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브리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뒤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제온과 레빈이 보였다.
“제온! 레빈!”
“이리 와!”
제온의 손짓에 브리엘이 재빨리 그의 뒤로 숨었다.
레빈이 물었다.
“괜찮아?”
“응! 레빈은 어딘가 달라졌네.”
“그래?”
“확실히!”
브리엘의 확신에 찬 대답에 레빈이 말없이 웃기만 했다.
이대로 계속 잡담하고 싶었지만, 이지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그럴 수 없었다.
‘씨발!’
레빈이 이를 악물었다.
예전이었다면 눈앞에 있는 남자의 강함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C급이 되자 보는 눈이 달라졌고,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게 됐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각성자를 판별하는 눈이었다.
레빈의 눈에 비친 이지령은 괴물이었다.
같은 뇌전 계열 공격 스킬을 쓰기에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지령은 자신보다 훨씬 거칠고 포악한 마나를 품고 있었다. 당연히 스킬의 위력도 강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같은 등급이었어도 자신은 이지령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이 그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레빈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브리엘에게 말했다.
“일단 뒤로 물러나 있자.”
“응!”
이지령은 두 사람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제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쪽이 제온이라고?”
“네!”
“너, 나 알지?”
“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드디어 만났군.”
이지령이 씨익 웃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의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광기 가득했다.
반면 그를 보는 제온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지령.
마법계, 그중에서도 파괴력에서는 일이 위를 다툰다는 뇌전 계열 각성자.
그리고 팔 년 전 제온이 죽인 남자의 형이다.
제온의 마정석을 탐해 침입했다가 오히려 목숨을 잃은 남자. 잘못은 그가 했는데, 도주는 제온이 해야 했다.
눈앞의 남자 이지령이 동생의 복수를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제온은 빈민가를 떠나 마정석 광산으로 도주했고, 팔 년이란 세월을 사막에서 보내야 했다.
제온이 이지령에게 물었다.
“동생의 복수를 하러 온 겁니까?”
“일단 누군가 부추기기는 하더군. 네가 네오 서울에 들어와 있다고 알려 주면서.”
“그런가요?”
“그래서 내 눈으로 보러 왔지. 그저 그런 놈이면 대가리를 뽑아 버리려고. 그런데…….”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군. 너, 강하구나.”
이지령의 망막에 새하얀 빛이 명멸했다.
눈 안에서 뇌전이 번쩍이는 것이다.
제온은 그런 이지령의 눈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가 알기로 이지령의 등급은 B급이었다.
하지만 직접 본 이지령의 등급은 그보다 높아 보였다.
‘그새 등급이 오른 건가? 하긴 팔 년이면 적은 세월은 아니지.’
제온 자신도 최하 등급인 F급에서 지금의 등급이 됐다.
데이오든이라는 조력자와 모래술사라는 사기 직업 때문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빠르게 오른 것이지만 말이다.
빠지직!
이지령의 전신에 뇌전이 명멸했다.
레빈과 달리 순백색의 순수한 뇌전이었다.
하지만 제온은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태연히 말했다.
“여기서 싸우면 일대가 무너질 겁니다. 밖으로 나가죠.”
“그런 타입이었나?”
“네?”
“주위 사람들 피해받을까 전전긍긍하는 타입?”
“그렇게까지 착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럼 위선인가?”
“그보다는 내 집 앞이 망가지는 것이 싫은 거죠.”
“이따위 빈민가에 무슨 정이 있다고 그러는 거지?”
“그래도 일단은 내가 사는 곳이니까요.”
“이상한 놈이군.”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제온의 태연한 대답에 이지령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변했다.
자신을 앞에 두고 저렇게 긴장감 없는 표정과 말을 하는 이는 제온이 처음이었다.
이지령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따라와라. 도망가면 네 집까지 모두 부숴 버리겠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온이 담담히 말하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때 브리엘이 제온을 불렀다.
“제온!”
“레빈과 함께 집에 돌아가 있어.”
“하지만…….”
“금방 돌아갈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는 브리엘에게 미소를 보여 준 후 제온이 이지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지령은 어느새 빈민가를 벗어나 사막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거침없이 모래 위를 걸었다.
네오 서울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야 그는 멈춰 섰다.
이지령이 뒤돌아서 제온을 바라봤다.
“이쯤이면 되겠지?”
“생각보다 멀리 나왔네요.”
“네오 서울 근처에서 싸우면 늙은이들 눈에 띄어서 말이지.”
“늙은이들?”
“알고 있잖아. 진금호, 샤오룬 같은 늙은이들.”
“네오 서울의 권력자들 말이군요.”
“그래! 네오 서울 근처에서 싸우면 필연적으로 그들의 신경을 끌 수밖에 없거든. 너도 그걸 원하진 않겠지.”
“그들이 무서운가 보군요.”
“무섭다기보다는 귀찮은 거지. 늙은이들이 괜히 이것저것 다 참견하거든.”
이지령의 말속엔 권력자들을 향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
네오 서울의 권력자들은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했다.
그 때문에 항상 젊은 각성자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지령은 그런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젊고 강했다.
지금은 네오 서울의 권력자들이 더 강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훨씬 강해질 거라고 자신했다.
문제는 세력이었다.
이미 네오 서울의 기반 시설을 완벽하게 장악한 권력자들에 비해 그의 세력은 볼품없었다.
물론 볼품없다는 것도 진금호나 샤오룬 같은 거물에 비해서였다.
실제로는 무시 못 할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페가수스 공략대.
총인원 삼백 명에 달하는 각성자 집단이었다.
공략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길드 성향이 강했다.
공략대가 각성자로 이뤄진 순수 무력 집단이라면, 길드는 그 외에도 여러 지원을 하는 이들이 얽혀 있었다.
그 때문에 길드가 세력이 더 크고 방대했다.
번쩍!
순간 이지령의 전신에서 순백의 뇌전이 명멸했다.
뇌전을 방출한 것이다.
강렬한 뇌전에 일대의 모래가 새까맣게 탔다.
이지령이 뇌전을 온몸에 두른 채 말했다.
“어디 살아남아서 네가 쓸모 있음을 증명해 봐라.”
순간 강렬한 뇌전이 제온에게 쏘아졌다.
뇌전 다발 하나가 사람 몸통보다 더 굵었다.
이지령의 스킬 중 하나인 라이트닝 스피어였다.
격중당하면 전신이 폭죽처럼 터져 나가며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때 제온이 주먹을 가볍게 휘둘러 파이어 미사일을 펼쳤다.
콰콰콰쾅!
수십 개의 파이어 미사일은 라이트닝 스피어와 격돌하며 폭발했다.
허공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과 뇌전의 향연.
그 속에서 두 사람이 움직였다.
이지령은 연신 뇌전 계열 스킬을 펼쳤다.
“이것도 받아 봐라.”
뇌전이 칼날 형상을 한 채 제온에게 쏟아졌다.
이지령의 주력 스킬 중 하나인 라이트닝 블레이드였다.
그에 맞서 제온은 가장 즐겨 사용하는 파이어 레인을 펼쳤다.
불비와 전기의 칼날이 격돌하며 폭발했다.
쾅!
사방으로 불똥이 튀고 뇌전 다발이 튕겨 나갔다.
모래가 불타고 튀겨졌다.
모든 마법계 스킬 중 가장 위력이 강하다는 뇌전계와 화염계의 격돌이었다.
사막이 뒤집히고, 폭발한 모래 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리고 모래비가 내렸다.
두 사람은 모래비를 맞으며 스킬을 펼쳤다.
그러다 문득 이지령이 말했다.
“너, 화염 계열이 아니구나.”
“무슨 말입니까? 뜬금없이.”
“네가 펼치는 화염 스킬들은 살아 있지 않아. 그저 입력해놓은 대로 출력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
“…….”
“내 말 맞지? 이건 네 본연의 스킬이 아니라 아이템 같은 것의 도움을 받는 거지?”
이지령의 감각은 무서우리만큼 날카로웠다.
그런 이지령을 보며 제온이 생각했다.
‘쭉정이가 아니었군.’
지금까지 그 어떤 상대도 제온의 화염 스킬이 아이템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사실을 눈치챈 것만으로도 이지령이 얼마나 대단한 각성자인지 알 수 있었다.
이지령은 제온이 각성하기 전부터 수많은 던전들을 들어가 사투를 벌이고, 또 마수들을 사냥했다.
그렇게 수많은 경험을 했기에 감각이 누구보다 예민하다.
남들은 그냥 지나칠 약간의 위화감도 놓치지 않고 감지한다.
등급이 높다고 모든 각성자가 강한 것은 아니다.
진짜 강한 각성자는 사투 속에 자신의 스킬을 갈고닦은 자들이다.
그런 자들은 당장은 등급이 낮을지 몰라도, 언젠가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간다.
이지령도 그런 각성자다.
이 시대에 그리 많지 않은 진짜배기 각성자.
이지령이 말했다.
“뭐가 두려워 진짜 스킬을 꼭꼭 숨겨 두고 있는 거지?”
“두렵기보다는 귀찮기 때문이죠.”
“그 정도 자신감은 있다는 건가? 어디 한번 내게 보여 봐라.”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온의 눈빛과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제부터가 진짜군.’
이지령은 흥분으로 어깨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다른 각성자와 싸우면서 이 정도로 강한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빠지지직!
그의 몸에 두르고 있던 뇌전이 점점 범위를 넓혀 갔다.
십 미터, 이십 미터, 삼십 미터까지 범위가 늘어났다.
그를 중심으로 삼십 미터 반경 안에 뇌전의 비가 내렸다.
이지령이 완벽하게 장악한 공간.
그를 위한 공간 라이트닝 필드였다.
이렇게 무작정 뇌전을 방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소모되지만, 이지령에겐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었다.
어느새 제온도 라이트닝 필드 안에 들어와 있었다.
몸 주위에서 무섭게 번쩍이는 뇌전 다발에도 제온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유난히 크고 굵은 뇌전 한 줄기가 그대로 제온에게 내리꽂혔다.
제온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뇌전에 강타당했다.
일반적인 각성자였다면 이번 공격에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지령은 제온이 일반적인 각성자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 정도로 상처 입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제온은 그을린 곳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제온의 주위엔 새까맣게 탄 모래 벽이 세워져 있었다.
뇌전에 격중 직전 모래 벽을 세워 막은 것이다.
이지령이 눈을 크게 떴다.
“모래로 벽을 만들었어? 설마 너 모래……술사냐?”
“네!”
“말도 안 돼!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있더라구요. 그런 능력이…….”
제온의 주위로 모래가 용솟음하듯 휘돌아 올랐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제온 주위를 회전하는 모래 폭풍에 이지령의 얼굴이 굳었다.
“진짜였군. 진짜 모래술사가 있었어.”
그의 전신에 소름이 올라왔다.
세상에 수많은 각성자가 존재하는 만큼 어쩌면 모래술사가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실제로 모래술사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지령이 손을 내밀었다.
“너, 내 밑으로 들어와라. 우리 함께 손잡고 네오 서울을 지배하자.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그 누구도 우릴 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각성한 그 순간부터 네오 서울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꿈을 꿨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금방 목표에 도달할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금 네오 서울을 장악하고 있는 각성자들은 그보다 강했고, 방대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현재 이지령이 구축한 세력으로는 그들의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제온이라면, 모래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모래술사가 함께한다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내 손을 잡아라, 제온!”
“거절하죠. 남자의 손을 잡는 취미 따윈 없어서…….”
모래술사는 야심가의 제안을 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