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hless Warrior RAW novel - Chapter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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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이번 일의 목표였던 글러먹은 여신의 눈물을 인자한 어머니에게 건네고 키스했다. 조용한 그녀지만 입술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워 쉽게 입을 뗄 수 없었다.
“하아… 감사합니다. 서방님.”
입가가 타액으로 반들반들 거리는 그녀가 나직하게 숨을 내쉰다. 흥분했는지 하얀 볼은 잔뜩 붉어져있었다.
“지상에서 일이 끝나면 바로 승천하도록 해. 과정은 샤르티에와 로엘린이 도와줄 거야.”
“네, 그렇게 할게요.”
듣자니 마족 제국의 창업군주로 활약했던 칼리오네도 며칠 전에 승천했다고 한다. 마제라는 전설을 써 내리고 이제 신격의 길로 나아간 것이다.
참고로 그녀는 마족의 종족 신격으로 재탄생했다. 지상의 마족들은 이제 칼리오네를 어머니처럼 따르게 됐는데, 그 어머니가 매사 꽤 심드렁한 성격이라 앞으로 자식들은 험하게 자라게 될 것 같았다.
“자연의 여신격 자리를 맡아줘.”
“네, 서방님에게 도움이 되도록 힘낼 거예요.”
그렇게 인자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는 리켄티아투스의 지옥으로 향했다. 페자무트 문제를 매듭지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맙소사. 이러니 리치들이 화낼 만하지.”
막상 지옥을 가보니 홀랑 타버린 꼴이 아주 가관이었다. 하지만 지옥 한 가운데 있는 규격 외의 초거대 발전기는 실로 장관이다.
그우우웅!
발전기와 수백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음에도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졌다. 저 멀리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면목이 없네, 동생.”
뒷머리를 긁적이는 페자무트를 보며 나는 심경이 복잡해졌다. 잘못한 건 알겠는데,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낼 발전기를 갖고 온 공이 대단하긴 했다. 참 종잡을 수 없는 양반이라니까.
“주인이 온 겁니다!”
“어서 오십시오! 지옥에!”
도착하자마자 12리치들이 저마다 형형색색의 지팡이를 들고 와 반긴다. 해골만 남은 언데드라 표정이랄 것도 없지만 내겐 그들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졌다. 나를 무척 반가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내 뒤에 있는 페자무트를 보더니 단체로 정색한다.
“쓸모없는 염소수염이 돌아온 겁니다.”
“염치가 없는 겁니다.”
“접시물이 혹시 필요한 거라면 마련해 주는 겁니다.”
아주 태도가 단호박이구먼. 사실 저 12리치들이 지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그간 여러 가지로 고생해 왔을 텐데 사장이라는 작자가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홀라당 태워버렸으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페자무트를 복권시켜 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쉽지 않아 보였다.
“보자마자 지팡이로 두들기지 않는 것에 감사하는 겁니다.”
“우리 주인이 있기에 참는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 뺀질뺀질한 얼굴을 보니 먼지 나게 두들기고 싶은 겁니다.”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그래서 일단 12리치들의 노고를 포상하기로 했다. 각자 지옥의 백작 위를 내렸다.
“이제부터 지옥을 열두 곳으로 나눠 각각 통치하게 하겠다. 그 작위는 지옥의 백작으로 시작할 테니 후일 지옥이 발전하면 공작, 대공을 거쳐 왕에 이를 것이다.”
내가 이렇게 자기들의 수고를 알아주자 12리치들을 매우 기뻐했다. 상찬으로 그들이 넉넉한 분위기를 풍기자 페자무트의 복권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불만은 여전했다.
“존경하는 우리 주인은 너무 무른 겁니다.”
“혹시 페자무트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건지 의심스러운 겁니다.”
“어째서 저 염소수염을 총애하는지 알 수 없는 겁니다.”
반발은 하고 있었지만 대신격인 내 체면상 아주 무시할 수는 없을 터. 곧 리치들은 투덜투덜하긴 했지만 한 가지 타협안을 내놨다.
“백의종군하면 허락해주는 겁니다.”
“제로에서 부터 시작하는 지옥생활인 겁니다.”
“흔해빠진 청소부로 지옥최강이 되는 겁니다.”
“실각했더니 청소부였던 건에 대해서인 겁니다.”
당연히 페자무트는 펄쩍 뛰었다. 어떻게 지옥의 주인인 자신이 청소부를 할 수 있냐 그거다. 하지만 나는 한동안 성의를 보여서 12리치의 화를 풀어주라 했다.
“형, 하는 척이라도 해야 받아줄 거 아냐. 형이 안 하겠다고 하면 나도 이제 방법이 없어.”
“끄응!”
결국 페자무트에겐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는 초라한 복장을 하고 보급품으로 나오는 지옥 싸리 빗자루를 지급 받았다. 12리치들은 그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청소에 대해 이리저리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손이 보이는 겁니다.”
“제가 젊은 시절에는 이 정도 청소는 청소 축에도 못 든 겁니다.”
“페자무트는 이제 새로 태어나는 겁니다.”
“맞습니다. 현명한 우리가 근성부터 고쳐주는 겁니다.”
지켜보자니 어째 불안 불안했다. 페자무트의 종이 멘탈로 저런 걸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다 다를까 곧 리치들이 소리를 쳤다.
“이 녀석, 또 우는 겁니다!”
“걸핏하면 우는 버릇은 나쁜 겁니다.”
“뚝! 그치는 겁니다. 우는 아이는 훌륭한 지옥의 대공이 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페자무트의 고생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았다. 자기가 자초한 거니 어쩌겠는가.
“이보게! 발러 동생!”
애타게 이쪽으로 구원을 요청해 왔지만 나는 슬쩍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곧 페자무트는 리치들에게 끌려가 지옥 어디론가 사라졌다.
“안 돼! 내가 청소부라니! 이럴 순 없어! 어흐흐흑!”
구성진 울음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슬슬, 돌아가 볼까.”
뒷일은 12리치들이 알아서 잘 해주겠지 싶어 물질계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음?”
그건 마법으로 차원을 넘어 전송된 사진과 메시지였다.
“와아!”
순간 사진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 너무나도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건 여신처럼 아름다운 한 여자가 아슬아슬한 팬티만 입고 있는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풍만한 젖가슴은 손으로 살짝 가렸는데 압력에 눌린 그 모양새가 극상의 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후배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보고 싶어. 기다리고 있을게.]사진의 주인공은 발푸르가 여신격이었다. 정확히 따지면 전직 여신격이다. 내 사기꾼 선배이기도 한 그녀는 지구로 가 평범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본 모습을 버리고 한국인이 된 그녀는 현재 18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걸그룹 <전생여신>의 멤버가 되어 그야말로 인기 폭발이었다.
과거 여신이었던 자들이 한국에서 인간으로 전생해서 결성한 걸그룹이란 컨셉이란다. 별난 컨셉이긴 한데 멤버 하나하나가 장난 아니라 대성공했다고. 발푸르가는 그 잘난 멤버 중에서도 명실상부한 간판이란다. 현재 그녀의 한국 이름은 윤가비.
사실 이런 인기에는 알게 모르게 이어진 지원이 있었단다. 여신격의 삶을 포기한 대신 인간으로 엄청난 성공을 보장받은 결과라고 했다. 물론 그건 어느 정도의 보장일 뿐이고 지금 수준까지 성공한 건 오롯이 그녀의 노력 덕분이다.
그렇게 오랜 휴식 끝에 시작한 첫 번째 삶인데, 특이하게 과거 나처럼 이전 기억은 지우지 않았다고. 나 같은 경우에는 지구로 튄 뒤에 완전히 기억을 삭제하고 인간으로 새로 태어났다. 그런 상실에 대해 지금까지 잘한 짓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발푸르가를 볼 때면 찝찝한 게 사실이다.
그녀는 과거의 날 알고 있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 모르니까.
“이제 결정을 내렸구나….”
과거 발푸르가와 길이 갈려 헤어진 이후 4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할 수 없었다. 내 쪽에서 먼저 연락 해보려고 했지만 지구의 신격들이 환생에 관한 정보는 보안이라 거절했기 때문이다.
물론 잘나가는 리켄티아투스의 대신격이다 보니 협조를 요청할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다 잊고 조용히 살고 싶어 하는 발푸르가의 의지를 존중해 찾지 않았다. 과거의 나도 그랬던 것 같지만 짐을 내려놓고 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그녀는 수도 없이 환생하며 지구에서 인간으로의 삶을 반복하겠지. 그래서 잊으려 했다. 언젠가 수천 년이 흐른 뒤에는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하면서.
하지만 뜻밖에 발푸르가가 자기 기억을 삭제하지 않은 거다. 거기서 나는 과거 한 번 거절당하긴 했지만 그녀를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는 건 신격으로 복귀할 충분한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보통 그런 경우는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이라는 휴가를 떠난 것이기에.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이쪽에서 집착하면 그녀가 오히려 도망쳐 버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당분간은 인간의 삶을 즐기게 해주자 5년 전에 처음으로 연락이 왔다.
[후배, 잘 지내고 있어?]그때 뛸 듯 기뻐서 심장이 쿵쿵 뛰더라. 왜냐하면 그녀가 자기 기억을 지우지도 않았고 여전히 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는 차분히 해나갔다. 걸그룹 준비를 하는 그녀는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었다. 다시 태어나 겨우 10대에 불과했으니까.
[춤과 노래를 동경해서 시작한 건데, 정말 장난 아냐. 우리 중 일부만 데뷔할 거라고 했어.]지구에서 새로 태어나 마땅히 연고도 없는 그녀인지라 연락할 곳도 없는 모양이었다. 따뜻한 대답을 보내줬더니 점차 내게 의지하게 됐다.
[나 데뷔가 확정됐어! 해냈어!] [드디어 첫 팬미팅이야! 잘하고 올게.] [공중파 1위야. 다 같이 울어버렸어.]차원을 건너는 마법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점점 서로의 일상이 됐다. 갈수록 감정적으로 끌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과거 그녀와 남녀관계였던 게 틀림없기에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남자 만나지 마.]어느 날 그런 메세지를 보내자 어째서인지 발푸르가가 무척 기뻐한 기색이었다. 글씨에 불과했지만 평소보다 말도 많고 흥분한 게 느껴졌다.
[왜? 왜 그럴까? 나한테 접근해 오는 남자도 많은데 하나 만나면 누가 싫어하는 건가? 조금 자세히 얘기해 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는데. 역시 누가 아직 날 못 잊나 보네. 헤헤헤.]뭐랄까, 메세지로도 푼수 같은 그녀의 성격이 느껴졌다.
[내가 싫어. 남자 만나면 리켄티아투스로 영원히 못 돌아올 줄 알아.]솔직히 대답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사진이 메세지와 같이 왔다. 탱크탑에 핫팬츠 차림으로 집에서 있을 때나 입는 옷 같았다. 새하얗고 야릇한 느낌의 여체였다. 동양인으로 변해 길고 검은 머리칼을 기른 모습도 처음 확인한 순간이었다. 여전히 여신답게 환상적인 미모였다.
[…나는 후배 말고 안겨본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게 싫다면 알겠어.]그 말에 나는 과거 그녀와 서로 연인이었음을 확신했다. 설마 후원해 주던 여신격과 로맨스에 빠진 건가. 의외로 과거의 이 몸은 능력이 좋았구나. 이번의 나는 완전 너드라서 여자관계는 쩔쩔맸는데 말이지.
[앞으로 종종 사진 보내.] [응, 알았어.] [야한 거일 수록 좋아.] [싫어.]말은 싫다고 해놓고 그 뒤로 아슬아슬한 사진이 주기적으로 도착했다. 한국인이 된 그녀도 참 아름다웠다. 발푸르가가 보내는 사진도 점점 과감해지고 야해졌다. 뜻하지 않게, 전직 여신의 여체로 가득한 비밀 컬렉션이 생겨버렸다.
[후배, 그러고 보니까 나 다시 처녀다. 새로 태어났으니까.] [그거 누구 줄 거야? 나 줄 거지?] [뭐래, 아무도 안 줄 거거든?]이런 야릇한 대화나 근황에 대한 걸 주로 떠들었다.
[요즘 재벌 3세 중 하나가 나한테 자꾸 들이대. 자기한테 시집오라고 하더라. 완전 웃겨.] [지구 망하는 꼴 보고 싶으면 시집가던가.] [후배는 완전 자기 맘대로네.]많은 대화가 오고가자 세월이 만든 우리 사이의 간극이 점점 좁혀졌다. 우린 생각보다 훨씬 잘 맞았다. 확실히 연인이나 그와 비슷한 관계였던 게 틀림없다. 결국 더 참을 수 없게 된 나는 확실히 말했다.
[보고 싶다.]직접 그리 말하자 어째서인지 발푸르가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와 만나면 자신의 평범한 인간의 삶이 헝클어질 걸 걱정하는 듯했다. 나는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했다.
[후배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보고 싶어. 기다리고 있을게.]그 뒤에 온 게 이 메세지다. 지금까지 보낸 것 중에 최고로 야한,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천조각으로 간신히 비부만 가리고 있는 사진과 함께.
“킁!”
갑자기 성대한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용기를 냈는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사진만으로 못 참는다. 그녀의 하얀 살결과 아름답게 굴곡진 몸을 실제로 두 눈에 담아야 직성이 풀릴 거 같다.
나는 일정을 좀 변경해서 지구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가서 과거의 일도 듣고 발푸르가를 아예 데려올 작정이었다. 가뜩이나 만신전에 인재가 부족하다. 게다가 그녀는 50년이나 휴가를 보냈지 않았나. 확 덮쳐서 기정사실로 만든 뒤에 데려와야지.
[예쁘게 하고 기다려.]잠시 뒤에 다시 메세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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