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86)
러스트 [RUST]-786
쌍두 까마귀가 죽자, 그를 향해 모여들던 까마귀들이 우왕좌왕했다.
[까마귀들 움직임이 변했습니다.] [까마귀 일부, 도주 확인]호위 까마귀 11마리 가운데 2마리가 죽고 9마리가 살았는데, 그 9마리가 중심이 돼서 흩어지는 까마귀들을 모았다.
그 결과 우두머리를 잃은 울산 까마귀들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호위 까마귀를 중심으로 2~3만씩 뭉친 것.
비행선에 있었기에 그런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루는 어떻게 알았는지, 놈들이 그냥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라는 통신이 왔다.
[치지직- 지금 상황 수습하는 놈들 있지? 그것들 놓치지 말고 쓸어버려. 삐-]서늘한 마루의 목소리에 김 양이 즉시 대답했다.
[알겠음.]김 양은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렸다.
최고 존엄의 기분이 매우, 아주, 심히 좋지 않아 보였다.
그 왜 있잖아.
기분 나쁨이 뿜뿜 흘러나오는 거.
왜?
어째서?
무엇 때문?
대가리는 둘이지만 중심은 하나인 까마귀 잘 죽여놓고 왜?
그녀는 일단 수그리기로 했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피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흐응-
어쨌든 그거 비슷한 거니까.
[까마귀들이 다시 뭉치지 못하게 해.] [지금 상황 수습하고 있는 놈 있지? 그거 놓치지 말고 죽여. 주포 발사!]공중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행 선단이 빛의 기둥을 뿌리기 시작했다.
‧
까마귀 왕이 죽었음에도 패닉에 빠지지 않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9마리 까마귀는 유능했다. 압도적인 화력이 쏟아짐에도 세력을 만들기 시작하는 호위 까마귀들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빛기둥이 수천 마리의 까마귀를 으깨곤 대지를 때렸다. 충격파와 함께 피어오르는 먼지와 파편.
까아-아아악! (지금 생긴 구멍으로 피해!)
빛의 기둥이 떨어진 곳에 또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니까 크레이터가 생긴 곳이 제일 안전한 곳이었다.
까아아악! (왕의 신호가 끊어졌다!)
까아악! (도망쳐!)
까아- 아아악! (지금 생긴 구멍으로 피하라고!)
레일건 포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크레이터를 향한 까마귀들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
······
마루도 김 양의 무차별 포격을 피해 크레이터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대로 마주친 것.
뜬금없이 죽음을 마주쳐버린 까마귀들이 굳은 채로 죽었고, 짙은 먼지 때문에 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모르는 까마귀들도 순서대로 굳어버렸다.
툭- 투두두둑-
크레이터 주변으로 쌓이는 굳은 까마귀들 속에서 간신히 살기를 떨쳐낸 호위 까마귀가 처절하게 외쳤다.
까악! (산개!)
까아악! (도망쳐!)
그 필사적인 외침이 죽음을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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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먼지가 가죽처럼 쩍 갈라지며, 호위 까마귀의 외침이 뚝 끊겼다. 레일건 포격을 피해 크레이터로 모이던 까마귀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뭉쳐있던 까마귀들이 흩어지자, 생체 EMP가 약해지며 통신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김 양은 알 수 있었다. 마루의 기분이 왜 좋지 않았는지.
[야. 너. 그냥 막 쏘면 나는 어쩌라고?]최고 존엄이라면 레일건을 쏴도 알아서 잘 피할 줄 알았지.
진심이었지만, 변명대신 냉큼 머리를 박는 김 양이었다.
[···잘못했음.] [······.] [거기 잠깐만 쉬고 있으셈. 도망치는 것들은 이쪽에서 싹 잡겠음.] [······.]김 양이 지휘하는 비행 선단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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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구미 방어선을 향해 북상하던 30만 까마귀 무리는 흩어졌다. 까마귀 왕은 죽었고 11마리의 측근 까마귀들 가운데 9마리를 잡았지만, 2마리는 놓쳤다.
[살아남은 까마귀들이 일본 난민 세력에 합류했다고?]“그래.”
기순의 질문에 담담하게 대답한 마루였다.
한쪽 구석에서 얌전히 머리 박고 있는 김 양은 세상 억울했다. 레일건 주포로 싹 쓸어버리려고 했던 걸 막은 게 마루였다.
거짓말쟁이.
지휘권 맡긴다고 해놓고서는.
“그거 일본 난민이랑 같이 쓸어버리면 되는 것 아님?”
“···일본 난민만 있었냐?”
일본 난민 세력에 합류한 한국군도 있었고 까마귀를 피해 그쪽으로 도망친 한국인들도 많았다. 거기에 작은 핵을 쏜다느니, 레일건으로 쓸어버리자니 하는 걸 그냥 두란 말인가?
“일본에 붙은 놈들이 있건, 말건. 정신계 능력에 당했건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함.”
“그럼 네가 정신계 능력에 당했을 때, 그때도 신경 쓰지 말고 썰어버렸어야 한다는 거냐?”
그렇게 나오면 그저 억울한 김 양이었다.
“일본 난민들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걔들은 어쩌려고.”
초장에 조져서 인질극 따윈 소용없다.
위로 올라오면 죽는다. 그렇게 확실히 경고하고 처리하는 게 낫지 않나?
김 양이 회사 다닐 때는 그랬다.
인질극?
폭탄으로 협박?
그딴 거 하거나 말거나 쓸어버리는 게 방침이었다. 인질을 구하니 어쩌니 그러다가 일이 복잡해지고 더러워지는 법이었으니 당연했다.
“우리가 한국을 관리할 거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우리 방침은 그게 아니잖아. 굳이 건드려서 악역이 될 필요 없다.”
“식인귀들이 한 방송 때문에 뭘 해도 우릴 악인으로 보잖음. 아니었음?”
그거 정정 보도도 했고 언론의 자유도 지켜주고 그랬는데도 소용없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놈들 좋아할 일을 할 필요는 없지.”
신성 왕국을 악이라고 하는 자들도 있었다.
정치세력을 결집하기 위함이겠지만 놈들이 좋다고 씹을 만한 일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는 마루였다.
[나도 마루 생각에 동의해.]귀여운 핵으로 융단폭격하거나 레일건으로 쓸어버렸으면 놈들은 그걸 명분 삼아서 세력을 더 확대, 결집했을 것이다.
그만 일어나라는 마루의 눈빛을 받은 김 양이 인상을 찌푸린 채 발딱 일어서며 말했다.
“7 중국, 러시아, 일본 난민 한국으로 견제한다며?”
[견제해야지. 하지만 우리가 직접 손을 쓰기 시작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기순이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김 양이 고개를 돌렸다.
“됐음. 난 씻고 쉬겠음.”
그녀는 복잡한 거 싫었다.
말 안 듣는다?
그럼 팬다.
패도 안 듣는다.
영원히 쉬게 해준다.
얼마나 간단한가?
김 양이 보기엔 지금도 마찬가지.
‘한국으로 견제하려면 대가리 멱살을 꽉 잡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선거한다고?’
어째서?
한국을 이용해 다른 세력을 견제하려면 바지 정부 만들면 되는 일 아닌가?
전자 투표는 인공지능으로 조작하고, 방송은 친 신성 왕국 정치세력을 띄워주고 반대 세력은 비리가 됐든 뭐가 됐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짓밟고.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명줄을 움켜쥔 뒤, 선거하거나 그랬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개판인데 선거라니. 어쩐지 답답해진 김 양이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기순이 고개를 흔들었다.
[설명도 안 듣고 나가네.]“복잡한 거 싫어하니까.”
‘그래. 복잡하긴 하지.’ 혼잣말한 기순이 상황을 확인했다.
[두목 까마귀가 제단의 파편으로 보이는 걸 가지고 있었다면서.]“그래.”
기순의 실눈이 가느다랗게 빛났다.
[까마귀 새끼들 일본 난민 세력과 연결된 게 확실하네.]“그렇지.”
울산 까마귀가 북상하자, 그 틈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간 일본 난민 세력.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타이밍이 좋았다.
[핵 공격 막은 이유는 역시 그것 때문이고?]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마루.
일본 도쿄에 뚫린 거대한 싱크홀과 그 속을 가득 채운 변이 괴수들이 생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제단과 관련된 지역에 전략 핵탄두가 떨어진 여파 때문이라고 봐야 했다.
거기에 핵을 떨군다? 아무리 작은 핵이라고 해도 어떤 반응이 생기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핵을 쓰는 건 아니었다.
레일건도 마찬가지. 쌍두 까마귀가 제단의 파편을 가지고 레일건에 간섭한 건 사실이었다. 그걸 떠올려 보면 확실하지 않은데 도박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핵과 싱크홀 문제가 아니었다. 신성 왕국에 중요한 문제는 100만의 신생아를 확보하고 병력을 확충 것이었다.
“정신계는 무슨 말이야?”
[아무리 강제 징집된 지방군이라고 해도 그렇지. 일본 여자들이 접근해서 미인계 썼다고 부대가 통째로 세력에 합류한 게 이상해서.]그것도 별다른 반대도 없이 중대 단위, 대대 단위 병력이 난민 세력에게 합류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저쪽에 정신계 능력자가 있거나, 고위급 식인귀가 있다?”
[내 생각에는 그래.]그렇다면 일본 난민 세력이 한국 총선거에 개입할 게 분명했다.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네.”
정신계 능력자가 개입했다면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고위급 식인귀나 흡혈귀가 있어도 처리할 필요가 있었고.
‘식인귀나 흡혈귀만 문제가 아니야.’
최악의 상황은 검은 촉수가 일본 난민 지휘부를 장악했을 경우였다.
마루의 이야기에 기순이 깜짝 놀랐다.
[검은 촉수? 심 회장이랑 결합했던 그거?]“그래. 그거.”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기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의태(擬態) 할 수 있는 검은 촉수가 일본 난민 지휘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정말 그렇다면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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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와 기순이 이야기하는 동안, 일본 난민 세력은 예상 밖의 움직임을 보였다.
[난민 세력 이동합니다.] [이동 방향 확인.] [시뮬레이션 예측 방향. 부산. 부산입니다.] [성층권 비행선 관측 자료 확인.] [난민 세력 부산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퇴각하는 난민 세력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피난민들이 합류했습니다.] [포항에서 울산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경산시가 해방됐습니다.] [구미시도 포위를 풀었습니다.] [경상북도 지역에서 일본 난민 부대 퇴각하고 있습니다.]난민 세력의 움직임에 기순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것들 까마귀들이 탈탈 털리니까 후퇴하는 거지?]“그럴지도.”
[어떻게 할 거냐?]“일단 지켜보자. 놈들에게 합류한 한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
까마귀가 북상하면서 사람들을 잡아먹은 여파였다. 일본 난민 세력이라고 하더라도 한국군까지 흡수하면서 한국인들의 합류가 늘어난 것.
[이 새끼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 고기 방패로 쓰는 것 같은데?]마루가 침투해 살기를 쓰지 못하도록 한국인을 이용해 인의 장막을 펼칠 생각인 듯싶었다.
“일단 신생아 문제부터 해결하자.”
놈들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욕먹어가면서 건드릴 생각이 없는 마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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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 까마귀를 죽이고 30만에 달하는 까마귀떼를 초토화한 게 효과 있었는지, 일본 난민 세력과 중국에서 건너온 난민 세력 모두 잠잠했다.
[제왕 절개를 통해서 출산해도 충분히 가능해요.]클론 기술을 사용하면 생장시키는 건 문제없었다.
“그럼 바로 신청자를 받아서 시작하지.”
빠른 출산을 원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수술이 시작됐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 수술로 만 단위의 신생아가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겼다.
[20%가 넘는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어요.]전혀 생각지도 못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