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87)
러스트 [RUST]-787
1만이 넘는 신생아를 클론 배양 기술을 이용해 성장시킨 결과, 20%가 넘는 신생아에게서 문제가 발생했다.
클론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태내에 있을 때부터 생긴 문제인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유야 어떻든 20%가 넘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했다.
“장애 비율이 20%가 넘는다고?”
[예.]기존 식인귀 정부는 임산부 관리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태아가 정상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다면 이유가 있을 텐데?”
[여러 이유가 있지만, 노산이 제일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어요.]한국의 식인귀 정부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임산부에게 경제적 혜택을 줬기 때문에 고령 산모들이 많이 생겼다. 일단 임신이기만 하면 최소 50%에서 최대 80%까지 세일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확인해 보니까, 노산 상관하지 않고 출산을 장려한 기록이 있더라.]기순의 이야기에 PD가 깜짝 놀랐다.
[노산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장려했단 말입니까?] [예. 출산율을 높이기만 한다면 다른 문제는 상관하지 않았더라고요.]식인귀 정부는 노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시험관 시술도 무료로 했다. 생활 지원을 넘어 의료 지원까지 한 것. 그 결과 짧은 시간에 100만이 넘는 임산부가 생긴 것이었다.
기순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체 장애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문제까지 합하면 30%는 넘었다고 봐야 해.]경계선 지능이라거나 ADHD, 자폐를 비롯한 정신적인 문제를 더하면 파멸적인 상황이었다.
“하- 미쳤군. 정말. 미쳤어.”
끔찍한 상황에 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식인귀 정부야 신생아에게 장애가 있건 없건 내수로 소비하고 수출하면 그만이었던지라 상관없었지만, 신성 왕국은 아니었다.
신생아들이 잘 커서 한 사람 몫을 해야 하는데, 20%~30%나 문제라는 건 끔찍하다 못해 절망적이었다.
병력의 30%를 잃으면 사실상 전멸이라고 표시하는 판에 시작부터 20%~30% 손실이라니. 신생아를 입양해 고속 성장시킨다는 계획이 암초에 걸린 것.
[그냥 신경 안 쓰면 되는 거 아님? 문제 되는 애들은 따로 빼고 괜찮은 애들만 선별해서 키우면 되지 않나?] [문제가 있는 자들은 어떻게 하고요?]김 양은 후드의 반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 [신체‧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후드의 설명에 김 양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걸 왜 우리가 신경 씀? 한국이 신경 써야 할 문제 아님?]선거를 통해 새로 정부를 구성하면 그 정부가 신경 써야 할 문제 아닌가? 우리는 괜찮은 애들만 입양한 것으로 하면 되는 일이고.
[······.] [······.]“······.”
다들 말이 없자, 김 양이 갸웃했다. 내가 이상한 소리 한 건가?
[솔직히 그렇잖음. 입양할 때 장애 있는 애를 일부러 입양하는 거 아니면, 정상아를 입양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음? 그러니까 정상이 아닌 애는 입양하지 않는 거로 하면 되는 일 아님?] [하아- 그게 아니죠. 정상이 아니라고 우리가 데려오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죽게 될 거에요.]정상적으로 가정을 이뤘다고 해도 아이를 낳고 기르기 쉽지 않은 현실인데,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임신을 선택한 산모가 문제가 있는 신생아를 기를까?
아이를 구매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팔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팔린 아이들은 중국 난민촌이나 일본 난민촌으로 들어가 식인귀의 먹이가 되겠지.
[우리가 신생아를 데려가겠다는 명분 가운데 하나가 식인귀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아픈 아이들이라고 버린다는 건 아니지.]후드와 기순의 이야기에 김 양의 눈꼬리 끝에 주름이 잡혔다.
[나. 진짜 이해하기 힘듦. 이대로 가면 우리 신성 왕국이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음?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정치적으로는 캐나다 지역을 중심으로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라며. 군사적으로는 방대한 영토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병력이 문제고.
[그러면 다른 거 다 말고. 당장 욕을 먹건 말건 우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님?]클론은 클론이라서 사회문제 생기니까 뽑기 힘들고, 인공지능은 전자기 능력자 능력 한 방에 무너질 수 있어서 힘들고, 치명적인 오류나 반란 이런 거 생각하면 위험해서 안 된다며.
그래서 한국군 이민 받고 신생아 데려가서 클론 기술로 키워 병력 확충하고 성별 불균형 해소한다고 하지 않았음? 그럼 다른 거 다 집어치우고 그것만 생각해야지 않음?
[한국이 욕하건, 앞으로 한국이 망하건 우리가 무슨 상관임?] [······.] [······.]김 양의 말에 기순이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제국이 망하면 그 여파가 우리한테까지 와서 제국을 도왔잖아. 한국도 마찬가지야. 한국이 망하면 중국, 북한, 러시아, 일본까지 세력을 키운다고. 한국이 망하면? 식인귀들이 장악한 주변 세력이 강해지게 되잖아. 식인귀들이 강성해지면 결국 우리가 위험해지니까 우리가 이러는 거라고 했잖아.] [우리 큰 핵은 뒀다가 뭐하고. 그냥 한국이고 중국이고. 식인귀고 싹 핵으로 밀어버리자니까. 방사능 오염도 크지 않잖아.]“진정해라. 핵으로 정리하는 건 위험해. 전략핵으로 도쿄를 소독했더니 싱크홀 생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마루가 흥분한 김 양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쉽게 진정하지 못하는 김 양이었다.
[도쿄는 제단이 있는 비밀 실험실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하지 않았음?]“그랬지.”
[그럼 중국, 한국, 북조선, 러시아에는 핵 써도 상관없잖음. 남부 연맹 식인귀들도 핵으로 쓸었으면서. 핵도 계속 만들라고 해놓고 왜 안 쓰는 것임?]“중국과 일본, 미국이 서로 연계한 정황이 있었지. 중국이 핵을 썼을 때도 동부 지역을 비롯해 일부 지역에는 의도적으로 피했고. 미국이 반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어.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우리에게 정보가 부족하다는 거다. 제단 같은 게 중국에도 있으면?”
[우리가 그런 거 전부 확인하고, 따진 뒤에 핵 썼었음?]“······.”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남부 연맹 텍사스에 제단 같은 게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뒤에 핵 쓰고 그랬었음?
김 양의 예민한 반응에 마루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귀찮아서라도 이렇게까지 할 김 양이 아닌데, 유독 민감한 반응.
‘살기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어지간한 정신계 능력에 오염됐을 리는 없는데.’
마루의 시선이 김 양을 향했다. 노심 아머로 무장한 채 회의실로 온 그녀였다.
‘할까?’
심장이 멈춰도 노심 아머의 보조 인공지능이 심폐소생술과 생명유지 프로토콜을 실행할 테니. 마루가 말없이 가만히 지켜보자, 김 양도 입을 꾹 다물었다.
“······.”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히지 않는 흐릿한 눈빛인 김 양.
마루는 김 양의 그 눈빛에 하는 걸 결정했다.
‘하자.’
마루의 전신에서 뭉클 피어오른 살기가 김 양을 스치고 지나갔다. 읏-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앞으로 엎어진 그녀가 숨을 몰아쉬었다.
“정신 차려. 남부 연맹 텍사스 때도 그렇고 런던과 파리를 지웠을 때도 우린 충분히 따져보고 했어. 그냥 막 지운 게 아니야. 너도 같이 있었잖아.”
[······.]미약한 살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아니면 갑자기 살기에 맞아 빈정상했는지 입을 꾹 다문 김 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이융-
[머리 아픔. 자러 감.]“그래. 한숨 푹- 자라.”
마루가 허락하자, 바로 회의실 밖으로 나가는 김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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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에서 30만에 육박하는 장애아동을 한국이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 않아도 변이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한국에선 특수학급 대상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애초에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거군요.] [이상하네요. 초산 나잇대가 높아지는 건 주요 선진국들도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장애가 늘지는 않았어요.]PD와 후드의 의문에 나주연이 설명했다.
[한국은 지리적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요.]동쪽으로는 일본이, 서쪽으로는 중국이. 봄과 여름, 가을까지 열심히 일했다.
중국발 황사만 하더라도 미세먼지와 중금속 그리고 다양한 화학 오염 물질도 모자라, 최근에는 바닷가를 끼고 건설된 원전까지 난리가 아니었다.
[중국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기억이 생각납니다.]방송 일을 했었기 때문인지 옛날 뉴스를 금방 떠올리는 PD였다.
[방사능만 문제가 아니에요. 미세 플라스틱도 그렇고 중금속과 다양한 화학물질 오염도 상당히 위험하죠. 유전자 조작 식품도 마찬가지고요.]어쨌든 100만이 넘는 신생아 가운데 1만 정도의 신생아를 제왕절개로 확보한 결과 20~30%의 아이들에게서 문제가 발견됐다.
같은 비율로 아픈 아이들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무려 20만에서 30만에 육박하는 숫자가 장애아라는 이야기.
당장 신성 왕국 군대의 숫자가 30만이 되니 마니 하는 판국에 아픈 아이들만 20~30만이라니 답이 없었다.
[관리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기순이 고개를 흔들었다.
캐나다 지역까지 전부 포함해도 400만인 신성 왕국에 30만에 육박하는 장애인이 생긴다면 그걸 담당할 방법이 없었다.
[사회유지비용이 폭증할 겁니다.] [20~30만을 그대로 떠안고 간다면 경제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해요.]제일 비용이 적은 방법은 처분한 뒤, 식인귀나 변이 괴물 아가리에 들어가지 못하게 깡그리 태워버리는 건데.
그걸 누가 하나? 일반적인 사람이 10만 단위로 죽이고 태우는 짓을 한다면 정신이 갈려 나가는 건 확정이었다.
[신체 이상에는 유전자 주사를 이용한 치료와 더불어 줄기세포를 이용해 결손 부위를 배양, 이식 수술을 하고. 뇌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전뇌 기술을 사용하면 어떨까요?]RNA를 이용해 세포의 유전자를 바꾸는 기술과 줄기세포 배양을 통한 이식 수술 그리고 뇌에 칩을 부착해 시스템과 연결하는 기술을 사용해 장애를 없애자는 나주연의 제안에 후드가 반대했다.
[변이 바이러스 사태를 잊었습니까? RNA를 사용해 인간의 DNA를 건드리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결론이 나왔을 텐데요. 그리고 뇌에 칩을 부착해 전뇌 형태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합니다. 생체 EMP에 당하면 대응 방법이 있나요? 그리고 전뇌 형태인 사람이 해킹되면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후드는 해커였다. 그녀는 파트너인 사만다와 함께라면 그게 무엇이든 해킹할 자신이 있었다. 전뇌라고 다를까?
나주연의 말대로 뇌에 칩을 박고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리라, 후드는 장담할 수 있었다.
후드의 반론에도 나주연은 태연했다.
[그럼 다른 대안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처분하자는 말씀이신가요?] [······.] [우리에겐 장애를 극복할 기술이 있어요. 우리가 결정해야 할 건, 기술을 사용해 장애를 극복할 것이냐? 아니면 장애를 사회적 손실로 인정하고 그대로 떠안을 것이냐? 둘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해요.]신성 왕국은 특이점에 도달한 기술력을 통해 장애를 관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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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같은 장애는 전뇌화를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 링크로 조정됐다. 뇌만 따진다면 반쯤은 생체 컴퓨터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
[작업 개시.]“작업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경계선 지능에 해당하는 사람도 전뇌화를 통해, 평균 이상의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인간이 됐다.
[해당 관리 정보 직접 다운로드 시작합니다.]“해당 작업 이해 완료. 작업 계속함.”
분노 조절장애나, ADHD도 마찬가지. 전뇌를 통한 네트워크, 시스템 연결은 사실상 정신적인 문제를 그대로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