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y Train RAW novel - chapter 11
총. 어떻게든 총을 구해 봐야겠다. 몸을 지키려면 그만한 게 없지! 걸리면 수용소에 끌려가겠지만, 이대로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 밀수에 재능이 있는 페트로프 씨를 꾀어 보기로 했다. 위르겐은 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그나마 상대할 수 있는 사람 같았다.
그러다 더 단순한 생각을 했다. 울창한 숲이 바로 옆으로 펼쳐져 있었다.
차로 치어 버리겠다고? 그럼 차가 갈 수 없는 곳으로 뛰어가면 그만이다. 지금 붙잡히면 저 집에 들어가 한바탕 그 짓을 해야 할 게 뻔했다. 그건 싫었다.
한낮에도 볕 없이 어두침침한 숲을 보자 본능적인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못 할 것도 없었다. 나는 숨을 들이켜곤 냅다 도로 옆의 숲으로 뛰어들었다.
설마 위르겐이 숲까지 쫓아올까? 그럴 리는 없을 테지만, 나는 전력을 다해 다급하게 내달렸다. 무릎 위로 우거진 마른 수풀이 바지 위를 엉망으로 스쳤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바닥만을 보았다. 낙엽 위에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졌다. 완전 고역이었다.
그래도 찻길에서 제법 멀어졌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왔다. 위르겐이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차에서 내린 위르겐은 기어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다지 멀리 도망치지 못했던 나는 헐떡이며 숨을 고르다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어차피 뛰어 봐야 숲이고, 저 사람과 내 체력 차이를 생각하면 금세 잡힐 것이 자명했음에도 너무나도 두려웠다. 굶주린 늑대가 눈을 번뜩이며 나를 뒤쫓는 것만 같았다.
무서워. 무서워. 잡히면… 잡히면…… 잡히면 죽을지도 몰라…!
순식간에 온몸이 땀에 절었고 목구멍이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 정신없이 날뛰는 심장 소리가 귓가를 쾅쾅 울렸다. 숨이 찼다. 더 달리다간 숨이 차서 졸도할 것만 같았다. 우거진 수풀이 사람 손이 되어 나를 붙잡는 것 같았다. 공기가 납이 되어 나를 억세게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더 달릴 수 없을 만큼 몸이 무거워졌다.
어느덧 위르겐의 발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를 틀었다. 위르겐은 조금도 지친 얼굴이 아니었다. 머리와 차림이 조금 흐트러졌을 뿐 그는 멀쩡해 보였다. 죽기 직전의 인간처럼 헉헉대는 나와는 달랐다.
그는 분명히 전력으로 달리지 않고 있었다. 마치 내가 지쳐 알아서 나가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부러 속도를 줄여 나와의 거리를 바싹 좁히질 않았다.
약이 올랐다. 나는 차라리 그가 나를 잡아 주길 바랐다. 자존심 때문이라도 이대로 붙잡힐 수는 없는데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 왔다.
차마 멈추지 못한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눈앞이 노래지기까지 했다. 구역질을 참으며 달리던 나는 결국 항복하고 주저앉았다. 꺽꺽대며 숨을 몰아쉬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동안은 위르겐이 내 앞에 있다는 것도 잊었다.
“집에 가겠다더니. 여기가 당신 집입니까?”
나는 그를 사납게 노려본 뒤 땀에 젖은 얼굴을 쓸었다. 너무나도 목이 타서 물이 간절했다.
“도망치려고요?”
나는 숨을 고르느라 한참이나 침묵했다.
“도망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애초에 당신은 간수가 아닌걸요. 성립되질 않아요…. 난 도망칠 이유가 없는 사람이에요.”
간신히 목소리를 낸 뒤 나는 다시 헐떡거렸다. 너무나도 필사적으로 내달린 덕에 말 몇 마디만 해도 숨이 찼다.
“그 장미꽃 준 남자나 아르춈한테 구원이라도 받으려고 하십니까?”
나는 그제야 내 손에 여전히 망가진 꽃다발이 들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달리느라 몇 송이가 빠진 건지 뭉개진 꽃다발이 숭숭했다. 나는 꽃다발을 조심스레 땅에 내려놓은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의 진심이 이렇게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불편했다.
“어느… 어느 쪽이건 이제 난 위르겐 씨한테 볼일 없어요. 이젠 그만 찾아오세요.”
무의미한 항쟁임을 알면서도 내뱉었다.
“난 이미 당신 오빠들을 수용소에서 빼냈습니다.”
“오빠들은…….”
오빠들을 생각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계약에 효력이 생겼습니다. 구두 계약이라도 계약은 계약이고, 난 무를 생각이 없습니다.”
“위약…금……을.”
“싸게 쳐서 당신 목숨.”
나는 나를 따라 쭈그려 앉은 위르겐을 피해 벌떡 일어섰다.
“계약 자체가 엉망인데 효력은 무슨 효력…! 연고 없는 계집애라고 무시하지 마요!”
“파기하기 싫으면 입 닥치고 앉으세요.”
명령조의 말에도 앉을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그가 내 손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별수 없었다. 아예 철퍼덕 주저앉은 나는 코트나 바지가 엉망이 될까 걱정하다 그만두었다. 생각해 보니 어차피 내 옷이 아닌 위르겐의 옷이었다.
“뛰는 걸 보니 아프다던 몸은 나아졌나 봅니다.”
“나아졌던 게 뛰어서 다시 나빠졌네요.”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눈썰미가 없으신가 봐요.”
“혈색이 좋습니다. 코랑 볼이 빨간데.”
겨울 공기를 누비며 그렇게 달리고도 얼굴이 안 빨개진 위르겐이 이상한 것이다.
“당신은 얼굴 가죽이 두꺼워서 안 빨개지나 보군요.”
비아냥대며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제발… 제발….”
이제는 절망적일 정도였다. 요 며칠 술, 담배, 대마. 내 인생을 지탱하던 세 가지를 전부 못 했다. 그래도 대마와 술은 참을 수 있었지만 담배를 못 피우자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나는 손톱을 까득까득 뜯으며 불안한 얼굴로 위르겐을 응시하였다.
어쩌면 위르겐도 담배 한 갑 정도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술과 담배가 다 싫다던 사람한테 담배가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내 겉옷 어쨌어요?”
“끊으세요.”
“위르겐 씨. 다들 그렇게 살아요.”
“내 여자는 안 되는데.”
도무지 말이 통하지가 않는다. 남들이 다 피우는 담배와 남들이 다 마시는 술을 그가 왜 그토록 혐오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를 꽉 문 채 신음하며 옷을 여몄다. 땀이 식으니 몸이 으슬으슬했다. 담배를 맛있게 피우면 딱 좋을 날씨였다.
“추워요?”
“네?”
내게로 다가온 위르겐은 내 코트를 벗겨 냈다. 나는 넋을 놓고 위르겐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하다 하다 추워서 떠는 사람 코트까지 벗기는 건가.
“지금 뭐 하는… 거죠?”
“당신과 섹스 하려는데.”
군더더기 없는 대답에 눈앞이 캄캄하게 질렸다.
“여기서… 여기서…?”
조금 전 위르겐이 꺼낸 말이 이해되지가 않아서 여러 번을 되물었다. 여긴 집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싸구려 여관도 못 되었다. 숲이었다. 그나마 집과의 접점을 찾자면 천장이 있다는 것. 한낮에도 해가 들지 않을 만큼 빽빽하게 하늘을 채운 가지 많은 나무 덕에. 천장은 있어도 벽은 없어서 당장 불곰이 튀어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데.
“당신이 집이라고 찾아온 곳이 여기 아닙니까? 집에서 섹스 하는 게 문제예요?”
“싫…싫어요. 미쳤어요?”
제 코트도 벗어 낸 위르겐은 침구를 깔 듯 바닥에 코트를 깔았다. 연이어 벌어질 일들을 직감한 나는 도망치기 위해 다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나는 위르겐에게 손목이 붙잡혀 그가 깔아 둔 코트 위에 힘없이 허물어지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손에 끼고 있던 가죽 장갑을 벗으며 폭군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 순간의 그는 무자비한 폭군이 맞았다. 숲속에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고, 그와 나는 완력과 체격의 차이가 완연했다.
“이러지 마세요. 당신도… 이런 곳에선…… 싫잖아.”
한 손으로 나를 붙잡은 그는 남은 손으로 셔츠 단추를 끌러 내기 시작했다. 흰색 셔츠가 벌어지며 위르겐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지난번에는 눈을 가린 채 당했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그의 속살이었다. 눈앞의 광경에 놀란 나는 엉덩이를 질질 끌며 그에게서 도망치려 들었다.
위르겐은 울퉁불퉁했다. 조각상처럼 반듯하게 짜인 근육 위에는 군살이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드넓게 벌어진 어깨 아래, 석상처럼 반질반질한 몸은 위압감이 느껴질 만큼 잔혹했다.
군더더기 없는 위르겐의 상체를 마주하자 내 공포는 한층 더 짙어졌다. 권투 선수보다도 더한 몸이었다. 수틀리면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칠 수 있는 잔인한 육체였다.
위르겐은 도망치려는 내게 다가와 나를 껴안았다. 뜨겁고 단단한 몸에 갇힌 나는 버둥거리지도 못하고 석상처럼 굳었다.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 헤맸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차에 이어 옷까지 훔칠 줄은 몰랐는데.”
“위르겐 씨도 내 옷을 훔쳤잖아요.”
“그러니 치죄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치죄해요?”
위르겐은 내 어깨를 짓누르며 나와 함께 바닥으로 무너졌다. 장신의 남자에게 깔린 나는 그의 가슴팍에 주먹질을 했다. 담벼락과 씨름하는 기분이었다. 위르겐의 몸은 너무 컸고, 무거웠으며, 버거웠다.
“벌벌 떠니 다 벗기진 않겠습니다.”
위르겐은 내가 허리춤에 차고 있었던 벨트를 풀어냈다. 연이어 그는 바지를 잡아당겨 반쯤 벗겨 냈고, 내 속옷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래도 쑤셔 박으려면 바지와 속옷은 벗겨야 해서.”
속옷 속으로 들어온 위르겐의 크고 거친 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얗게 드러난 허벅지 위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하지 마세요…. 네…?”
“아프기 싫으면 버둥대지 말고 얌전히 계세요.”
“여긴 아니에요. 여긴 너무…….”
위르겐은 낡아 빠진 내 속옷을 벗겨 낸 뒤, 내가 다리를 벌리고 눕도록 자세를 고쳐 주었다.
애무도 없이 제 쾌락만을 위해 바로 밀어 넣으면 어떡하지? 먼젓번 그가 애무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고 뇌까렸던 게 떠올라 공포가 밀려왔다.
지난번 그가 음부를 흠뻑 적신 뒤에 박아 넣었는데도 끔찍하게 아팠었다. 어린애 팔뚝만 한 게 아래를 파고드니 안 아플 턱이 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문 채 그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차피 버둥거려 봐야 그만두지 않을 작자니, 빨리 끝내 주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순간순간이 끔찍하게 고역스러웠다.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위르겐은 내 골반 뼈를 단단히 붙잡고 벌어진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나는 경악을 참아 내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습하고 부드러운 혀가 내 아랫도리를 제멋대로 유린했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에 입을 틀어막았다. 음핵을… 음핵을 핥았어. 감히 만져 본 적도 없는 곳을…….
그는 내 비명 소리를 듣고도 멈추지 않고 허벅지를 붙들어 나를 제압했다.
“비명을 내질러 봐야 아무도 안 와요.”
나는 파들파들 입술을 떨며 울먹였다.
“수틀려서 박아 대기 전에 빨리 젖으세요. 나도 참는 게 힘들어서.”
발끝에 힘을 바싹 준 채 고개를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뒤엉킨 나뭇가지들로 얼룩진 하늘은 평소와 달리 유난하게 새파랬다. 눈 쌓인 나뭇가지를 오가며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는 아름답고 평온했다.
숨을 몰아쉬며 위르겐이 아닌 숲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불가했다. 새파란 하늘도, 지저귀는 새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앞의 위르겐만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아플 거다. 분명히 엄청나게 아플 것이다. 저번에도 그랬다.
아팠어. 무서워….
위르겐의 습한 혀가 음핵을 쓰다듬고 찔러 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내 음핵을 핥고 굴리며 집요하게 자극했고, 틈을 파고들며 성기처럼 박아 넣기도 했다. 내 허벅지를 붙잡은 위르겐의 손에는 점차 힘이 실렸고, 그의 숨소리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상기된 얼굴의 위르겐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옅게 웃었다. 정욕에 찌든 잿빛 눈동자는 평소보다도 탁하고 음울했다. 마찬가지로 얼굴에 열이 오른 나는 까득까득 손톱이 상하도록 바닥을 긁어 대며 허리를 튕겼다.
“아응….”
턱이 바들바들 떨리며 음탕하기 짝이 없는 신음이 튀어나왔다. 미칠 것만 같았다. 음란하게 음부를 덥힌 야릇한 감각이 하체를 지배했다. 나는 허리를 뒤틀며 텅 빈 속을 쪼아 댔다. 그가 혀를 굴리고 찔러 넣을 때마다 야릇한 전율이 밀려오며 골반 뼈가 어긋났다. 누군가 배 속을 쥐어짜는 것만 같았다.
“아…! 아흣!!”
허리가 간헐적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저번보다도 더 참기 힘든 감각이었다.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는 위르겐의 얼굴은 애액이 묻어 번들번들했다. 흥분에 들떠 짐승처럼 신음하는 남자의 낯빛은 야했다. 콧등에 묻은 허연 체액을 닦아 낸 그는 음탕하게 벌렁거리는 내 밑구멍을 손으로 훑었다.
“으흣…!”
나는 파드득 엉덩이를 떨며 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탕녀처럼 구는 걸 보니 고결한 척은 포기하신 건가.”
“재채기를 참을… 수 있어요?”
그 순간에도 질구가 요란하게 들썩였다. 재채기를 들먹이며 태연한 척 굴려 했으나, 여실한 실패였다. 그는 내 상체를 타고 기어 올라와 손톱으로 음핵을 비비기 시작했다. 손톱 끝에 음핵을 긁히자 척수를 타고 고통과 쾌감이 함께 밀려왔다.
나는 상기된 얼굴로 헐떡이며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움켜쥐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헝클어지며 닿는 위르겐의 뜨겁고 근육진 남체를 느낀 육체는 흥분을 더해 갔다.
“아흐읏, 흣…!!”
카랑카랑한 교성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내 음핵을 발작적으로 짓뭉개고 비틀며 난잡하게 혀를 뒤섞었다. 입이 막힌 나는 콧등까지 찡그린 채 눈물을 흘렸다. 짐승. 짐승 같았다. 짐승들이나 바깥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것이다. 짐승들이나 아랫도리를 빨아 뭉개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만 애가 탔다. 더 만져 달라고 더 세게 문질러 달라고 심연에서 애원을 해 댔다. 무언가 부족했다. 채워, 당장…. 제발 채워 달라고 간절하게 빌고 싶었다. 위르겐이 입술을 떼어 내자마자 나는 그의 뺨을 후려쳤다. 위르겐은 뺨을 맞고도 괘념치 않고 다시금 입을 맞췄다.
그의 미끈한 혀가 살맛을 보듯 내 뺨을 훑고 지나갔다. 쪽 소리가 나는 가벼운 입맞춤과 물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내 귓불을 잘근잘근 씹는 그의 숨소리는 금수와도 같았다.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위르겐은 검지를 푹 찔러 넣고 윤활된 입구를 넓히듯 후비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하나 더 들어왔을 때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비명을 참았다. 개수를 늘려 갈수록 이물감이 지독해졌고, 겁에 질린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굳은살이 박여 있는 손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느 지점이 긁힐 때마다 몸이 움찔거리며 경련했다.
“또 젖었는데.”
위르겐은 진단하는 의사처럼 내 눈앞에 반질반질한 자신의 손가락을 내보였다.
수치스러웠다. 지독하게 지친 나는 힘없이 달뜬 숨을 내뱉었다. 지극히 본능적인 행위였지만, 위르겐이 주는 흥분에 떨고 있는 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위르겐은 허겁지겁 바지춤을 풀어 내렸다. 음욕에 찬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핏줄이 불거진 성기는 단단하게 곤두선 채 껄떡이고 있었다. 처음으로 남자 성기를 보게 된 나는 숨을 들이켜며 경악했다. 생각 이상으로 부피가 컸고, 징그러웠다.
“뭘 그렇게 놀랍니까?”
눈을 질끈 감고 눈앞의 광경을 외면하려 들었지만, 눈을 감자 그의 거칠어진 숨소리가 더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먼젓번 당신 배 속에 들어갔던 건데.”
두려움에 휩싸인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이라도 그만둬요. 그만둬 줘요. 제발…….”
저번에도 저게 파고들어 나를 몸부림치게 했었다. 아팠었다. 끔찍하게 아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