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맨디가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브리엘을 바라봤다.
난데없이 따라 나온 고깔모자 쓴 소녀가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스캐빈저들의 소굴을 찾는 일이었다.
맨디도 안전을 자신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게 위험한 일에 어린 소녀를 데리고 가는 제온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브리엘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맨디로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걱정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제온이 함께 가는 이상 큰 위험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온은 거침없이 걷고 있었다.
단서를 말하지 않았는데도 앞서 걷는 제온의 모습에 맨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건가요?”
“정보를 얻으러요.”
“네?”
“스캐빈저의 소굴을 찾으려면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죠.”
“어디서 정보를 얻으려구요?”
“있어요. 그런 곳이…….”
제온이 긴장감 없이 대답했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클렉시 영감이 노점을 하는 음식점 거리였다.
음식점 거리 입구에 있는 정육점이 바로 제온의 목적지였다.
“어서 오십시오. 제온 님!”
정육점 주인 윌이 정중히 제온을 맞이했다.
살벌한 윌의 모습에 맨디가 살짝 위축된 표정을 지었다.
터프한 성격의 엘로이와 달리 맨디의 인격은 꽤 소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윌의 겉모습만 보고도 위축이 된 것이다.
반면 브리엘은 달랐다.
“안녕! 윌.”
“오랜만입니다. 브리엘 아가씨!”
“클렉시 영감님은?”
“지금 도깨비 시장에 가 계십니다.”
“그 폭발 사건 때문에?”
“네!”
“에효! 이게 웬 난리래.”
“그러게 말입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윌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브리엘이 귀여웠기 때문이다.
고깔모자를 쓰고 늘 휘청휘청 걷는 브리엘은 어느새 이 거리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
윌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소를 지운 채 제온에게 물었다.
“이번엔 어쩐 일이십니까?”
“스캐빈저들 때문에 왔어요.”
“아!”
“혹시 스캐빈저들의 소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요?”
“그에 대한 정보는 아직 들어온 게 없습니다.”
“그럼 이상 동향은요?”
“잠시만요.”
윌이 양해를 구한 후 정육점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윌의 손에는 종이 몇 장이 들려 있었다.
그가 종이를 제온에게 넘기며 말했다.
“스캐빈저들의 주요 출몰 지역을 정리한 겁니다.”
“그래요?”
제온이 눈을 빛내며 보고서를 읽었다.
잠시 후 그가 보고서를 덮었다.
“스캐빈저들의 출몰 지역이 다양하네요.”
“네! 네오 서울은 물론이고, 빈민가 전역에 걸쳐 출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곳만 스캐빈저들이 활동하지 않네요.”
“맞습니다. 동대문. 오직 그곳에서만 스캐빈저들의 동향이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광신도들 때문일까요?”
“거기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사해 볼 필요는 있겠군요.”
“저는 어디까지나 정보만 제공할 뿐 판단은 제온 님의 몫이지요.”
“고맙습니다. 이런 좋은 정보를 주셔서.”
“별말씀을…….”
윌이 미소를 지었다.
제온은 그에게 다시 보고서를 건네줬다.
곁에 있던 맨디가 속삭였다.
“동대문에서만 스캐빈저들이 보이지 않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원래 그 동네는 광신도들 때문에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 힘들잖아요.”
“그렇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한 건의 활동도 포착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죠.”
“음!”
“사람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영역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합니다. 스캐빈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될 수 있으면 근거지에서 먼 곳에서 약탈하려 할 겁니다.”
활동하는 스캐빈저가 한두 명이라면 제온의 가정은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수십 명 이상이 활동하는데 유독 동대문에서만 포착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의심해 볼 만했다.
맨디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동대문은 각성자인 그녀도 접근하기 꺼려지는 곳이었다.
어지간해서는 동대문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 그녀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제온이 특징지어 이상하다는 말을 한 이상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혹시 무서운 거야?”
이제까지 조용히 있던 브리엘이 느닷없이 물었다.
“무섭긴?”
“에이! 겁먹은 거 같은데?”
“내가 겁을 왜 먹어? 그런데 넌 왜 반말이니?”
맨디가 브리엘에게 눈을 부라렸다.
브리엘은 겁먹기는커녕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겁먹은 거 맞네.”
“야!”
“하프 엘프 언니, 원래 겁먹은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는 법이야.”
“너?”
순간 맨디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하프 엘프라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엘로이라는 인격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알아차릴 방법은 없었다.
제온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단번에 그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그렇게 냄새를 짙게 풍기는데.”
엘프에겐 특유의 냄새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같은 엘프들끼리나 맡을 수 있다. 평범한 인간이 맡고, 또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너도…… 엘프구나.”
“엘프긴 한데 인간의 피는 섞여 있지 않지.”
순간 맨디의 인상이 확 변했다.
브리엘의 말이 그녀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너, 뭐야?”
대번에 엘로이의 인격이 튀어나왔다.
엘로이는 맨디와 달랐다.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사나운 눈빛과 발산하는 기운이 압도적이었다.
어지간한 각성자는 그녀의 눈빛만 보고도 꼬리를 말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와 정면에서 마주한 브리엘의 얼굴엔 하나도 위축된 기색이 없었다.
브리엘이 고깔모자를 슬쩍 들어 올리며 미소 지었다.
“내 이름은 브리엘. 보다시피 약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약쟁이지.”
브리엘은 약 한 알을 입에 집어넣었다.
마약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약이 필요하다.
그나마 많이 중화해서 이 정도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약을 사탕처럼 먹었다.
“약쟁이 순혈 엘프라. 재밌네!”
“나도 약쟁이가 될 줄 몰랐어.”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
“인생이라. 하프 엘프 맞네. 인간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두려운 건가?”
“요 꼬맹이가 누가 두렵다는 거야. 하나도 무섭지 않거든.”
“그런데 왜 망설이는 거야?”
“씨발! 누가 망설인대? 갈 거거든.”
“그럼 됐네.”
브리엘이 피식 웃었다.
엘로이는 브리엘의 도발에 완전히 넘어갔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결정을 무를 수도 없었다.
“제기랄! 근데 어디 출신이야? 북 구역?”
“북 구역?”
“아이스 퀸 밑에 있었던 거 아냐?”
“뭔 소리야? 아이스 퀸이 누군데?”
“몰라?”
“…….”
“너, 네오 서울 출신이 아니구나.”
“…….”
브리엘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오히려 엘로이에게 확신을 줬다.
“외부에서 온 엘프라니. 어디서 온 거야?”
“목소리 한번 더럽게 크네. 아, 귀 아파.”
브리엘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걸어갔다.
엘로이가 브리엘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야! 어디서 왔냐고?”
“모기가 있나? 왜 이렇게 앵앵거려.”
“싸가지는 밥 말아 먹었냐? 이 어린 엘프 년이…….”
“뭐래? 반쪽짜리가…….”
“반쪽? 이 싸가지가.”
“침 튀니까 좀 멀리 떨어져 줄래?”
“야!”
“왜?”
“조그만 게 진짜 꼬박꼬박 대답이야.”
“대답하라고 입 있는 거 아냐?”
“이게 진짜!”
점점 유치해지는 두 여자의 말다툼에 제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 엘프는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서로를 헐뜯고 공격했다.
제온은 머리가 지끈지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계속 이 조합으로 다녀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그나저나 동대문은 처음 방문하는군.’
동대문이라고 해서 특별히 장벽이 있거나 관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촌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동대문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동대문과 신촌의 가장 다른 점은 바로 건물과 사람들의 분위기였다.
동대문의 중앙엔 큰 교회가 있었고, 근처에 있는 다른 건물들 역시 교회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양식을 보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의 복장이었다.
신촌처럼 평범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눈에 띄게 수사복을 입거나 십자가가 그려진 중장갑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모두 요한을 따르는 광신도들이었다.
요한의 명이면 죽음을 불사하고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살인 병기들.
동대문에 들어오자마자 엘로이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신촌과 확연히 다른 공기가 그녀를 기분 나쁘게 짓눌렀기 때문이다.
제온이 말했다.
“인상 펴요.”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는 것을 어떡하라고?”
“하지 못하겠으면 맨디를 대신 내보내고.”
“더러워서…….”
엘로이가 투덜거렸다.
이내 그녀의 눈빛이 한결 순해지고, 표정이 부드럽게 바뀌었다.
제온의 말처럼 맨디가 나온 것이다.
동대문이라고 해서 모두가 광신도나 각성자가 아니다.
평범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에 자연스럽게 섞여야 했다.
눈에 띄는 행동이나 분위기는 곤란했다.
엘로이처럼 과격한 성격에 아름다운 미인은 더욱 쉽게 눈에 띈다. 차라리 맨디로 활동하는 게 사람들 이목을 덜 끌었다.
제온은 태연하게 사람들 사이를 걸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별다른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브리엘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구역이 바뀌었다고 위축될 성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제온의 뒤를 따르며 두리번거렸다.
“하아!”
맨디가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세 명은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이 동대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동대문은 신촌보다 훨씬 깨끗했고, 또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 덕분에 길을 찾거나 외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맨디가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겉보기엔 별 이상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요. 이대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렇게 돌아다녀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것 같은데.”
브리엘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처음으로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 순간이었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단순히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사람들에게 접촉해 탐문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금방 요한의 귀에 소식이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요한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충돌은 피하고 싶었다.
제온이 맨디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죠. 내일 준비를 해서 다시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맨디가 제온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돌아가려 할 때였다.
“거기, 잠깐 서 봐.”
낯선 목소리가 그들을 붙잡았다.
가슴에 십자가가 새겨진 갑옷을 입은 남자가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동대문의 각성자였다.
그가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못 보던 얼굴인데, 다른 구역에서 왔나?”
“그렇습니다만?”
“어느 구역에서 왔지?”
“신촌에서 왔습니다.”
“신촌의 떨거지들이 동대문엔 무슨 일이지?”
“그냥 걷다 보니 오게 됐습니다.”
“특별한 목적은 없다는 건가?”
“그렇습니다만?”
제온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동대문 각성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문득 그의 시선이 맨디에게 향했다.
맨디의 얼굴을 보자 그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수상하군. 나와 함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