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31)
러스트 [RUST]-831
나루즈의 오라버닝과의 불꽃놀이 참가자 선출 대회는 치열했다.
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간단한 사다리 타기는 배제됐고 숙련된(?) 인원을 모집한다는 조건 때문에 실제 작전 참여 횟수로 거르자는 의견이 올라왔다.
“단순히 작전 참여 횟수로 자르자고? 그건 아니지.”
“동의. 동의.”
“작전 참여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뒤에서 꿀 빨고 있던 것도 숙련이라고 쳐야 하니?”
“그거 본체년 같은 발상인데?”
“맞아.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뭔가 독박한 것처럼 그러는 거.”
다수의 나루즈가 작전 참여 횟수로 거르자는 의견에 반발했다. 본체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건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뜻.
“그럼 어떻게 숙련된 걸 구분할 건데?”
“실력대로 나눠야지.”
“우리는 나루즈거든? 실력이 전부 다 고만고만할 텐데.”
“그래도 뽑기는 안 돼.”
“맞아. 혹시라도 오라버닝에게 민폐 끼치는 년이 들어가면 우리 전부가 찍힐 거야.”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알파 애들 터진 사건. 어떤 년이야?”
“그러네. 그런 년이 갑자기 날뛰면 왕님이 우리 완전 열외 시킬 텐데.”
“전술 카메라 까보자.”
“어- 이번 작전 영상이 뭉개졌는데?”
“누구야?”
“진짜 어떤 년이야.”
나루즈는 정말로 긴장했다. 같은 나루즈가 죽을지도 모르는 짓거리를 한 것도 모자라, 증거까지 인멸하고 있었던 것.
과격한 공격이야 오류가 떴거나 당시 정신적인 압박 때문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증거 인멸은 아니었다. 범죄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면서도 했다는 거니까.
“어떤 년인데 본체년 같은 짓을···.”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걸 피하겠다고 문제를 더 키워?”
나루즈들 모두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했다. 처음에 ‘내가 빨리 끝내고 싶어서 욕심부렸네. 미안.’ 했으면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페널티 좀 주고 넘어갈 문제였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이건 진짜 잡아야 해.”
“보고는?”
“······.”
“······.”
“······.”
“해야 해. 이런 상황 숨기다가 밝혀지면. 정말 좋지 않아.”
“그렇겠지?”
“하필 지금 이런 보고를 하면 우리 안전성 검증해야 한다고 작전 열외될지 모르는데?”
“작전이 문제가 아니야. 우리에게 정신적 결함이 있는지 전수 조사한다고 할지도 몰라.”
“나주연. 그년이면 그럴지도.”
오라버닝과의 작전에 기분 좋았던 나루즈의 분위기가 팍 가라앉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전술 카메라까지 손댄 년이 섞여 있으니 어쩔 수 없어.”
“우리 본체년처럼 그러지는 말자.”
본체년처럼 그러지 말자는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마지막이야. 보고하는 순간 피할 수 없어.”
“사이코메트리로 돌려보기만 해도 잡힐 거고. 그린 순의 능력으로 감정만 살펴봐도 걸릴 거야.”
“아니면 정보 추출기로 뽑히거나. 자백제 투약해도 그렇겠지.”
“······.”
“······.”
“······.”
“우리도 살아있는 존재잖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어.”
“알파 애들 고의로 엿 먹인 게 아니라면, 실수잖아. 자수해.”
“시간 오래 끌 수 없어. 오라버닝 바로 출발하셨다고 하니까 우리도 빨리 선발해야 해.”
[치지직- 자수할 테니 이번 작전에 참여하게 해줘.]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음에 나루즈 모두 동시에 주변을 살폈다.
[자수하면 정밀 검사받게 될 거고, 어쩌면 폐기될지도 모르잖아. 마지막 작전이 될 수도 있는데.]“저거 이상하게 치밀한 년이네.”
“근데. 쟤도 우리잖아.”
“작전 갔다가 사고 치면?”
“아무리 그래도 사고 치겠어? 사고 친 이유가 작전 가려고 친 건데.”
“전례를 만들면 안 돼.”
“사고 쳐서 한 자리 차지하자는 애들 생기면 어쩌려고.”
“그럼 그냥 처음 생각대로 보고할 거야?”
나루즈가 우왕좌왕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너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 정밀 검사 대상이 될 수 있어.”
“자수를 작전 참여 조건으로 둘 수는 없어.”
“이유는 알겠지?”
“본체 년처럼 그러지 말고 자수해.”
“잠깐. 너무 밀어붙이지 말자.”
“진짜 본체 같은 년이면 크게 사고 칠지도 몰라.”
“생각해 보니까 소용없을 것 같아.”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 인공지능들이 보고 있을걸.”
“······.”
“······.”
“······.”
나루즈가 보고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이 보고할 터.
“어차피 끝이겠네.”
“그래.”
“어떻게 할래?”
“이번 작전에 넣어 주는 거로 하자.”
“인공지능이 우리 이야기한 거 보고할 텐데?”
“그러니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
문제를 일으킨 개체를 뽑기로 한 나루즈였다.
‧
희연은 혀를 움직였다. 아직도 둔한 감이 느껴지는 혀. 급속 생장 과정을 강제로 중단한 부작용이었다.
본래대로라면 10대 중후반의 나이까지 급속 성장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유 이사의 클론이 아닌 독립된 존재의 삶을 산다며 급속 성장을 중지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럴 줄은 몰랐지.’
유 이사의 지식에는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었다. 유 이사의 지식을 물려받은 희연도 마찬가지. 경험이 없으니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에는 행동 발달과 관련된 의미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옹알이 같은 부분이 그랬다. 울고 옹알이하면서 목청과 혀가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녀가 성인의 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 누가 혀짧은 소리를 아이들처럼 자주 내고 싶겠는가?
답답해서 말할 때, 작전 회의 같이 꼭 말해야 할 상황을 제외하면 스마트폰 문자로 의사소통했고. 그만큼 그녀의 혀 짧은 소리 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에이 씨이-”
계속해서 말을 해서 구강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급속 성장하는 건데. 희연은 중얼중얼 열심히 소리 냈다.
[흡혈귀 토벌 작전입니다.] [나루즈 87명 U+ 팀 13명을 합해, 100명이 작전에 투입됩니다.]인공지능 디아나가 직접 작전 개요와 주의 사항을 전달했다.
“준비 시가는?”
[5분 이내로 준비. 출발해야 합니다.]5분이라고? 15분도 아니고 5분? 희연은 작전 차출을 거부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작전 개요를 보곤 참여를 결정했다.
마루가 직접 지휘하는 작전이었다. 그러고 보면 직접 얼굴 본지도 오래됐다. 이상하게 마루만 생각하면 몸에서 열꽃이 피는 것 같았다. 아마도 유 이사의 잔재 때문이리라.
후으으으-
심호흡한 희연이 옅게 피어오르는 열기를 내뱉고 클론과 링크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뚜렷한 자아가 생성될 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독립적인 자아가 생기지 않고 있었다.
‘일상생활은 자동으로 하니까 의식이 없는 건 아닌데.’
몇 번의 실전을 거치면서 유 이사 클론의 움직임은 상당히 정교해졌다. 기억을 살펴봐도 최소한 90%~95%는 될 법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아가 생기지 않네.’
아마 그렇게 자아를 지워 전쟁 병기로 만드는 게 제국의 기술일지도 몰랐다. 마루가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제국에서 클론을 조종하는 단말이 됐을 게 분명했겠지.
‘다들 자아가 생긴다면 좋겠는데.’
클론이더라도 명확한 자아를 갖게 된다면 인간처럼 권리를 준다고 했으니, 전쟁 병기가 아닌 인간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희연은 클론들이 자신과 같이 인간답게 살았으면 했다.
(전부 집합-)
10대 후반의 유 이사 모습을 한 클론들이 그녀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링크로 전달해도 되는 내용이었지만, 희연은 말로 했다.
“출덩 쥰비. 무쟝은 시긴기 흡혈기 대응 무쟝으로.”
스르륵 사방으로 흩어진 클론들이 순식간에 완전무장한 채 출발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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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했던 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제국 레인저들이 한 행동을 생각해 보라고.”
“우리 가운데 식인귀가 있지 확인했던 걸 봐도 그렇고 대응하는 태도도 그렇고 제국에 간다고 해서 자리 잡기 어려울 것 같아.”
“그걸 누가 모르나? 자리 잡기 어려워도 식인귀 밥이 되는 걸 피해서 온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신성 왕국으로 갔어야 했어. 친척이 윈저(Windsor)에 자리 잡는다고 했었는데.”
신성 왕국 방송에서 자유 캐나다 연맹 지휘부가 식인귀를 선택했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신성 왕국 주장대로 자유 캐나다 연맹 지휘부가 식인귀가 되는 걸 선택했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일만 잘하면 식인귀가 대수인가?
식인이 문제라고?
그럼 범죄자들 먹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식인욕구 억제제도 있다면서 뭐가 문제?
권리에 대한 의무니, 선택에 대한 책임이니 따져가는 것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경제부터 살리고 부자가 되게 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캐나다 정부가 증발하고 변이 괴수가 도시까지 침입해 자리를 잡으면서. 사실상 기업이 망했고 유통망도 끝장났었다.
사람들은 실업자가 됐고, 기업을 경영하던 사장과 임원진도 마찬가지로 백수가 됐다. 유통회사를 비롯한 도소매 업자들도 마찬가지인 상황.
신성 왕국이 캐나다를 장악하고 변이 괴수와 식인귀, 변이체를 전부 몰아내면서 사람들은 기대했다. 자신들의 기업이, 회사와 일자리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만 신성 왕국은 기존 기업을 해체하고 새롭게 재편했다. 유통망도 마찬가지, 신성 왕국이 중심이 되어 전부 개편해버렸다.
기존에 있던 일자리가 사라지고 신성 왕국에서 만든 일자리로 변한 것. 종말의 시대 효율성이 향상되고 유통망이 안정된 건 사실이지만, 개인으로 봤을 때는 기존에 있던 이익이 증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회사를 날로 꿀꺽하다니.’
‘유통망을 국가가 관리한다고? 그럼 내 창고는?’
‘내 경력은 어떻게 되는 거지?’
‘월급은?’
그래서 그들은 기존 캐나다가 무너지기 이전에 있던 권리를 인정해 준다는 자유 캐나다 연맹을 지지했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보유했던 자산이었고 이익이었으니까.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신성 왕국을 따라 이주했고,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들은 자유 캐나다 연맹을 지지하며 남았다.
물론 인종 차별적인 부분도 있었고 혐오스러운 감정도 있었지만, 그 이면에 있던 것은 이익이었다.
단지 그걸 감추고 있었을 뿐. 그렇기에 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소?”
“각자 알아서 찢어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뭉쳐야 살지. 흩어지면 위험합니다.”
“무턱대고 하나로 뭉쳤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게 더 위험하지.”
“그래요. 억지로 뭉쳐 다니는 건 반대합니다.”
“억지고 나발이고 흩어지면 전부 죽는다니까.”
생존과 이익에 민감한 난민들이라 의견이 하나로 묶이지 못했다. 그렇게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제국의 병력이 먼저 도착했다.
고오오오오오—-
낮은 엔진음을 내며 착륙한 대형 비행선. 해치가 열리자 엑소슈트로 무장한 제국군이 흉흉한 기세를 감추지 않고 내렸다.
[총 버려.] [총 내려놓고 뒤로 물러선다.]제국 병사들은 난민들을 즉시 무장해제 시켰다.
제국군 레인저의 무기를 노획한 자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신인···식인귀가 죽였습니다. 우린 그저 버려진 총을 주웠을 뿐입니다.”
[식인귀는 누가 죽였지?]“모릅니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식인귀들이 전부 죽어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흥분한 병사를 소대장이 다독였다.
[전술 카메라 영상 돌려보면 알 수 있으니까 참아.] [···예.]난민들을 향해 흉흉한 기운을 내뿜던 병사가 총구를 내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병사의 목이 부러졌다.
콰득-
프레임형 엑소슈트로 무장한 병사의 목이 부러지다 못해 뜯어질 듯 꺾였다. 눈앞에서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근처에 있던 난민들이 벌레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꺄아아악!
흐으어억!
전술 카메라 영상을 확인하던 소대장과 부사관들이 바로 총구를 겨눴지만, 그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도망치는 난민들뿐.
[멈춰!] [정지! 전부 엎드려!]투다다다닥!
허공을 향해 총을 쏘는 병사.
그 요란한 총소리에 무언가 꿰뚫리는 소리가 감춰졌다.
푸욱-
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도망치던 난민들이 그 자리에 엎드리는 모습에 제국 병사들의 시선이 쏠렸다.
삐—–
[적이다!]소대원의 바이탈 신호가 끊긴 걸 확인한 소대장의 외침과 동시에 콰드득- 난민 몇 사람이 뭉개지며 붉은 진창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