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984)
러스트 [RUST]-984화
제국의 개혁 소식은 신성 왕국에도 전해졌다.
[이야- 유통 구조를 뜯어고쳤다고? 인플레이션까지 한 번에 잡고? 그 어려운 걸 성공하네.]기순이 휘파람을 불었다.
[황제와 총리라니. 재상도 아니고 총리. 저거 네가 하고 싶다고 했던 시스템 아니냐? 왕은 군권만 가지고 있고 정치는 따로 분리하는 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제국에서 하는 걸 보니 될 것도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적으로 보였다. 레온 보나드는 잘 모르지만, 덴 브라운은 황제니 왕이니 하는 제도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남부 연맹이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었나? 과거 인연이 있던 버지니아 컴퍼니의 회장인 죠셉 마이어가 직접 제안했을 정도였다.
모든 제안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총통의 자리 올라, 절대 권력을 가질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국 의회와 권한을 나눴던 사람이 덴 브라운이었다.
그런데 절대 권력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황제와 같이 일한다고? 권력을 나누기로 약속했다지만 황제가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할 건가?
[황제의 마음이 변해 토사구팽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덴 아재가 그런 걸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그 양반 속도 모르겠지만, 황제도 모르겠다. 그도 가족이나 친구, 친척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상대방을 믿을 수 없다는 건 레온 보나드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대위에서 중령, 중령에서 준장으로 별을 달기까지 고작 반년도 되지 않았기에, 핵심 지지세력이 없었다.
그러니까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인맥을 총동원해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장 제국 시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황제가 됐으니 지지율이 떨어지기 전 자신의 권력을 지탱해줄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하기 마련이지 않나?
하지만 레온 보나드는 인맥을 전부 집어치우고 덴 브라운을 총리에 앉혔다. 그를 통해 덴 브라운이 총통 시절 가지고 있던 인적 자산을 그대로 내정에 투입할 수 있게 만든 것.
[덴 아재의 세력으로 내정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면야.]“안정화가 목표라면 레온 보나드는 왜 자신을 지원했던 세력과 힘을 합치지 않았지? 레온 보나드가 해상 도시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던 자들이 있었을 텐데 말이야. 황제가 된 데에는 그 세력의 도움이 컸을 텐데, 그들을 배제하고 덴 브라운을 총리에 앉혔다는 건. 좀 이해하기 어렵네.”
[도움을 준 세력이 바지사장을 만들려고 했다거나. 레온 보나드의 유명세를 이용할 생각만 했을지도 모르지. 내막을 누가 알겠냐? 처음 연설도 제국 의회 증언자리에서 한 거잖아. 의회에서 증언자리까지 만들었으면 유력한 정치인이 도왔을 텐데.]제국 의회에서 판을 벌였다는 건, 신임 대통령을 엿 먹이려고 한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레온 보나드를 지원한 세력은 야당. 지난 선거에서 오차 범위로 패배한 데이빗 화이트의 세력이겠지.
[레온 보나드를 이용해 신임 대통령과 정부를 물 먹이고, 정권을 교체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네.]“탄핵?”
[그러지 않겠어? 그랬는데 레온 보나드가 황제의 자리에 앉아버렸으니.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게 된 꼴이지. 그렇게 돌아간 상황이라면 황제가 된 레온 보나드와 데이빗 화이트는 사실상 원수나 다름없게 됐겠고.““복잡하네. 어쨌건 대단하고. 과정이야 어쨌건 데이빗 화이트와 선임 대통령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 덴 브라운을 선택했다는 소리잖아.”
마루의 평가에 기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말 그대로 내정을 잘 돌려 총리로 인기를 얻게 되면 자신의 등판에 칼을 꽂을 수도 있는 실력자에게 권력을 반 분 한 것.
권력은 가족과도 나눌 수 없다고 했는데, 레온 보나드는 나눴다. 그것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자였다.
내정을 나눈 대신 그가 가진 것은 절대적인 군권이었다. 황제를 중심으로 군제 개편이 이뤄졌고. 이것은 타협하지 않았다.
제국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선전 포고, 의회와 군부가 핵을 사용할 수 있는 핵 사용 권한, 전쟁 예산 동의와 감사 같은 모든 군사‧전쟁 관련된 것은 황제의 고유한 권한으로 못 박았다.
[인플레이션도 잡았고 해상 도시는 아직 공사할 거리가 많으니까. 돈도 돌겠고. 앞으로 몇 년만 잘 버티고 굴러가면 엄청나게 성장하겠는데?]덴 브라운이 총통 시절 추진했던 정책들은 탄핵과 신임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모두 멈춰진 상태였다. 멈추고 폐기된 예전 정책들이 다시 시작됐다.
“제국이 쪼개져서 식인귀, 흡혈귀에게 넘어가는 것보다 잘됐지 뭐.”
[그러고 보니 정식으로 즉위식 한다고 초대장 왔는데 어떻게 할 거냐?]“즉위식? 황제가 됐으면 그만이지 뭔 또 즉위식이야.”
[덴 아재가 계획한 것 같은데. 꿍꿍이가 있겠지. 당장은 교통편이 어려우니까 아니고, 내년 봄에 정식으로 즉위식을 열 예정이니,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달라고 하네.]교통편 이야기를 했다는 건 신성 왕국 말고도 다른 나라를 초대했다는 뜻이었다.
“자리를 빛내? 이야 대놓고 정치적인 자리겠지?”
[굳이 봄까지 기다려서 즉위식 한다는 걸 보면 그렇겠지.]“찝찝하네.”
[왜? 그 감각이냐?]특유의 촉이 발동했는지 묻는 기순에게 고개를 흔드는 마루.
“간 보는 것 같아서.”
[간?]“불간섭 불개입한다고 했는데 즉위식 초대장이라니. 게다가 다른 나라에도 뿌렸다며? 어떤 나라가 올지 궁금하다면 참석하라는 건데.”
[즉위식을 이용해 국제 외교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소리잖아. 그게 왜?]“프랑스만 보더라도 내전 중이잖아. 누구에게 초대장을 줬을까? 정부군? 아니면 지역 반군? 둘 다? 즉위식 초대장을 누구에게 줬는지에 따라···.”
[특정 세력을 지지한다는 의미가 되겠군.]“그것도 그렇지만 모여서 선을 넘으면 내가 참을 수 있겠냐?”
[누군가 널 자극하는 판이 벌어질 수 있다?]“아닐까?”
“······.”
[······.“마루가 생각하는 바를 기순도 고민하고 있었다.
‘즉위식을 이용해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건데.’
기순의 실눈이 더욱 가늘어졌다. 교통편 핑계를 댔지만, 내년 봄까지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 협상하겠다는 생각이겠지. 거기에 마루까지 엮으면 최고의 결과.
[그래서 피할 생각이냐?]“똥 밭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왜? 예상대로라면 여러 나라가 올 테고, 모인 김에 다시 외교가 재건될 텐데.]“외교는 무슨 외교. 미리 간을 다 보고 모였을 텐데 정상적인 외교가 되겠냐? 여럿이 모여서 어디 하나 털어먹자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영국과 프랑스 쪽에서 즉위식에 참석한다면 신성 왕국이 자국의 수도에 수소폭탄을 쓴 걸 가지고 트집 잡을 게 뻔했다.
[빈말이라도 아니라고 하지 못하겠네.]“식인귀나 흡혈귀가 장악한 나라가 하나도 없을까? 즉위식에 참석한 놈들 가운데 식인귀나 흡혈귀가 있으면?”
덴 브라운이 식인귀와 흡혈귀를 경계하는 쪽이라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영향력을 차단할 순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 왕님이 가봐야지.]“귀찮게 엮이기 싫다니까.”
기순의 실눈이 엄하게 가늘어졌다.
[왕님. 그러니까 직접 가보셔야지요.]“아. 됐어.”
마루와 기순이 내년에 있을 즉위식 참석 문제로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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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쥐를 이용한 지하 터널 공사는 순식간에 이뤄졌다.
먼저 철근콘크리트 벽도 갉아버리는 쥐가 굴을 파고 들어가면, 그 뒤를 따라 개미들이 굴을 넓히고 벽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끼릭-끼릭-
찌이이익-
찍-
서로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재건 작업과 구조 작업을 하면서 손을 맞춰 봤기 때문인지 터널 공사를 하는 덴 큰 무리가 없었다.
개미가 분비하는 타액과 흙을 뒤섞인 마감은 탄성과 내구성이 굉장히 뛰어났다. 그렇게 개미들이 터널을 확장하고 단단하게 만들면 쥐들이 배관과 전기 공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쭉쭉 지하 도시와 터널을 만드는 도중, 땅속에서 아직 변이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예전 크기 그대로인 개미 군집이 발견됐다.
“오타와(Ottawa) 근처에 개미 군집이 있다고?”
[응. 땅속 깊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옛날 크기 그대로인 개미임.]현장에서 보고받은 김 양이 바로 연락했다.
[땅속에 퍼진 규모가 거의 한국 면적으로 추정된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좋겠음? 그냥 쓸어버리고 공사 계속함?]“일단 잠깐만.”
마루는 바로 곤충 전문가와 나주연을 불러 의견을 나눴다.
[규모가 크긴 하지만 이상할 건 없습니다. 브라질에서도 영국 크기의 영토를 가진 개미 군집이 발견되기도 했으니까요.] [확실히 어떤 개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변이가 일어났음에도 크기가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네. 까마귀나 까치도 크기가 많이 변하지 않은 대신 지능이 좋아졌잖아요. 쥐들도 크기가 어느 정도 커지고는 더 커지지 않고 지능이 좋아지고 손재주가 생겼잖아요.]변이가 일어나면 대체로 머리가 좋아졌고 덩치가 커졌지만, 덩치가 별로 커지지 않은 동물들은 다른 능력이 생기거나 지능 쪽이 더 발달했던 것을 생각해 볼 때. 예전처럼 작은 몸집의 개미라면
마루는 일단 간호사를 보내보기로 했다.
[에에엣- 작은 개미요?]“페로몬 번역기로 의사소통 가능한지. 따로 특수 능력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고. 말이 안 통하거나 적대적이면 시간 주거나 기다리지 말고 바로 나한테 보고해.”
[적대적이거나- 알겠어요.]“혹시 모르니까 노심 아머 장비하고 가고.”
작은 개미가 코끼리를 죽이는 법이었다.
간호사는 마루의 말대로 노심 아머를 장비한 채 개미둥지가 발견된 터널 공사장으로 향했다. 터널 공사장 한쪽 벽이 새끼손톱 크기의 작은 개미들로 바글바글 뒤덮여있었다.
[에에에-엣! 잠시만요! 그러면 안 돼요!]이곳저곳 거대 개미와 쥐의 사체가 실시간으로 분해되는 모습에 간호사가 소리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페로몬 번역기를 거쳐 작은 개미들에게 전해지자, 시체를 분해하던 개미들이 잠시 멈췄다.
[우린 싸울 생각이 없어요. 대화를 원해요.]잠시 멈췄던 작은 개미들이 다시 시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천장에서 구멍이 뚫리더니 간호사의 노심 아머 위로 쏟아지는 작은 개미들.
[에? 아아앗- 이러지 마세요.]그러거나 말거나 새까맣게 달라붙은 작은 개미들이 노심 아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삑- 경고. 외부장갑이 산에 노출됐습니다.] [삑- 경고. 외부장갑이 산에 노출됐습니다.]보조 인공지능이 노심 아머의 장갑이 손상되고 있다며 경고했다.
[에에엣-?! 불꽃- 불로. 떨어뜨려요. ]김 양과 같이 다닌 풍월이 있는지라, 간호사가 제법 빨리 대응했다. 노심 아머의 장갑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네이팜이 분사되고 이어 불길이 치솟았다.
화르르르-
노심 아머를 까맣게 덮고 있던 작은 개미들이 순식간에 불타버렸다. 횃불처럼 활활 타오른 채로 도망친 간호사가 바로 상황을 보고했다.
‧
“작은 개미들이 대화를 거부하고 간호사를 공격했다고 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개미들은 자기 영역에 침입한 자를 적으로 단정하고 공격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샘플을 확인한 결과, 개미산의 공격력이 우리 개미들보다 더 강했어요.]“우리 개미들도 어지간한 장갑을 녹일 정도인데 그것보다 더 강하다고?”
[네. 게다가 생물 독성까지 가지고 있어서. 물리면 산성도 산성이지만 독성 때문에 생명이 위험할 정도였어요.]“······.”
[크기가 작아서 더 피곤함. 거대 개미나 개미 제국 개미처럼 덩치가 있으면 중심에 커다란 동공이 있으니까 거길 벙커 버스터로 때리고 전술핵을 써버리면 끝이었는데. 얘네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음.] [여왕이 있는 산란실이 있을 겁니다. 알을 부화시키는 부화실도 있을 테니 그곳을 노리면 됩니다.]곤충 전문가의 말에 김 양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어떻게 찾으라고? 규모가 한국 면적이라니까. 크기는 새끼손톱만 하지. 이것들이 퍼져있는 면적은 미시간보다 더 넓지. 거기서 여왕이 있는 곳을 어떻게 찾음?] [······.]페로몬 번역기를 이용해 찾는 것도 무리였다. 새끼손톱 크기의 개미라 흘린 페로몬을 추적해 내부로 들어간다고? 불가능한 일.
거대 개미라면 어떻게 하겠다만, 커봐야 손톱 크기의 개미는 솔직히 답이 없었다.
[뭣 같음. 진짜.]큰 개미도 아니고 작은 개미가 이 지랄이라니.
으아아악-
으억-
터널 공사장 인근에 있던 시민이 작은 개미의 습격을 받았다. 전신을 부르르 떨며 눈을 까뒤집은 환자를 정밀검사한 결과.
[개미가 귀와 코를 통해 뇌로 파고들었다고 합니다.]작은 개미가 진짜 지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