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958)
러스트 [RUST]-958화
총기 자유화인 제국의 특성상 누군가는 개미 구조대를 향해 총질할지도 모른다는 건 예상할 수 있는 사태였다.
그래서 구조대 개미에게 안내 방송 장치를 붙여 놨지만 그뿐. 안내한다고 될 인간이었다면 범죄가 없었겠지.
약탈자들과 개미에게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는 사람에게 구조대 개미의 안내 방송은 효과 없었다.
그런 의미해서 개미 구조대를 향한 제국 사람들의 총질은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미 구조대를 공격하는 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건 그럴 수 있다면서, 구조대 본부를 공격한 약탈자들에 대해 공격을 명령한 김 양의 명령은 잘못된 건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과거 평화로운 세상이었다면 잘못이라고 볼 수 있겠지. 다만 지진과 쓰나미로 치안이 무너진 상황이라는 걸 기준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무엇보다 공식적으로 신성 왕국의 책임을 묻는 것이 덴 브라운의 지도력, 정치력과 연관되는 순간.
그것이 정말 순수하게 잘잘못을 가리는 사과요구가 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구조대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제국이었다. 제국군은 어디서 뭘 하고 있어서 약탈자들이 민간인을 끌고 구조대 캠프까지 밀고 가도록 막지 않았는가?
극단적인 가정을 한다면, 제국 군부에서 약탈자들이 신성 왕국 구조대 캠프를 향해 갈 수 있도록 느슨하게 관리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었다.
“사과할 일도 책임질 일도 없습니다. 일차적인 잘못을 제국군이 했기 때문입니다. 신성 왕국이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불간섭하기로 하고 구조대를 보낸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양국의 신뢰가 무너질 겁니다.]“신뢰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제국군이 구조대 개미를 공격한 약탈자들을 검거 처벌하지 않았을 때부터. 개미 구조대가 활약하는 것을 제국 언론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을 때부터. 그리고 제국군이 구조대 캠프를 약탈자들로부터 보호하지 않았을 때부터 말입니다.”
[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제국군의 운용이 자연스럽지 못했던 것은 이쪽의 실수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총격이 정당하다고 할 순 없습니다.]“신성 왕국은 구조활동을 하러 간 것이지, 약탈당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지금처럼 정치적인 논란에 빠지기 위해 간 것도 아닙니다.”
마루는 사망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할 뿐 그 이상을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신성 왕국의 결정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공식적인 사과도 지휘관 처벌도 하지 않을 것을 다시 분명하게 밝히는 마루였다.
불간섭 선언 이후에도 나름 좋았던 신성 왕국과 제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변해버린 사건이 됐다.
사실 이렇게까지 심각한 사건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제국 언론에서 이 사건을 물고 뜯지 않았다면, 제국 의회와 군부에서 신성 왕국을 성토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지만 제국 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여론을 바꾸길 원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흉흉해진 민심을 돌릴 사건이 필요했었는데 딱 좋은 시기 좋은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주요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덴 브라운 총통에게 쏠려 있는 권한을 의회로 분산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언론인들이 이번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신성 왕국. 잘못은 제국군이 했다.)
(신성 왕국 국왕. 사죄할 일 없다고 말해.)
(비무장 민간인 학살 사건에 잘못이 없다는 신성 왕국.)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든 개미를 구조대로 파견한 이유가 있었다?)
(보스턴에 닥친 재앙, 대지진과 쓰나미로 무너진 제국. 누가 제일 큰 이익을 봤는가?)
(피해 복구 작업에 사용된 자재 절반이 신성 왕국 제품.)
제국 언론은 매일매일 신성 왕국을 물고 뜯었다.
“신성 왕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조정해야 합니다.”
“진심이십니까? 관세를 높이면 우리 상품에도 관세를 높일 텐데요?”
“어차피 지진으로 우리 공장이 엉망입니다. 수출보다 당장 내수가 중요해요.”
“수출은 한국과 동남아 시장을 노리지요.”
“이대로 가면 신성 왕국 상품에 내수 시장이 잠식될 겁니다.”
“관세 조정에 대해 표결을 시작하겠습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연결고리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제국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신성 왕국과의 탈동조화(Decoupling)에 들어갔다.
“신성 왕국 상품에 대해 관세 인상안이 통과됐습니다.”
“재건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할증된 관세가 적용될 것이며···.”
지진과 쓰나미로 상당수의 공장이 파괴됐지만, 살아남은 공장들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여기에 신성 왕국 물품에 관세가 매겨지면서 제국산 상품의 가격이 덩달아 뛰었다.
로비가 합법인 제국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이어진 흐름이었다.
“신성 왕국과의 무역이 줄어들 만큼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신성 왕국과의 중계무역 규모를 줄이고 직접 무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초대형 비행선을 보유한 신성 왕국이 제국의 물건을 한국으로 운송해주고, 한국의 제품을 제국으로 실어 나르는 방식. 형식으로는 운송대행이었지만, 사실상 중계무역이었다.
“신성 왕국 화폐가 본격적으로 기축통화로 사용되기 전입니다.”
“실물 거래와 제국 화폐, 신성 왕국 화폐를 혼용해서 결제하는 것으로 하지요.”
제국은 한국과 동남아, 인도 무역을 직접 하기로 했다.
“직접 무역하려면 파나마 운하를 탈환해야 합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직접 무역을 하려면 파나마 운하가 필요했다. 제국의 비행선으로는 그 많은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제국군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로 삼으면 되겠군요.”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차피 군대개미가 쓸고 간 파나마는 멸망한 나라였다. 제국군을 파병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
“해상 도시 이주 조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덴 브라운 총통이 양보하지 않고 있습니다.”
“흠. 신성 왕국과 그렇게 됐는데도 말입니까? 예상 밖이군요.”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으니 계속 고집 피우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파나마 운하부터 처리합시다.”
“한국과 동남아, 인도 무역을 위해서 파나마 운하가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시죠? 반대의견 있습니까?”
“그럼. 파나마 운하 확보를 위해 제국군을 파견하는 것에 대해 표결을 시작하겠습니다.”
파나마 운하 확보가 우선이었다.
의회가 주도한 파나마 운하 작전이 성공하면, 여론과 민심이 의회의 편에 서겠지. 그렇게 해상 도시 관련 문제도 자연스럽게 풀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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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 브라운은 의회의 결정을 놓고 고심했다.
‘파마나 운하를 탈환하고, 한국과 동남아 지역과 직접 무역하자?’
나쁜 계획은 아니었다. 파나마 정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유지되고 있거나 생존자들이 많았다면 제국군을 파병하는 데 부담이 컸겠지만, 지금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파나마도 전술핵과 지진, 쓰나미로 초토화됐어.’
개미도 전술핵과 그로 인한 지진, 쓰나미를 버티지 못했다.
파나마 운하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도 전부 파괴됐고 운하 주변에 있던 개미들도 모조리 쓸려버린 상황.
그러니 군대를 동원하려고 한다면 지금이 적기긴 했다. 다만 현재 제국군 전력의 절반이 피해복구 작업과 치안유지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병력이 부족할 텐데.”
“클론 부대를 중심으로 파병하면 가능하다는 군부의 의견입니다.”
“예비대를 파견하자는 건가?”
“예.”
현재 복구 작업과 치안유지에는 일반 병사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얼굴을 직접 봐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똑같은 얼굴을 가진 클론 부대를 동원하긴 부담스러웠기 때문.
“클론 생산시설 피해가 심각하다면서. 지금 클론 부대를 잃게 되면 전력 공백이 생겨서 위험해.”
“의회에서 형벌부대를 동원하는 법을 올리겠다고 합니다.”
거- 참.
덴 브라운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와 활개치고 다니는 약탈자들을 모아 군대를 만든다는 발상이라.
“통제되지 않는 군대 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걸 알 텐데?”
“인간을 대상으로 한 부대가 아니니까 상관없다는 의견입니다.”
개미를 대상으로 약탈할 건가? 그러든지.
아니면 명령 불복종을 해서 총구를 거꾸로 할 건가? 그러면 개미들이 받아는 주고?
개미와의 전쟁에 형벌부대를 던져 넣자는 건. 손해 볼 게 없다는 의회와 군부의 생각이었다. 클론 부대와 형벌부대를 동시에 동원한다면 충분한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클론 부대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아직은 아니야. 쓰나미의 원인을 아직 찾지 못했어.”
보스턴과 뉴욕을 휩쓴 쓰나미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어느 국가나 세력이 제국을 노리고 있다면, 병력이 빠져나간 틈을 탈지도 몰랐다.
신성 왕국과의 관계가 최악인 지금. 제국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때였다. 덴 브라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회와 군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교도소를 비워야 합니다.”
“약탈자들을 붙잡고 처벌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형벌부대를 만드는 것은 치안유지에 필요한 일입니다.”
“사법 거래의 일종으로 보면 법리상 큰 문제 없습니다.”
의회와 군부는 형벌부대를 강력하게 주장했고, 형벌부대에 대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군사훈련은 어떻게 합니까?”
“최소한 기초 훈련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범죄자들에게 무슨 훈련이 필요합니까?”
“훈련하다 사고만 날 겁니다.”
최소한 기초 훈련이라도 하자는 쪽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훈련하다 계속 사고가 났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개미들도 보이지 않는데 그냥 보내지요.”
“두목에게 임시 계급을 부여하고 작전 목표만 전달하는 것으로 하지요.”
그렇게 무려 25만이 넘는 형벌부대가 파나마 운하 탈환작전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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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
“모조리 죽여버려!”
예상대로 개판이었고 딱 그만큼 효과적이었다.
“저쪽이다 저기!”
“이거 총알 끝내주는데 나무고 뭐고 그냥 뚫어버리잖아.”
장갑차를 벌집으로 만드는 한국산 총알로 무장한 25만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운하를 따라 이동하는 형벌부대. 클론 부대는 그들의 뒤를 따라 포병 지원 역할과 보급을 챙겼다.
“운하 건너편에 개미떼 발견.”
“포격이다!”
“폭탄만 가져오지 말고 술도 좀 가져오라고 해.”
“휘익- 시작이다!”
155mm 포탄이 운하 건너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쿵쿵 울리는 폭발음과 치솟은 화염이 선명하게 보였다.
“전부 죽어버려!”
“지겨운 개미 새끼들!”
“젠장. 이쯤 했으면 여자라도 보내 달라고!”
“휘이이이익- 푸시(Pussy)! 푸시! 푸시!”
허공으로 총질해대는 광란 사이로 외곽에 있던 사람 하나가 쑥 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작은 비명이 총소리와 포성에 묻혔다.
“이 새낀 어디 갔어?”
“똥이라도 싸러 갔겠지.”
그렇게 형벌부대원들의 발작 건너편, 불타오르는 대지엔 숯덩이가 된 개미들이 널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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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 형벌부대를 만들어 파나마 운하를 탈환하려고 한다는 보고에 마루는 웃고 말았다.
“상관없다.”
제국이 개미들을 몰아내고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국과 경쟁하는 수출 품목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거 개미를 우습게 보고 간 거 아님? 개미 장난 아닌데.”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차하면 전술핵을 쓰면 된다고 생각했겠지. 어차피 제국 영토도 아니고 파나마니까.”
전략핵은 썼다가 지진에 된통 당했으니 함부로 쓰지 않겠지만.
[개미들이 인간을 연구한 부분이 위험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었습니다.]“그쪽도 저번에 경고했어.”
봄에 개미와 거미가 창궐하기 전 토벌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한 번 언급했었다. 마루 자신이었다면 파나마 운하를 확보하기보다, 지진 이후 창궐할 개미부터 대비했을 것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생긴 그 많은 시체. 유기체를 먹고 늘어날 개미와 벌레들. 지금이야 유충 상태로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그것들이 자란 뒤에는 어떻게 될까?
“똑똑한 사람들이 많으니 알아서 하겠지. 취리히에 있는 나루즈는 어때?”
[지원 요청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 식물들. 그러니까 디트로이트 외벽에 있는 넝쿨 비슷한 느낌이에요.] [오라버니께서 오시면 한 번에 끝날 것 같아요.]복작복작 지원 요청을 하는 목소리가 인공지능 디아나의 보고에 떠올랐다.
[까마귀 수색대의 희생이 컸습니다.]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취리히에 있는 변이 식물들은 생체 EMP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어쩔 수 없군.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지간하면 붙어있으려고 했는데.
백색의 마루 전용 비행선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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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오신다아아아앗!”
“오라-버닝!”
“왕님 강림!”
꺄아아아앗!
취리히 상공에 있던 나루즈 비행선이 떠들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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