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990)
러스트 [RUST]-990화
들개를 잡으면서 넝쿨들의 움직임이 점점 좋아졌다. 마치 인공지능이 학습하듯 마루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조하는 넝쿨들.
“거기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아도 자동방어 시스템처럼 움직이던 넝쿨들이 공격까지 정교해지기 시작했다. 수백 마리의 들개를 넝쿨 단검으로 해체하면서 점점 더 예리하게 변하는 움직임.
마루의 인식 속도에 넝쿨의 자동 대응이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채찍으로 무술을 펼치는 것 같았다.
촤아아악-
채찍을 강하게 휘두르면 음속을 돌파한다더니,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동시에 점프하던 들개가 공중에서 분해되는 모습.
공중에서 토막 난 들개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 사방을 휘젓는 넝쿨에 주변에 있던 들개 무리가 한 번에 붉게 변했다.
늑대와 비견될 정도로 큰 들개에서 오토바이 크기의 들개까지 어지간한 신체 능력자와 1:1로 싸울 정도의 들개들이 일순간에 고깃덩이로 변했다.
크르르르-(한꺼번에 덮쳐-)
크아아앙-
시간차 공격을 포기하고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단검 넝쿨에는 사각이 없었다. 마루의 발밑에서 40개가 넘는 넝쿨이 사방으로 펼쳐지며 도축이 펼쳐졌다.
심지어 하나가 관심을 유도하고 다른 하나가 들개의 뒷발이나 배를 공격하는 방법까지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넝쿨들.
그렇지 않아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넝쿨들이 들개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마루와 그 발밑에서 솟아난 넝쿨이 단검을 매단 채 주변을 휩쓸어버리는 기괴한 풍경.
끼이이잉- (내 뒷다리-)
케에에엥- (옆구리가 아파-)
식인귀에게서 뺏은 단검은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괴수용 총탄도 버티는 들개의 가죽과 근육을 부드러운 버터 자르듯 잘랐다.
끼에에엥-(살려줘-)
깨에엥껭-(하-항복-)
들개들의 자지러지는 소리에 간호사는 조금 우울했다.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많이 힘든가?”
“예? 아니요. 조금.”
항복은 받지 않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낑낑거려도 소용없었다. 마루는 이빨을 보인 들개를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다.
“저- 항복하겠다고 하는데요. 살려달라고 하고요.”
“알아. 항복하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을까? 살려주면 고맙다고 생각하고 떠날까?”
간호사는 마루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단지 꼬리를 말고 웅크리는 들개까지 무차별적으로 도살하는 걸 지켜보기란 쉽지 않았을 뿐.
“힘들면 내일부터는 나오지 않아도 돼.”
“아니에요. 혹시 모르니까요.”
이대로 포기할 건가?
그럴 순 없었다.
간호사가 생각하기에 들개들은 본래 그냥 개였다.
사람과 함께 지낸 친구.
몇몇은 버림받아서 인간에게 배신감과 앙심을 품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떠났을 터.
‘분명 그럴 거야.’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머리가 똑똑해졌다면, 주인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했겠지. 그래서 숲으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떠났으리라.
‘그렇게 들개가 된 애들은 분명히 대화가 통할 거야.’
간호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늑대는 개를 대신할 수 없으니까.’
늑대는 무리 생활을 했다. 인간과 친하게 지내더라도 본질은 늑대였고 무리였다. 그렇기에 늑대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 늑대 무리에 속해야 했다. 늑대가 사람의 집에 들어가서 사는 게 아니라.
‘신성 왕국에는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동물 친구가 필요한 사람이 많아.’
간호사는 개와 고양이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했다. 나이 많은 환자들 가운데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환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됐고 건강 유지도 잘했다.
자연스럽게 놀아주고 산책도 같이하면서 건강을 챙기게 되는 것. 일정한 시간에 끼니를 챙기게 되는 것도 그렇고.
변이 괴수 범람, 자유 캐나다 연맹 사태와 대지진까지. 여러 재난을 거치면서 겉으로 보기에 사람들은 강해졌다.
헌터 경제가 돌아가면서 능력을 각성하게 된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었고. 하지만 그런 강함이 정신적 강함과 심리적 안정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신상담, 심리상담 건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고 가정을 이루지 않은 사람들의 고립된 생활은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건, 동물 친구라고 생각하는 간호사였다.
까아아악- (인간. 병신들 많아-)
간호사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런 새끼들 말고. 그러니까 정서적으로 힐링할 수 있는 애들.
까악?앜앜- (힐링? 낄낄낄.)
간호사의 어깨 위에 앉은 까마귀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조용히 하세요.”
까마귀에게 한마디 하던 간호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잠시만요. 당신 지금. 제 생각을 읽은 건가요?”
까악? (무슨 소리야?)
고개를 갸웃하는 까마귀.
까마귀가 속이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까마귀의 생각이 그냥 읽히는 것 같았다.
“어깨 위에서 똥 쌀 생각하지 마세요. 아시죠? 그분 앞에서 똥오줌 못 가린다고 하면 어떻게 될지?”
까아악-
화들짝 아니라며 놀라는 까마귀. 아니긴 대충 실수인 척 똥 싸려고 했으면서. 근데 이건 어떻게 알았지?
간호사는 자신의 능력이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까마귀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단계로 넘어간 것 같았다.
‧
‧
‧
[완전 드루이드인데?]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은 기순이 한 마디로 평가했다.
“드루이드?”
[그렇잖아. 동물들과 대화하고 이제는 그걸 넘어서 교감까지 간 것 같은데.]김 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면 들개랑 들고양이와 교감할 수 있게 된다는 건가? 그거 위험하지 않겠음?]죽여야 할 대상과 교감한다니 그만큼 끔찍한 일이 어딨단 말인가? 막말로 오늘 저녁에 먹을 고기와 교감한다? 그건 별로 옳지 못한 일이었다.
[정밀 검사를 해보면 어떨까요? 능력이 강해져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변화를 일으킨 건지 확인할 필요도 있고요.]나주연이 그윽한 눈빛으로 간호사를 바라봤다.
“에? 정밀 검사요? 저 내일도 나가기로 했는데요.”
먹이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나주연이었지만, 간호사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내일 가보려고요. 검사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제가 없으면 숲을 통째로 밀어버리실 것 같아서요.”
그건 그랬다. 정밀 검사를 한다면 최소한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동안 마루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터. 들개, 들고양이와 대화하려면 지금 검사하는 건 아니었다.
“교감한 대상이 죽으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힘들 텐데 괜찮겠어?”
“아직 완전히 교감하는 것도 아니고요. 까마귀처럼 함께 오래 있던 애들이랑 그러는 것 같아서 괜찮을 것 같아요.”
까아아악-
그렇다는 듯 까마귀가 울었다.
[그나저나 교감이 강화되면 나중에는 진짜 드루이드처럼 되는 거 아니야? 까마귀가 보는 걸 같이 본다거나. 쥐가 듣는 걸 동시에 같이 듣고 그러는 거.] [실시간 정찰 능력이니까 좋기는 한데. 그러다 교감한 까마귀나 쥐가 죽으면? 그 충격도 그대로 받는 거 아님?]기순과 김양의 말대로 필요한 능력이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까아아악-
“아니에요. 꼭 죽는다는 소리가 아니라. 조심하라는 이야기에요.”
까마귀가 죽으라고 악담하는 거냐는 듯 소리 높이자, 간호사가 달랬다.
“내일은 예정대로 함께 가도록 하지.”
단.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들면 바로 돌아가는 것으로.
“감사해요. 조심해서 할게요.”
‧
‧
‧
푸드덕-
까마귀와 교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치 꿈속에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 까마귀의 날갯짓이 느껴지는 감각.
마치 그녀 자신이 까마귀가 되는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뚜렷하거나 선명하지는 않지만 분명 하늘을 나는 듯한···.
순간, 까마귀가 들개 무리를 발견했다. 방향은 10시 방향. 규모는 서른다섯에서 마흔 사이. 간호사는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10시 방향에 들개 무리가 있어요. 이쪽으로 이동 중이고 대략 40마리 내외요.”
“기다리지.”
간호사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40마리 남짓한 들개 무리가 다가왔다.
크르르르-(여긴 우리 영역이다. 인간-)
크르르르-(나가라- 당장-)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습에 간호사가 앞으로 나섰다.
“여기는 도시와 가까운 숲이에요. 사람들이 가꾼 숲이고 사냥꾼들의 사냥터이고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들의 영역이라는 거죠?”
간호사의 말에 들개들이 잠시 당황했다. 인간의 말을 완전히 못 알아듣는 건 아니었지만, 주로 단어 위주였다. 그런데 저 인간 암컷의 말은 그대로 알 수 있었다.
크아아앙-(우리가 차지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인간의 숲을 빼앗았다는 뜻인가요?”
크르르르-(인간은 숲을 버렸다. 인간은 우리를 버렸다.)
“인간은 숲을 버린 적 없어요. 그리고 인간이 버린 건가요 아니면 당신들이 떠난 건가요? 전부 사람들이 버린 건 아니잖아요.”
낮게 으르렁거리던 들개들이 서로 바라보곤 간호사를 바라봤다. 어쩐지 포근한 느낌. 간호사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크르르르-(그래서 이곳을 떠나라는 건가?)
“이곳은 사냥터예요. 이곳에 있으면 인간과 싸울 수밖에 없어요.”
크아아아앙-
컹컹컹-
크르르르릉-
‘인간은 두렵지 않다.’, ‘우리는 싸울 수 있다.’. ‘이곳은 우리의 영역이다.’ 들개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은 간호사가 배낭을 열었다.
?
!!!
애견 전용 사료 포대가 열리며 그윽한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3~4년 전. 그 옛날이 떠오르는 향기.
간호사를 향해 으르렁거리던 들개들이 순간 조용해졌다. 한 마리가 혀로 코를 핥는 것과 동시에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는 들개들.
“여기는 도시와 너무 가까워요. 사냥꾼들의 사냥터고요.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면 이걸 줄게요.”
간호사가 끙차- 커다란 사료 포대를 앞으로 밀었다. 덩치가 커진 들개들 그것도 마흔 마리 가까운 무리에게 20kg짜리 사료는 한 줌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냄새가 떠올리는 과거를 추억하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버림받은 들개는 고작 저따위 사료 한 줌에 영역을 포기할 거냐고 했고. 주인을 위해 스스로 떠나 들개가 된 개들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곤 돌아가자고 했다.
그런 혼란을 잠재운 우두머리 들개가 말했다.
크르르르- (겨울이다. 이곳에서 떠나면 우리는 영역 다툼을 해야 해. 먹이가 부족하다.)
“떠나면 겨울 동안 먹이를 우리가 줄게요.”
들개 무리는 둘로 갈렸다. 인간이 주는 먹이는 필요 없다며 떠나는 들개가 있었지만 소수였다.
크아아앙- (인간은 배신할 거다.)
으르르르- (그래서 먹이는 어떻게 주겠다는 거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우리는 약속을 지키니까요.”
비행선에서 대량의 사료가 공수되자, 들개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 마리당 사료 몇 포대가 돌아갈 정로 엄청난 양이 순식간에 쌓였다.
“양은 넉넉하게 있으니까 많이 드세요.”
오랜만에 먹는 사료에 정신없는 들개들. 그들을 향해 간호사가 말했다.
“혹시···. 다시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예전 주인을 보고 싶다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다시 인간과 살고 싶지 않냐는 간호사의 말에 들개들의 꼬리가 흔들렸다.
“그래요? 주인을 찾아봐요.”
“제가 좋은 파트너를 소개해 줄게요.”
“아이. 괜찮아요. 병은 이제 진정됐어요.”
“병 때문에 버리거나 그러지 않아요.”
간호사의 교감능력은 완전히 개화하지 않았음에도 강력했다.
들개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녀를 지켜보던 마루가 휙- 넝쿨을 이용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떠난 들개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마루였다. 간 줄 알았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살기를 풍기고 있는 들개들이었다.
사람이 둘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도시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살기를 풍기고 있는 들개들이 있었다.
쯧-
마루가 습격을 준비하는 들개들 머리 위로 떨어졌다.
촤라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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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해상 도시.
덴 브라운은 보고서를 확인하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해상 도시의 보안이 뚫린 이유를 따져보자면, 내부자들의 배신이 제일 큰 문제였다.
식인귀와 흡혈귀가 된 자들이 있었고 변이 괴수의 새끼를 함부로 들여온 자들이 있었다. 새끼고양이라고 쉽게 생각한 사람들이 문제였다.
만약 자동 보안 시스템이 없었다면 새끼고양이를 놓쳤을 것이고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갔을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기생체의 숙주인 새끼고양이라.’
톡소 플라즈마를 퍼뜨리는 새끼고양이라니. 폐쇄된 해상 도시에서 그런 게 퍼지면 치명적이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황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군.’
암살당할 뻔한 황제였다. 실제로 근위대가 뚫렸고 방위군은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그런데 레온 보나드 홀로 데이빗 화이트와 그 일당을 한 번에 쓸어버렸지.’
덴 브라운의 눈빛이 깊어졌다.
‘어떻게 쓸어버렸지?’
황제의 옥좌에 빼곡하게 박힌 총알들. 알현실 바닥에 깔린 탄피를 보면 총격전이 있었다. 황제는 그 자리 앉아 그들을 제압했고.
‘능력을 각성했다는 건데.’
그런데 어떤 능력인지 짐작되지 않았다. 심지어 흡혈귀가 된 것으로 보이는 데이빗 화이트와 그 일당을 어떻게 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시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제 폐하께서 필라델피아 토벌이 끝나면 바로 남부 연맹이 있는 곳으로 진격하신다고 합니다.]전쟁 그리고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황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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