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hless Warrior RAW novel - Chapter 230
리켄티아투스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아주 간단하며 중요한 이유 때문이다.
-어둠의 대군으로부터의 자유구역.
우주에서 제일 큰 영향을 끼치는 막강한 존재가 바로 어둠의 대군들이다. 아무리 튼튼하고 알찬 만신전이라고 해도 막후에 있는 그 존재들의 하수인에 불과하니까.
과거 제국의 자유도시처럼 일부 행성계는 자유를 누리고 있었지만 그건 언제고 손바닥을 뒤집는 것처럼 사라질 유예에 불과했다.
완벽한 안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하여 어둠의 대군을 제외한 모든 실력자는 항구적인 불안을 마음속에 안고 살아가야만 했다.
그런데 예외가 나타났다. 완벽한 자유와 안전이 있는 세계가.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덕분에 나는 연일 우주 곳곳에서 오는 사절을 맞이해야 했다.
“이것도 못할 짓이로군.”
피곤함에 지쳐 내뱉자 곁에 있던 달타냥이 대꾸했다.
“하지만 이 일은 큰 이득을 가져옵니다. 그나저나 방문하는 괴종족들의 언어를 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연기가 일품이시네요.”
“통역을 쓰는 게 좋아. 그래야 나중에 착각했다고 거짓말하기 수월하거든. 직접 알아들으면 빠져나갈 구석이 작아지지.”
“…역시 사기가 생활화됐군요. 제 주군은.”
달타냥과 침실에서 살을 섞으며 산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뻣뻣하고 귀여운 맛이 없다. 미연시로 따지면 공략이 아직 덜 된 느낌이랄까. 뭔가 그녀의 내면에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만 같았다.
“오빠라고 좀 불러봐.”
“차라리 제 엉덩이나 만지십시오.”
“…….”
최근에 달타냥이 날 오빠라고 불러주면 엄청 좋을 것 같아서 끈질기게 부탁 중인데, 들어줄 생각을 안 한다. 아무리 엉덩이가 예쁘다고 해도 저리 덤덤히 말하면 머쓱해서 손이 안 간다.
“평소처럼 제 엉덩이에 얼굴을 박고 싶은 생각이 없으시다면 어서 자세를 바르게 하시죠. 다음 방문자가 있습니다. 마르타르 별에서 왔다고 합니다.”
“마르타르인가. 호색한 놈들이 찾아왔군.”
마르타르는 우주에서 가장 번영하는 곳 가운데 하나로, 수많은 유곽이 밀집된 환락의 중심지다. 별 전체가 성(性)을 팔아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쾌락이 그 별에 있다고 한다.
“리켄티아투스에 금을 보관하고 싶다고 합니다. 최근에 주군의 뜻으로 개설한 은행이 연일 호황입니다.”
“검은돈을 감추고 싶은 놈들은 많으니까. 안전이 보장된다면 사방에서 몰려들 거로 생각했지.”
내가 만든 은행에는 꼭 금만 받는 건 아니다. 가치가 있는 건 모든 수용한다. 팔려온 아름다운 공주님도 벌써 몇이나 금고에서 보관 중이다.
“마르타르에서 발생한 많은 걸 보관할 테니, 대신 보관료를 낮추고 싶어 합니다.”
“실무적인 건 밑에 놈들이 처리하면 될 텐데.”
“그래서 실질적인 주인에게 눈도장 좀 찍고 싶은 것일 테지요. 그걸 위해 저쪽에서 말도 못하게 돈을 썼습니다. 한 번 만나주시지요.”
“네가 그리 말한다면 알겠어.”
달타냥은 신격에 오른 뒤에도 수많은 권세를 포기하고 내 비서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녀는 별다른 담당영역이 없는 준신격에 머물고 있지만 현재 처지에 만족한다고. 몇 년 전에 귀한 자리를 내리려했더니 오히려 반발하며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중이다.
“위대하고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마르타르에서 온 사절이 내게 허리를 숙인다. 정중한 태도였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반신의 국부가 강조된 본디지한 의상을 입은 근육질의 남성이라 안구에 상당한 무리를 줬다. 뭔가 딥 다크 판타지가 느껴졌다.
“어, 어서 오게.”
뭔가 접해선 안 되는 다크사이드에서 온 자 같아서 애써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그, 그래, 보관료를 협상하고 싶다고?”
“네, 그렇습니다. 위대하고 위대하신 분이시여.”
자세한 건 밑에 실무자들이 하는 거다. 그래서인지 그는 적당한 수준에서 얘기하고는 내게 선물을 가져왔다고 내밀었다.
“음?”
마르타르에서 준비한 것이니 분명히 성적인 물건이겠지. 아내들과 함께한 지 오래 되었지만 딱히 잠자리에서 장난감을 써본 적은 없다. 그래서 별로 흥미가 가진 않았지만 일단 가져온 성의가 있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행성에서 만든 최고의 명품입니다. 최고의 장인이 위대하고 위대하신 분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한 새것입니다.”
사절이 꺼낸 건 본디지한 느낌의 여성용 가죽 의상이었다. 가슴과 비부만 간신히 가리고 팔, 다리는 망사로 되어 있다. 그저 옷만 봤음에도 심히 야릇한 옷이었다. 가학성과 피학성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여성을 구속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의상이다.
그쪽에 무지한 내가 보기에도 최고의 장인이 만든 명품이란 점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옷의 기능을 떠나서도 대단히 에로스하고 아름다웠다.
“천박함과 고풍스러움을 함께 갖고 있군. 참으로 특이하구나.”
그 옷에서는 창기 같은 천함과 미의 여신 같은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지다니. 이런 엄한 분야의 물건조차 극에 달한 명품은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군.
“음?”
한데 아까부터 달타냥이 그 옷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성적인 일에 상당히 흥미가 약한 달타냥이기에 그런 태도가 재밌게 느껴졌다. 사절이 용건을 마치고 물러나자 나는 그 옷을 달타냥에게 내렸다.
“줄 테니까 가져.”
“네? 아, 아니! 저는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보더만. 필요 없으면 버리던가.”
달타냥은 이런 파렴치한 건 필요 없다고 항변했으나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비키니 같은 그 가죽옷을 챙겼다.
***
“곤란하네….”
일이 끝난 후 달타냥은 자신의 궁전에서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녀들을 모두 내보내고는 불안한 듯 서성인다. 그녀의 침대 위에는 몸의 중요 부위를 간신히 가리는 가죽옷이 놓여있었다. 살면서 이런 망측하고 야한 옷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더욱 곤란한 건 어째서 자신이 이런 야한 옷에서 눈을 떼지 못하냐였다. 보고 있으면 숨결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뛰었다. 살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아…!”
문뜩 거울을 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홍조가 잔뜩 오른 그 얼굴은 분명히 기억에 있는 것들이었다. 샤르티에, 칼리오네, 인자한 어머니 같은 여인들이 남편과 성교할 때 짓는 표정과 같았기 때문이다.
정숙함을 가장하면서도, 여인의 쾌락을 아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요염한 얼굴이었다. 달타냥은 자신과 인연이 없을 것 같은 표정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이러지….”
아까부터 가슴이 계속 뛴다. 성적인 기쁨은 그녀와 크게 인연이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남편에게 안기는 건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여자들을 보면 자신이 정말 제대로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모두 기품이 있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린 듯한 여신격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침대에서 짐승처럼 성애에 매달리는 걸 볼 때는 침착한 달타냥조차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숙함이란 가면을 벗어던진 그녀들의 잠자리는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하나 같이 서큐버스도 울고 갈 정도로 요망하고 색정적이었다. 남편이 원하면 어떤 부끄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고 즐겼다.
“흐음….”
달타냥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된다는 큰 기쁨은 있지만, 잠자리란 게 가랑이 사이에서 그렇게 조수를 뿜어내며 정신을 놔버릴 정도의 일이란 말인가. 어떤 때 보면 그녀들이 암퇘지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달타냥은 결코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뭐가 부족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아니, 부족한 건 없을 터. 남편은 우주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 가운데 하나니까. 그런 남자도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그래서 달타냥은 잠자리에 갈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하응.”
그런데 지금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야릇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달타냥은 저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격한 충동에 휩싸였다. 언제나 바른 생활을 해온 자신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마치 입기만 하면 타락해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잘 만들어진 가죽옷에 불과했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사로잡힐 것만 같았다.
꿀꺽.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 그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스르륵.
단추가 풀어지고 그녀의 온기가 아직 묻어있는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곧 새하얗고 조각상 같은 그녀의 나신이 드러났다. 화려한 전신 거울에 여신격이 눈부신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백합처럼 깨끗한 이 몸은 그녀의 자랑이기도 했다.
한데 이런 몸에 저런 검은 가죽옷을 입는다는 건, 뭔가 해서 안 되는 일 같았다. 하얀 캔버스 위에 음탕한 물감을 칠하는 기분이랄까. 달타냥은 점점 심장이 거세가 뛰었고 설명하기 힘든 배덕감을 느꼈다. 그리고 결국 가죽옷을 입었다.
“아!”
거울에는 백합처럼 깨끗한 여신격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서큐버스퀸을 떠올리는 듯한 요염하고, 요망하기 짝이 없는 미녀가 색기를 풀풀 흘리고 있었다. 달타냥은 평생 이렇게 야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저 거울 속에 인물이 자신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눈가에는 색기가 가득하고 몸 곳곳에서 야릇한 기운을 잔뜩 흘려내고 있었다. 옷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다니!
“으읏.”
달타냥은 어쩐지 가랑이 사이가 애가 타고 저린 기분이 들었다. 어서 남편을 만나고 싶었다. 늘 덤덤한 편인 자신이 갑자기 이리 애달프게 그가 보고 싶을지는 몰랐다.
“하아, 하아, 하아.”
어쩐지 숨결이 거세져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곧 그녀의 섬섬옥수가 자신의 은밀한 곳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달타냥!”
찾아온 이는 그녀의 남편인 발러슈테드였다. 애초에 그녀의 방문을 맘대로 벌컥벌컥 열 수 있는 이는 우주에 저 남자 하나밖에 없었다. 언제나 그의 방문을 즐겁게 맞곤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윽!”
깜짝 놀란 달타냥은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놀란 발러슈테드가 들어오던 자세 그대로 굳은 것이다.
“…입어본 거야?”
“아, 아닙니다! 그냥 호기심이에요! 이건 호기심이라고요!”
달타냥은 황급히 부인하고 옷을 벗으려고 했다. 남편 앞에서 이런 옷을 입고 있느니 알몸이 훨씬 낫겠다 싶었다. 어차피 수만 번도 더 보여준 속살이니까.
하지만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철컥.
옷의 금속으로 된 연결 부위에 갑자기 자물쇠가 채워진 것이다.
“주군?”
이 가죽옷은 구속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다. 그것을 위해 자물쇠를 채울 수 있는 부위가 존재했다. 발러슈테드가 그곳에 바로 자물쇠를 걸어버렸다. 이미 그의 얼굴도 어떤 열망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달타냥. 자물쇠를 풀지 못하면 그 옷은 벗을 수 없어.”
“네? 주군. 내일부터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옷을 입고 어찌! 어서 풀어주십시오!”
여신격이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다가는 추문도 이런 추문이 없다. 달타냥은 당황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
옷에 자물쇠를 채운 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아니, 달타냥이 저 옷에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설마 입을 거라고도 생각 못했다. 볼 일이 있어 찾아왔는데 웬 서큐버스퀸 같은 존재가 있어 내심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러다 곧 그녀의 정체가 달타냥이란 걸 알았을 때 하반신에 참을 수 없을 만큼 힘이 바짝 들어갔다.
수도 없이 안았던 아내에게 저런 요염함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난생처음 보는 여자 같아 흥분됐다. 이미 내 머릿속에선 그녀를 침대에 쓰러뜨려 옷을 거칠게 찢고 있었다. 콧김이 절로 거세졌다.
“앗! 이런! 주군! 잠시만!”
달타냥은 당황했는지 의복을 벗으려는 듯 허둥댔고 나는 바로 움직였다. 저 옷의 연결 부위에는 친절하게 고리가 달려있었다. 나는 월영검법의 묘예를 응용해 찰나의 순간 달타냥을 자물쇠로 제압했다. 총 세 개였다.
찰칵. 찰칵. 찰칵.
“주, 주군?”
당황한 달타냥이 어쩔 줄 몰라할 때 나는 그녀의 턱을 살짝 잡았다.
“달타냥. 이 자물쇠는 대신격의 힘으로 만든 물건이다. 나 외에는 열 수 없단 소리지.”
“흐윽! 어서 풀어주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리고 있었다. 이런 달타냥은 처음이었기에 가슴이 마구 뛰었다. 살짝 눈가가 젖어 어쩔 바를 모르는 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풀어줄 수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게 무엇인가요?”
“부탁을 하나 들어줄 때마다 하나씩 풀어주지.”
“그런!”
달타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나는 잠깐 후환이 두려웠지만 기호지세였다. 이미 그녀에게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제정신을 찾고 달타냥이 화내기 전에 더욱 몰아붙여야 한다.
“우선 강아지 플레이부터다.”
“강아지 플레이?”
나는 다짜고짜 그녀에게 개목거리를 채웠다. 의자에 앉은 뒤 왼손으로 목줄을 당겼다.
“꺄앗.”
달타냥이 가녀린 목소리를 내며 딸려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 여자가 이렇게 연약할 리가 없는데 개목걸이를 채우니 갑자기 변해버렸다. 점점 흥미가 셈 솟기 시작했다.
“먼저 멍멍이라고 짖어봐. 그리고 손.”
강아지처럼 손을 올리라고 손바닥을 내밀자 달타냥은 수치로 얼굴이 벌겋게 변했다. 그리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자존심 강한 여자에겐 참을 수 없는 모욕이겠지. 하지만 오늘의 그녀는 달랐다. 달타냥은 결국 내 손바닥 위에 자신의 주먹 쥔 손을 올려놓았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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