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57)
러스트 [RUST]-857
김 양은 예상외의 사태에 잠시 당황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잠든 시간 새벽 3시 전후를 노려 쥐떼를 강하했다. 쥐들이 전선을 끊는다고 해도 다들 잠들어있을 테니 당장은 문제가 없을 테고, 시러큐스 시에 있는 건물들 단열 시공이 괜찮아 작전 시간을 짧게 잡으면 일반인 피해는 별로 없으리라 생각했다.
웨에에에에에엥—-
그런데 쥐들이 전력선을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웨에에에에에엥—-
공습경보 사이렌이 뉴욕 주 한복판에 있는 작은 도시에 기다렸다는 듯 터진 것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
[공습경보? 뭘 건드렸길래? 쥐에게 뭐라고 했는데 저 난리야?]마루의 통신에 김 양이 당황했다.
“잠시만. 지금 확인하고 있음.”
밝게 빛나는 서치라이트가 어둠을 헤집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군인들이 나와 주변을 수색하는 모습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알아서 잘한다고 하더니 역시 쥐새끼를 믿는 게 아니었나? 김 양은 바로 수색하고 있는 쥐떼에 연락했다.
“지금 뭘 건드렸는데 저 난리야?”
[찍- 찌이익-(전원 끊고- 통신 끊었다.)]“잠자고 있는 사람들 물고 그런 건 아니고?”
[찌익? (미쳤나?)]그분이 옆에 계시는데 미쳤느냐는 듯한 쥐의 반문에 김 양은 바로 이해했다. 죽음을 보고 겪었으면서도 설레발이 칠 정도로 멍청한 것들은 아니었으니까.
‘세대가 교체되기 전까지는 나대지 않을 텐데. 그럼 뭐지?’
이리저리 확인해봤지만, 쥐들이 딱히 잘못한 건 없었다. 그냥 저쪽의 대응이 엄청나게 빨랐을 뿐.
“우선은 고도를 높이는 게 좋겠음.”
김 양은 마루를 향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 드레이크호가 먼저 고도를 높이고 마루 전용 비행선이 그 뒤를 멀찌감치 따르는 동안, 블랙 드레이크호의 보조 인공지능이 시러큐스 시청을 해킹한 자료를 토대로 상황을 분석했다.
[기존에 있던 정보와 현재 정보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후딱 올려.”
삑- 모니터에 떠오르는 정보는 시작부터 기존의 정보와 차이가 있었다.
‘슈발- 이거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지?’
양자컴퓨터와 포도송이들이 건재했다면 통째로 정보를 뽑았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후드가 뉴욕에 갔을 때 한 번 털어온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던 것.
게다가 신성 왕국이 제국에 불간섭하겠다는 선언을 했어도, 그게 바로 적대국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지금 상황은 그냥 어쩔 수 없는 상황.
‘응.’
그러니까 종합해 보자면, 저렇게 군대도 있고 반응도 빠른 건 역설적으로 시러큐스에 뭔가 있다는 뜻이었다.
‘응.’
김 양은 잠시 복잡했던 생각을 정리했다.
예상외의 대응이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군대가 있더라도 알 게 뭔가?
이쪽에는 죽음이 있는데.
증거와 증인이 없으면 암살이었다.
그게 도시 단위든 대대 단위든 아무런 상관없었다.
“확인해 보니, 기존의 정보와 많이 달라졌음. 우선 도시에 대대급 방어 병력이 있고, 무장 상태도 굉장히 좋음.”
쥐떼의 정찰 보고를 보면 상당 부분 요새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눈에 파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제법 방비가 잘된 도시라는 것.
군대도 피곤하고 요새화도 짜증 나는데 심지어 반응 속도도 좋다는 점까지.
“저쪽 대응이 너무 빨라서 조용히 작업하기는 글렀음.”
이쯤에서 선택지는 대략 셋으로 좁혀졌다.
계획대로 마루가 내려가 정리 들어가는 것.
다른 하나는 지금은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
마지막으로 쥐떼를 추가로 강하시켜 쥐떼를 이용해 정리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쥐를 보내 공격했다고 생각하면?]“뉴욕 시궁쥐 케이스도 있으니까 우린 모르쇠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님?”
지구의 모든 쥐떼를 신성 왕국이 관리하는 것도 아니었고. 주변에 있는 쥐들이 창궐했다고 하면 어쩔 건데.
“그럼 쥐떼 더 보냄?”
[···아니. 연구실과 놈들을 찾으면 내가 내려간다.]“그냥 쥐를 보내는 게 낫지 않겠음?”
[쥐떼만으로는 어려워.]야생 들쥐가 늑대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
거점 요새에서도 그랬다. 쥐떼와 늑대인간이 싸웠을 때도 섬광탄과 네이팜을 쓰고 나서야 늑대인간에 비볐지, 그 전에는 일방적으로 사냥당했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 쥐떼가 놈들의 실험실을 찾고 늑대인간과 마주치면 네이팜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무기를 사용하는 쥐떼? 그 무기는 어디서 나왔고? 신성 왕국의 개입이 알려질 수밖에 없겠지. 아마도 직접 내려간다는 건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이리라.
김 양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알겠음.”
어쨌든 증거랑 증인이 없으면 암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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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벌통을 쑤신 것처럼 시끄러웠다.
새벽 3시. 잠이 깬 시민들은 전기가 끊긴 것을 확인했고 가정용 전기저장장치(Home Energy Storage Systems, HESS.)를 돌리기 시작했다. 모듈 원전을 통해 공급받는 풍부한 전력을 이용해 충분히 충전해 놓은 것.
직접 내려와 보지 않았다면 이런 변화를 모르고 지나쳤을 텐데.
‘이쪽도 변화가 있었네. 매번 쥐떼니 개미니 털리는 모습만 봐서 애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신성 왕국만 기술이 발달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가정용 ESS 시스템과 가정용 발전소를 보급하고 있었나?’
극한 상황이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말처럼 제국도 그냥 휩쓸리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뉴욕 일부 지역에 장작과 석탄을 태우는 난로를 긴급하게 지원했어야 했는데, 그로부터 고작 2~3년 만에 중소도시에 개별 에너지 저장소가 설치된 것.
시러큐스가 이 정도라면 제국이 건설하고 있는 해상도시의 수준도 상당히 기대됐다. 객관적으로 봐도 제국은 수십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핵융합만큼은 아니더라도 모듈 원전을 이용해 풍부한 전력까지 생산할 수 있었고 그를 이용해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이런 중소도시에까지 방위군이 주둔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공격받은 적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이곳에서 중요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걸까?
잠시 호기심이 들었지만, 마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시러큐스에 온 이유는 늑대인간의 정보 때문. 주객이 전도되는 건 피해야 했다.
‘놈들의 비밀 연구소만 정리하고 뜨자.’
은신 기능을 활성화한 마루가 시러큐스 시내로 들어서자, 주요 건물 옥상에 설치된 서치라이트가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블리자드 때문에 제대로 된 수색을 할 수 없음에도 맡은 구역을 기계적으로 확인하고 다니는 병사들의 모습은 삼엄하기까지 했다.
[찍- (이상한 장소를 찾았습니다.)]HUD에 떠오른 안내에 따라 마루는 쥐떼가 확인하고 지나간 지역을 되짚어 들어갔다.
[여기가 맞나?] [찍- (그렇습니다-)]시내 중심부와는 조금 떨어진 곳. 수로가 이어진 곳에 오래된 건물이 이상하다고 하는 쥐.
[어떻게 이상한데?] [찌이익-(들어간 애들이 돌아오지 않습니다.)]그건 확실히 이상했다.
[찍- (이쪽에서도 이상한 곳을 발견했습니다.)]HUD에 떠오른 지도에 추가로 떠오른 장소. 이곳과는 거의 반대쪽에 있는 건물이었다.
[찌익- (늑대인간을 봤습니다.)] [찍- (이쪽에도 있습니다.)]···
···
[찌이익-(식인귀로 보이는 연구원이 있습니다.)] [찍찍- (환자로 위장한 식인귀가 있습니다.)]지도위에 찍힌 마크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뭐지?
이 도시는?
이 작은 도시에 식인귀, 늑대인간이 있는 장소와 관련 시설이 무려 열 곳이 넘어가고 있었다.
[덴 아저씨가 긴급 통신을 보내왔음. 우리가 시러큐스에 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음.]그러니까 몰래 해결하고 조용히 나갈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
[그냥 무시함?] [하- 아니. 됐다. 지금 쥐떼가 확보한 자료 덴 총통에게 전달해. 그리고 시러큐스에 식인귀와 늑대인간이 우글거리고 있는데. 제국 방위군이 철통 방어를 하는 모습을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설명해 달라고 해.]마루의 말에 김 양이 눈을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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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브라운은 김 양이 보낸 답변을 듣고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시러큐스 방어부대는 누가 지휘하고 있지?”
[벨 그레이엄 대령입니다.]“이번에 승진한 사람이군.”
[네 그렇습니다.]시궁쥐 사태를 겪은 제국은 각 도시의 요새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변이 괴수의 도시 진입을 막기 위해 요새화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 속도를 높인 것.
요새화된 도시를 이용해 변이 괴수를 막아내는 동안 중앙군이 출동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뉴욕이 개미 제국의 습격에 버티지 못하고 뚫려버렸다.
제대로 된 방어군이 없다면 아무리 요새화했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뚫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제국이었다.
그래서 제국은 중소도시에까지 방어군을 주둔하게 했다. 사실 상당히 무리한 정책이었다. 생산성이 높은 도시와 군대가 결합해 군벌을 형성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태 초기. 이미 그런 형식으로 식인귀들이 지역을 장악했던 적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제국 의회는 중소도시에 방어군이 주둔하는 것을 통과시켰다.
소수 군벌이 지역을 장악할지 모른다는 위협보다, 제국 시민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나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덴 브라운도 동의했기에 제국의 중소도시에는 대대급 병력이 방어군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랬는데 지금 이런 상황이 펼쳐졌다.
“그레이엄 대령과 관계된 정보를 전부 올려.”
누구 라인인지, 시러큐스로 간 로비스트(식인귀로 의심되는)와 연관된 쪽인지 확인해야 했다.
“신성 왕국 쪽에 이쪽 상황 요약해서 전달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서 공조할 의사를 묻도록. 공조를 거부한다면 불간섭 원칙을 선언하고 거기에 왜 있냐고 해.”
시러큐스 방위군과 신성 왕국이 교전한다거나, 제국의 도시에서 블라디마루 칼린이 식인귀 잡는다고 칼춤 췄다는 소식이 헤드라인(headline)을 장식하는 것보다 나았다.
‘좋지 않아.’
시러큐스에 식인귀와 늑대인간이 우글거린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시러큐스 주요 인사들과 의원들 사이에 연관성 있는 자들 추려내고, 군부와도 연계점이 있는지 확인해.”
혈연, 지연, 학연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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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고 공조하거나 아니면 나가라고 했음.] [공조하자고? 지휘는 그쪽이 하고?] [응. 공조할 거면 일단 움직이지 말고 있으라고 했음. 증거 확보할 때까지 물리력 행사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식인귀에 늑대인간까지 우글거리는 데 기다리라고?]순간 울컥하려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마루가 심호흡했다.
흡흡하아-
흡흡하아아-
[갑자기 숨소리가 왜 그럼? 징그럽게.] [하하핰-칵- 뭐?] [그거 이상하다고 숨소리.] [······.]갑작스러운 김 양의 숨소리 평가에 호흡이 꼬인 마루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말 한마디에 울컥하던 기분이 싹 사라진 마루가 피식 웃었다.
[찍-(늑대인간이 이동합니다.)]피식 웃었던 것도 잠시. 시간을 주면 좋을 것 없다는 마루의 예상대로 놈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익- (이쪽 늑대인간도 이동합니다.)] [찍- (식인귀가 자료를 챙기고 있습니다.)]마루가 나이프를 뽑았다.
[식인귀와 늑대인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쪽은 놈들이 도망치는 걸 그냥 둘 수 없다고 전해. 공조고 나발이고 놈들 잡는 걸 막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해.] [알겠음.]마루의 모습이 일렁이는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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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브라운이 눈치를 챘어.”
“빨리 빠져나가야 해.”
“어떻게 알았지?”
“뒤를 밟던 새끼들은 깨끗하게 처리했다고 했잖아?”
“흔적을 남긴 거지 뭐.”
“다들 조용히 하고 자료부터 챙겨.”
“서둘러 5분 안에 집결지에 도착해야 해.”
“그냥 각자 빠지면 되는 거 아니야?”
“——.”
“야- 왜 가만히 있어. 자료 챙기라···.”
식인귀의 민감한 후각에 느껴지는 비릿한 냄새. 녹슨 철의 냄새에 들고 있던 자료를 그대로 바닥에 내팽개친 놈이 소리를 지르려 했다.
!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끄득-
목 뒤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감각.
목뼈와 신경이 동시에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무런 살기도 조짐도 없었다.
그저 비릿한 냄새가 나는가 싶더니, 전신에 힘이 빠진 식인귀가 늘어졌다.
크직-
푸그극-
목뼈를 끊은 일격을 시작으로, 척추를 뚫고 들어가 심장을 쪼갠 칼날이 마지막엔 후두부를 찌르고 빠져나왔다.
흐흐흐흡-
흐흐흐흡-
하아아아—
감정도 살기도 없는 무정한 칼질 끝에 이어진 미묘한 소리가 다음 목표를 향해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