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18)
118화
마정석 광산은 네오 서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 시설이었다.
광산에서 마정석 공급이 끊기면 당장 네오 서울의 모든 시설들이 멈춘다.
마수에게서 마정석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극도로 위험한 데다가 모든 마수가 마정석을 품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수 수십 마리를 죽여도 나오는 마정석은 겨우 한두 개에 불과했다. 효율이 너무 좋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많은 물량을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마정석 광산이 유일했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에선 마정석 광산을 특히 신경 써서 관리했다.
각성자들을 보내 마정석 광산 일대에 서식하는 마수들과 돌발 발생하는 던전들을 토벌해 위험 요소를 하나라도 줄였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네오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안전한 곳이 마정석 광산이라는 웃지 못할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씨발! 더럽게 덥네.”
금발에 불량스러운 인상의 남자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남자의 이름은 로간.
네오 서울에서 파견 나온 각성자였다.
무투계 C급 각성자로 주무기는 커다란 대검이었다.
그의 등 뒤로 두 대의 버기카에 나눠 탄 십여 명의 각성자들이 보였다.
그들 모두 로간이 이끄는 각성자들이었다.
“오늘은 큰 뿔 하이에나 한 마리 보이지 않네.”
“그놈들 서식지가 점점 남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야?”
“다른 팀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팀원들이 심각한 표정이 됐다.
큰 뿔 하이에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사냥한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암컷으로 수컷보다 훨씬 크고 강하다. 사자처럼 목엔 갈기마저 가지고 있다.
앞발부터 어깨까지의 높이만 무려 이 미터가 넘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길이는 오 미터에 달하는 괴물이다.
적게는 수십 마리, 많게는 수백 마리에 달하는 무리를 지어 생활한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우두머리 암컷이 나은 새끼들이다.
모계 중심의 혈족 사회인 것이다.
당연히 모든 큰 뿔 하이에나들이 우두머리 암컷의 명령에 절대복종했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다지 강하지 않다. 하지만 수십, 수백 마리가 뭉쳐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두머리 암컷의 지휘 아래 수십, 수백 배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큰 뿔 하이에나 무리였다.
예전에는 마정석 광산에서 꽤 먼 곳에서 주로 발견되었는데, 요즘은 마정석 광산 근처에서도 한두 마리씩 출몰하고 있었다.
일종의 정찰대가 분명했다.
“정찰대가 보인다는 것은 멀지 않은 곳에 본진이 있다는 건데. 머지않아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수도 있겠어.”
“으으! 나는 큰 뿔 하이에나나 화염 늑대처럼 무리 짓는 놈들이 싫더라. 하나하나 다 상대하다 보면 진이 빠져서…….”
각성자들이 벌써부터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로간은 그런 수하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도 그들과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강한 개체 하나를 상대하는 게 낫지, 큰 뿔 하이에나처럼 무리 지어 다니는 놈들을 일일이 상대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게 된다.
간혹 무리 속에 고립이라도 되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기에 대부분의 각성자들이 큰 뿔 하이에나를 꺼린다.
로간도 큰 뿔 하이에나 무리에 고립되어 악전고투한 경험이 있었다. 그 때문에 큰 뿔 하이에나 무리가 남하하고 있다는 소문이 달갑지 않았다.
“진짜 큰 뿔 하이에나 무리가 마정석 광산 근처로 서식지를 옮긴 거라면 우리만으로는 상대하기 힘들어. 마정석 광산에 출장 나온 각성자들 전부를 동원해야지.”
“그래야지, 대장! 우리만 괜히 독박 쓸 수는 없잖아.”
“고통은 나눠야지. 크크!”
로간의 말에 수하들이 웃었다.
그때 로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시야에 엄청난 양의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광경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로간이 소리쳤다.
“모두 잡담 그만두고 전투 준비해.”
저 정도 먼지구름을 피워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대규모 무리이거나, 덩치가 큰 마수가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씨발! 진짜 큰 뿔 하이에나 무리는 아니겠지?”
“설마?”
각성자들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어렸다.
그들은 버기카를 먼지구름이 피어나는 방향으로 몰면서 전투태세를 갖췄다.
먼지구름이 가까워질수록 각성자들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마침내 먼지구름이 근접했을 때 누군가의 입에서 맥 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저게…… 뭐야?”
“뭐, 이런…….”
그들의 얼굴에 황당하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먼지구름의 주인은 마수였다.
체고만 오 미터가 넘는 거대 마수인 매머드였다.
문제는 매머드 뒤에 줄줄이 사탕처럼 달린 짐차들이었다.
바퀴만 있고, 동력은 없는 짐차들은 창고만큼이나 거대했다. 그런 짐차들이 수십여 개나 매머드 뒤쪽에 달려 있었다.
로간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카……라반인가?”
“카라반이라고?”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야.”
카라반은 예고 없이 방문한다.
정기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기에 보통 사람은 카라반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각성자들조차 카라반을 실제로 본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최근에 카라반의 발길이 뚝 끊겼다.
그 때문에 다른 콜로니와의 연락도 닿지 않았다.
카라반은 단순히 교역만 하는 게 아니라 각 콜로니 간의 소식도 전해 주는 전령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라반이 오지 않으니 다른 콜로니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수년이나 카라반이 오지 않다 보니, 사람들은 네오 서울과 가까이 있는 콜로니들이 전멸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네오 서울에서 사람을 파견해 콜로니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콜로니를 오가려면 뛰어난 내비게이터가 필요한데, 불행히도 네오 서울엔 그런 존재가 없었다.
그리고 굳이 다른 콜로니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데 인력을 쏟아부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콜로니가 없어도 네오 서울이 생존하는 덴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로간이 오랜만에 등장한 카라반을 보고 경악했다.
“카라반이라니. 그럼 생존한 콜로니가 있다는 건가?”
그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왔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 네오 서울 말고도 멀쩡한 콜로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묘한 안도감을 안겨 준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이 세상 어딘가에 또 다른 인간 집단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에게 묘한 충만감을 안겨 줬다.
로간과 각성자들을 본 카라반이 서서히 멈춰 섰다.
짐칸 지붕 위에서 각성자로 보이는 전사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네오 서울 콜로니의 복식과는 확연히 다른 보호구와 옷을 입고 있었다.
로간이 외쳤다.
“나는 네오 서울에서 파견 나온 로간이라고 합니다. 카라반의 책임자는 나와서 어디서 온 누구인지 신분을 밝히십시오.”
그 순간 매머드의 머리 위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아쿠츠크 콜로니에서 온 화이트 베어 카라반입니다. 이곳이 네오 서울 영역입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제대로 찾아왔군요.”
***
“제온! 제온!”
브리엘이 집으로 우당탕 뛰어 들어오며 제온을 찾았다.
소파에 앉아 여유를 즐기던 제온이 고개만 돌려 브리엘을 바라봤다.
“귀 안 먹었다. 조용히 불러.”
“제온,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아직 못 들었구나.”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글쎄 카라반이 들어온대.”
“카라반?”
그제야 제온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응! 카라반이 엊그제 마정석 광산에 들어왔대. 네오 서울엔 오늘 오후에 들어온다던데.”
“그 정보는 어디서 들은 거냐?”
“어, 도깨비 시장에서.”
“그래? 그럼 사실이겠군.”
제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겐 카라반이 그리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칠 년 전 사막에서 한번 만났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다른 콜로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지만, 직접 접촉해 본 일이 없기에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도시를 세우고, 또 방어하고 발전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카라반의 발길이 끊기면서 그나마 위태롭던 교류도 완벽하게 단절됐다.
사람들은 그 이유가 콜로니가 마수들에게 짓밟혀서일 거라고 생각했다.
항마력으로 보호받는 네오 서울과 달리 다른 콜로니들은 인간의 힘만으로 방어해야 했고, 그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그 때문에 네오 서울처럼 현대 문명을 재건하지도 못하고, 중세와 근대의 어디쯤인가에서 문명이 멈추어 있었다.
그렇게 위태하게 버티던 콜로니가 마수의 습격에 멸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정말 다른 콜로니에서 카라반이 왔다면, 수년 만에 다른 문명과 접촉하는 셈이었다.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오후에 들어온다고? 그럼 지금 나가면 볼 수 있겠네.”
“응! 우리 구경 가자.”
“레빈은?”
“아까 밖에 나갔어. 카라반이 들어오면 알아서 나타나겠지.”
“하긴.”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로브를 걸쳤다.
두 사람은 함께 거리로 나왔다.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라반이 마정석 광산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거리는 한산했다.
제온과 브리엘은 빈민가 입구 전망 좋은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제온과 나란히 앉아 발을 까닥거리던 브리엘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품에서 말린 고기 조각을 꺼냈다.
“이거 먹어. 도깨비 시장에서 산 거야.”
“육포?”
“응!”
제온은 육포를 받아 입에 물었다.
쥐 고기를 말린 건지, 혹은 마수 고기를 말린 건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거부감 따윈 없었다.
어차피 빈민가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을거리의 재료란 게 대부분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네오 서울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한참 육포를 씹고 있는데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에잇! 이놈의 바람.”
브리엘이 고깔모자가 날아갈세라 손으로 눌러쓰며 투덜거렸다.
그런 브리엘을 보며 제온이 생각했다.
‘그래도 많이 밝아졌군.’
아직도 마약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눈에 초점이 풀릴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좋아졌다.
덩달아 성격도 조금은 밝아졌다.
긍정적인 신호였다.
좋으나 사나 당분간 같이 있어야 하는데, 브리엘이 밝아져서 나쁠 것이 없었다.
그때였다.
“앗! 저기.”
브리엘이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덩달아 제온의 고개도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향했다. 그러자 저 멀리 먼지구름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제온의 눈에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거대한 매머드가 보였다.
체고만 오 미터가 넘는 매머드는 보기만 해도 위압적이었다. 그 뒤로 줄줄이 딸려 오는 짐칸들은 마치 오래전의 열차를 떠올리게 했다.
“와아!”
브리엘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게 뭐야?”
“매머드? 카라반이다.”
“카라반이 왔다고?”
뒤늦게 카라반의 존재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매머드는 쉽게 볼 수 있는 마수가 아니었다.
적어도 네오 서울 인근에서는 발견된 적이 없는 거대한 마수였다. 그런 마수의 등장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매머드 뒤로 줄줄이 딸린 짐칸들이었다.
그것으로 사람들은 매머드가 카라반이 부리는 마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카라반이 왔다.”
“진짜 카라반이다.”
“우와아!”
사람들이 빈민가 입구로 모여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구경거리였다.
네오 서울로 이어지는 거리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매머드가 끄는 카라반이 들어오기를 고대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네오 서울을 수 킬로미터 남겨 두고 매머드가 멈춰 섰다.
“왜 안 오는 거지?”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브리엘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매머드가 왜 안 움직이는 거야?”
“네오 서울의 항마력 때문이야.”
“항마력? 그게 뭔데?”
“마수들과 상극인 기운이야. 그 때문에 마수들은 네오 서울에 접근하길 꺼리지. 저 매머드처럼.”
“그런 게 있었어? 몰랐네.”
브리엘이 큰 눈을 끔뻑거렸다.
매머드가 멈춰 서자 당연히 카라반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카라반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와 각성자들 몇 명이 버기카의 호위 아래 네오 서울로 걸어왔다.
마침내 그들이 네오 서울로 이어지는 빈민가의 대로에 들어섰다.
수년 년 만에 이뤄지는 미지와의 조우였다.
“와아아!”
사람들의 함성이 거리에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