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hless Warrior RAW novel - Chapter 23
사방에 음습한 어둠이 깔리더니, 지옥에서 마귀가 울부짖는 것 같은 소음과 함께 해골들이 일어났다.
쿠에에에에!
언데드들은 검은 어둠을 사방에 뿌리며, 자신들의 죽음에 대한 원독을 터뜨렸다.
“분노하라! 너희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낸 존재들에 대해! 그리고 감사하라! 너희에게 복수의 기회를 준 내게!”
키에에에에!
해골들은 기성을 지르며 호응해 왔다. 나는 절대적인 충성을 바칠 해골들을 보면서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총 24마리로, 원래 20마리였으나 마법봉의 보조로 24마리가 소환됐다.
각자 생전에 쓰던 장창이나 화승총을 들고 있었는데, 시험 삼아 이들을 움직여 보았다.
“음, 역시…….”
예상하던 대로 움직임이 뻣뻣하고 자연스럽지 못했다. 아무래도 숙련1단계에 바로 소환할 수 있는 해골의 한계인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엔 데스나이트 같은 것도 부릴 수 있으니 차근차근 올라가는 수밖에.
일단 숙련1단계에서 소환 가능한 건 해골 말고도 좀비와 좀비견이 있었다. 좀비는 해골보다 내구력은 좋지만 둔하다. 그리고 좀비견은 전투력은 별로지만 다용도로 쓸모 있다.
그나저나 한 번에 얼마나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는지 궁금한 걸. 따로 설명이 없었으므로 한계까지 실험해 보기로 했다.
“병사로 온 죽음의 투사들이여, 그대들의 주인 앞에 진을 짜라!”
이번에는 좀비만 24마리를 불러냈다.
“그워워워-.”
영화에서 많이 보던 좀비들이 병사의 장비를 들고 기괴한 몸짓으로 흐느적, 흐느적거린다.
“윽!”
48마리가 되자 현기증이 나서 머리가 핑- 돌았다. 순간 앞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아직 숙련도가 낮아 48마리는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쥐어짜고 싶었다.
이 세계에서 승리하려면 독한 맘을 먹고 자기 자신을 갈아야 했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패배할 테니까.
“병사로 온 죽음의 투사들이여, 그대들의 주인 앞에 진을 짜라!”
구우우웅!
다시 검은 연기가 일대를 휘감자 이번에는 해골 14마리가 출현했다. 근처에 우연히 어떤 군인이 데려온 개의 사체가 하나 있어 좀비견도 한 마리 나왔다. 나는 녀석이 귀여워 보여서 샘이라고 이름 붙여 줬다.
낑낑!
어째서인지 좀 불쌍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근처의 뼈 하나를 주워서 던지자 신나게 쫓아가는 꼴이 귀여웠다. 이걸로 내 주위에는 60마리의 해골과 좀비가 드글드글했다.
주륵.
코피가 터져서 줄줄 흘렀다. 지금은 이 정도 숫자가 한계인 것 같다.
히이이잉!
그때 필리가 투레질을 하며 언데드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서 달래느라 혼이 났다.
“필리, 괜찮아. 저놈들은 널 해치지 않는다.”
나는 필리의 목덜미를 두드려 주면서 한 가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약탈자들이 보이지 않는 거지?
보통 전투가 끝나면 상대방의 장비나 물자에 대한 대규모 약탈이 이어진다. 여기서 다들 한밑천 챙기는데, 이렇게 하고도 여전히 건질만한 것들이 전장에는 널려 있다.
그래서 군대가 떠나고 2차 약탈이 이어진다. 부랑아나 지역 주민, 혹은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자들이 몰려든다.
한데 어째서인지 사람은 안 보이고,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없으면 사령술 연습을 하기야 편하지만 나는 이런 이레귤러한 상황을 별로 안 좋아한다.
오랜 경험에 미루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니까.
“흠….”
주변에 해골들을 뿌려 정찰이라도 해볼까 하던 그때, 쿵! 쿵! 소리가 나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릉지대 너머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헉!”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들고 있던 마법봉을 놓칠 뻔하다. 흉악한 얼굴을 내밀며 나타난 건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드래곤은 아니고 땅 드레이크라고 불리는 용의 아종 중 하나였다. 외형은 갈색 비늘로 뒤덮인 날개 없는 드래곤이라 보면 비슷했다. 덩치가 어마어마해서 몸무게만 해도 코끼리 10배까지 나가는 녀석이다.
진짜 드래곤과 다르게 멍청하고 마법도 못 쓰지만 저 탁월한 덩치와 단단한 비늘 덕에, 땅에서는 깡패로 통하는 놈이었다. 저놈이 한 번 지나가면 마을이고 뭐고 남아나질 않았다.
“시체를 먹으러 왔구나.”
이제야 왜 약탈자들이 안 보이는지 알겠다. 안 온 게 아니다. 쫓겨 가거나 모두 잡아먹힌 게 틀림없었다. 땅 드레이크의 입가는 피로 번들거렸다. 놈은 움직이는 것 모두 관심을 보이는 성격이라 내 언데드들에게도 탐욕스러운 눈빛을 빛냈다.
안 되겠다.
재빨리 언데드 군대에 명령을 내렸다.
“장창병! 장창 세워! 총병! 사격 준비!”
해골과 좀비들이 살아있던 때의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나는 재빨리 필리를 몰아서 뒤쪽으로 물러났다. 사령술사는 기본적으로 지휘통솔이다.
일단 해골과 좀비들로 그럴 듯한 방진을 구성할 수 있었는데, 언데드 조종은 처음이라 땅 드레이크랑 붙이면 대강 어떨지 감이 안 잡혔다.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피도 죽음도 없는 자의 새로운 스킬인 언데드 통솔을 얻습니다!>
오? 언데드를 상대로 지휘력을 발휘했더니 생긴 건가? 스킬을 읽어보니 내 지휘 하의 아군 언데드의 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일단 언데드 통솔의 숙련1단계라 효과는 이랬다.
<당신의 반경 100미터 안의 언데드는 생명력 +10%, 방어력 +10%, 공격속도 +5%를 얻습니다.>
끼에엑! 쿠에!
언데드 병사들이 뭔가 새로운 힘을 느끼고 흥분해서는 포효한다. 그들은 장창을 세우고 머스킷 총을 땅 드레이크에게 겨냥한다. 그 순간 땅 드레이크가 쿵쿵거리며 돌진해 왔다.
“총병 사격개시!”
타다다당! 타다당! 탕!
내 명에 총병들이 일제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땅 드레이크의 단단한 비늘에는 머스킷 탄이 전혀 안 먹혔다. 놈은 그대로 장창병을 들이받았다.
우지끈! 콰아아앙!
결과는 한 순간이었다. 장창의 나무봉이 모조리 꺾이며 해골들은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압도적인 재난 앞에 방진 따위는 무의미했다. 지켜보던 나는 넋이 나가버렸다.
“아아…….”
모든 게 내 눈에는 한없이 느려보였다. 허공에 무수한 뼈마디와 부서진 창대가 비산한다. 한 방에 몰살이었다.
길이 15미터에 코끼리 10배 몸무게를 가진 땅 드레이크는 덤프트럭이 갖다 박는 것보다 휠씬 위력적으로 가여운 내 언데드들을 박살냈다.
쿠아아앙!
삼단목 같은 두꺼운 꼬리가 일대를 때리자 그나마 남아있던 언데드 총병들까지 오체분시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깨갱-!
개가 울부짖는 소리에 쳐다보니 유일한 좀비견인 샘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안 돼! 샘!”
그게 나와 샘의 마지막이었다. 순식간에 부하들을 모두 잃었다.
부들부들.
이 증오스러운 땅 드레이크 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몸은 솔직했다. 가여운 샘이 파편이 되어 비산한 순간 박차를 가해 도망쳤던 것이다.
“이랴! 이랴!”
땅 드레이크는 단번에 나의 군세를 박살내고는, 근처에 주저앉아 시체들을 느긋하게 씹어 먹고 있었다.
우득, 오득, 오드득.
아주 맛있게 먹는다.
“저, 저! 망할 놈!”
언데드 소환 기술도 저 대자연의 분노 앞에선 소용이 없는 걸까? 그런데 그때 스탯창이 갱신된 게 보였다.
<언데드 소환 숙련2단계에 오르는 게 가능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오? 벌써 2단계네?
S등급 스킬부터는 경험치만으로 숙련도를 좌르륵- 편하게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 직접 사용해서 일정 조건을 달성해야만 한다. 그래서 S등급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스킬 포인트는 쓰지 않고 모아놓은 게 충분했다. 즉시 언데드 소환 숙련2단계를 눌렀다.
<축하드립니다! 언데드 소환 숙련2단계가 되셨습니다. 해골전사, 독좀비, 그림자를 소환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좋아. 새로운 언데드를 부릴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된 이상 저 땅 드레이크랑 다시 한 판 붙어볼 의욕이 생겼다. 나는 적당한 장소로 도망쳐서 언데드 소환을 시작했다. 전장은 넓고 시체는 사방에 많았다.
“병사로 온 죽음의 투사들이여, 그대들의 주인 앞에 진을 짜라!”
총 세 번을 강행했고 이번에는 쌍코피가 터졌다.
숙련2단계에 오르자 이번에는 총 70마리를 소환하는 게 가능했다. 더 강해진 언데드임에도 말이다.
해골전사는 1단계 때의 해골에 비해 민첩성과 힘이 크게 강화된 발전형이다. 또한 시체가 생전에 지녔던 기술도 상당히 따라할 수 있었다.
독좀비는 몸에서 독을 연기처럼 뿜어내는 강화판 좀비였다. 이 녀석은 인간 병사랑 싸울 때 달라붙게 해서 문지르기만 해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훌륭한 놈들이다.
그림자는 힘은 약하지만 들키지 않게 숨거나 누군가를 미행하고 정찰하는데 능하다. 또한 일정확률로 물리 공격을 무효화 하기 때문에 잘 죽지도 않았다.
“좋다! 나의 군세여! 가서 그놈의 땅 드레이크를 토벌하자!”
키에에엑! 쿠에에!.
상당히 해볼 만하다. 나는 70마리나 되는 언데드에 어깨에 절로 뽕이 차올라서 개선장군마냥 거들먹거리며 행진했다. 그리고 다시 땅 드레이크를 발견하자마자 외쳤다.
“죽여라!”
내가 명령에 땅 드레이크가 몸으로 대답해 왔다.
쿠아아아앙! 콰아아아! 쿠아아앙!
대지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울렸다. 성난 땅 드레이크가 머리로 땅을 찍는 소리였다. 무슨 거대한 철추가 떨어지는 것 같다.
“서, 설마… 저기 바닥의 하얀 부스러기가… 내 해골전사들인가?”
다들 가루가 돼버렸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명색이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자인데 오늘 피,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구나.
아군은 열심히 싸웠지만 유효타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중간에 해골전사 하나가 장창을 땅 드레이크의 비늘 사이에 찔러 넣어 피를 좀 나게 했는데, 오히려 성질만 돋워서 더 빨리 전멸했다. 나는 이번에도 부리나케 도망쳤다. 필리의 다리가 빨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흐…….”
이 지경이 되자 사는데 회의가 느껴졌다. 언데드 70마리면 강력한 전력이다. 그런데 그걸 다 인절미 콩가루처럼 날려먹었다. 속이 상해서 숨이 턱턱 막힌다.
“고, 고구마를 먹고 체한 기분이다. 사, 살려줘….”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다시 상태창을 보니 성과가 있었다.
<언데드 소환 숙련3단계에 오르는 게 가능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오기가 솟았다. 나는 즉각 숙련3단계를 찍었다.
<축하드립니다! 언데드 소환 숙련3단계가 되셨습니다. 구울 도살자, 언데드 스파이더, 고스트를 소환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벌써 3단계라니! 기쁘긴 한데 성장이 너무 빠르단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많이 소환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주먹으로 손바닥을 때렸다.
그렇다!
이건 엄청난 강적과 전투경험을 얻고 있기 때문에 숙련도가 급격히 오른 게 틀림없다. 저 강력한 땅 드레이크와 전투 자체가 귀한 경험이었다.
가만?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이거 최고의 수련 환경이 아니냐? 주변에는 시체가 넘치고, 타켓은 아무리 때려도 안 죽는다. 세상에 이보다 사령술을 수련하기 좋은 조건이 어디에 있을까.
그 순간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역시 원효대사님의 말씀이 맞았다. 모든 건 마음먹기 마련이었다.
저 땅 드레이크가 아니었다면 어찌 순식간에 숙련3단계 다다랐겠나? 나는 흡족해하며 언데드 소환을 준비했다. 어둠 수치가 부족했기에 마법지퍼에서 어둠의 크리스탈을 꺼냈다.
이것도 발푸르가 수녀회의 봉인지에서 가져온 다량의 물품 중 하나로, 어둠을 회복시켜주는 소모품이다.
빠직.
건틀렛으로 쥐어 부수자 시커먼 영기가 피어오르더니 내 입 안으로 빨려 들어온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넘치기 시작했다.
<어둠 수치가 +500 회복합니다.>
“널 꼭 죽여 버릴 거야. 땅 드레이크.”
앞서 전투는 허무하게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다. 구울 도살자는 정말로 강력한 전사다. 그리고 언데드 스파이더 역시 그 사악함으로 이름 높았다. 놈들은 입에서 강산성의 액체를 토하고 꼬리에선 강력한 거미줄을 뿜어낸다. 실로 다재다능하다.
마지막으로 고스트는 그림자가 더 강해진 버전이다. 물리 공격을 반절 이상 무효화 해버리는 데다가 특유의 냉기 데미지까지 입힌다.
이들 셋이 모이면 아주 강력한 조합이 될 터.
“병사로 온 죽음의 투사들이여, 그대들의 주인 앞에 진을 짜라!”
이번에는 100마리의 언데드들이 소환됐다.
구울 도살자가 50마리.
언데드 스파이더가 30마리.
고스트가 20마리였다.
“크하하하핫! 쿨럭!”
너무 무리를 했더니 입에서 피가 줄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누군가 내 이런 꼴을 보면, 피를 흘리면서도 광기에 찬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악의 챔피언이라고 두려워 할 것 같았다.
“가자! 얘들아!”
이번 리벤지는 자신 있었다. 검은 갑옷을 입은 나는 언데드 100마리를 이끌고 당당히 행진했다. 그야말로 백귀야행과도 같은 광경이구나.
놈들 잡을 수 있다면 천하의 영약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드레이크 하트다. 드래곤 하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힘을 흡수하면 마력이 껑충 뛰어오를 게 틀림없다. 탐욕이 가슴 속에 피어올랐다.
“좋아! 쳐라!”
땅 드레이크와 세 번째 전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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