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59)
러스트 [RUST]-859
소대장은 2개의 분대를 이끌고 제약회사로 향했다.
“왜 문이 닫혀있는 거지?”
“사령부와 통신이 연결되지 않아, 이쪽 신분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합니다.”
매서운 눈보라가 사방을 두들겨대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회사들도 정체불명의 군대에 공격을 받고 있다고.”
휘이이이이–
차가운 바람에 섞인 눈송이가 수류탄 파편처럼 뿌려지는 풍경.
“뭐?”
소대장이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제약회사 정문이 열렸다. 상사가 엑소슈트로 무장한 병력을 선두로 세워 정문을 넘어가며 외쳤다.
“소대장님. 진입 시작했습니다.”
소대장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사지가 팔다리가 잘리고 목이 없는 시체들을 보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시간에 쫓기고 식인귀를 생포하라는 이상한 명령에 그리고 어딘지 불쾌한 제약회사의 반응까지. 무언가 어긋난 것 같은 감각.
쿠웅-
지나치게 두꺼운 정문이 닫히며 건물 내부로 들어간 소대원들이 웅성거렸다.
“조명이 왜 밝아?”
“전기 끊겼다고 하지 않았나? 여긴 전기가 남아도는 모양이네.”
“실내 후끈한 거 봐라. 역시 약이 돈이 되는 모양이야.”
안으로 들어왔으면 제약회사 사람이라든지 하다못해 안내로봇이나 안내음성이라도 나왔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소위가 통신병을 불렀다.
“통신병!”
“옛.”
“헤드헌터가 이쪽으로 이동했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그랬습니다.”
“그 소리 누가 했지?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았어?”
“예?”
분명히 유선 통신은 선이 끊겼고 무선 통신은 블리자드 때문에 먹통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금 전, 제약회사 측에서는 다른 회사들도 정체불명의 군대에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블리자드 때문에 무선 통신이 먹통이라면 헤드헌터가 이쪽으로 왔다는 말이나, 정체불명의 군대에 공격을 받고 있다는 말이나 전부 거짓이라는 이야기.
정체불명의 군대에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리가 사실이라면 대대본부와 통신이 되지 않는다고 처음에 출입 통제했을 때 한 말이 거짓이라는 뜻.
제약회사의 대응도 이상했다. 어디서부터 거짓이 시작됐을까?
‘놈이 이스트사이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건 분명 통신병의 보고에서부터였다. 소위의 손가락이 서서히 방아쇠로 향했다. 순간 저편에서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온다.”
“사격준비.”
“소대장님!”
마치 덩치 큰 개가 뛸 때 생기는 소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위에서 내려오는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계단 그리고 중앙으로 쭉 뻗은 복도를 울리는 크르르- 소리.
소위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찰나, 통신병이 먼저 말했다.
“아- 소위님 진짜- 왜 그렇게 무섭게 보십니까?”
푸극-
통신병의 손이 소위의 가슴팍을 뚫고 들어갔다. 그 갑작스러운 충격에 끅끅-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소위님. 이거 다 소위님 잘못이십니다? 그냥 넘어갔으면 다 좋게좋게 끝났을 것을···. 그렇게 티 나게 표정이 변하면 그냥 지나갈 수 없지 않습니까?”
그와 동시에 늑대인간 무리가 소대를 덮쳤다.
‧
엑소슈트로 무장한 병사들이 정면에 있었지만, 늑대인간 특유의 몸놀림으로 천장과 벽을 이용한 입체 기동을 막을 순 없었다.
“막아!”
“아- 개새끼들이.”
일단 일반병들 사이로 파고든 뒤에는 엑소슈트가 공격하기 힘들었다. 12.7mm와 20mm로 일반병과 뒤엉킨 늑대인간을 쏠 수 없었기 때문.
“소대장님!”
“소대장님!”
엑소슈트 병사들이 소대장을 찾았지만, 소대장은 말이 없었다. 소대장의 명령이 없었기에, 방아쇠를 당기기 주저했던 엑소슈트 병사들이 반격을 시작한 건 일반 병사들이 전멸하고 난 뒤였다.
“쏴!”
“개새끼들 죽어!”
“죽어버려!”
투두두두둑
투다다다닥
일반 병사들을 몰살한 늑대인간들이 주의를 끄는 동안, 엑소슈트 병사들 뒤로 식인귀 무리가 조용히 다가섰다.
펑-
최초의 파일드라이버가 엑소슈트의 등판에 꽂히는 것을 시작으로, 엑소슈트 병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파워로더식 엑소슈트에 장갑판을 방탄판을 부착했는데, 그 두꺼운 복합 장갑이 한 방에 관통해 버린 것.
“씨발 이게 뭐야?”
“접근하지 못하게 거리를 벌려!”
엑소슈트의 반응 속도는 인간을 넘어설 수 없었다. 그것도 보조 인공지능의 지원이 없는 엑소슈트로는 파일드라이버를 창처럼 사용해 달라붙는 식인귀와 백병전을 펼칠 수 없었다.
뻐어어엉!
옆구리에 파일드라이버가 박힌 엑소슈트가 풀썩 주저앉았다. 엄청난 관통력으로 엑소슈트의 팔과 옆구리를 관통해 버린 것.
바짝 붙은 식인귀를 공격하자니, 늑대인간이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고, 늑대인간을 견제하자니 파일드라이버가 박히는 상황.
마루가 창문을 뚫고 복도로 진입한 것은 엑소슈트 병사들이 앞뒤로 협공을 받아 전멸한 직후였다.
크르르르-
엑소슈트 헬멧을 통째로 뜯은 늑대인간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으르렁댔다.
“어째서 이놈들이 먼저 왔지?”
얼굴에 튄 핏방울을 핥아 먹은 통신병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놈의 다음 공격 방향이 이쪽일 줄 알았지.”
크앙-
“네놈들의 그런 짓거리가 언제까지 통할 거라 보나?”
통신병을 향해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는 늑대인간이었다.
죽음의 공포에 질려버린 하위개체의 마지막 정신파를 받았기에 정체불명의 적과 방위군이 서로 부딪치게 하려고 했다. 둘이 싸우고 난 뒤, 남은 자들을 정리하겠다는 생각.
그런데 웬걸. 정체불명의 적이 중간에 사라지고 제국군이 먼저 도착해 버린 것. 동시에 제국군이 안전가옥과 비밀 실험실을 공격한다는 전령이 도착했다.
몰래 매설해 놓은 통신선이 어쩐 이유인지 전부 끊겼고, 무선 통신도 블리자드 때문에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여러 세력이 힘을 모아, 정체불명의 적과 갑작스럽게 반응하는 제국군을 상잔시키기로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된 것.
늑대인간은 버지니아 컴퍼니 출신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도 보라, 계획과는 달리 엉망이 된 꼴을. 이걸 의도한 건 아닐까?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것들은 언제든 자기들도 버리는 패로 쓸 놈들이었다.
여기저기 입은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기 시작하는 모습과 동시에 눈빛이 점점 흉흉해지는 늑대인간을 코앞에 두고도 통신병은 태연했다.
“진정하라고. 진정. 아무래도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으니까.”
통신병의 신호에 늑대인간 하나가 텅 빈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기다란 혀로 코끝을 핥았다.
스윽-스윽-
촉촉해진 콧구멍이 살짝 벌어지더니 이내 송곳니를 드러내며 크르르-소리가 새어 나왔다.
“킁- 어떻게 알았지?”
“동작 감지 센서에 뭔가 걸렸거든.”
사방에 흩뿌려진 혈향과 화약 냄새 때문에 둔해진 코였지만, 밖에서 들어온 서늘한 냄새와 기운을 감지할 정도는 됐다.
“안쪽으로 들어왔다.”
“킁-킁- 오른쪽 복도다.”
늑대인간들이 수군거리더니 통신병을 견제하던 것을 슬그머니 풀고 뒤로 돌았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마루가 속으로 혀를 찼다.
늑대인간의 숫자가 제법 됐다. 다만 제국군과 싸우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으니 만전 상태는 아니라는 점.
‘파일드라이버를 쓰는 식인귀에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는 통신병이라.’
고작 넷이었지만 파일드라이버로 무장한 점이 인상 깊었다. 게다가 무언가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사각을 없애는 위치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모습까지.
마루의 심장이 작게 요동쳤다.
후—-
마루가 길게 숨을 내쉬어 치밀어 오르는 살심(殺心)을 가라앉혔다.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저거 파일드라이버 우리가 썼던 거랑 비슷한 듯.]파일드라이버로 작업했던 일이 떠오른 김 양이 바로 반응했다.
[저거 문이나 벽 뚫으려고 만든 거 아니겠음?]아니면 변이 괴수를 근접전으로 죽일 필요가 있다거나. 제국군 엑소슈트를 잡는 걸 봤을 때, 놈들의 훈련 수준이 상당해 보였다.
[흐응. 저거 우리 노린 놈들 같은데.] [······.]파일드라이버로 전면전을 노렸을 리는 없고 아마도 순찰하는 엑소슈트나 노심 아머를 습격, 일격에 작동 불능으로 만들어 노획하려 했다고 봐야겠지.
“크르르- 어디지?”
“냄새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 킁-”
“수류탄은 뒀다가 뭐합니까?”
“네놈이 던지면 되지 않나?”
비웃는다고 생각했는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늑대인간을 향해 진정하라는 듯, 손을 든 통신병. 입술을 핥으며 내민 두 손에는 수류탄이 들려있었다.
크릭- 안전핀이 빠지는 소리를 따라, 팅- 클립이 튀었다.
하나.
둘.
셋.
“오른쪽부터 갑니다.”
오른쪽에 던진다고 소리친 통신병이 그대로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던졌다.
마루가 숨어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수류탄. 하나는 공중으로 다른 하나는 볼링공 굴리듯 바닥으로 던진 통신병이었다.
영악하게도 3초를 들고 있다 던졌기 때문에 당장 피한다고 해도 범위 안.
‘피하면 늦어.’
수류탄이 날아오는 것과 동시에 반응한 마루가 그대로 나이프를 휘둘렀다.
스칵-
공중으로 날아오던 수류탄의 뇌관이 잘렸다.
퍽-
동시에 바닥으로 굴러오는 수류탄을 걷어찬 마루.
!!
“저기다!”
“거기냐!”
허공에서 수류탄이 잘리자, 늑대인간들이 털을 빳빳하게 세우며 수류탄이 잘린 공간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마루가 걷어찬 수류탄이었다.
쾅!
수류탄이 공중에서 터지며 사방으로 파편을 흩뿌렸다.
크아아아앙!
깨에에에엥!
갑작스러운 폭발에 눈과 코를 당한 늑대인간들이 두 팔을 휘저으며 발작했고, 폭발과 파편에 리퍼 슈트의 은신이 깨지며 일그러진 잔상이 드러났다.
크르르르릉!
크아아아앙!
늑대인간들이 여기저기 일그러진 잔상을 남기는 마루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근방 차단해.] [알겠음.]괜찮을까? 쥐떼를 써서 전선 끊는 것도 아니고 EMP 쓰면 흔적이 남을 텐데. 제국과 껄끄럽게 가지 않으려고 했으면서 갑자기 차단하라니.
‘뭐. 알아서 하겠지.’
김 양은 EMP 폭탄 투하 직전 잠시 멈칫하곤 명령을 내렸다.
[EMP 폭탄 투하.] [EMP 폭탄 투하합니다.]전선이 끊겼음에도 환히 불을 밝혔던 제약회사와 주변 건물이 짙은 어둠 속에 묻혔다.
파밧-
EMP가 터지며 밝게 빛나던 전등이 일순 꺼졌다. 파편에 맞아 흐릿하게 일그러진 잔상을 남기던 마루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어둠에 동화되자, 통신병이 외쳤다.
“섬광탄!”
[······!]섬광탄을 꺼내 막 던진 마루와 통신병이 던진 섬광탄이 서로 교차했다.
길고도 길게 빛나는 신성 왕국 특제 섬광탄. 번쩍하고 말겠거니 고개를 돌려 섬광을 피한 늑대인간 몇이 눈을 뜨자, 그대로 계속 빛나는 섬광에 눈이 멀었다.
“크아아아앙- 눈이! 내 눈!”
“빛이 꺼지지 않았어!”
신성 왕국의 신형 섬광탄이 상당한 밝기와 오래가는 불빛이 특징이었다면, 제국의 신형 섬광탄은 빛의 세기와 양에 집중한 섬광탄이었다.
카메라 플래시처럼 순간 번쩍일 뿐이었지만, 그 번쩍인 빛이 순간적으로 시신경과 망막, 카메라 센서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정도로 강한 빛이었다.
‘하- 이것봐라?’
그것도 그렇지만 통신병 새끼 하는 짓이 재밌었다.
수류탄을 던지는 것도 지랄 같더니 섬광탄 던지는 타이밍도 지랄 같았다.
섬광탄 터지면서 늑대인간들 사이로 파고들려고 했는데, 그 짧은 순간에 섬광탄을 이용해 전진을 막아?
섬광탄 던지고 전진에 섬광탄을 던져서 방어. 심지어 둘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 저쪽은 반대로 생각하겠지.
두근-
마루의 감각이 긴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냥 식인귀가 아닌가?’
두근- 두근- 두그으으으으–
두근거리던 긴장감에 호흡을 놓친 마루가 ‘아차.’하는 순간 검은 정원이 피어올랐다. 울컥-울컥—울컥울컥-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원들.
이제까지 참은 것에 대한 반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순식간에 마루의 주변으로 죽음의 정원이 피어올랐다.
눈뽕을 맞은 늑대인간들은 순식간의 자기들 발목을 얽어버린 죽음의 풀에 기동성을 뺏겼다. 펄쩍 뛰어오른 늑대인간들은 길게 자란 날카로운 풀잎에 가죽이 죽죽 갈라졌다.
쉬리리리리-
뱀처럼 움직이는 넝쿨이 공중으로 점프한 늑대인간을 허공에서 낚아채 풀숲으로 사라졌다. 삽시간에 늑대인간 절반이 죽음에 삼켜지는 모습.
“What the Fuck!!!”
“Samu···.”
“A PUTAIN!!! (아 뷔떵, 시발)
펄쩍 뛰어 영역에서 벗어난 늑대인간과 식인귀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욕설을 내뱉는 것도 잠시. 순식간에 펼쳐진 검은 영역 속에 빠진 늑대인간과 식인귀들이 서로 신호를 보냈다.
이대로라면 영문도 모르고 죽을 판이었다.
크아아아앙!
천장에 거꾸로 매달렸던 늑대인간들이 울부짖으며 길을 열었다. 목표는 이상한 공간의 중심 깨진 잔상.
그들이 천장과 벽을 타고 달렸지만, 길게 자란 풀잎에 팔다리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중간중간 촉수 같은 넝쿨이 늑대인간을 낚아챘지만, 굴하지 않고 하나의 작살처럼 쏘아졌다.
식인귀 넷이 동시에 마루의 머리, 가슴, 배와 옆구리를 향해 파일드라이버를 꽂아 넣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뤄진 격발.
주력 전차도 꿰뚫을 정도의 관통력과 충격량이 솟아오른 풀잎과 넝쿨에 잡아먹혔다.
아-
뒤로 그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는 식인귀들의 발은 바닥이 붙어있었다. 발목을 휘감은 풀잎과 넝쿨이 순식간에 종아리에서 허벅지를 돌돌 말고 있었다.
아-
탄성과 함께 빠지는 힘.
아니.
힘이 빠지는 게 아니었다.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
순식간에 온 전신을 휘감은 검은 정원 속으로 파일드라이버를 든 식인귀들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