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무, 물!”
타지크는 극심한 갈증에 시달렸다.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았는데,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미친 듯한 목마름이 그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한 것이다.
자신이 왜 이런 목마름을 느끼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의 사고가 이미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오직 하나.
지금 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물을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네오 서울에서 손쉽게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물은 아주 귀한 자원이었기에 건물 안에서만 공급되는 것이다.
“물, 물!”
정신없이 물을 찾아 헤매던 타지크는 가까스로 조금 전에 나온 화학 염료 공장을 떠올렸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화학 염료 공장으로 달려갔다.
“뭐 놓고 가셨습니까?”
염료 공장 경비를 서던 각성자들이 눈이 벌게진 채 돌아온 타지크에 놀랐다.
“비켜!”
타지크는 그들을 거칠게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도꼭지가 보이자 그는 정신없이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하지만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이, 이게 아냐.”
타지크가 기껏 마신 물을 토했다.
물에 섞인 각종 화학 물질이 역겨웠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에 순수한 물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물이 귀했기에 재활용을 하기 위해 각종 화학 물질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이질적인 맛들이 타지크를 괴롭게 만들었다.
“크아아! 물, 순수한 물이 필요해.”
타지크가 괴성을 질렀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물이 많은데 또 물을 찾으시다니…….”
각성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평소 냉철하고 정돈된 모습만 보여 주던 타지크의 기행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씨발! 비켜.”
타지크가 그들을 밀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네오 서울을 둘러보던 그는 곧 남동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새벽에 미친 듯이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광인을 연상케 했다.
“저 새끼는 뭐야?”
“저게 뭐 하는 짓이야?”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타지크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들의 시선이나 목소리 따윈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순수한 물을 마시는 것뿐이었다.
한참을 달려 타지크가 도착한 곳은 바로 사막으로 나가는 문이었다.
그가 경비를 서고 있던 각성자들에게 소리쳤다.
“문 열어!”
“멈추십시오.”
“지금은 문 열 시간이 아닙니다.”
각성자들이 타지크의 명령을 거부했다.
네오 서울에서 사막으로 직접 나가는 문은 엄격하게 관리됐다.
사전에 통보받지 않은 자에겐 문이 열리지도 않을뿐더러 나가는 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지금처럼 새벽 이른 시간에 통보도 하지 않고 사막으로 나가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씨발! 문 열라고.”
그 순간 타지크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피의 엘레나를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각성자들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고 상처를 입었다.
쾅!
순식간에 각성자들을 쓰러트린 타지크가 개폐 장치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커다란 문이 열렸다.
“안 돼!”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각성자들이 소리쳤지만, 그때는 타지크가 이미 빠져나간 후였다.
경비대장이 소리쳤다.
“비상벨 울리고, 추적대 편성해 놈을 잡아들여.”
“옛!”
곧 비상벨이 일대에 울려 퍼지고, 추적대가 편성됐다.
추적대는 몇 날 며칠을 사막을 헤맨 끝에 타지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들이 타지크를 발견한 곳은 네오 서울로부터 무려 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었다.
“제기랄!”
“우욱!”
타지크를 찾아낸 각성자들이 얼굴을 찡그렸다.
타지크는 마치 미라처럼 삐쩍 말라붙은 채 숨이 끊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태양과 달궈진 모래 때문에 부패가 일어나진 않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갈증에 시달렸는지 타지크는 손으로 목을 부여잡고 있었고, 혀와 눈이 툭 불거져 나와 있었다.
“미친! 물을 마시려고 이 먼 곳까지 나왔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추격대는 타지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추격대장이 웅성거리는 부하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 잡담할 때야? 어서 시신 수습해 네오 서울로 돌아간다.”
그때였다.
쿠르르!
갑자기 발아래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추격대장의 안색이 싹 변했다.
“새, 샌드웜이다.”
“씨발! 어서 피해.”
“빨리 차에 타.”
추격대는 감히 타지크의 시신을 수습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차에 올라탔다.
차가 현장을 떠나자마자 샌드웜의 거대한 혀가 모래 속에서 튀어나왔다. 혀는 타지크의 시신을 휘어 감은 후 다시 모래 속으로 사라졌다.
다행히 샌드웜은 타지크의 시신 하나로 만족했는지 차량을 쫓아오지 않았다.
추격대장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제기랄!”
***
샤오룬의 눈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타지크가 미쳐 날뛰었고, 물을 찾아 네오 서울 밖으로 나갔다 이 말인가?”
“네!”
“네오 서울에서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말라 죽었고, 또 시체는 샌드웜의 먹이가 됐다?”
“네!”
“완벽하군. 기획해도 이보다 완벽하지는 않겠어.”
“죄송합니다.”
타지크처럼 검은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 타지크처럼 샤오룬이 믿고 부리는 심복 중 하나였다.
그의 이름은 판청천.
백여 년 전 서울에 온 중국계 유학생을 조부로 뒀다.
그의 조부는 중국 고유 무술을 익힌 고수였는데, 그의 공부는 판청천에게 고스란히 이어져 무투계 능력과 결합됐다.
가공할 육체 능력과 무술이 합쳐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타지크가 계속 물을 찾았다고?”
“네! 목격자가 꽤 있으니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목격자가 많은가?”
“거리에 있던 행인들, 화학 염료 공장을 지키던 각성자들, 그리고 사막으로 나가는 문을 지키던 자들까지 적어도 수십 명이 넘습니다.”
“그럼 틀림없는 사실이겠군.”
샤오룬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팼다.
그가 아는 타지크는 항상 계획대로 움직이는 자였다.
자신의 계획에서 벗어난 일은 절대 행하지 않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단정한 옷차림, 절제된 행동거지, 냉철한 이성.
하지만 그 무엇도 이번에 타지크가 보여 준 추태와 어울리지 않았다.
이런 행동은 타지크와 어울리지 않았다.
“분명 타지크를 그렇게 만든 무언가가 있을 거야. 알아냈나?”
“죄송합니다.”
“쯧! 감시 카메라를 없앤 게 독이 됐나?”
원래 시청에선 네오 서울 전역에 감시 카메라를 깔았다.
각성자들의 범죄를 막겠다는 핑계로 말이다.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시킨 것은 샤오룬을 비롯한 각 지역의 패자들이었다.
감시 카메라가 멀쩡하면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시장 진금호에게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은밀하게 무력화를 시도했고,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
중요하지 않은 지역의 카메라는 살려 뒀지만, 자신들의 사업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지역은 없애 버렸다.
일종의 음영 지역이 많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타지크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판청천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게 있습니다만.”
“뭐냐?”
“제온이라는 이름 기억하십니까?”
“제온? 고란과 악어들을 처리한 놈 말이냐?”
“예! 놈이 네오 서울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래?”
샤오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타지크가 추태를 부렸을 때 놈도 네오 서울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지크와 접촉했나?”
“그건 아닙니다. 타지크가 미쳐 물을 찾을 때 놈은 호텔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호텔 직원이 음식을 갖다주며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까 분명 놈이 직접 손은 쓴 것은 아닙니다.”
“다른 세력을 동원했을 가능성은?”
“네오 서울에 있는 동안 직접 접촉한 이는 맨디라는 슈퍼 바이저뿐이었습니다. 그녀의 동선 또한 타지크와 겹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의심이 간다?”
“어쨌거나 타지크에게 해를 가할 만한 동기가 있는 자는 그밖에 없으니까요.”
판청천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샤오룬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뺨을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증거는 하나 없고, 추측뿐이라는 거군.”
“네!”
“우습게 됐군. 놈이 진짜 범인이라면 우리가 무능한 거고, 아니더라도 우리가 무능한 거고. 어느 쪽이든 무능한 거네.”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게 뭐 있느냐? 네가 벌인 일도 아닌데.”
“어떡할까요? 놈을 잡아 올까요?”
“지금 놈은 어디 있느냐?”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기다가 오늘 빈민가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샤오룬이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 말았다.
네오 서울이라면 모르지만, 빈민가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도 악어처럼 밑바닥 인생들을 부려 써먹었었다.
그나마 빈민가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이가 타지크였는데 그가 죽었으니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어쩔 수 없군. 일단은 놈을 내버려 두거라.”
“하지만…….”
“어차피 아무 증거도 없지 않으냐?”
“그건 그렇습니다.”
“타지크가 관리하던 업장부터 수습하거라. 한순간에 책임자를 잃어 어수선할 테니까.”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판청천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샤오룬이 말없이 손을 젓자 그가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샤오룬이 시청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제온이라. 재밌는 놈이 시궁창에 도사리고 있었군.”
***
제온은 네오 서울의 정문을 돌아봤다.
거대한 정문은 외부의 그 어떤 침입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제온은 슬쩍 미소 지으며 빈민가로 향했다.
타지크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며칠을 더 호텔에 머물렀다.
그냥 방 안에만 있으면 의심을 받기에 일부러 카지노에서 살았다.
다행히 도박에 재능이 있었는지 적잖은 돈을 땄다.
덕분에 그의 주머니는 꽤 풍족한 상태였다.
“유령 연가시 하나를 그렇게 쓴 것이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적잖은 소득을 얻었으니 손해 본 것만은 아니지.”
샤오룬 정도의 거물이라면 타지크의 죽음에 자신이 관계되었을 거라고 분명 추측할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접촉도 없었고, 알리바이도 확실히 만들어 뒀으니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제온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샤오룬 같은 거물이 움직이려면 그만한 명분이 필요했다.
명분 없이 전력을 움직이면 북부와 동부, 서부가 긴장하게 된다.
어쩌면 시청이 움직일 수도 있었다.
샤오룬은 절대 그런 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제온이 샤오룬이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였다.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어느새 빈민가에 도착했다.
익숙한 거리 풍경이 나타나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네오 서울과 달리 잘 구획된 거리도 없고, 화려한 조명, 세련된 건물도 없었다.
개미굴처럼 복잡하고 지저분한 거리, 숨 쉴 틈 하나 없이 빡빡하게 들어선 조악한 건물들. 그리고 바람결에 실려 오는 퀴퀴한 냄새.
심지어 그의 집은 무려 십팔 층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어느 것 하나 네오 서울에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제온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집에 도착한 제온이 문을 열었다.
그러자 뾰로통한 얼굴의 브리엘이 그를 맞이했다.
“늦었네.”
“바빠서.”
“그래서 일은 다 끝났어?”
“일단은……,”
제온이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