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0)
10화
큰 뿔 하이에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사냥한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암컷으로 수컷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 사자처럼 목엔 갈기마저 가지고 있다.
앞발부터 어깨까지의 높이만 무려 이 미터가 넘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는 오 미터에 달하는 괴물이다.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에 달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우두머리 암컷이 낳은 새끼들이다.
모계 중심의 혈족 사회인 것이다.
당연히 모든 큰 뿔 하이에나들이 우두머리 암컷의 명령에 절대복종했다.
큰 뿔 하이에나는 야행성이다.
뜨겁게 달궈진 사막에서 생존하려다 보니 자연 밤에 움직이게 된 것이다.
쿠워어어!
큰 뿔 하이에나들이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었다.
엄청난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놈들답게 두려움도 없고, 조심성도 없다.
대규모 물량 공세 앞에서 어지간한 마수나 각성자 따윈 순식간에 쓸려 나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큰 뿔 하이에나들은 덩치 큰 데이오든을 목표로 삼았지만, 일부는 제온에게 달려왔다.
“제기랄!”
제온이 급히 샌드 블라스터를 펼쳤다.
슈우욱!
고압으로 날아간 모래는 선두의 큰 뿔 하이에나 머리를 박살 냈다. 바로 앞에서 동료가 죽어 나감에도 큰 뿔 하이에나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챠앗!”
제온은 연달아 샌드 블라스터를 날렸다.
샌드 블러스터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 방에 한 마리씩 확실히 보냈다.
문제는 그렇게 한 마리씩 죽이기엔 큰 뿔 하이에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 마리씩 죽이는 것으론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제온은 샌드 블라스터를 날리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하나론 안 돼. 최소 다섯 개 이상 날려야 해. 그래야 얼추 균형을 맞출 수 있어.’
문제는 마나였다.
마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샌드 블라스터를 많이 날려야 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고민할 것도, 망설일 여유도 없었다.
제온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사막에서 모래 다섯 줄기가 떠올라 큰 뿔 하이에나들에게 날아갔다.
깨개갱!
비명과 함께 다섯 마리의 큰 뿔 하이에나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모두 머리에 동전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샌드 블라스터 하나를 다섯 개로 나눴다.
마나를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대신 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섯 개로 나뉜 샌드 블라스터를 가늘게 응축시켰다.
그래서 큰 뿔 하이에나의 머리가 터져 나간 것이 아니라 구멍이 뚫린 것이다.
처음이 어려웠지, 두 번째부터는 쉬워졌다.
이미 개척한 길을 따라 걸으면 됐기 때문이다.
쉬쉬쉭!
연이어 샌드 블라스터가 발출됐다.
한 번에 다섯 개의 샌드 블라스터가 큰 뿔 하이에나 다섯 마리의 머리에 구멍을 뚫었다.
간당간당하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제야 데이오든을 볼 여유가 생겼다.
데이오든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제온이 눈을 크게 치떴다.
“미친!”
“흐흐흐! 더, 더…….”
데이오든은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크레이온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이미 백 마리가 넘는 큰 뿔 하이에나들이 죽어 있었다.
제온처럼 특별한 스킬을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크레이온을 휘두르고, 또 휘두를 뿐이었다.
그때마다 서너 마리의 큰 뿔 하이에나들이 썰려 나갔다.
피가 튀고, 살점이 날아다녔다.
그렇지 않아도 사막의 붉은 모래가 핏빛으로 물들었다.
콰악!
간혹 큰 뿔 하이에나가 데이오든의 팔뚝이나 종아리 등을 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빨은 데이오든의 살을 파고들지 못했다.
데이오든의 육체는 강철보다 단단했다.
오히려 큰 뿔 하이에나의 이빨이 부서졌다.
“흐흐! 간지럽구나.”
데이오든은 자신의 허벅지를 물고 있는 큰 뿔 하이에나의 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꽉 쥐었다.
퍼석!
단단한 큰 뿔 하이에나의 두개골이 과자처럼 부서졌다.
손에 잡힌 큰 뿔 하이에나를 다른 큰 뿔 하이에나들에게 던졌다.
깨앵!
컹!
큰 뿔 하이에나들이 한데 뒤엉켜 바닥을 나뒹굴었다.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꺾이고, 배가 터져 내장이 흘러나왔다.
데이오든은 광기에 차서 큰 뿔 하이에나를 도륙했다.
그 어떤 큰 뿔 하이에나도 감히 데이오든에 맞서 싸울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켜보기만 했던 우두머리 암컷이 나섰다.
우두머리 암컷의 전신엔 푸른 역장이 어려 있었다.
최소 B급 이상에 마법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파지직!
우두머리 암컷의 머리에 달린 뿔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마법계 중에서도 뇌전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것 같았다.
번쩍!
순간 뿔에서 뇌전이 발사됐다.
공간을 가른 뇌전은 순식간에 데이오든 앞에 도착했다.
“흐흐!”
데이오든은 마치 파리를 낚아채듯이 손을 휘둘러 뇌전을 낚아챘다.
밤하늘을 밝게 물들이던 뇌전은 그의 손바닥 안에서 소멸했다.
그제야 강렬한 위기감이 우두머리 암컷을 엄습했다.
이제까지 그들이 사냥했던 어떤 상대와도 차원이 다른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우우!
우두머리 암컷이 포효해 퇴각을 명령했다.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상대로 발악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었다.
이미 무리 절반이 쓸려 나갔다.
더 이상 죽었다가는 무리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우두머리 암컷의 판단은 매우 적절했다.
문제는 데이오든이 큰 뿔 하이에나 무리를 보내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 뒈져랏!”
쉬리릭!
데이오든이 크레이온을 던졌다.
크레이온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걸리는 모든 것을 베어 넘겼다.
큰 뿔 하이에나들의 구슬픈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목불인견의 참상에 제온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데이오든의 행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팟!
데이오든이 사막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수많은 큰 뿔 하이에나들을 도륙한 크레이온이 데이오든에게 날아왔다.
크레이온을 잡은 데이오든이 그대로 우두머리 암컷에게 내리꽂혔다.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는 데이오든.
그 위력 역시 유성이 대지를 강타하는 것만큼 엄청났다.
콰쾅!
쿠웨에엑!
우두머리 암컷의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일대의 모래가 터져 나갔다.
잠시 후 파도처럼 일어났던 모래들이 가라앉고 전경이 드러났다.
우두머리 암컷은 형체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짓이겨져 있었다. 온전한 것은 머리에 달려 있던 큰 뿔밖에 없었다.
데이오든은 우두머리 암컷의 사체를 밟고 서 있었다.
그렇게 격렬한 전투를 치렀는데도, 데이오든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개운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제온은 얼어붙고 말았다.
감히 숨소리 하나 크게 내지 못했다.
데이오든의 강대함에 압도당하고 만 것이다.
‘진짜 사람이 맞는 건가? 특별히 스킬을 쓴 것 같지 않은 것 같은데.’
각성하면 고유의 스킬을 터득하게 된다.
각성자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고유의 스킬을 펼칠 때였다.
당연히 우두머리 암컷처럼 강대한 마수를 상대로 스킬을 펼치는 것이 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데이오든은 그런 상식을 송두리째 부정했다.
그 어떤 스킬도 쓰지 않고 본신의 힘으로만 우두머리 암컷을 압사시킨 것이다.
제온은 전율했다.
인간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네오 서울의 그 어떤 각성자도 본신의 힘만으로 이런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데이오든이 고개를 돌려 제온을 바라봤다.
“흐흐! 용케 살아남았구나.”
“…….”
제온은 감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데이오든은 피식 웃은 뒤 암컷 우두머리의 뿔을 수거했다.
“큰 뿔 하이에나의 뿔은 단단해서 쓸모가 많지. 뇌전 특성까지 가지고 있으니 잘만 다듬으면 좋은 무기가 되겠어.”
그는 잠시 뿔을 바라보다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에 들려 있던 뿔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공간? 무투계가 아니라 마법계라고?’
제온이 경악했다.
지금까지 데이오든이 보여 준 모습은 무투계의 전투 방식이었다. 그런 그가 극소수의 마법계 각성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아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의 상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이미 크레이온이라는 무기를 가진 데이오든에게 또 다른 무기가 필요한지 말이다. 하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데이오든은 크레이온을 집어넣고, 대신 조그만 검을 꺼냈다.
그는 제온에게도 단검을 하나 던져 주며 말했다.
“이제부터 네놈이 먹을 것은 스스로 마련해라.”
“네?”
“큰 뿔 하이에나의 근육 대부분엔 독성이 있다. 유일한 예외가 옆구리 살이다. 이곳엔 독성이 없어서 말려 먹을 만하지.”
슥슥!
그는 능숙하게 큰 뿔 하이에나의 옆구리 살 일부분을 도려냈다.
양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겨우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제온은 그가 도려내는 부위를 눈여겨보다 따라 했다.
경험상 데이오든이 이 이상 설명해 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눈치껏 따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먹은 육포가 사실은 마수 고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마수를 사냥해 육포를 만들었구나.’
딱히 거부감은 없었다.
가뜩이나 먹을 것이 부족한 빈민가에서 자랐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먹는다. 그편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온은 요령껏 데이오든을 따라 했다.
데이오든은 딱 며칠 먹을 정도만 고기를 잘라 냈다.
떨어지면 또 사냥하면 되기 때문이다.
제온은 달랐다.
그는 데이오든처럼 강하지 않기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고기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했다.
제온은 거의 서른 점의 고기를 확보했다.
더 잘라 내고 싶어도 보관할 곳이 없어 이쯤에서 멈췄다.
제온은 웃옷을 벗어 고기를 감쌌다. 그리고 보따리처럼 만들어 등에 짊어졌다.
“큿! 제법 머리를 굴리는구나.”
데이오든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한 이틀 혹독하게 굴렸다고 제법 머리를 쓴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진짜 쓸 만해지려면 한참을 더 굴려야 했다.
그것도 매우 가혹하게 말이다.
데이오든이 말했다.
“다 챙겼으면 그만 가자. 다른 놈들이 피 냄새 맡고 오기 전에…….”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다.
귀찮으니까 떠나려는 것이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데이오든의 뒤를 따랐다.
그 역시 피비린내가 가득한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해가 뜨고 있었다.
햇볕 아래 드러난 참상은 더 참혹했다.
벌써 시체 냄새를 맡은 날짐승들이 창공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마수들이 모여들어 만찬을 즐길 것이다.
그것이 사막의 법칙이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고, 죽은 자는 다른 짐승의 먹이가 된다.
그 어떤 존재도 이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제온은 데이오든을 따라다니면서 그런 사막의 법칙을 하나씩 체득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데이오든은 제온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앞서 나갔다.
제온은 그를 따라잡기 위해 모래 걸음을 펼쳤다.
간밤에 마나를 많이 소비했기에 모래 걸음을 펼치는 것이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마나가 예상외로 많이 남아 있었고, 운용하는 것이 한결 매끄러웠다.
‘간밤의 전투 때문이구나.’
사생결단의 각오로 전투를 벌인 경험과 한계까지 몰아친 마나 운용이 더해져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낸 것이 분명했다.
‘나는 강해졌다. 앞으로도 더 강해질 것이다.’
제온은 앞서 걸어가는 데이오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데리고 다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분명 자신은 강해질 것이다.
살아남기만 한다면 말이다.
제온은 부지런히 그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