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2)
러스트 [RUST]-82
CCTV라, 저거 작동하는 걸까?
도쿄 인근에 강력한 전자기장이 터졌다고 했는데, 이 동네가 그 영향권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다. 배수펌프가 작동하는 거로 봐서는 영향권이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일단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위치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마루는 조심스럽게 CCTV의 사각으로 움직였다. 병원이라서 그런지 CCTV에 사각이 제법 있었다. 안내판에 따르자면 통제실은 지하에 한 곳, 지상 1층에 한 곳 이렇게 2곳이 있었다.
지하 1층 통제실은 아마도 기계, 전기, 설비와 관련된 통제실 느낌이었고, 정보, 전산 관련 통제실은 지상 1층 같았다. 1층 통제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운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병원 상황은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됐으니, 일단 1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마루는 김 양과 시선과 손짓을 주고받았다.
[여기서 대기. 난 위에 갔다 옴.] [알겠음.]좋아. 한 번에 알아먹는구나.
엘리베이터는 총 8기가 있는데 6기에는 불이 꺼져있고 2개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2기는 운행 가능하다는 소리. 하지만 일반적으로 엘리베이터에도 CCTV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은 좋지 않았다.
비상등에 의지해 계단을 올랐다. 비상등이 불빛으로는 구별하기 힘들었는데 계단 여기저기 혈흔이 있었다. 급히 치우느라 완전히 다 닦지 못한 흔적들. 그래도 누군가 치웠다는 건, 정상적으로 생각이라는 게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리였으니 좋은 소식일까?
1층은 환했다. 커다란 창문에서 들어오는 자연광. 외부 셔터와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지만, 윗부분은 훤히 뚫려있어 밝은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흔적. 계단과 마찬가지로 이쪽도 급하게 치운다고 치운 흔적이 있었지만, 아수라장이었던 것을 감추진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
간호사가 말했던 바이러스 후유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미쳐 날뛴 건가?
좋아. 그렇다고 치면, 더 중요한 문제가 생겨 버렸다.
그럼 그 미쳐 날뛰는 사람들을 누가, 어떻게 제압했지?
정말 다 제압한 건 맞을까?
전부 제압하고 병원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면, 지하에서 방화문 까고 들어온 자들을 그냥 둘 리 없었다.
‘일단 계획대로 한다.’
안내도에 나온 대로 1층 통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뭐지? 방금 뭔가?
살기도 아니고 뭔가 좀···.
1층 중앙은 휑하니 터져서 4층까지 뚫려있었다. 위쪽인가? 위를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찜찜한 기분. 마루는 허리춤에 꽂아놓은 칼손잡이를 살짝 쥐었다. 긴장이 쫙 풀리면서 예민했던 신경이 나긋하게 풀렸다.
어디냐?
드르륵
뭔가를 밀어내는 듯한 작은 소리. 2층?
소리의 울림이 사라지기 전, 2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내달렸다. 2층 계단 끝에 있는 건 바리케이드. 틀어 막힌 계단을 확인한 마루는 그대로 1층 접수대를 향해 뛰었다. 가속력을 이용해 접수대를 밟고 점프. 2층 난간을 붙잡고 가볍게 올라갔다.
제자리에서 점프해도 2층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만, 혹시 몰랐다. 3할은 숨겨라. 할 수 있다면 5할을 숨기면 더 좋고.
소리가 난 곳이, 2층 채혈실? 그 방향이었다.
드드득
작게 밀리는 소리. 맞다. 그쪽이다.
채혈실에 가보니 여자 간호사 2명이 입구를 막아 놓은 것들을 밀겠다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어찌나 집중하면서 힘을 쓰고 있는지 가까이 가도 모르고 있었다. 혹시나 놀랄까 싶어, 조금 거리를 두고 작게 불렀다.
“이봐요.”
흐이
깟-
크게 비명 지른 간호사가 자기가 소릴 질러놓고 지 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깜짝 놀라 풀썩 주저앉았던 간호사가 하얗게 질리더니 다시 안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아니. 이봐요. 잠깐만···.”
말을 건네기도 전, 안쪽으로 들어간 간호사들이 문을 잠갔다.
‘무슨. 어이없는’
저 멀리서 마구 내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도망치지 말라는 듯한 소리. 거기 있으라고, 죽이겠다며 길게 내지르는 고함. 흡사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사람들. 복도를 가득 채우며 바글바글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씨발. 미친.
채혈실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들, 눈이 돌아간 모습은 약쟁이들이 약을 빤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시이이이네에에에!
죽으라며 마루를 향해 점프해 이빨을 들이대는 사람.
푹- 회칼이 그의 목뼈 사이를 살짝 훑고 나왔다. 가볍게 산책하듯 움직이는 칼날이 옆에서 달려오는 여자의 갈비뼈 사이로 들어가, 심장에 가볍게 노크하고 돌아왔다.
거의 동시에 쓰러지는 두 사람, 두 사람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 푹-푹- 쓰러진 사람들 목덜미에 재빨리 도장을 찍은 마루가 뒷걸음질 쳤다.
후-
긴장을 풀고, 힘은 최대한 뺀다. 왼손은 앞으로, 칼을 역수로 잡은 오른손은 뒤로. 쓰러져 서로 엉긴 사람들이 마루에게 팔을 뻗었다. 촉수처럼 뻗어오는 손길.
탁- 왼손으로 뻗은 손을 밀어냈다. 그 뒤를 따르는 칼날이 마루를 향해 내뻗은 손목관절을 정확하게 잘라내고 손목 주인의 목덜미를 스쳤다. 풀썩-
쓰러진 시체에 미끄러진 자가 엉금엉금 기어서 왔다. 개처럼 정강이를 물려고 하는 머리통을 밟자, 두개골과 턱관절이 부러지는 소리를 냈다. 한 덩어리로 엉겨 버둥거리는 자들의 머리통과 목에 칼날 인사를 해주고 뒤로 물러섰다.
구우우우우거거거
뭔 원수를 졌는지 시체를 넘어 데굴데굴 굴러 내려오는 자들.
굴렀던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는 것처럼 웅크렸던 몸을 쭉 펴며 두 팔을 뻗었다. 슬쩍 옆으로 비켜서며 겨드랑이 쪽에 박아 넣은 칼날을 위로 올려 쳤다. 칼날이 빗장뼈를 가르고 목뼈를 반쯤 잘랐다. 털썩-
미련 없이 다시 한 걸음 뒤로하며, 옆으로 달려드는 자의 비강을···
푹-
복도를 따라 길고 긴 시체의 길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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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가 잠잠해지자, 채혈실에서 다시 밀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마루가 여자들이 낑낑대며 밀었던 바리케이드를 휙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히익- 놀란 간호사들이 안쪽에 있는 방으로 씰룩이며 도망쳤다. 간호사들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기 전 손잡이를 붙잡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크게 비명 질렀던 간호사가 놀랐는지 입을 막고 낑낑거렸다. 엉금엉금 기어갔던 간호사는 그나마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퀴퀴한 냄새. 채혈실 옆에 붙어 있는 물품 보관실 같은 곳이었다. 방 안에는 누워있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듯 옅게, 가늘고 힘겨운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밖에 있는데, 소리 그렇게 질러서 좆 만들고, 자기들은 안으로 도망쳐 문을 잠가 버리면 죽으란 말입니까?”
간호사 2명은 울먹울먹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이걸 진짜.
막. 아- 정말-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일단 진정한 마루가 운을 뗐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밖의 사람들은 왜 저렇게 변한 거죠?”
씨발 좀비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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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감염된 환자들이 이상해졌다는 소리죠?”
간호사 2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급작스러운 폭력성, 감정의 증폭으로 인한 공격성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해 보이는 행동.
멀쩡한 사람처럼 조용조용 잘 이야기하다가도 뭐가 문제가 됐는지 갑자기 주먹을 휘둘러 초기에 다친 의료진이 많았다고 했다. 이후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했다. 백신을 맞았어도 돌파 감염이 될 확률은 30~40%.
일단 중요한 건 기순이랑 김 양, 경호원1을 수술할 수 있냐였다.
“잠시만요. 의사들은 어딨죠?”
“의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15층에 계셔요.”
아니, 왜? 죄 꼭대기에 올라가 있어?
“그러면 여기 병원은 지금 수술 같은 거 못하는 상황입니까?”
“수술하려면 검사 먼저 해야 하는데, 3층 MRI실이랑 2층 CT실하고 X-RAY이실, 수술실 전부 근처에 환자들이 있어서요.”
“경비원이나 그런 사람들이 제압하지 못했습니까?”
“갑작스럽게 변한 환자들이 너무 많고. 처음에 순식간에···. 그래서.”
폭력성에 이성이 완전히 무너져 미쳐 날뛰기만 했다면 어떻게든 제압하고 그랬겠지만, 미친 듯한 폭력성을 보이다가도 정상으로 돌아와 자기들이 박살 낸 것이라든지 죽인 사람들을 치우고 병실로 돌아가니 어떻게 대응하기가 어려웠다는 소리였다.
정부 지침이라든지 병원 방침이라든지 위에서 대응 방안을 보내줘야 하는데, 정부는 대지진으로 박살 났고 병원 지침은 내려오지 않는 상황. 환자들을 진압하다가 다수의 사상자라도 생기면? 사태가 정상화된 뒤, 책임은 누가 어떻게?
그러니 바리케이드를 쌓아 위아래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고, 병원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고. 그렇게 막고 막아서 책임소재 줄이고 문제 확산 막자는 게 기본 방침이 됐다고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배로 데려온 간호사가 한 말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 폭력성의 문제가 아니었다.
초창기 멀쩡할 때는 자기들끼리 서로 경계해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넘어오지 말라고 경고하고 다녔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눈이 돌아가서 서로 싸우고 죽이고 하기 시작했단다. 그때 즈음부터 의료진은 도망쳤다고 한다.
“점점 이상하게 행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기들이 했던 말도 기억하지 못하고 막···.”
엉금엉금 기어갔던 간호사가 울먹거렸다. 비명을 질렀던 간호사도 전염됐는지 같이 울먹거렸다.
“안내도를 보니 1~4층까지는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제외하면 병실이 거의 없던데, 환자들이 그렇게 많습니까?”
“진료실이 있어서요. 진료대기를 하고 있던 환자분들과 보호자님들이 있었어요.”
있었다. 과거형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숫자가 많이 줄었겠군요. 방금 밖에 달려들었던 환자들은 저렇게 난장판을 쳐 놓고 다시 자기가 진료받았던 진료실 근처로 돌아가 대기하고 있다는 소립니까?”
간호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지랄을 떨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돌아간다? 그게 제정신인가? 정상이라면 바리케이드를 밀고 밖으로 도망친다든지, 식량을 찾는다든지 뭔가 생존과 관련된 행동을 해야 하지 않나?
“2층에 있던 감염자들은 어느 정도 정리를 했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죠.”
밖으로 나온 마루는 간호사들이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확실히 여기 감염자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길게 늘어져 있어야 할 시체들이 사라져 있었다. 대충 치운 흔적들. 어디로 치웠지? 왜?
누가 시체에 꿀이라도 발라놨나?
35~40구는 될 법한 시체였는데, 간호사들이랑 이야기한 30분 남짓한 시간에 다 치웠다고? 그럼 아직도 어딘가에 감염자들이 있다는 소리였다. 허리춤의 무전기를 확인했다. 전원도 멀쩡했고 진동도 울리지 않았다. 김 양이 있는 곳에는 별문제 없다는 소리.
밖으로 나왔어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니까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뭔가 자극을 주지 않으면 일단 괜찮다는 건데. 15층까지 계단으로 가면서 바리케이드를 밀고 가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조용히 올라가려면 확실히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좋았다. 8기 가운데 2기는 운행 가능한 상태라고 했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도 괜찮죠?”
간호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통제실에서 엘리베이터를 강제로 멈춘다거나 해서, 갇히는 걸 걱정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다행이었다.
[문이 닫힙니다.]엘리베이터에 탄 간호사들은 들떠 있었다. 의료진들 대부분이 15층으로 가서 헬리콥터를 기다린다고 했다. 엘리베이터에 타서야 의사들 대부분이 15층에 있는지 말하는 간호사들이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뭐. 상관은 없었다.
간호사 가운데 의사랑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는지, 두 사람이 조잘대며 이야기를 해댔다. 거, 좋을 때다. 일본은 좀 다른가? 간호사도 어렸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귀는 의사도 20대 후반 같았다. 이번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조만간 결혼했을 거라는 이야기. 상황이 이런데도 결혼 이야기라니.
[15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뾰족한 것이 안으로 푹 찔러 들어왔다. 뒤에 비켜 있던 마루야 가볍게 옆으로 쳐냈지만, 함께 탄 간호사들이 문제였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 한 명은 급소를 찔려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즉사했고, 다른 하나는 배와 가슴을 찔려 주저앉았다.
링거대로 만든 조잡한 창을 들고 있던 사람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문이 닫힙니다.]덜컥-
[문이 닫힙니다.]덜컥-
죽은 간호사의 몸통에 걸린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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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죽은 간호사 애인이라는 의사가 멘탈이 갈려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당신! 당신 때문이야.”
“왜 여자들을 데려온 거야? 엉? 왜 여자들을 앞세웠냐고!”
멘탈 나간 의사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툭- 명치에 가볍게 잽을 먹였다. 가볍다고 해도 달려오던 힘을 카운터로 받은 잽이라 그대로 꼬꾸라지는 의사였다.
“자기가 죽여 놓고 남 탓을 하면 되나 싶네요. 심지어 그 간호사는 애인 빨리 보겠다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요. 앞세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예? 알겠어요? 그럼 진정하세요. 진정.”
망연자실한 사람들 사이로 중년 의사가 나와 가슴과 배를 찔린 간호사를 살폈다. 찌른 채로 그냥 있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푹 찔러 놓고 간호사니까 놀라서 다시 뺐다. 빼는 것도 고대로 뺐으면 다행인데, 놀랐다고 화들짝 헤집어 뽑아서. 영 좋지 않았다.
“구로다군 응급환자 앞에서 지금 뭘 하는 짓인가! 하네시마군 바로 수술 준비하게.”
15층에 수술실이 있었나? 안내판에는 15층은 VIP 특실이라고만 적혀있었는데, 그렇다면 지하에 있는 김 양이랑 일행들을 불러와도 될까?
“미야케 선생님 여긴 수술실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의사가 있고 수술기구가 있으면 그곳이 수술실이야! 빨리 준비하게!”
마루가 조용히 끼어들었다.
“그래도 CT나 엑스레이를 찍고 수술실에서 수술하면 훨씬 좋지 않겠습니까? 2층에 검사실이랑 수술실도 있던데 말이죠.”
“그걸 누가 모르나? 감염된 환자들 때문에 2층을 쓸 수 없는 상황이야.”
“검사실, 수술실 근처에 있는 감염자들을 거의 다 정리해서 하는 말입니다.”
“뭐라고?”
“······.”
“그게 정말인가?”
“그러니까 간호사들이 저랑 같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겠죠? 감염자들이 있었다면 채혈실에 있던 간호사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미야케 선생이라는 중년 의사가 즉시 말했다.
“병상 가져와. 환자와 함께 2층 수술실로 간다.”
“예? 선생님 확실하지도 않은데···.”
“맞습니다. 아직 확인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뭐 하자는 소린가! 지금 자네들 손으로 찌른 사람이 죽도록 둬야 한다는 건가? 한 사람은 손을 쓸 겨를도 없이 죽었지만, 한 사람은 아직 살릴 수 있지 않나?”
그렇게 호통치며 준비하라고 한 중년 의사에게 마루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아래 응급환자가 더 있습니다. 경상자도 있고요. 같이 봐주실 수 있나요?”
뭐라고 말하기 힘든, 인상에 어울리는 듯한 미소. 그 미소에 중년 의사는 시간이 멈춘 듯 굳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무전기를 꺼낸 마루가 김 양을 호출했다.
“여기 수술 가능하다고 하니까, 준비해서 2층으로 와. 엘리베이터 이용해서. 감염자들 있고, 소리에 민감하니까 조용히.”
[감염자 있음. 소리에 민감. 조용히.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