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976)
러스트 [RUST]-976
“날개 달린 개미가 왔다고?”
[그래. 거대 개미다.]날개가 있다는 건 공주 개미와 수개미라는 소리였다.
마루는 조금 어이없었다. 망명이 뭔지 알고 하는 말인가?
“망명이 확실하냐? 망명이 무슨 소린지 알고는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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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인지 항복인지 페로몬 번역기로는 구별하기 힘든데. 어쨌든 확실한 건 살려달라고 하네.]“아니.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데? 까마귀 정찰대도 있고 까치 구역도 있는데.”
거기에 늑대와 쥐, 개미 왕국도 있었다. 그걸 다 피해서 블라디 아크 타워 앞까지 왔다고? 무슨 방법으로?
[공주 개미가 일정 범위를 은폐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광역 스텔스?”
[이걸 스텔스라고 하긴 그렇고 감각에서는 벗어나는 능력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쪽 애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아. 그래도 생체 센서와 동작 센서에는 걸리더라.]블라디 아크 타워 주변이야 센서가 촘촘하게 깔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게 뭔···.”
[일단 어떻게 할 거냐?]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마루였다. 개미 공주가 근위대인지 남편 후보감인지를 데리고 왔다는 건데.
“다른 사람들도 알아?”
[아직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까?]PD는 한국에서 일본 난민과 한국인들 대상으로 포교(?) 활동 중이었고. 에리카는 저번 충격이 컸는지 사이코메트리도 생활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추스르고 있었다.
“그래. 거대 개미 공주가 망명인지 항복인지 한다고 하는 거니까. 간호사는 페로몬 번역기 챙겨서 오라고 하고. 김 양은 자리 지키고 있으라고 해.”
[알았다. 그렇게 하마.]“어야. 고생해라.”
[······.]후드와 인공지능 사만다, 제국 무역관에 있는 정보원들이 파악한 자료를 보면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위험하다는 느낌은 아닌데 뭔가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이런 느낌은 식인귀들이 제국 의회를 테러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네.’
죽음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위기감지가 상당 부분 먹통이 된 게 아쉬운 마루였다. 어쨌든 제국에 찝찝함이 남는다는 건.
‘지금 온 개미 공주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지 아닌지 확인하려면 직접 만나보는 게 맞았다. 백색으로 빛나는 전용 비행선이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
9월 말 10월 초부터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11월이 되자 영하 20~30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
수상 도시에서 디트로이트로 가는 동안 인공지능 디아나가 상황을 보고했다.
[주변 개미 왕국에서 본격적인 월동에 들어갔습니다. 개미 노동력은 내년 봄이 될 때까지 사용하기 어렵습니다.]“터널 공사도 힘든가?”
[개체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에, 겨울 동안 농사와 목축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필요한 먹이는 우리가 대준다고 해.”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사냥터에 대한 보고입니다. 북부 지역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면서 변이 괴수들이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사냥꾼들이 개점휴업이 된 건가?”
[네.]“사냥꾼들을 조를 짜서 지역 경계를 시키도록 하고 최저 시급과 교전 수당을 준다고 하지.”
[사냥꾼협회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사실상 곤충과 변이 괴수들이 겨울잠을 자거나 어지간한 새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철새처럼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상 기후로 얼어붙은 겨울을 경험한 것만도 벌써 몇 년. 변이 괴수들과 사람들도 이제는 겨울에 적응하고 있었다.
아직은 낮이라 영하 5도를 오르내리지만, 해가 지면 순식간에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에도 거대 개미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오셨어요?”
“그래. 오랜만에 얼굴 보니까 좋네. 별일 없었지?”
마루의 인사에 간호사가 푹 고개를 숙이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네에.”
“오늘 잘 부탁해.”
“네에에-”
“개미들하고 이야기는 해봤어?”
“네- 개미 공주랑 근위대? 그런 애들이었어요. 정확한 번역은 어려운데 이곳에 오면 살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해요.”
“누가 알려줬데?”
“개미들끼리 느슨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동남쪽에 있는 우리 개미 무리와 어떻게 연결됐다고.”
“흠. 우리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얼어 죽을 텐데? 뭔 배짱으로 왔냐.”
“어차피 얼어 죽을 상황이라고.”
“하긴. 지금부터 월동 준비하긴 늦었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가자.”
모니터에 나주연과 김 양, 후드, 기순이 떠올랐다.
“다들 상황 들었지? 어떻게 생각해?”
[받아들여야 해요.]레서 판다처럼 다크서클 짙은 눈두덩이 속, 번들거리는 눈빛을 한 나주연이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거대 개미예요. 그것도 방사능 내성에 약간이지만 화염 내성도 있는 개미요. 이들을 통해 우리 개미의 유전자 풀을 확대할 수 있어요.] [그거 골치 아프지 않겠음? 공주 개미라고 하면. 흐응- 똑똑한 년이니까 제국에 복수한다고 설치면 어떡함?] [제국에서는 공주 개미가 탈출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가 거대 개미를 받아들이고 거대 개미 유전자를 통해 우리 개미들이 전부 커진다면, 제국과 오해의 여지가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김 양은 개미 공주가 여왕 자리에 오른 뒤, 복수한다고 하는 것을 경계했고. 후드는 나중에 제국과 문제가 생길 위험을 경고했다.
“오해?”
[네. 우리 개미들이 전반적으로 커진다면 제국에서는 뉴욕에 거대 개미를 푼 게 우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그게 아니더라도 신성 왕국의 개미들이 덩치가 갑작스럽게 커진다면, 도망친 거대 개미를 받아들여 거대 개미 유전자를 도입했다는 걸 알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하는 후드였다.
제국이 토벌한 한 거대 개미를 신성 왕국이 받아 줬다는 점에서 제국이 앙심을 품게 될 확률이 높다고.
“제국 놈들도 거대 개미고 변이 괴수고 연구할 텐데. 우리는 하지 마라?”
마루가 피식 웃었다.
지금쯤이면 잡은 거대 개미를 가지고 좋다고 이리저리 실험하고 있을 게 뻔한 데?
“일단 개미 공주를 만나보고 결정하지. 지금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겠어?”
“에? 지금 이야기요? 회의에서 한 이야기요?”
“어. 요약해서 전달해줘.”
[굳이 그럴 필요 있겠냐?]기순의 말에 마루가 고개를 저었다.
“공주 개미쯤 되면 머리가 돌아가잖아.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개체라면 왜 그런 설명을 해주는지 알겠지.”
[······.]이쪽 의견을 듣고도 복수를 도와달라느니 어쩌니, 조건을 달 정도로 멍청한 년이라면 더 볼 것도 없고.
개미 공주와 페로몬 번역기로 열심히 이야기를 나눈 간호사가 말했다.
“에-또. 살려주신다면 무엇이든 뜻에 따르겠다고 하는데요?”
멍청한 년은 아니었다. 자기 상황도 잘 알고 있었고.
“좋아. 북부에 자리를 주지.”
거대 개미라면 사냥꾼의 짐꾼으로 쓰기에 좋았다. 자기 몸무게의 100배에서 300배에 달하는 짐을 옮길 수 있으니까.
“겨울을 날 수 있게 지원해 주겠다. 거기서 자리를 잡고 우리 사냥꾼들과 협력하도록 해.”
간호사가 마루의 결정을 통역하자, 공주 개미가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했다.
끼륵- 끼륵-
조심스럽게 더듬이를 움직이는 공주 개미를 본 마루가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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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선임 대통령과 행정부, 제국 의회와 군부는 고심에 빠졌다.
“인기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전역하고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면 곤란할 정도예요.”
정권 초기 군사 작전의 실패를 감추기 위해 승리를 선전하고 영웅을 만든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레온 보나드 중령의 인기가 예상을 벗어날 정도로 높아진 것.
“제국 시민이 그만큼 정서적으로 불안했다고 봐야겠지요.”
“아무리 불안해도 그렇지. 지금 열풍은 정도를 넘었습니다.”
“설마.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는 겁니까?”
“덴 브라운이나 이번에 선거에 진 저쪽이 그럴 수 있지요.”
문제를 묻으려고 했더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올라가야 떨어지는 법이지요. 더 올립시다.”
“더 올리자는 말은?”
“다시 2계급 특진을 시키자는 겁니다.”
“지금 대위에서 중령까지 갔는데 고작 2달 만에 2계급 특진을 또요? 군인들 사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들 겁니다.”
“그렇습니다. 1계급 특진도 조심스러운데 또다시 2계급 특진이라니요. 그러면 별을 달게 됩니다.”
중령에서 대령은 건너 바로 스타를 주자고? 미합중국 시절 전시 진급으로 4계급 특진한 경우가 없는 건 아니었다.
“상대적 박탈감이 들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필라델피아 거미를 공략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이죠.”
호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나왔다.
“박탈감이 목표라면 굳이 특진을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시 진급으로 하지요.”
“필라델피아 거미 공략에 성공한 뒤 정식 진급을 논의하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1~2계급 특진이 아니라, 2계급 전시 진급을 쓰자는 이야기.
“확실히 그렇겠네요. 30대 중반의 나이에 별을 달고 나면 바로 전역해 정치판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겠군요.”
“젊은 나이에 별이라. 세계 대전 이후에 처음 있는 일이 되겠군요.”
미국에서 최연소 장군 기록은 35세였다. 전시 진급이었지만.
어쨌든, 거의 비슷한 나이에 별을 다는 것이니 언론과 시민도 열광할 테고.
“이제 본격적인 혹한입니다. 필라델피아까지 가는 동안 기갑부대를 사용하기···.”
“예. 그겁니다.”
“흠- 기갑부대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겠군요.”
“그리고 동시에 언론에 상황을 풀면 어떨까요?”
“언론을 통해 천재 지휘관이 겨울을 이용해 필라델피아 거미까지 공략한다고 하면···.”
실패해도 기갑부대가 주축인 만큼 손실이 적을 터. 성공한다고 해도 2계급 전시 진급시켰기에 무리가 없었고.
만약 실패한다면 기대감에 가득 차 열광하던 제국 시민들이 정신이 번쩍 들겠지. 성공한다면 2계급 진급시켜 전폭적으로 밀어준 대통령과 의회, 군부의 선견지명을 강조하면 되겠고.
신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합시다.”
미래의 정적이 늘어나는 것은 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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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보나드 중령. 전시 진급. 최연소 장군 기록과 같아.)
(세계 대전 당시 35살로 최연소 장군에 전시 진급한 레슬리 멕네어 장군과 같은 기록.)
(중령에서 준장으로 2계급 전시 진급을 결정한 이유는?)
(거대 개미를 토벌한 천재 사령관 이제는 필라델피아를 장악한 괴수 거미를 공략.)
(겨울 공세 작전 시작. 제국의 후방을 노리는 변이 괴수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까?)
야인이 된 덴 브라운은 TV 뉴스를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너구리 같은 놈들이 하는 생각이 읽혔기 때문이었다.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니 견제와 동시에 자신들 이익을 챙기겠다는 수작이었다. 레온 보나드 중령이 애국심 투철한 군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정치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작질을 파악할 터.
‘좋지 않아.’
덴 브라운은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열광하는 제국 시민, 전쟁 영웅이라고 부르짖는 언론. 그리고 천재 지휘관과 그를 따르는 부대. 거기에 정치적 수작질까지.
‘정말 좋지 않아.’
심지어 그가 지휘하는 부대는 기갑차량과 엑소슈트로 무장한 제국 최정예 부대였다.
“레온 보나드 중령의 부대에 신경 쓰도록 하게.”
[특수부대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다.]“그리고. 출정 전에 레온 버나드 중령을 개인적으로 만나 볼 수 있을까?”
[너무 위험합니다.]레온 버나드의 생각이 어떤지 볼 필요가 있었다.
“그걸 감수하면서도 한 번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네.”
[어렵습니다.] [지금도 감시가 심합니다.] [밖으로 나가시면 위험이 큽니다.]사실상 가택 연금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그런 덴 브라운이 지금 가장 인기가 많은 천재 사령관을 개인적으로 만난다? 현 정권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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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대 사령부는 전시 진급 소식에 웅성거렸다.
“2계급 진급이랍니다.”
“최연소 장군기록과 같습니다.”
상기된 부하들의 소리에 금빛 머리를 쓸어 넘긴 레온 보나드의 눈빛은 차가웠다.
“호들갑 떨지 마라. 전시 진급이다.”
전시 진급 소식을 언론에서 먼저 알고 뿌렸다? 게다가 겨울 공세까지?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최연소 장군도 가능합니다.”
“아니. 그렇지 않을 거다. 대령까지는 주겠지.”
지금 하는 짓을 보면 견적이 나왔다.
별을 줄 것처럼 하면서 몇 년 굴리려고 하겠지.
처음이야 정권 초기부터 문제가 될 수 있어서 그렇다고 치고 장단에 맞췄지만, 지금 하는 짓은 선을 넘고 있었다.
“전술핵이 필요하다고 보급 요청해. 필라델피아 거미를 공략하려면 가용한 전술핵 전부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비행선도 전부.”
“옛.”
그럼 어떻게 나오는지 볼까?
레온 보나드 중령. 전시 진급으로 장군이 된 그의 시선이 창밖 향했다.
흰 눈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