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퍼엉!
조그만 솥 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브리엘은 조심스럽게 솥 안을 들여다봤다.
마녀의 솥이라고 불리는 아이템이었다.
브리엘이 도깨비 시장에서 어렵게 구한 물건으로 무려 성공 확률을 이십 프로나 높여 주는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기대가 컸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솥 안에는 황금빛 액체 대신 시꺼먼 죽 같은 물체가 담겨 있었다.
브리엘이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절규했다.
“으아아! 또 실패라니. 말도 안 돼! 이십 프로나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데 왜 실패한 거야. 이 사기꾼 새끼! 분명 내게 가짜를 판 거야. 그렇지 않고서는 실패할 이유가 없잖아.”
한참이나 발광하던 브리엘이 씩씩거리며 고깔모자를 썼다.
자신에게 마녀의 솥을 판 상인을 찾아가려는 것이다.
“야압!”
브리엘은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리던 그녀의 몸을 바람이 불어와 부드럽게 안아 줬다.
덕분에 브리엘은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브리엘은 곧바로 도깨비 시장으로 향했다.
하루에 한 번씩 꼭 가다 보니 이젠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었다.
도깨비 시장에 들어간 브리엘은 마녀의 솥을 판 가게로 들어갔다.
“이 사기꾼 영감아!”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VIP 숙녀 아니신가?”
화를 내는 브리엘을 딸기코 영감이 맞아 줬다.
그가 바로 이 상점의 주인인 코윈이었다.
코윈은 도깨비 시장의 터줏대감 중 한 명으로, 오랫동안 수많은 아이템을 수집해 왔다.
마녀의 솥도 그렇게 수집한 물건 중 하나였다.
브리엘이 소리쳤다.
“마녀의 솥을 사용했는데 실패했잖아. 그거 가짜지?”
“연금술이 실패해서 화가 났구나. 우리 꼬마 아가씨!”
“내게 가짜를 판 거지?”
“자 자, 화내지 말고 이리 앉아. 원래 연금술을 하다 보면 실패가 다반사잖아.”
“우이씨! 이십 프로나 성공 확률을 높여 준다고 해서 샀는데.”
“확률적으로는 그렇지만, 어떻게 단번에 성공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거야.”
“실패가 어떻게 엄마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허허!”
코윈은 마치 친손녀 보듯 따뜻한 표정과 눈빛으로 브리엘을 봤다.
그의 눈빛에 브리엘은 화가 조금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여기 앉아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해. 그럼 마음이 편해질 거야.”
“누가 코코아 마시러 온 줄 알아?”
“알지! 따지러 온 거. 그래도 코코아 한잔하고 따져.”
코윈은 브리엘의 말도 듣지 않고 코코아를 탔다.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냄새에 브리엘이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자, 마셔 봐! 이번에 네오 서울에서 들여온 놈이라 꽤 맛있을 거야.”
“칫!”
브리엘이 코를 찡그리면서 코코아 잔을 받았다.
코윈은 따스한 미소를 지은 채 코코아를 마시는 브리엘을 바라봤다.
어느새 기분이 풀렸는지 브리엘은 발을 까닥거리며 코코아를 마셨다.
“맛있니?”
“응!”
“갈 때 조금 싸 줄 테니까 가져가.”
“응!”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마녀의 솥이 가짜라는 생각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
그건 핑계에 불과했다.
이곳에 오면 코윈이 항상 따뜻한 코코아를 내줬다.
빈민가에서 오직 이곳에서만 코코아를 마실 수 있었다.
코윈이 물었다.
“제온은?”
“아직 안 돌아왔어.”
“저런! 심심하겠구나.”
“괜찮아! 연금술 연구하면 되니까.”
“걱정되진 않고?”
“응! 제온이 무사하다는 것을 아니까.”
브리엘이 확신에 찬 음성으로 대답했다.
영혼의 맹약을 하면서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됐다.
제온은 모르겠지만, 하이 엘프인 브리엘은 제온의 상태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대단하구나. 우리 VIP 아가씨!”
“훗!”
브리엘의 콧대가 하늘 높이 치솟는 것을 보면서도 코윈은 미소 지었다.
코윈은 가족이 없었다.
수십 년 전 아들 가족을 마수들에게 잃은 후 이제까지 혼자 지내 왔다. 그런 그에게 가끔씩 찾아오는 브리엘을 보는 것은 굉장히 큰 기쁨이었다.
그래서 귀하디귀한 마녀의 솥도 헐값에 브리엘에게 넘겼다. 그리고 지금 또 무엇을 챙겨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코윈이 브리엘에게 말했다.
“이것도 줄까?”
***
“흥! 흥!”
브리엘은 콧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걸었다.
코윈에게 귀한 재료 몇 가지를 받아 기분이 좋았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브리엘은 세상에 이유 없는 공짜는 없다고 믿었기에 값을 치렀다. 다만 할인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날 뿐이다.
브리엘이 중얼거렸다.
‘이젠 나도 아공간을 열 수 있게 됐어.’
아공간을 열 수 있는 마법계 각성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같은 등급이라도 어떤 이들은 열 수 있고, 또 어떤 이들은 평생을 가도 열지 못한다. 대부분의 마법계 각성자는 후자에 속해 있었다.
다행히 브리엘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공간을 열 수 있었다.
브리엘의 아공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겨우 작은 방 정도.
하지만 브리엘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각종 시약과 귀한 재료들을 모조리 아공간에 보관했다. 그러고도 여유가 남아 코윈에게 받은 재료들도 수납했다.
이제 집에 돌아가 다시 연금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절로 고조됐다. 하지만 그녀의 기쁨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꼬마.”
기분 나쁜 목소리에 브리엘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골목길에서 질이 안 좋아 보이는 사내들이 손짓하고 있었다.
“나?”
“그래! 꼬마야. 이리 좀 오지 않으련?”
“내가 왜?”
“씨발! 말 많네. 오빠들이 네 얼굴 좀 보고 싶어서 그래.”
사내들이 불량스럽게 말했다.
브리엘은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못 보던 인간들이네. 다른 구역에서 넘어왔나 봐?”
“아! 씨발년! 진짜 말 많네. 그래, 오빠들은 오늘 신촌에 처음 왔다.”
“아! 그렇구나.”
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촌에 있는 각성자나 남자 들은 절대 브리엘을 건들지 않는다.
그녀의 보호자가 제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신촌의 지배자인 이튼도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절대 브리엘을 건들지 못하게 말이다.
그 때문에 브리엘이 위험한 빈민가를 홀로 걸어도 누구도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남자들이 브리엘을 품평했다.
“저거 조금만 꾸미면 비싸게 팔 수 있겠는데?”
“씨발! 저 빌어먹을 고깔모자만 벗기면 쓸 만하겠어.”
“팔기 전에 우리가 먼저…… 어때?”
남자들이 눈빛을 교환했다.
그들은 다른 구역에서 넘어온 각성자들이었다.
전부 F급이었지만, 그래도 일반인들에 비할 수 없는 강함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구역을 바꿔 가면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이번 타깃은 브리엘이었다.
저렇게 어리고 여리여리한 소녀를 좋아하는 구매층들이 꽤 있다. 그들에게 브리엘을 넘기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스릉!
“좋게 말할 때 이리 와라. 이 칼로 얼굴을 확 그어 버리기 전에.”
각성자 중 하나가 검을 뽑으며 협박했다.
딴에는 무서운 표정을 짓는다고 했지만, 브리엘에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비록 연금술에 특화되긴 했지만, 다른 마법도 꽤 사용할 줄 알았다. 저런 피라미들은 그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아!”
브리엘이 한숨을 내쉬며 마법을 펼치려 할 때였다.
“비켜라! 길 막지 말고.”
갑자기 남자들의 뒤쪽에서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뭐야?”
“씨발! 어떤 개새끼가…….”
남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뒤돌아봤다. 그러자 골목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정체 모를 마수의 가죽으로 만든 무스탕 코트를 입고 있었다.
무스탕 코트 깃 쪽에는 엄청난 양의 퍼가 달려 남자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실제로도 남자는 꽤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에 황금을 연상시키는 노란 눈동자, 그리고 오른쪽 뺨을 가로지르는 큰 흉터가 남자를 신비하면서도 위압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노란 눈동자의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비키라고.”
“이 개새끼가 누구한테…….”
“조져!”
“죽엇!”
남자들이 발끈해 노란 눈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어느새 각자의 무기가 들려 있었다.
모두 무투계 각성자답게 순식간에 남자에게 접근해 급소에 쑤셔 넣었다.
그들의 무기가 남자의 몸에 파고들려는 순간이었다.
남자의 눈에 흉포한 빛이 어렸다.
“버러지들 따위가…….”
번쩍!
순간 남자의 몸에서 엄청난 밝기의 뇌전이 명멸했다.
강력한 뇌전은 순식간에 공격하던 남자들의 전신을 강타했다.
“크아악!”
“아악!”
“으드드!”
비명을 마지막으로 남자들의 전신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탔다.
골목에 살이 타는 냄새가 퍼져 나갔다.
기분 나쁜 냄새에도 브리엘은 인상을 쓰지 못했다.
남자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엔 긴장의 빛이 역력했다.
‘강자다.’
마법계 중에서도 흔치 않은 뇌전계.
그중에서도 고위 등급 각성자다.
모든 마법계 중에서도 뇌전계의 파괴력은 두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엄청나다.
문제는 파괴력이 엄청난 대신 범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 출력으로 발동해도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것이 뇌전과 화염 계열 스킬이었다.
그 때문에 뇌전이나 화염 계열 스킬을 펼친 곳은 초토화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금 골목길은 그을린 곳 하나 없었다.
정확하게 남자를 공격하던 이들만 숯덩이로 변한 것이다.
딱 사람을 죽일 만큼만 뇌전을 뽑아냈다.
그것이 파괴력을 높이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을 브리엘은 알고 있었다.
남자가 숯덩이로 변한 시체들을 보며 말했다.
“역시 빈민가답게 쓰레기가 도처에 널려 있군. 이래서 이쪽에는 오지 않으려 했는데 말이야.”
마치 빈민가에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더러운 오물들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남자가 브리엘을 바라봤다.
“보통 이럴 때는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지 않나?”
“흥!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았거든.”
“너도 각성자다 이거냐?”
“최소한 저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에게서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
“그럼 내가 괜히 나섰군. 그래도 내 딴에는 호의로 도와준 건데 말이야.”
“뭐, 그래도 도움은 조금 됐어. 내 손을 더럽히지 않았으니까. 그건 고마워!”
“엘프치곤 그래도 예의를 아는구나.”
“엘프? 어떻게 안 거야?”
브리엘이 뒤로 훌쩍 물러나며 남자를 경계했다.
그녀가 엘프라는 사실을 아는 인간은 제온과 레빈뿐이다.
그 외엔 모두 그녀가 인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남자가 그녀가 엘프라는 사실을 꿰뚫어 봤다.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특유의 향기를 뿌리는데 어떻게 모를까? 뭐, 썩은 내가 조금 섞여 있긴 하지만, 그래도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지.”
남자의 황금빛 눈동자는 브리엘을 꿰뚫어 볼 듯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강렬한 눈빛 앞에서 브리엘은 마치 알몸으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브리엘이 양손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말했다.
“당신 누구야?”
“그렇게 경계할 것 없다. 꼬마 엘프! 네가 목적이었다면 넌 이미 죽어 있을 테니까.”
“누구냐니까!”
“내 이름은 이지령이다.”
“이지령?”
“제온은 어디에 있나?”
남자, 이지령이 브리엘에게 다가왔다.
브리엘은 공포 어린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바로 등 뒤에서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