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51)
러스트 [RUST]-751
마루는 백 형사를 기억해 냈다.
서울. 반지하 방에서 월드 그룹의 실장을 해치웠을 때 탐문 수사하러 왔던 사람이었다.
“······.”
[저 형사 생각났다. 성격 좋아 보이게 생겼지만, 생김새랑은 딴판으로 끈질기고 집요한 아재였어.]기순도 기억을 떠올렸다. 따개비에 융합되어 오진 그룹 나주연의 일을 봐주고 다녔을 때, 그를 집요하게 추적했던 형사였다.
김 양 보내온 교전 영상을 다시 살펴보니,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니까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고 할까?
마루는 원정대를 믿었지만, 추적 능력이 있는 형사처럼 또 다른 능력자들이 더 있겠지. 그런 능력자들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정부와 계엄군 사령부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원정대를 잡겠다고 결정한 그들이 일반 병사들과 하급 식인귀들을 아껴가며 투입할까? K-9 자주포를 동원하고 있는데 그게 막히면 무슨 짓을 할까?
마루의 눈썹이 살짝 치솟았다.
“도착 예정시간은?”
보조 인공지능이 계산을 시작했다.
[1시간 41분 소요 예정입니다.]“제트 엔진을 이번에 버린다고 가정하고 속도를 더 높이면?”
[1시간 13분 소요 예정입니다.]제트 엔진을 날려도, 일반 항행이 가능한 모터가 있으니 상관없었다.
“그렇게 해.”
유려한 곡선의 비행체가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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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프로였던 김 양은 항상 탈출로를 생각하고 작업하는 게 철칙이었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작은 아이들을 투척하고 하늘로 뜨면 그만이었기에 따로 탈출로를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성층권 정찰 비행선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정보를 보면 곤란했다.
[경기도 북부에서 다량의 비행체가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습니다.] [비행체 숫자는 13만 이상으로 추정 최대 15만으로 예측.] [비행체 확인. 비둘기입니다.]15만에 가까운 비둘기가 한꺼번에 날아올랐다는 정보. 그렇다는 건 변이를 일으킨 비둘기라는 소린데.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10만 단위의 변이 비둘기를 그냥 두고 있었다고?
[비행 속도 150~180km.] [비행 방향 확인. 이곳입니다!] [도착 예정까지 30분.]김 양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저 비둘기. 키우는 거다. 우리 까마귀처럼.
동해 상공. 성층권과 대류권 경계면에서 대기하고 있는 비행 선단을 동원하고 신형 드론에 작은 아이들을 쓴다면 15만 비둘기 따위야 순식간에 끝내버릴 수 있지만···.
신성 왕국이 등장해 비둘기를 싹 쓸어버렸다는 소식이 퍼지면 식인귀들이 전부 꼭꼭 숨어버릴 터.
그것도 태아와 신생아 먹고 업그레이드한 식인귀들이 몇이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놈들이 몸을 숨겨버리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
‘몇 년을 뺑뺑이 쳐야 할지도.’
기순이가 캐나다 총독으로 구르고 있는 것처럼. 김 양 자신이 갑자기 총독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럴 확률이 커.’
도리도리-
김 양은 눈을 부릅떴다. 그건 아니었다.
한국에서 신성 왕국 총독을 한다고?
식인귀들이 자기들 놀이터를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총독?
대한 독립 만세 당할 일 있나?
절대 그런 결말은 피해야 했다.
제일 큰 문제는 대공방어가 취약하다는 점.
이제까지 신성 왕국에서만 공군을 운영했었다. 공습은 신성 왕국의 몫이었고, 적들은 두들겨 맞는 게 일이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반대가 됐다.
[자동 포탑은 전부 대공방어로 돌려!] [포탑 탄환도 괴수용 탄으로 바꾸고.] [옥상에 바리케이드와 벙커 설치해.]비둘기의 공습까지 30분. 그리고 K9 자주포 대대가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까마귀들 집합.]정찰 임무를 위해 100마리 남짓한 까마귀들이 같이 내려와 있었다.
[가려움과 두드러기가 생기는 가스탄과 마취제다. K9 자주포에 떨구고 와.]까악? (신경가스는 안 씁니까?)
[최악의 상황이 됐을 때, 빠져나갈 구멍은 있어야지.]김 양이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캐나다처럼 신성 왕국이 한국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일반병을 독가스로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떻게 되겠나?
[그러니까 독가스나 작은 핵으로 날려버리는 건 아웃.]까아아악. (인간들 참 이상해.)
까악. (그러게.)
총으로 죽이나 독가스로 죽이나 죽이는 건 똑같지 않나?
야. 그러니까 안 죽이겠다고 다른 가스 쓴다잖아.
아니 안 죽일 거면 왜 가라고 그러는 거래?
까아아악? (근데 자주포면 화생방 대비하지 않나?)
까악? (그렇지?)
[뭘 수군거리고 있어? 빨리 출발!]‘앗 발작한다.’ 화들짝 놀란 까마귀들이 삼삼오오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
쿠르르르르르-
둔중한 소리와 함께 K9 자주포가 길게 꼬리를 물고 이동 중이었다.
시속 30km~35km의 느릿한 속도였지만, 18문의 강철 포대가 일렬도 기동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압적이었다.
“미쳤군.”
간부들이야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지휘 차량에서 시원하게 가면 되는 일이었지만, K9 자주포는 그게 아니었다.
지금처럼 미친 여름에는 밤이나 새벽에 이동하는 게 정석인데. 빌어먹을 위쪽은 무슨 생각인지 오전 9시 넘어 땡볕이 시작되는 데 출동하라고 지랄이었다.
“야. 괜찮냐?”
“해치 열고 가서 괜찮습니다.”
운전병의 대답에 포반장이 썩은 표정을 지었다.
“괜찮기는 지랄.”
시속 30km~35km도 그랬다. 진짜 비상사태면 45km 이상으로 달려야 하는 거 아닌가? 45km도 달린다고 할 속도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선두 포에는 제대로 된 간부가 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자기처럼 병장제대 무기한 연장 처맞아서 하사 달고, 하사도 모자라 이젠 중사까지 달아버린 비운의 존재에게 맡기지 말고.
까아악-
상반신을 내놓고 가는데도 아침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더위에는 답이 없었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가 넘을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40도는 고사하고 45도까지 올라갈지도 몰랐다.
“씨발 에어컨 좀 달라고 하니까.”
새로 뽑는 k9에는 에어컨이 달린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것도 벌써 2년 전의 이야기. 대체 무슨 정신이면 여름, 겨울 개 병신인 나라의 무기에 에어컨도 없단 말인가.
그나마 겨울에는 히터가 있어서 얼어 뒈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하는 새끼들이 있지만, 그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
기름 수입이 끊겼다고 작년 겨울에 했던 짓을 생각해 보면 치가 떨렸다. 비상 대기하려면 엔진을 계속 공회전시켜야 하는데 그걸 그냥 뒀겠는가?
진짜 전역이 마렵고 정말 뒤집고 싶은 생각이 넘쳤지만, 그랬다가는 가족들이 당할 불이익이 문제였고 CBDC(중앙은행 발행 전자 화폐)로 받는 돈이 끊긴다는 것도 문제였다.
액수 자체야 큰 금액이 아니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물가를 생각하면 그마저도 집에서는 홧김에 사고 쳐서 그걸 핑계로 전역하는 건 아무래도 아니었다.
쿠르르르르르-
거친 엔진 소리가 뒤섞인 진동이 도로를 흔들었다.
‘버려진 골프 클럽이 목표라는데. 씨발 앞뒤도 없이 그냥 쏘라고 하면 쏘라고?’
비상사태라고 하더니 출발 이후 1시간쯤 지나서는 긴급비상훈련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래 놓고는 18문이나 보낸다고?
강제로 군대 5년 차에 접어든 짬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거 지금 뭐 같은 상황이라고.
쿠르르르르르르-
까아악!
까마귀 소리 아닌가? 아까도 들렸었는데 이상하네.
이렇게 소음이 심한데도 그는 선명하게 까마귀 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집중하면 제법 먼 곳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원하는 소리만 구분해서 들을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개화했지만 숨기고 있었다.
어떤 능력을 발현했는지는 상관없이 능력을 각성하기만 하면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우연히 들었던 간부들의 대화도 그랬다.
‘까다롭게 구는 놈들은 전부 포장해 버리자고.’
‘그래야겠어. 이 새끼들이 눈을 똑바로 뜨고 개기는데.’
‘새끼들이 개길 때는 뭐라도 된 것처럼 개기더니, 포장될 때 눈물 콧물 줄줄 흘리면서 애원하는 꼴을 보니 웃기기만 하더라.’
포장이라는 단어와 몇몇이 전출되는 장면이 겹쳐졌다. 그리고 어디로 전출됐다는 소문만 돌았을 뿐, 전출됐다는 소문이 돈 부대에는 그들이 없었다.
‘합동훈련 때 확인해 봤지만, 없었어.’
그럼 전출된 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포장됐다는 이야긴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포장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는 간부들에게 묻지도 않고 우연히 들었다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가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했다.
쿠르르르르르-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그가 찾고자 하는 소리가 조금씩 선명해졌다.
까아아악?
까악.
까아아악.
깍.
마치 대화라도 하는 것처럼 들리는 까마귀 소리. 이렇게 많은 까마귀가 주변에 있다?
심지어 그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변이 괴수라는 뜻.
“정지!”
[정지!] [정지!]선두포가 정지하자, 18대의 자주포가 전부 멈췄다.
[선두포. 이 새끼야 갑자기 왜 멈춰? 멈출 거면 먼저 보고하고 멈췄어야 할 거 아니야? 너 지금 개기는 거냐?]욕설 섞인 고함이 통신기에서 터져 나왔다.
“변이 괴수가 주변에 있습니다.”
[뭐? 변이 괴수? 이 미친 새끼가! 뭐가 어쩌고 어째? 여기 도로변 변이 괴수는 전부 밀어낸 지가 언제인데 변이 괴수 타령이야.]“까마귀입니다. 까마귀가 포대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야! 너 빠져. 미친 새끼가. 변이한 까마귀가 왜 여기에 있어? 전부 지방으로 쫓아 보냈다는 거 몰라?]“까마귀가 확실합니다. 적어도 수십 마리에서 많게는 백여 마리입니다.”
그렇게 18문의 자주포가 멈춘 틈을 타, 가로수와 수풀 속으로 은신해 있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까아아아악!
까악!
그는 바로 몸을 숙이매 해치를 닫았다.
“비상! 해치 닫아!”
18대의 자주포 가운데 제때 반응한 것은 그를 포함해 고작 3대뿐이었다.
[커어어어억! 가스탄?] [까마귀가 가스탄을 쓴다!] [아악 가려워. 살려줘!] [해독제가 듣지 않아. 엄마-]무전기에서 쏟아지는 처절한 비명들.
“포. 포반장님.”
“입 다물어. 화생방 장치는?”
“가동 중입니다.”
어떡하지?
선두라 앞이 뚫려있어 그냥 가면 그만이었다.
“포반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외부 확인 잠망경에 달린 카메라가 밖의 상황을 모니터에 떠올렸다. 그곳에는 인간의 움직임을 넘어선 간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있었다.
‘칼? 칼이 어디서 났지?’
한 번에 4m~5m를 점프해 까마귀를 공격하는 간부들. 무협 영화라도 찍는 것처럼 붕붕 뛰어오르는 비상식적인 모습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권총을 쥔 간부들이 까마귀들을 공격했지만, 총알은 효과가 없었고 칼질은 손가락 마디 간격으로 피하면서 반격하는 까마귀들이었다.
“이 씨발 것들이!”
허공에 칼질하던 대위가 분을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해치를 닫은 자주포 안에서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 누가 뭐라고 하든 인간이 낼 법한 성량이 아니었다.
그냥 듣기만 했는데도 벌렁벌렁 가슴이 뛰는 판인데 까마귀들은 전혀 영향받지 않은 것처럼 공격을 계속했다.
부욱- 등판에 길게 갈라진 상처가 벌어지는 모습. 그리고 왈칵 쏟아진 걸쭉한 피. 붉은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어두운 색상의 피가 대위의 등을 적셨다.
그게 거추장스러웠는지 상의를 찢어 버린 대위가 다다닥-달려 자주포를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까마귀들은 그런 대위를 상대하지 않고 다른 간부들을 공격했다. 부우웅- 중간에 있던 지휘 차량이 서서히 움직이며 대열에서 이탈하려고 했다.
그런 지휘 차량 쪽으로 까마귀 몇 마리가 날아들었다. 수류탄처럼 보이는 폭탄을 움켜쥔 채.
“저거 폭탄 아닙니까?”
“까마귀가 폭탄을 들고 있습니다.”
“······.”
한 마리가 문 손잡이를 잡고 푸드덕 홰를 치자, 덜컥 열리는 차량 문. 한 마리가 문을 열고 다른 한 마리가 폭탄을 던져 넣는 모습.
까마귀가 차 문을 열지는 몰랐는지, 멍한 표정의 운전병 앞으로 폭탄이 배달됐다. 철컥- 다시 잽싸게 문을 닫는 까마귀. 그리곤 지휘 차량이 화염에 휩싸였다.
“네이팜 수류탄?”
“이 미친 까마귀들은 어디서 온 거야?”
그것을 시작으로 간부들이 하나둘씩 불길에 휩싸여 타죽었다.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대위도 결국엔 네이팜 수류탄으로 보이는 폭탄에 맞아 숯덩이로 변했다.
“도. 도망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걸 보고?”
불길에 휩싸인 지휘 차량을 본 포반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자주포에서 농성을 선택한 그들은 몇 시간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땡볕에 달궈진 자주포 내부의 온도가 65도를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하. 항복.”
펑-
그들을 맞이한 건 마취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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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들이 자주포를 무력화하는 동안 비둘기들은 계속 남하했다. 옆으로 새지도 않고 정찰대를 운영한 것도 아닌데, 한 번에 원정대가 자리 잡은 거점을 찾아낸 비둘기들.
[저것들 대체 어떻게 찾은 거지?] [지도를 볼 줄 아는 것 아닐까요?]까마귀처럼 머리가 좋아진 비둘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큰데?]까마귀보다 좀 작아야 할 비둘기가 신성 왕국 까마귀보다 커 보였다. 몸통이 거위만큼이나 큰 비둘기들이 나는 소리는 마치 메뚜기 떼 소리처럼 으스스했다.
[온다.] [집중사격해.]놈들이 화력을 알기 전 최대한 많이 잡아야 했다. 문제는 식인귀들이었다. 비둘기가 도착하자, 화력의 분산을 노리고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하는 놈들.
비둘기들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공격을 예고했다.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던 원형이 중간에 뚝 끊기며 뱀처럼 아래를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발사!]거점 옥상에 준비된 자동 포탑이 불을 뿜었다. 대지에서 하늘로 치솟는 붉은 빗줄기 속으로 비둘기들이 급강하하는 모습.
그리고 김 양의 HUD에 잡힌 건···.
비둘기들이 꽉 움켜쥐고 있는 수류탄이었다.
[벙커! 옥상 전부 벙커로 들어가!]솔방울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수류탄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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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백색의 비행체가 공중에서 정지해 있었다.
[거점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은신 기능 활성화했습니다. 하강할까요?]“해치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