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975)
러스트 [RUST]-975
거대 개미 여왕을 이번 겨울에 잡지 못하면 제국이 위험했다.
“뉴욕 거점이 무너졌으니 놈들도 새로 자리를 잡으려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확실하지 않아. 신성 왕국은 어떻게 됐나?”
“페로몬 장치의 대여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따로 없고?”
“똑같은 말입니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보낼 수 없다고 한답니다.”
“리스크라.”
놈들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려면 페로몬을 해석하면 금방인데 신성 왕국이 페로몬 장치를 보내 줄 수 없다고 하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레온 중령이 연초를 꺼내 물며 중얼거렸다.
‘리스크가 크다고 하는 건 아무래도 그 기계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는 소리겠군.’
단순한 업무 몇 가지만 지시할 수 있다면 리스크가 클 리 없을 텐데.
반대로 추론해 본다면 복잡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소리인가?
개미들이 페로몬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 의사소통 가능한 언어체계가 있다는 이야기겠고.
레온 중령의 파란색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신성 왕국이 개미와 싸웠던 자료 전부 가져오고. 구조 작전은 어떻게 됐나?”
여왕개미를 잡기 위해 둥지로 들어갔다가 생매장된 병사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엑소슈트로 무장한 병사들이었기에 압사당한 자들은 많이 않을 것이라는 예측. 하지만 생명 유지 장치로 버틸 수 있는 한계는 길어야 55~60시간이었다. 그 뒤엔 산소가 부족해 질식해 죽을 것.
50시간 이내에 개미 여왕이 있던 지하 150m 중심부까지 잔해를 헤치고 들어갈 수 있을까? 불가능했다. 벌써 하루가 지났으니 이제 남은 시간은 25시간 남짓.
생존 타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구조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사람은 죽었어도 엑소슈트는 건져야 했으니까.
레온 중령이 백지에 이런저런 그림과 단어를 적으며 마인드맵(mind-map)을 하는 사이, 신성 왕국이 개미 제국을 공략한 초기 영상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둥지 밖에서 찍은 영상은 있지만, 내부 영상은 없습니다. 생체 EMP(Electro-Magnetic Pulse. 전자기펄스) 때문에 영상을 찍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상관없다. 시작해.”
짧은 대답과 함께, 동영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어진 둔탁한 충격.
“벙커 버스터?”
블라디마루 칼린이 개미 제국의 둥지를 공략한 방법은 벙커 버스터를 이용해 구멍을 뚫는 방법이었다.
벙커 버스터로 뚫린 곳이 무너진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한 번 뚫렸다가 무너진 곳은 굴착기든 드릴이든 뭐든 이용해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을 테니.
“당장 극초음속 미사일과 벙커 버스터를 요청해. 어쩌면 구조할 수 있다.”
“신성 왕국에는 광산 로봇을 대여해 달라고 하고. 우리도 관련 장비 있는지 각 부서에 전부 연락해.”
레온 중령이 벌떡 일어나며 지시를 시작했다. 이제 남은 시간은 25시간 남짓. 신성 왕국이 광산용 로봇을 바로 보내 준다고 해도 왕복 10시간은 걸릴 것이겠지만, 몇 명이든 살아있을 때 구조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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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제정신인가? 벙커 버스터와 극초음속 미사일로 터널을 뚫자고?”
“신성 왕국에서도 벙커 버스터를 이용해 중심까지 돌입했습니다.”
레온 중령의 보고에 장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기록은 나도 봤네. 벙커 버스터를 썼다고 치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간 폭심 주위에 묻혀있는 병사들은 어떻게 될지 생각은 해봤나? 그 여파는?”
아무리 엑소슈트라도 박살 날 터. 시체고 엑소슈트고 파편만 건질 수 있게 될 거다.
“지금이야 정권 초기라 언론이 불리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지만, 갈기갈기 찢긴 시신이 공개되고 대량의 사상자가 알려지는 순간, 돌변하게 될 걸세. 놈들은 특종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언론과 정치적인 거래가 있던 것 아닙니까?”
레온 중령이 민감한 이야기를 돌직구로 날렸다. ‘이미 저번 작전을 언론과 협상해 승리로 포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장군 중 한 명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전에서의 승리와 자네에 관한 기사까지가 거래였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벌어지는 사건은 언론이 정부와 군부를 견제,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거래할 수 없는 상황이네. 거래 자체를 전 언론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쉽지 않지.”
“언론사 놈들이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입에 뭔가를 물려줘야 한다는 이야기니까.”
“신임 대통령과 정부도 마찬가지야. 언론과 거래하면 할수록 정치적인 짐을 지게 되니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피하려고 할 걸 세.”
“구조 작전에 성공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소수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많은 병사를 구할 수 있다면 결단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아. 덴 브라운의 그림자가 언론사에 스며들어있네. 그놈의 견제와 균형, 여론으로 권력을 감시한다는 자들이 언론사에 있으니,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네. 그걸 군부가 단독으로 감당하긴 어려워.”
“······.”
레온 보나드 중령의 파란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작전 장교에서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지 고작 몇 시간이었지만, 현재 군 사령부의 분위기를 읽는 덴 충분했다.
‘책임소재가 생길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건가?’
덴 브라운 총통이 하야한 뒤, 그쪽 라인의 고위급 장성들이 자리를 비우고 그 자리로 진급한 장군들이 각기 라인을 타고 있었다.
“구조 작전이 아닌, 여왕개미 추격 작전으로 해 주십시오.”
“흠- 적의 본거지로 들어가 추적하겠다는 건가?”
“옛. 추적 도중 아군을 구조한 것으로 하겠습니다.”
“작전 도중 발생하는 사상자는?”
“실종 또는 개미들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쁘지 않군.”
장군들이 서로 속닥였다. 이해와 거래가 맞물리는 시간은 아주 짧았다.
“그렇게 하지.”
“옛.”
경례하는 레온 보나드 중령의 차갑도록 파란 눈동자엔 테이블에 앉아있는 장군들의 얼굴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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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국 방송을 보는 데 취미가 생긴 김 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자주 나오는 거 같은데?”
“뭐가요?”
그녀의 시선이 헤드라인((headline)으로 도배된 TV를 보고 있었다.
(레온 보나드 중령. 개미 여왕을 추적 중 아군 구조에 성공.)
(벙커 버스터를 이용한 수직 통로 확보.)
(개미들의 함정에 빠진 아군 수천 명 생환!)
(천재 작전 장교에서 특수부대 지휘관까지.)
(군부 이례적으로 진급 고려.)
(2차 대전 이후 최단 기간에 대위에서 대령까지 진급하는가?)
(개미와의 전쟁이 끝나려면 개미 여왕을 잡아야.)
“레온 보나드. 이거.”
“에-또- 그거 영웅으로 띄우려고 하는 거라면서요? 그리고 벙커 버스터로 뚫고 들어간 건 우리가 먼저 쓴 거 아닌가요?”
간호사의 말에 김 양이 묘한 콧소리를 냈다.
“흐응- 그렇지. 따라쟁이였네.”
빛나는 금발에 새파란 눈동자가 인상적인 면상이었다. 그런데 또 얼굴 윤곽은 뚜렷해서 남자 향수 모델이나 군복 모델로 해도 될 것처럼 생긴 얼굴과 몸매.
TV 화면에는 레온 보나드를 향해 몰려든 인파가 찍혀 있었다. 특수부대 지휘관이라기보다 아이돌 같은 인기처럼 보일 지경.
아이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모인 사람들이 성별, 인종, 나이 할 것 없이 뒤섞여 있다는 점이라고 할까?
“저거 좀 이상하지 않아?”
“에– 또요?”
흐릿한 물음표가 머리 위에 떠오를락 말락 한 표정으로 갸웃- 고개를 기울이는 김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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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지휘관의 토벌 작전.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다!)
(극초음 미사일과 벙커 버스터를 이용한 통로 개척! 둥지 중심부를 공략한 작전이 성공!)
(갈가리 찢긴 시체가 발견! 개미들이 엑소슈트를 찢을 수 있다?)
(개미가 여왕의 둥지를 함정으로 삼았다는 소문. 진실은?)
(여왕개미를 놓칠 경우, 벌어질 참상.)
(신성 왕국의 광산 로봇이 아군 구조에 큰 역할.)
(페로몬 장비 대여를 거절한 신성 왕국. 광산 로봇을 대여한 이유는?)
TV를 보고 있는 마루를 향해 기순이 자료를 보냈다. TV 화면 구석에 떠오르는 자료를 시선으로 클릭하자, TV 화면이 작아지고 기순이 보낸 자료가 크게 확대됐다.
제국에서 개미 여왕을 추적 토벌하는 특수부대가 창설됐고 그 지휘관이 요즘 유명한 레온 보나드 중령이라는 이야기가 담근 자료였다.
“뒷북이냐? TV에서도 나온 내용을 이제 가져오고.”
[왕님아. 그 뒤를 보시지요.]스크롤을 내리듯 다음으로 넘어가자, 특수부대의 요청이 있었다.
“포병인가? 아니. 기갑부대?”
[그래. 레온 보나드라는 녀석. 개미와 거미를 잡을 방법으로 기갑전력을 재건하자는 의견을 내놨어.]시뮬레이션 화면이 떠올랐다.
땅이 꺼지고 기갑부대가 무너지는 영상. 레온 보나드 중령이 주장한 병과로 개미와 싸웠을 때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이었다.
(기갑부대는 개미들이 만든 함정에 취약한 게 사실이지. 그렇다고 기갑부대를 흩어 놓으면 화력이 약해지고. 그런데 그 중령. 재밌는 생각을 했더라.)
다음으로 나온 무기 설계도가 나왔다. 레온 보나드 중령이 제안한 신형 자주포의 개요도였다.
“우리 코일건을 확대한 건가?”
[그래. 화약 전기 복합식 추진 자주포. 구경 180mm~240mm 사이의 자주포로 엑소슈트를 통해 수동으로 장전하는 방식이다.]모듈 원전을 탄약 보급 차량처럼 끌고 다니면서 전력을 공급. 화약과 전기 이중추진 방식으로 사거리를 극대화 시킨 자주포.
[240mm 구경을 쓸 경우. 포탄 무게만도 100kg이 넘는 걸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사거리는 무려 120km가 넘으리라 예상되고.]“이거 북한에서 쓰는 자주포랑 비슷한 모양인데?”
무한궤도 차체에 거대한 포가 달린 모습은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었다.
[소련의 S-23과 비슷하기도 하고 북한이나 이라크가 썼다는 자주포와도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지금 같은 전장에서는 비효율적이 아닌가?”
다음 시뮬레이션이 떠올랐다. 240mm 탄이 땅속으로 틀어박히는 영상 뒤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포격.
벙커 버스터와 비교하면 절반의 절반도 안 되는 관통력이었지만 수십‧수백 발이 두들겨 대면 이야기가 달랐다.
5m, 10m씩 패이던 구덩이가 계속되는 폭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장면에 이어, 날개미들이 저공비행으로 달려드는 모습.
검은 구름처럼 몰려오는 날개미를 기다렸다는 듯 이상하게 생긴 전차가 포를 쐈다. 단 한 방에 검은 구름에 흰 구멍이 생겼다.
“미친···. 저거 그거 아니야? 그거?”
슈트름티거(Sturmmörserwagen 606/4 mit 38cm RW 61) 시뮬레이션에 나온 전차는 꼭 그렇게 생겼다.
[380mm 대잠 로켓을 쏘는 슈트름티거와는 달리 400mm 구경의 집속탄과 확산 네이팜 탄, 열압력탄 같은 걸 쓸 수 있는 전차란다.]“왜 저딴 걸.”
[시뮬레이션 보면 알잖냐? 400mm 집속탄 한 방으로 날개미가 지워지는 거. 심지어 확산 네이팜 탄에, 열압력탄을 포탄으로 쏴대는데. 저것도 화약 전력 복합이다. 그 친구가 왜 저런 게 필요한지 설명한 부분도 있으니까 봐라.]건조하게 작성된 보고서가 이어졌다.
[···대규모 작전이 계속되면 전선을 유지하고 공세 작전을 하기 힘들어진다. 보급에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비롯한 첨단무기는 생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이는 대규모 공세나 방어에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제국군은 막강한 화력을 유지하면서 막대한 보급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바로 대구경 포를 중심으로 한 화력체계다.] [···제한적인 공중지원. 전술핵의 생산과 사용한계를 고려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대규모 화력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주포와 전차를 중심으로 한 기갑부대의 편성이다.]“포방부 이거 완전히 포방부 교리 아니야?”
[시뮬레이션 결과. 그 친구 말대로 됐다.]선발대로 함정이나 통로를 찾고 그 주변을 포격으로 날려버리는 것으로 공세가 시작된다. 함정이 주저앉고 통로가 무너지면 개미들은 방법이 없었다.
둥지에서 방어전을 하자니 벙커 버스터와 전술핵으로 두들겨 맞을 뿐이었고. 밖으로 나가 싸우자니 나가는 순간, 원거리에서 쏟아지는 포격에 갈렸다.
시뮬레이션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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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에 이뤄진 겨울 작전은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끝났다.
(레온 보나드 중령이 이끄는 특수부대. 거대 개미 토벌에 성공!)
제국 언론은 다시 끓어올랐다.
(제국 특수부대 여왕개미를 잡다!)
(천재 작전 장교는 어떤 작전으로 제국의 위협을 없앴는가?)
(레온 보나드 중령 최단기 특진 유력.)
(2계급 특진에 이어 또 한 번 특진 유력. 이번엔 1계급 특진?)
그리고 신성 왕국의 디트로이트 블라디 아크 타워엔 예상치 못한 망명객이 등장했다.
기존의 개미보다 월등히 큰 덩치를 가진 개미.
그것도 날개가 달린 개미 무리가 블라디 아크 타워 정문 근처에 내려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