서 끝장낼 수 있는 거. 알잖아.”
······.
“그럼 가봐.”
푸드덕-
‧
7천의 까마귀들은 완전히 소외된 상황이었다. 대충 내려가면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창원의 까마귀들은 인간 사냥에만 집중할 뿐 보는 둥 마는 둥 신성 왕국 까마귀들을 무시했다.
까악?(이것을 우리를 무시하는데?)
죠지까악?(조질까?)
일단은 쟤들 사냥 중이니까 기다려 보자.
밥 먹고 나면 뭔가 반응이 오겠지.
근데 여기 인간들은 뭔데 저렇게 도축되고 그러는 거지?
저쪽에 보면 군대도 있는 거 같은데 군대는 왜 가만히 있고
여기 인간들 사정이 있겠지.
츄릅.
그러고 보면 인간들 특유의 맛이 있기는 했어.
지랄 마라. 그러다가 골로 간다.
인간 먹는 인간들도 싹 죽이는 거 봤으면서 지랄은.
알아. 안다고.
아 진짜 말도 못하냐?
까악까악 거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신성 왕국 까마귀들에게 김 양의 명령이 떨어졌다.
괴수 육포?
아니 까발. 그걸 주라고?
고기 경단이야 그렇다고 쳐도 쟤들에게 그냥 주라니.
우리 포상으로 받는 거 아니었어?
다들 부리 닫아.
일단 괴수 육포랑 경단 챙겨와.
쟤들이랑 이야기 잘 되면 우리도 주겠지.
그렇게 신성 왕국 까마귀들이 창원 까마귀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신나게 생고기 파티를 즐기고 있던 창원 까마귀들은 양념일 잘 된 고기 경단에 괴수 육포, 다양한 파이류와 초콜릿까지 가져온 신성 왕국 까마귀를 보곤 고개를 까딱거렸다.
공물인가?
무리에 들어오고 싶다고?
양이 너무 적지 않아?
우린 7만이 넘는데 이걸로는 맛보기도 부족해.
얘들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어떻게 내려온 거지?
울산 쪽 스파이 아니야?
울산도 이런 건 없었어. 양념 고기라니.
과자? 이거 과자 같은 데?
독약 아닐까?
창원 까마귀들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창원 까마귀들의 반응에 신성 왕국 까마귀들은 멍해졌다.
이건 공물이 아니다.
반대로 우리를 따라 신성 왕국으로 가면 이런 걸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려고 가져온 것이다.
독약 같은 건 없다.
신성 까마귀의 말에 시끄럽게 울던 창원 까마귀들이 일순간 뚝 울음소리를 그쳤다.
7만 마리 14만 개의 눈동자가 침묵 속에서 신성 까마귀들을 노려보는 모습.
이어서 품평회가 시작됐다.
인간을 먹지 않았군.
크기가 좀 작은 걸 보니까 그런 거 같아.
근데 깃털과 발톱은 좋아 보이는걸.
다른 고기를 먹었나 보지.
멧돼지 같은 거.
쟤들이 가져온 육포 모양을 보니까 인간 육포는 아니야.
우리가 사냥하지 못하는 걸 잡은 건 확실해.
창원 까마귀들의 눈동자에 탐심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인간을 먹었는데 여기에 사냥하기 힘든 괴수 육포까지 먹게 된다면 더 강해질 수 있으리라.
너희 말이야.
이 육포를 어디서 가져왔지?
신성 왕국 까마귀들이 냉큼 날개를 펼쳐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위에.
비행선.
비행기가 아니라 비행선?
그게 뭐지?
가보면 알아.
거기에 이런 것들 엄청나게 많이 실려 있어.
새것으로.
푸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7만 마리가 동시에 날아오르자 검은 구름이 낀 것처럼 어둑해지는 하늘.
모조리 날아오른 창원 까마귀들이 원정대 비행선을 향해 날아간 뒤, 신성 왕국 까마귀들이 가지고 내려간 양념 경단과 괴수 육포, 파이 초콜릿 등을 들고 조금 떨어진 군부대로 향했다.
“저. 저. 저기 까마귀들이 옵니다!”
“야. 쏘지 마!”
“총구 내려!”
“저거 쏘면 지랄 난다. 그냥 가만히 있어!”
푸드드득-
연병장에 내려앉은 까마귀들이 진공 포장된 양념 고기 경단, 괴수 육포와 과자류를 내려놓고 말했다.
까아아악!
맛있는 거 많다아아악!
워으급도 많아아아악!
조이이인 어으스 (JOIN US!)
신성 왕국 팜플릿을 내미는 까마귀들이었다.
“김 상병님 이게 뭡니까?”
“이민? 즉시 갈 수 있다고?”
“이걸 전부 까마귀들이 가져왔다고?”
“소령님. 까마귀들이 전단지를 가져왔습니다.”
“저것들 다 내쫓아.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신성 왕국이라니. 다 헛소리야.”
소령의 얼굴에 어쩐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상층부는 알고 있었다.
북미에 신성 왕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된 것을.
그리고 그 국왕이 블라디마루 칼린이라고 한국계라는 것도.
‘신성 왕국 까마귀라니.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온 거야?’
계엄 사령부에 연락해야 하는데.
어느새 까마귀들이 소령을 둘러싸고 있었다.
까악- 너어는 인간 먹은 인간? 까악?
너 식인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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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까마귀 7만 넘는 숫자가 고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방향 확인!] [이쪽입니다. 까마귀들 원정대 방향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까마귀 년들 창원 애들 분위기를 보아하니 답이 없어 보이니까 바로 비행선으로 짬 때려 버리고, 한국군 포섭으로 방향을 틀어 버리는 순발력.
“까마귀 년들 진짜.”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던 김 양은 어이가 없어 깔깔 웃었다.
“뭐. 됐음. 작은 거 넉넉하게 준비하고. 경고 드론 보내. 올라오면 뒈진다고.”
원정대에서 보낸 경고 드론이 창원 까마귀들의 발톱에 난도질당했다.
“무서운 맛을 모르나 본데. 제대로 알려줘야겠네.”
응.
뜨거운 맛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