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48)
러스트 [RUST]-748
김 양은 정찰 화면을 보고 또 봤다. 아무리 봐도 임산부가 너무 많았다.
‘어째서?’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한국의 출산율은 0.7대에 진입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 사태, 식인귀 논란에 변이 괴수 창궐로 몸살을 앓았으니 출산율이 0.5 이하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역으로 산모들이 늘었다고?
일본의 대재난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소재, 부품, 장비 이른바 ‘소부장’으로 대표되는 수입 루트가 몰락하자, 한국 경제가 타격받는 것은 당연했다.
일본의 대재난 초기에는 창고에 쌓아놓은 재고로 버텨, 당시에는 큰 영향이 없어 보였지만 그것도 1~2년이 한계.
거기에 미국과 중국 전쟁 여파로 중국이 7개로 쪼개져 중국과의 수출입이 많은 한국은 또 타격받았다.
여기에 동남아시아와 연결되는 항로를 중국 남부 군벌이 장악하면서 동남아시아와의 수출입도 어려워졌다. 대만이 중국 군벌에게 점령됐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게다가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로도 막혀버렸다. 남쪽으로는 오키나와에서 시작해 규슈와 혼슈 그리고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화산분출 여파에 빠졌기 때문.
사실상 일본 전역과 인근 해역이 화산재와 먼지, 부석(浮石)으로 뒤덮였기에 일본 해역을 통한 해상 운송은 불가능했다.
결국. 오염 지역을 피해 가려면 러시아 영해를 거쳐야 하는 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지원했기에 러시아 영해 통과가 어려웠다.
러시아와의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7개로 쪼개진 중국은 서로 자신들이 종주국이니, ‘한국은 어서 꿇어라.’를 외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대만을 점령한 중국 남부 군벌은 자기들에게 꿇으면 대만 해협을 지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며 어르고 달래는 상황.
흐응-
대만을 털어버리길 잘했네.
보조 인공지능의 상황 분석을 듣던 김 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난민을 군을 동원해 쓸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능력자들 때문이겠고. 중국 난민을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군대를 동원하는 순간 7개의 중국이 개입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겠지.’
이런 상황을 막아주리라 생각했던 주한 미군이 중국 참전군과 같이 세트로 귀환해 버린 게 컸다.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분노조절 장애를 치료하고 식인귀의 식인 본능 억제 효과가 있는 오진 그룹의 신약이 있을 때는 항로 걱정, 수출입 걱정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샬롯 그룹이 가지고 가지 못해 남긴 물자가 있다는 것이었고. 오진 그룹이 남기고 간 약품도 한국이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걸 전부 고려해도 이상해.’
아무리 분석해도 수도권과 대도시의 풍경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최소 임신 7~8개월은 됨 직한 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은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7~8개월이라면 임신했을 때가 한겨울이라는 소리였다. 여차하면 얼어 죽게 생겼을 텐데 열심히 그랬다고?
한국은 그렇게 춥지 않았나?
여름 날씨 보면 그래도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졌을 것 같은데.
‘뭐가 있어.’
아무래도 확실히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게 제일 확실한데. 애매하네.’
친위대원 가운데 여성 대원이 있지만, 한국어 패치가 어쩌고 하기보다 백인계열이라 눈에 띌 테고. 그렇다고 간호사를 보내자니 한국어를 못했다.
‘그럼 누가 가야 하지?’
‘아-’
김 양은 ‘진짜 족-같네.’를 속으로 외치곤 침투 준비를 했다.
회사 다닐 때 잠입하고 그런 경험이 있어서 들어가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서열 2위가 직접 발로 뛴다고 생각하니 울컥-했을 뿐.
쯧-
근데 그러고 보면 우린 서열 1위도 현장 뛰잖아.
‘이건 뭔가 옳지 못함.’
아무래도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김 양이었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지만.
“수도권에 잠입해서 직접 파봐야 할 것 같아.”
블랙 드레이크호의 보조 인공지능은 정말 잘 생각했다는 듯 김 양의 의견에 동의했다.
[잠입 경로와 방법 연산합니다. 연산결과. 서울로 직접 진입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별됐습니다. 가능성 있는 루트는 용인, 화성 라인에 있는 버려진 골프장에 강하하는 것이 제일 안전한 루트입니다.]“······.”
[강하 방법은 소형 스텔스 비행선을 이용해 강하. 해당 골프장을 거점으로 장악 후, 동탄, 오산, 화성, 용인 가운데 한 곳으로 진입. 정보를 규합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이년이. 한 번을 말리지 않네.
“버려진 골프장 장악하면 문제 생기지는 않고?”
[네. 군 기지로 사용되는 곳을 제외하면 버려진 곳이 많습니다.]그래. 간다. 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까 후딱 하고 오자.
김 양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
‧
수도권의 방공망은 확실히 빽빽했다.
특히 서울은 완전히 철옹성이라고 봐야 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좀 느슨해졌지만, 그래도 1만 단위의 병력이 사방에 깔려 있어 무슨 수도권 전체가 군사지역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초기에는 200만이라고 하더니, 창원에서 확보한 정보로는 300만이었다. 그리고 현재 침투 루트를 찾으면서 확인한 바로는 300만이 넘을 것 같았다.
‘창원에 있던 식인귀 소령은 하급이었나? 정보 갱신이 느렸나 본데?’
위이이잉-
작은 소리와 함께 김 양과 친위대원 그리고 까마귀들이 텅 빈 골프장에 착륙했다.
까마귀와 스탤스 드론이 사방으로 흩어져 경계와 정보획득 작업을 하는 동안, 김 양과 친위대원들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장악했다.
[여기. 이상합니다.]버려진 것이 분명한 클럽하우스 내부는 이상하게 개조되어 있었다. 넓은 홀로 표시된 공간은 작게 쪼개져 원룸 형태의 방으로 변해있었고. 문은 밖에서 잠그고 열 수 있게 된 문이었다.
[무슨 수용소 같은 데요?] [지하에 실험 설비를 해체한 흔적이 있습니다.] [다른 쪽에 있는 버려진 골프장도 이런 지 확인해.]김 양은 까마귀와 정찰 드론을 인근 버려진 골프장으로 보냈다.
근처 용인에만 스물다섯 곳의 골프장이 있었으니 놀라울 따름. 화성시에 있는 여덟 곳을 합하면 무려 서른셋이나 됐다.
‘사이코메트리까지 데려와야 했어.’
현재 에리카는 기순과 같이 캐나다에서 구르고 있어서 부르지 않았는데, 버려진 시설을 보니 사이코메트리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김 양이었다.
[버려진 골프장은 규모가 작은 곳입니다.] [대형 골프장 가운데 몇은 아직도 운영되고 있습니다.]‘이 상황에서 골프 치는 놈들이 있다고?’
식인귀들 골프가 되나?
힘이 좋아서 한번 치면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날려버리면 무슨 재미···.
김 양의 시선이 버려진 골프 클럽하우스를 살폈다.
골프가 목적이 아니라 골프를 핑계로 식인귀들 모이는 것이라면?
식인귀가 아닌, 상류층을 끌어들이는 곳으로 쓴다거나.
[거기 골프장에 들어간 놈들 미행 가능함?]까악. (가능합니다.)
스텔스 드론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김 양은 까마귀를 선택했다.
[무리하지 말고. 걸리지 않게 조심해서 갔다 와.]깍! (넷!)
사방으로 정찰과 미행까지 보낸 김 양이 버려진 골프 클럽하우스를 거점으로 삼고 행동을 개시했다.
김 양의 침투하기로 선택한 곳은 여러모로 유명한 동탄이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머리 하러 오셨나요?”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어머. 머릿결 좀 봐. 어떻게 관리하셨어요. 요즘 손님들 머릿결 좋지 않은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최근에는 이렇게 좋은 머릿결 있는 손님 본 적이 없었는데. 따로 관리하시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헤어샾을 첫 번째 방문지로 택한 효과가 있었다. 디자이너는 김 양의 머릿결을 매만지며 수다를 떨었다. 작업의 프로인 김 양이 순진한 얼굴로 답했다.
“고기를 잘 먹었더니 그런가 봐요.”
“고기요?”
“네. 제가 시골에서 막 올라와서요. 닭이랑 오리랑 키우는 데, 닭발 같은 거 먹은 게 효과 있었다 봐요.”
“어머 그러셨구나. 그렇죠. 닭발도 그렇고 오리고기도 좋으니까요. 시골 어디서 오셨어요?”
“창원 근처에서요.”
“네? 그렇게 먼 곳에서요? 창원이면 경상남도 아닌가요?”
김 양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이 여자. 말을 많이 한다 싶었는데, 어느새 호구조사를 하고 있었다.
‘이거. 정보를 얻으려고 했더니, 역으로 정보를 털고 있는 것 같은데?’
중국 현지에서 작업할 때도 그렇고 동남아에서도 의외의 일들이 있었다. 작업 대상자가 있는 동네 전체가 그쪽 조직과 연계된 경우에 특히 그랬다.
음료수 사러 갔더니 슈퍼 아줌마가 조직원 엄마라서 바로 외지인 들어왔다고 경보 올리거나, 배달 음식 시켰더니 배달부가 조직원이거나 조직원 친인척인 경우도 있었고.
그런 경험을 했던 김 양이었기에 순수한 표정을 유지한 채,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네.”
“아유. 멀리서도 오셨네. 머리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역시. 이 여자. 눈치도 빨랐다.
답이 짧아지는 것과 동시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 예전 작업했을 때 느낌이 들었다.
‘그냥 쉽게 정보 얻으려고 들어왔는데. 꼬이네.’
들어오면서 확인한 바로는 CCTV 4개. 입구에 하나, 계산대에 하나, 그리고 홀에 둘. CCTV가 작동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된다고 가정하고 움직이는 게 맞겠지.
김 양의 답변이 늦자, 여자가 먼저 호들갑 떨었다.
“머리를 기르실 건가요? 아니면 살짝 컷 하셔서 단발 형태로 하실 생각이신가요? 살짝 컷 하실 거면 매직 스트레이트 펌으로 약간 힘주고 가시면 정말 예쁠 것 같은데요. 여기 이런 스타일로요.”
여자가 시간이 걸리는 펌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김 양은 가볍게 거절하고 살짝 다듬는 수준을 요청했다.
“이상하게 임신하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 그렇죠. 요즘-”
매직 스트레이트 펌을 하지 않아서 대답을 건성으로 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김 양은 디자이너의 가위질 시간과 압력이 미세하게 변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떠세요? 이 정도면 될까요?”
“네. 얼마죠?”
“기본 컷이니까 25,000원이요.”
김 양이 지갑에서 3만 원을 꺼내 내밀자, 여자의 손이 살짝 떨렸다.
‘세 번.’
머리 할 때 한 번, 자르면서 두 번 그리고 지금 돈 받으면서 세 번. 세 번 이상하면 이상한 거였다.
“여기 차단.”
“네? 차단이요?”
동시에 헤어샾의 전등이 꺼졌다. 저녁 7시.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문 틈새로 들어온 빛 사이로 여자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어딜···.”
자리를 박찬 김 양의 손끝이 여자의 명치를 때리자, 끅 소리도 못 내고 주저앉는 여자. 김 양은 바로 등 뒤로 돌아가 여자의 목을 휘감아 경동맥을 압박했다. 순식간에 축 늘어진 여자를 보곤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느낌이 이상했는데. 아니었나?’
김 양은 기절한 여자에게 마취제를 꽂아 넣으며 통신했다.
“정보추출기 이쪽으로 가져와.”
[옛.]잠시 뒤, 중국집 배달 가방을 든 배달원이 들어오면서 [OPEN]을 [CLOSE]로 바꾸곤 문을 잠갔다.
[괜찮으시겠습니까?]“서울까지 뚫어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중국집 배달통이 열리고 드러난 정보추출기. 두 쪽으로 분리된 정보추출기가 순식간에 하나로 합쳐졌다.
뽀각-
기절한 여자의 머리통에 정보추출기가 박히고, 모니터에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봐 이년. 이상하다고 했잖아.”
김 양이 어깨를 으쓱했다.
‧
한국은 겨울부터 급속도로 감시사회로 진행됐다. 영하 20~30도를 오가는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으로 목줄을 쥔 한국 정부와 계엄 사령부는 강력한 정책을 연이어 펼쳤다.
제일 처음 한 것은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발행이었다. 그러니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이었다.
전기, 가스, 상수도 요금을 디지털 화폐로만 받는다고 하고 그에 반대하면 공급을 끊었다. 영하 20~30도에 시위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시위한다고 해도 1~2시간이면 체온을 잃었기에 버티기 힘들었다. 얼어 죽거나 그냥 따르거나. 그렇게 CBDC가 되자 사실상 모든 은행계좌는 정부와 계엄 사령부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됐다.
정부가 현금 흐름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도매 장난질이나 담합 같은 걸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논란이 많았지만, 물가를 낮추고 담합을 두들겨 패자 사람들이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징병이 시작됐다.
‘징병 대상입니다.’
‘아니 지금 하는 일이 있는데 이렇게 갑자기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징병 거부 시 모든 계좌가 동결됩니다.’
‘미쳤나?’
징병을 거절하면 바로 CBDC 화폐가 동결됐다. 징병 대상자가 되면 예비역은 무조건 가야 했다. 아니면 가족들 전체의 계좌가 동결 굶어 죽고 얼어 죽게 될 판이었으니까.
“와 이민 받은 애들 말이야. 걔들 가족들 괜찮은 거야?”
[이민 가면 가족 계좌 동결한다는 조항은 없었으니까요. 다들 그 틈을 노린 것 같습니다.]하긴, 이 시국에 누가 북미에 있는 신성 왕국으로 이민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는가? 남자들이 군대에 끌려간 다음은 여자들 차례였다.
임산부 지원 프로그램이 발표됐고, 모든 공공요금을 비롯한 상품 거래 시 임산부 할인이 시작됐다. 최소 50%에서 최대 80%까지의 할인 혜택.
임산부 우선 공급 주택을 시작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임신과 동시에 지원금이 지급되는 정책까지.
‘낳기만 하면 나라에서 책임집니다.’
‘아이 갖고 혜택받자.’
그리고 반대로 임신할 수 없고 임신하지 않는 여자들에게는 가혹한 정책이 펼쳐졌다. 특별한 자격이나 능력이 없으면 월급이 삭감됐고. 자격증과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계엄 사령부가 원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여기 헤어샾 여자의 임무는 비임신 여자의 동향을 파악하고 임신하지 않은 여자를 신고하는 것이었다.
“이럴 줄 알았음. 하는 짓이 수상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