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13)
러스트 [RUST]-813
간호사와 김 양이 출발하는 것을 본 기순이 고개를 흔들었다.
“개미 제국이라니. 세상에···. 직접 눈으로 보고 왔는데도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어서. 무슨 개미 상대하는 게 사람 상대하는 것 같냐?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뭐가?”
“1번 개미 여왕도 그렇고 근처 개미 여왕들 말이야. 개미 제국에서 벗어났다고 입 닦으면 어떻게 할 거냐? 사람도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데. 우리 조건이 전쟁 참여였잖아.”
“우리도 목숨 걸고 개미 제국까지 가서 협약 맺고 독립시켜줬는데 그 지랄이면 쓸어버려야지.”
마루는 진심이었다. 만약 그따위로 나온다면 주변에 개미란 개미는 싹 밀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래? 그건 그렇고 개미 제국은 어떻게 할 거냐? 정전 협약 그대로 가려고?”
“······.”
기순과 에리카가 찍어온 영상을 분석한 결과. 개미 제국의 자체 생산량은 1억 정도의 숫자를 감당할 정도라고 예측됐다.
그러니까 인간 제국을 공격한 이유는 개미 제국의 먹이의 부족 때문이었다는 사실. 갑작스럽게 증가한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전쟁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주변 위성 왕국의 먹이가 부족했던 이유도 개미 제국이 멀리까지 나가서 먹이를 싹 쓸었기 때문일 거야.”
“와- 그럼 자기들 때문에 먹이 부족해졌으면서 우리 근처에 있는 위성 왕국에서 먹이 나눠 먹으라고 한 거였어?”
“아마도. 거의 그랬겠지.”
“진짜 무슨···. 어이가 없네.”
“대충 우리 근처에 있는 개미들도 그거 알아채고 독립하겠다고 하면서 우리 힘 빌리려고 수 쓴 거나 다름없잖아.”
“이야- 개미 제국은 상황 지켜보다가 협상하자고 들어온 왕님 납치해서 먹이를 뜯고. 독립하겠다고 뻗대는 위성 왕국 때려잡고, 뉴욕 공격해서 일타삼피 하려고 했다?”
“순서는 다르지만, 대충 그러지 않았겠냐?”
“정말 감탄만 나온다. 인간 정치인도 실시간으로 그러지는 못하겠다.”
“어쨌든. 놈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
전쟁으로 적당히 숫자를 줄인 뒤, 엄청난 양의 인간 고기로 풍족한 겨울을 준비할 줄 알았던 개미 제국은 날벼락을 맞은 꼴이었다.
뉴욕에서 터진 수소폭탄의 위력이 그렇게 어마어마할 줄 몰랐기도 했거니와, 졸지에 개미 제국 중심부가 폭격에 맞아 버린 것.
[뉴욕 시를 공격한 숫자가 1억5천만 전후임을 확인하면, 개미 제국의 전체 숫자는 3억에 가까웠다고 분석됐습니다.]인공지능 디아나가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를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에 근거. 개미 제국에 남은 숫자를 최대로 가정해도 1억 이하로 예측됩니다.]뉴욕 시를 덮쳤다가 수소폭탄에 정화된 숫자가 최소 1억 이상이었다. 거기에 마루 일행이 제국 중심을 폭격하면서 개미 제국 중심부의 절반 이상이 쓸려버린 것으로 추정됐다.
독기가 바짝 오른 덴 브라운 총통은 개미 박멸을 선언하곤 뉴욕의 지하를 불태워버렸고. 신경가스와 특수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성 개미의 위험성이 있겠지만, 해상도시로 주요 시설을 빼버릴 생각을 한 덴 브라운은 처절한 응징을 선택한 것.
그래서 뉴욕을 공격하러 간 개미들은 거의 전멸했다. 문자 그대로 전멸. 살아남은 극소수의 개미들이 개미 제국으로 퇴각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도망치는 개미를 놓칠 리 없는 덴 브라운이었다. 제국은 개미 제국의 중심부 위치를 대략 파악했고 복수의 시기만 노리고 있었다.
“덴 아재. 꼭지가 돌았으니 그냥 두지 않을 거다.”
붙는다고 해도 수천만에서 억에 달하는 개미와 소모전을 하려 하지는 않을 터. 결국 덴 브라운이 선택할 방법은 셋이었다.
소형 전술핵, 네이팜, 신경가스(살충제)
저 가운데 뭘 선택하든, 몇 개를 섞어서 쓰든 수소폭탄에서 살아남은 개미들이 개미 제국으로 살아 돌아갈 가능성은 없었다.
“뉴욕을 공격한 병력이 전멸한다면 우리에게 발각된 본진을 버리지는 않겠군.”
[생산시설이 50% 넘게 파괴됐다고 하더라도, 둥지를 옮기지는 못하리라 예상됩니다.]인공지능 디아나의 분석이었다.
분석에 제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이었다.
“겨울이기 때문인가?”
[그렇습니다.]위치가 공개된 중심지를 벗어나 새로 둥지를 만들려고 해도 에너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
쌓아 놓은 식량도 부족했고, 겨울을 날 식량이 부족해서 입도 줄이고 식량도 확보할 겸 인간 제국을 공격한 개미들인지라 대규모 공사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절반의 시설이 남은 본진을 복구하지 않을 수도 없을 테고. 식량이 부족하니 줄어든 병력을 보충할 수도 없겠지.’
반의반으로 줄어든 숫자를 유지하려면 위성 왕국을 뜯어야 할 판인데, 그마저도 부유한 위성 왕국은 독립해 신성 왕국의 그늘로 들어간 상황.
지금이 기회. 마루는 어설프게 끝내기 싫었다.
“소모한 무기 최대한 빨리 채워 넣고, 혹한기용 특수 차량과 비행선도 추가 생산하도록.”
정전 협정, 평화 협정을 어길 생각은 없었지만, 개미들이라면 어떨까? 폭격으로 잃어버린 먹이, 뉴욕 공격도 실패. 입이 줄었어도 앞으로 최소 5개월은 더 갈 겨울.
그걸 이용한다면.
‘알현실에 있던 인간이 누군지 확인해야 해.’
개미 대가리와 대화가 필요하겠지 진실의 방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가.
‘우선 도망친 개미 대가리가 있는 곳을 찾자.’
그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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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연이 퀭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개미 제국 상위 개체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대답이라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운 웅얼거림. 그만큼 초췌한 나주연이 정신을 차리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개미 제국의 중심부는 지하 4km고 이번 폭격으로 더 깊이 들어갔을 수도 있어.”
[지하 4km라면 어렵겠네요. 중간에 신형 중계기를 박아 넣었다지만, 폭격으로 손상된 것도 있을 테고. 더 깊이 도망쳤거나 아주 멀리 은신처를 만들었다면 찾기···. 아니,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찾는 건 개미들 가운데 위치가 높은 애들인 거죠?]“그래. 최소한 공주 이상급 개미들을 찾아야 해.”
진실의 방으로 끌고 가든 아니면 끝장을 보든,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했다.
[···먹이가 부족하다고 했었죠? 그럼 이 방법은 어떨까요?]나노봇이나 GPS 종류는 생체 EMP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으니 특정한 미생물이나 방사성 원소 같은 걸 넣자는 나주연이었다.
[개미 입맛에 맞고 최고급 먹이라면 당연히 위로 올라갈 것 같은데요.]“그렇게 하지.”
꼭꼭 숨은 개미 제국의 실세를 찾기 위한 작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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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과 기순의 예상이 맞았다. 덴 브라운 총통이 개미 제국을 치기로 한 것.
‘개미의 씨를 말려야 합니다! 뉴욕의 복수를 합시다!’
다만 그 진행 과정은 예상과 달랐는데, 덴 브라운은 제국군을 전면적으로 동원하지 않았다.
뉴욕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던 가문과 부자들의 복수심을 충동질했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능력자 용병을 대거 확보한 것.
뉴욕이 용병을 모집해 개미 제국을 친다는 소식을 보스턴에 퍼트렸다.
‘애국 뉴욕이 벌레 잡는데 참여하는데 자칭 수도 보스턴은?’
‘막대한 피해를 받은 뉴욕. 개미와의 전쟁에 앞장서. 보스턴은 침묵?’
언론이 보스턴의 등을 찔러댔고. 보스턴에 있는 유력 가문과 부자들도 자신들이 확보한 능력자들을 개미 토벌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
‘용병을 중심으로 제국군 특수전술부대가 보조한다. 놈들에게 인간의 무기. 인간의 무서움을 알려주도록.’
수소폭탄의 뜨거운 맛을 알려줬으니, 다음은 매콤한 생화학전이었다. 그렇게 생화학전 전문 특수부대가 참전했다.
‘지하에 있는 것들을 전부 치워. 그게 뭐든. 가리지 말고.’
덴 브라운은 이번 출정을 이용해 블라디마루가 경고했던 거미까지 같이 치울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개미잡이 원정대는 뉴욕 지하를 청소했다. 방사능과 네이팜, 독가스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특수부대와 신체 강화능력을 기본으로 한 용병들이 뉴욕 지하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개미둥지입니다. 이것들 지하에 거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치이이이익-] [칙- 여기 먹이 저장고입니다!] [빌어먹을 새끼들! 시체로 경단을 만들고 있어!]개미들의 한 짓에 용병들이 분개했다.
[어이 진정해. 진정하고 현재 위치에서 방어 준비해. 먹이 저장고면 탈환하기 위해 개미들이 몰려든다. 함정을 파고 기다려.] [칙 지지지직- 칙–]갑작스럽게 끊긴 통신에 용병대장이 긴급 명령을 내렸다.
[생체 EMP다. 모두 능력 전개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기부터는 우리가 처리하도록 하지요. 놈들이 우회해서 파고드는 것만 막아주시면 됩니다.]방독면을 쓰고 방역복으로 전신을 꽁꽁 싸맨 특수부대가 커다란 용기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뿌려지는 무색무취의 가스.
수소폭탄으로 1억2천만이 넘는 숫자가 죽었지만, 뉴욕 지하에서 죽음을 피한 개미 숫자만도 5천만에 육박했다.
그 5천만을 죽이는 건, 인간의 악의가 농축된 독가스면 충분했다.
개미 제국 본거지와는 달리 열악한 환경,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공간. 그곳에 쌓이기 시작한 인간의 악의는 기어코 개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아래. 아래에서 접근한다.]대지의 진동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자가 개미들의 땅굴 작전을 간파했고. 그 땅굴에 독가스 관을 연결하는 것으로 개미들은 일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랄 맞은 것들 진작에 독가스를 뿌렸어야 했어.] [방사능은 어떻고. 그놈의 변이 위험, 내성 위험 지랄하기 전에 싹 쓸어버리니까 끝이잖아.]지하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인간의 악의를 개미들은 버틸 수 없었다. 뉴욕 지하를 버리고, 수백만의 시체로 만든 먹잇감을 버리고 도주하는 개미들을 용병과 특수부대는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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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승전보를 보고받은 마루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뉴욕 지하에 있던 개미들을 학살하다시피 죽이고, 살아남은 놈들을 추격하고 있다?
“유인이겠지.”
“아- 미치겠네.”
그들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개미 제국은 그렇게 쉽게 당할 놈들이 아니었다. 인간과는 생각도 습성도 다른 놈들이었다.
인간이라면 수천만에서 억 단위 병력 손실은 끔찍한 패배겠지만, 개미는 아니었다.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이면 충분히 복구할 수 있는 숫자였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 뉴욕 지하에서 떼죽음 당한 개미들 가운데 살아남은 개미라는 것은 결국 내성을 확보한 개미라는 의미였다.
독가스를 사용하고도 몰살시키지 못했다는 것도 위험했지만, 개미들이 도망치는 것을 알아채고 추적하고 있다는 건 더 위험했다.
개미가 도망치는데 흔적을 남겼다는 것 자체를 의심하지 않다니. 그건 덴 브라운 아재가 할 법한 실수가 아니었다. 실수가 아니라면?
“그렇다면 지금 상황을 의도했다는 건데.”
“···시발. 정말 답이 없다. 답이 없어.”
뉴욕에 있는 작자들 보스턴에 있는 작자들 힘을 빼려고 했을 가능성이 컸다. 직접 뺄 수 없으니까 개미의 공격을 기회 삼아서.
“성공할 수도 있으니까, 의도적으로 희생하려고 한 건 아닐 테고.”
“의도적으로 희생한 건 아니지만, 희생한다면 그걸 명분 삼으려고 한다는 게 문제지. 덴 아재 기존 스타일은 아니잖아.”
그간 제국에서 벌어진 일은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을 정도로 당혹스러웠다.
덴 브라운은 미합중국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혼란을 금방 잠재울 수 있었으며, 사람들의 지지를 쉽게 받을 수 있었다.
달러를 제국 화폐로 교체하면서 미합중국이 지닌 부채를 털어버리고 건전한 경제로 나가려고 했지만, 그게 문제였다.
거기에 더해 해상도시로의 전환도 마찬가지였다. 달러를 지배하고 있던 세력과 뉴욕의 부동산을 가진 세력은 덴 브라운을 흔들어댔다.
새로 임시 수도가 된 보스턴의 실세들까지 더해지면서, 덴 브라운을 더욱 집요하게 흔들기 시작한 것.
덴 브라운이 수소폭탄을 써버린 것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개미를 막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었겠지만, 수소폭탄으로 뉴욕을 완전히 날려버리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복수를 명분으로, 개미를 잡자는 명분으로 유력자들이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빼려고 하고 있었다.
[추적 먹이가 효과 있었습니다. 방사성 원소와 미생물 마킹이 확인됐습니다.]인공지능 디아나가 나주연이 개발한 추적 먹이가 통했다고 보고했다.
모니터 위에 지도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