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981)
러스트 [RUST]-981화
사람들의 구호가 점점 커졌다.
강력한 황제, 믿을 수 있는 황제를 원한다는 외침.
자신이 총통의 지위에 있을 때도 비민주적이라고 발작하던 자들이 넘쳤는데, 어째서 이렇게도 쉽게 황제를 원한다는 소리를 할 수 있지?
“미쳤군. 정상이 아니야.”
덴 브라운은 믿을 수 없었다. 제국은 미합중국을 계승한 나라였다. 제국 시민이 자발적으로 황제를 원한다는 소리를 할 리 없었다.
“정신계 능력···. 아니면 정신파의 영향인가?”
[······.]그게 아니라면 총으로 자유국가를 만든 자들의 후손이 자신의 목숨과 자유를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왕이건, 황제건 자신의 머리 위에 절대적인 권력자를 올려놓는 것은, 자신의 생존권을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행위였다.
“신성 왕국 초기에 남부 연맹에서 정신파 발생기를 이용해 테러를 일으키려 했었던 적이 있었어. 지금도 그와 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커. 이쪽 경호에서 최대한 빼서라도, 정신파 발생장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해.”
[경호 인력을 빼는 건 위험합니다.]신성 왕국을 공격했던 정신파 장치는 감정을 고조하는 장치였다. 성적인 감정을 높여 신성 왕국 핵심인물 간의 치정문제를 일으켜 내부에서 균열을 만들려고 했던 것.
그 사건 이후 신성 왕국은 정신파 테러 뒤, 곳곳에 정신파 대응장비를 설치했고, 블라디마루 칼린이 직접 대응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감정의 고조. 군중심리의 증폭.’
어쩌면 때론 세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게 감정과 심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당한 사람은 당했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대로 움직였다고 믿고,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판단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제국도 덴 브라운이 주요 건물에 정신파 대응장비를 설치하고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마다 테스터기를 이용해 식인귀, 흡혈귀가 된 자들이 생겼는지 검사했다.
그랬는데 그가 정권을 내려놓고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빌어먹을 놈들이 제국의 중심부까지 들어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 정신파 발생기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누군가 놈들과 손을 잡았다는 소리야.”
[······.] [······.]누구지 누가 손을 잡았지?
신임 대통령과 여당? 오차범위 내로 패배한 야당? 아니면 놈들의 도움으로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레온 보나드?
[레온 보나드가 해상 도시로 들어올 수 있도록 도운 쪽이 아닐까요?] [군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벌어진 사태입니다. 만약 예상하신 것처럼 그놈들이 해상 도시 안으로 세력을 만들었다면 이곳을 공격할 겁니다.]중요한 기관에는 식인귀와 흡혈귀가 된 정치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사람이 덴 브라운이었다.
만약 놈들이 레온 보나드를 이용해 제국의 민주주의를 없애려고 한다면 반드시 후환을 없애려고 할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차라리 탈출하시지요.]어디로?
[신성 왕국이라면 망명을 받아 줄 겁니다.]사태에 개입은 하지 않더라도. 덴 브라운과 그의 부하들이 도망친다면 보호는 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덴 브라운의 우묵한 눈빛이 부하들을 향했다.
“정신파 발생기가 있다면, 정신파 대응장비를 무력화했을 거다.”
그 말은 중앙 통제실에서 제어했거나, 정신파 대응장치를 파괴했거나. 어느 쪽이건 최악이었다.
[2팀과 3팀이 중앙 통제실로 가겠습니다.] [···정신파 대응장치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덴 브라운과 부하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언론과 방송에서는 이것이야말로 민중의 의지라는 듯. 방송과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분노한 군중이 부패한 정치인을 처단하다.)
(영웅을 죽이려고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었다.)
(부패한 정치. 쓰러진 제국. 무너진 미래.)
(시민을 향해 발포하라고 명령한 대통령과 군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한 이유.)
(실패한 총통제, 타락한 대통령제. 그렇다면 대안은?)
(제국 시민은 황제를 원한다.)
(신성 왕국은 어떻게 최강국이 되었나?)
(강한 왕이 강한 나라를 만들다. 신성 왕국의 비밀.)
(혼란은 그만. 제국 시민의 염원은 강한 지도자.)
(제국에 필요한 것. 진정한 리더.)
TV를 보던 레온 보나드가 눈을 감자, 귓가에 맴도는 야당 대표인 데이빗 화이트의 목소리.
‘네놈. 이걸 노렸나?’
이렇게 배신할 줄 몰랐다는 듯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 그를 의원들이 붙잡고 데려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황제 따윈 있을 수 없어!’
‘네놈은 반드시 죽을 거다.’
끌려가다시피 하면서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데이빗 화이트.
‘황제든 왕이든 결국 목이 잘리고 말았지.’
‘지금은 널 찬양하는 민중이 네 목이 잘릴 때도 기뻐할 거다.’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그게 역사다! 그게 역사라고!’
후-
레온 보나드는 황제가 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의회 증언이라는 공개적인 기회를 통해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려고 했을 뿐.
정치질에 휘말려 의미 없이 죽게 된 병사들의 원한을 갚고 싶었고 그런 제국이라도 끝까지 충성하다 죽은 장교들의 죽음을 알리고 싶었다.
솔직히 끝까지 자기를 이용하려고 한 정치인들에 대한 복수심도 있었다. 그래서 증거를 공개하고 정부와 군부, 정치인들의 치부를 공개적으로 까발렸다.
하지만 그의 연설이 예상외의 반응을 일으켰다. 추모식에 참석한 군중이 들고 일어섰고 해상 도시 방어군도 그에 합류했다. 순식간에 혁명 비슷한 것이 일어나 버린 것.
‘최악이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작 몇 시간 만에 정치인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바로 물리적으로.
정치인들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 고발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비리 증거가 확실하다 싶으면 분노한 군중이 그 자리에서 매달아 버리고 쏴버렸다.
군중은 이제 단순한 군중이 아니었다. 해상 도시 방위군, 대테러 특수부대, 중무장한 경찰이 포함된 무력 집단이었다. 해상 도시에서는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끌려다닐 순 없다.’
기다렸다는 듯 황제라니. 꼭두각시 황제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필라델피아 공략부대도 온전히 장악하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황제의 자리에 올라라? 지금 같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옥좌에 앉아봐야 휘둘릴 뿐이었다.
밖에서 레온 보나드를 외치는 사람들의 환호? 지지? 열광? 그 모든 것은 전부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깊고 단단한 뿌리가 없는 나무는 쓰러지기 마련이었다.
영원한 아이돌은 없는 법이니까.
[장군님. 시민 대표와 신군부의 대표가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장군님.]“···알았다.”
시민 대표와 신군부의 대표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앉으시죠.”
담담한 레온 보나드의 모습에 두 사람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치인들의 부패가 도를 넘었습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덴 브라운 총통이 자리에서 물러난 지 고작 6개월 남짓입니다. 전 총통이 의회를 개혁하고 식인귀와 결탁한 세력을 숙청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덴 브라운 총통은 자정작용을 너무 믿었습니다. 큰 악을 솎아내면 자잘한 문제들은 법과 원칙, 견제와 균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믿은 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견제와 균형이 이뤄졌다면 민주주의를 표방한 그 많은 국가에서 비리와 부패가 생겼을까? 생겼다고 해도 금방 없어졌겠지.
그건 제국도 마찬가지였다. 금권과 권력이 오래도록 엮여있었기에 속은 더욱 곪아있었다.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가 썩으면 그걸 까발려야 할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로비로 법을 좌지우지한다. 광고로 언론을 움직인다. 민주주의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가 돈이 되는 순간, 금권에 모든 것이 휘둘리기 마련이었다.
그 반작용으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려고 했지만, 정치적 올바름 또한 자본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전쟁과 종말까지 자본 논리를 피할 수 없었다. 그게 덴 브라운의 총통제가 가진 한계였다.
“이익이 우선된다면 시민의 목숨과 미래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돈이 중요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돈이 전부가 된다면 제국의 미래는 망해버린 미합중국과 똑같이 흘러갈 뿐 아닙니까?”
“그래서 원하는 게 뭡니까?”
“제국을 개혁해 주십시오.”
“제국 시민과 군이 레온 보나드 장군님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민 대표와 신군부 대표가 레온 보나드를 향해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꼭두각시 황제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끌려다닐 생각도 없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뉴욕 작전, 필라델피아 작전에서 생존한 장교들이 주축을 이뤄 신군부를 만들었습니다.”
레온 보나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안 됩니다. 지금은 정상적이지 않아요.”
“정상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알면서도 그들이 침묵하고 장군을 지지하는 이유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을 기회라고 생각하기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어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으면 비어버린 권력을 탐하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권력을 얻기 위해 가장 큰 경쟁자인 레온 보나드를 물어뜯으려는 자들이 생길 터. 그에게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고 했던 시민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분탕질을 시작할 것이다.
그건 레온 보나드가 황제의 자리를 거절하고 칩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권력을 쥔 자는 사람들이 레온 보나드를 향해 외쳤던 구호를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황제의 자리에 앉거나.
착한 영웅으로 기억되거나.
신성 왕국으로 망명하거나.
남부 연맹에서 흡혈귀가 되거나.
무엇을 선택하든 시간이 없었다. 만약 그가 황제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시민 대표와 신군부를 이룬 장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부 숙청되리라.
레온 보나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난. 꼭두각시 황제가 될 생각 없소.”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해야 했다.
‧
‧
‧
덴 브라운은 밀려 들어오는 보고를 확인하곤 관자놀이를 짚었다.
정오에 시작한 추모식이 엎어지고 고작 반나절 만에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군부까지 숙청됐다.
‘너무 빨라.’
군중이 뽑은 시민 대표와 해상 도시 방위군을 장악한 신군부가 해상 도시를 완전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찾았습니다. 정신파 발생기입니다.] [중앙 통제실에서 정신파 대응장비를 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그리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라는 군중의 요청에 반나절 동안 침묵하던 레온 보나드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온!)
(레온!)
(레온 보나드를 황제로!)
그런 그들을 향해 레온 보나드가 전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정말 자신을 황제로 선출할 것인지, 아닌지.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이 선택하라는 연설에 군중이 화답했다.
[정신파 발생기 파괴 완료.] [중앙 통제실 정신파 대응장비 재작동.]정신파의 영향에서 벗어났음에도 사람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레온!)
(레온!)
(레온 보나드를 황제로!)
휴대폰을 이용한 직접 투표가 시작됐다. 실시간으로 찬/반을 나타내는 그래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상 도시뿐만 아니라 제국 전체에서 이뤄지는 직접 투표였다.
해상 도시에서의 찬성은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해상 도시가 아닌, 육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레온 보나드를 황제로.
제국을 강하게.
찬성하는 그래프가 수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절반을 넘어버리는 찬성비율. 제국 시민이 자신의 손으로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있었다.
“선거를 멈춰야 해! 당장!”
무언가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찬성 89.2%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레온 보나드가 제국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와아아아아아-)
(레온!)
(레온!)
(레온 보나드 황제폐하 만세!)
(제국이여 영원 하라!)
(와아아아아아-)
“신이시어.”
저들이 무엇을 선택했는지 모르고 있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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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의 자리에 오른 레온 보나드는 밤을 넘기지 않고 전수 조사에 들어갔다.
“단 한 명도 예외는 없다.”
그를 지지하는 기사를 쓴 언론도 자신의 지지기반이 될 신군부와 시민 대표단을 비롯해 레온 보나드 자신까지 검사했다.
검사 결과 수는 적지만 식인귀로 밝혀진 자들이 나왔다. 레온 보나드는 즉결 처분했고 이를 공표했다.
그리곤 덴 브라운의 자택으로 향했다.
“폐하. 그자는 위험한 자입니다.”
“······.”
비서실장의 만류에도 그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렇게 독대한 두 사람.
레온 보나드를 마주한 덴 브라운의 모습은 초췌했다.
“겁이 없군.”
“왜 그랬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