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제온은 사막의 강자였다.
사막에서 제온은 두려울 것이 하나 없었다.
모래 위를 활보하는 마수들도, 지하에 서식하는 정체 모를 괴물도 그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메가시티는 제온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 줬다.
네오 서울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은 제온에게 절대 넘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었다.
저 장벽만 넘으면 새로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겐 저 거대한 문을 통과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신기루처럼 느껴지던 네오 서울이었다.
그런 네오 서울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나기 직전 비몽사몽할 때 기분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이내 정신을 수습했다.
“나도 감성적이 됐군.”
제온이 피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직접 본 네오 서울은 거대했다.
밖에서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다.
거리는 마치 바둑판처럼 곧게 뻗어 있었고, 블록마다 높은 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거리엔 크고 작은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었고, 각양각색의 표지판과 현란한 전광판이 시야를 어지럽혔다.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목적지를 잃고 헤매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제온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맨디와 김상식을 통해 네오 서울의 지리에 대해 파악했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은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시청이 있는 중앙 구역과 동서남북, 네 구역으로 구성된 것이다.
시청이 있는 중앙 구역이야말로 네오 서울의 중심이었다.
네오 서울의 모든 길은 바로 이 중앙 구역으로 향했고, 반대로 중앙 구역에서부터 각 구역으로 거미줄처럼 뻗어 나갔다.
각 구역에 정해진 경계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암묵적으로 이곳은 북 구역, 혹은 남 구역,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었다.
제온이 향한 곳은 바로 중앙 구역과 동 구역의 경계 지역이었다.
아파트들이 밀집한 이곳은 주로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었다.
아파트는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주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한정된 땅에 서민들을 가장 많이 몰아넣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빈민가의 건물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았지만, 편의성이나 보안, 쾌적성에서 감히 비교할 수 없이 월등했다.
“이곳이군.”
제온은 높이 솟아 있는 아파트 중 하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거기, 멈춰라.”
하지만 채 정문을 통과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막아섰다.
아파트를 지키는 가드였다.
가드는 개인 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마수나 각성자 들을 상대로는 별 소용이 없지만, 일반인들에겐 위압감을 주기 충분했다.
각 아파트나 공공장소엔 이렇게 가드가 상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엄격하게 출입자들을 관리했다.
가드가 제온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곳엔 무슨 용건이냐?”
“사람을 만나러 왔습니다.”
“누구?”
“맨디 시스테인. 이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사전에 약속되어 있나?”
“아니오.”
“그럼 들어갈 수 없다.”
“연락해 줄 수는 없습니까?”
제온의 말에 가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안에서 직접 연락이 오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들여보낼 수는 없다.”
“저는 그녀의 지인입니다. 연락하면 분명 들어오라고 할 겁니다.”
“흥!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드가 콧방귀를 꼈다.
한눈에 봐도 제온을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아파트에서 가드의 권력은 꽤 큰 편이었다.
안전을 책임지는 가드가 허락하지 않으면 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온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아파트 초입에서부터 난관을 만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드를 제압하고 들어가자면 못할 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되면 주위의 이목을 끌게 된다.
“쯧!”
제온이 혀를 차며 주위를 둘러볼 때였다.
콰아앙!
갑자기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순간 가드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씨발! 또야?”
“무슨 말입니까? 또라뇨?”
“몰라? 구역 전쟁이잖아.”
제온의 물음에 가드가 화를 냈다.
“구역 전쟁? 구역끼리 전쟁을 한단 말입니까?”
“씨발! 몰라서 물어? 이곳에선 매일 일어나는 일인데.”
“흠!”
제온의 눈빛이 깊이 가라앉았다.
솔직히 빈민가에서 보는 네오 서울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이곳에선 어떤 분쟁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빈민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인간들 간의 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만 분쟁이 허용되는 곳은 동서남북, 네 구역뿐이다.
그 어떤 세력, 인간에게도 시청이 있는 중앙 구역에서의 분란은 용납하지 않는다.
중앙 구역에서 문제가 터지면 그 즉시 시청 직속의 각성자들이 출동해 제압한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시장 직속의 처형 부대가 움직인다.
처형 부대가 움직이는 순간 네오 서울엔 피바람이 분다.
제아무리 각 구역의 지배자라고 해도 처형 부대를 무시할 수 없다.
처형 부대는 최소 A급에서 S급 각성자로 이뤄져 있고, 각자 엄청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각 구역의 지배자들마저도 처형 부대를 꺼림칙하게 여겼다.
콰쾅!
다시 한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늘 높이 치솟은 화염은 네오 서울의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그런데 이번 폭발은 조금 전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일어났다.
가드가 긴장 어린 눈빛으로 폭발이 일어난 곳을 바라봤다.
“씨발! 이러다가 이곳까지 싸움에 휘말리는 것 아냐?”
외부의 위협을 막으라고 존재하는 가드였지만, 각성자들의 싸움을 막을 능력 따윈 없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다.
쾅!
“크악!”
“켁! 이 미친년이……. 도망가!”
뒤이어 사람들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란이 사그라 들었다.
“끝난…… 건가?”
가드가 총을 잡았던 손에 힘을 풀며 중얼거렸다.
그의 전신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에이! 개새끼들 때문에 이게 뭐야?”
투덜거리는 음성과 함께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머리와 어깨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걸어오는 여자의 손에는 큰 창이 들려 있었다.
여자가 창의 손잡이 부분을 만지자 창신이 접혀 들어가면서 단봉으로 변했다.
여자는 단봉을 허리 뒤쪽에 찬 후 몸에 묻은 피를 손으로 슥슥 닦아 냈다.
“더럽게 찝찝하네. 목욕부터 해야지.”
그녀는 투덜거리면서 제온과 가드가 서 있는 아파트 입구로 다가왔다.
제온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오랜만이네요.”
“누구? 엉! 당신이 왜 이곳에?”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온을 바라봤다.
제온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맨디! 아니, 엘로이인가요?”
“와! 씨발. 진짜네. 헛것을 본 게 아니야.”
“엘로이군요. 조금 전 싸움은 역시 당신이 한 거군요.”
“아! 엘프 새끼들하고 충돌이 있어서. 그보다 당신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온 거야?”
“당신 만나려고 왔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고.”
엘로이가 제온을 데리고 아파트 입구로 향했다.
꿀꺽!
그 모습을 본 가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이 제온을 막은 것을 엘로이가 알면 어떤 화를 당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엘로이는 강해 보였다.
저 야성미 넘치는 눈빛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박력, 그리고 전신을 붉게 물들이는 피 칠갑까지 일개 가드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위압적이었다.
그때 제온이 가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긴장 풀어요.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네? 넷!”
“들어가도 되죠?”
“물론입니다.”
가드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온은 싱긋 웃으며 그를 지나쳤다.
엘로이가 제온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뇨.”
“흥! 그래?”
“그보다 엘프하고 싸웠다고 했습니까?”
“어! 요즘 들어 이것들이 문제를 조금씩 일으키네.”
“북 구역이 문제인 겁니까?”
“몰라! 아이스 퀸이 방치하는 건지, 아니면 그녀의 통제 밖에 있는 놈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들어 유독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야.”
엘프를 언급할 때 엘로이의 눈은 매섭게 빛났다.
엘프들을 향한 그녀의 증오심은 여전했다.
딸깍!
“여기가 내 집이야!”
그녀가 집 문을 열며 말했다.
엘로이의 집은 제온의 집만 했다.
집 안은 흔한 장식품 없이 단출했다.
딱 필요한 가구와 가전만 존재해서 삭막하게 느껴졌다.
“볼품없죠?”
순간 엘로이의 말투가 바뀌었다.
조금 전과 다른 인격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제온은 놀라지 않았다.
“맨디인가요?”
“네!”
“불쑥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건가요?”
“부탁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제온의 정중한 말에 맨디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파악한 제온은 결코 누군가에 함부로 부탁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탁할 게 뭔가요?”
“타지크라는 자에 대해 알아봐 줘요.”
“타지크? 사람 이름인가요?”
“네!”
“다른 건요?”
“현재로서는 이름밖에 아는 게 없어요.”
“음!”
맨디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오 서울에 거주하는 자만 이천만 명이 넘었다.
그중에서 타지크라는 자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일반인이라면 말이다.
맨디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네오 서울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슈퍼바이저로 활동하는 그녀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중앙 구역 데이터 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알았어요. 한번 알아볼게요.”
“정말요? 고마워요.”
“저도 빚을 졌으니까요.”
제온이 아니었으면 사막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빚을 갚는 것이 차라리 마음 편했다.
“정보를 알아내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그가 중요하거나 위험한 인물이라면 시청에 정보가 올라와 있을 테니까요.”
“그래요?”
“늦어도 내일 오후까지는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이곳에 머무르세요.”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죠. 근처에 머물 만한 곳 있나요?”
“북쪽으로 두 블록 위에 제법 큰 호텔이 있어요. 지하에 있는 카지노에만 가지 않으면 그런대로 머물 만할 거예요.”
“카지노? 그런 것도 있나요?”
“먹고살 만한 인간들이 주로 찾죠. 그러다 패가망신하구요. 그러니까 애초 들어가지 않는 게 제일 좋아요.”
“알았어요. 그럼 전 호텔에 머물 테니까 알아내는 대로 연락하세요.”
“네!”
제온은 맨디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는 맨디가 알려 준 호텔로 향했다.
북쪽으로 두 블록 올라가자 건물 자체가 강화 유리로 되어 있는 아름다운 빌딩이 나타났다.
맨디가 말한 호텔이었다.
제온은 호텔로 들어갔다.
호텔 로비엔 많은 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호텔 지하에 카지노가 있으니 방문객이 꽤 많은 것이다.
제온이 사람들을 헤치고 프론트를 향할 때였다.
“응?”
제온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바로 앞에서 걸어오는 각성자 무리가 그의 시선을 끈 것이다.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등에 짊어진 중년 남자, 뒤를 따르는 시니컬한 표정의 남자와 푸른 머리 여자, 그리고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거인.
제온은 그들을 한눈에 알아봤다.
‘세상 참 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