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하아!”
맨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종류의 시선을 너무 많이 받아 봤기에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하프 엘프답게 출중한 외모를 가진 맨디였다.
당연히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탐해 접근해 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저 남자처럼 말이다.
중갑주를 입은 남자는 성기사였다.
진짜 성기사로 각성한 게 아니라, 동대문에서 그의 직위가 성기사라는 의미였다.
요한은 동대문의 각성자들 중 유독 충성심이 강한 이들을 모아 하나의 부대를 만들었다.
그들이 바로 교단을 수호하는 성기사단이었다.
지금 남자가 입고 있는 중갑주가 바로 성기사단의 상징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페트릭.
요한을 추종하는 성기사단의 일원이었다.
페트릭은 맨디를 처음 본 순간부터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동대문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아름다움에 끌린 것이다.
“조사해야 하니 나를 따라오도록.”
“어디로 따라오라는 거죠?”
“이 근처에 성기사단의 사무실이 있다. 그곳에서 조사할 것이다.”
“거절할게요.”
맨디가 단호히 대답했다.
페트릭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교단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나는 당신들 교단을 믿지 않아요. 동대문 사람도 아니고요. 당신의 명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어요.”
“동대문에선 교단이 법이다. 동대문에 들어온 이상 교단의 명을 들어야 한다.”
“어이없군요. 제아무리 교단이 동대문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다른 구역 사람들까지 강제할 수는 없어요.”
“시끄럽다. 계집!”
논리에서 밀리자 페트릭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반대로 맨디의 표정은 더욱 서늘해졌다.
“당신이야말로 시끄러워요.”
“이 계집이…….”
맨디가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며 말했다.
“내 이름은 맨디 시스테인, 네오 서울의 슈퍼바이저예요. 시청 소속이죠.”
“…….”
예상치 못한 맨디의 대답에 페트릭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씨발!’
상대의 신분이 정말 시청 소속의 슈퍼바이저라면 그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뚫어져라 신분증을 바라봤다.
시청에서 발급한 진짜였다.
특별한 마법 처리를 한 신분증은 절대 위조할 수 없었다.
맨디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내가 왜 수상한 거죠?”
“시청의 슈퍼바이저가 이곳엔 웬일입니까?”
“대답부터 하세요.”
“내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그럼 당신들 사무실에는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
“아직 혐의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닙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도 신분을 밝히십시오.”
페트릭이 제온과 브리엘을 노려봤다.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려는 것이다.
제온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 이름은 제온입니다.”
“제온? 설마 신촌의?”
“네! 신촌에서 왔습니다.”
어차피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었기에 제온은 당당히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페트릭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신촌의 제온! 설마 동대문을 노리고 온 건가?”
그가 허리에 찬 검을 빼며 소리쳤다.
동대문은 제온의 행적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어떤 위협적인 행동도 한 적이 없지만, 신촌의 막후 지배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험인물로 분류한 것이다.
당연히 성기사단은 제온을 경계하고 있었다.
제온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게 동대문을 노리고 온 사람처럼 보입니까? 그냥 걷다 보니 오게 됐습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
“내 말은 여기 슈퍼바이저 맨디 님께서 보증하실 겁니다.”
제온이 곁에 있는 맨디를 가리켰다.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어요. 성기사님께서 염려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하! 씨발.”
페트릭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맨디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뭐라구요?”
“그냥 혼잣말입니다.”
“성기사라더니 뒷골목 양아치와 똑같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그냥 혼잣말이에요.”
“감히!”
순간 페트릭의 화가 폭발했다.
그가 이성을 잃고 맨디에게 검을 휘둘렀다.
설마 다짜고짜 검을 휘두를 줄 몰랐던 맨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엘로이의 인격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제온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카앙!
초열의 건틀렛으로 페트릭의 검을 막아 냈다.
“크윽!”
강한 반발력에 페트릭의 검이 뒤로 튕겨 나갔다.
페트릭은 그만 균형을 잃고 뒤로 물러났다.
무거운 갑주 때문에 쿵쿵 소리가 일대에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무슨 일이냐?”
“어? 성기사가 싸우고 있다.”
사람들이 떠들자 멀리 있던 성기사들이 듣고 달려왔다.
“거기 무슨 일인가?”
“감히 겁도 없이 동대문에서 성기사를 건드리다니.”
성기사들은 전후 사정도 따지지 않고, 페트릭이 비틀거리는 모습에 분노했다.
“잠깐만요.”
맨디가 앞으로 나서며 대화를 하려 했다. 하지만 성기사들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닥쳐라! 계집.”
“제압해!”
쉬가악!
그들의 검이 맨디와 제온 등을 노리고 날아왔다.
성기사들의 검엔 우윳빛 기운이 맺혀 있었다.
“이 광신도 새끼들아! 작작 좀 해라.”
순간 엘로이의 인격이 튀어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창이 들려 있었다.
주인에게 자동으로 소환되는 기능이 있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기.
아홉 갈래로 갈라지는 창날의 모습이 꼭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를 연상시켰다.
그래서 창의 이름 또한 ‘미친 구미호’다.
미친 구미호를 든 엘로이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녀는 성기사들을 향해 미친 구미호를 휘둘렀다.
콰콰쾅!
“커헉!”
“이 미친년이…….”
미친 구미호의 가공할 위력에 성기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엘로이는 미친 구미호의 주인답게 미쳐 날뛰었다.
그녀가 창을 휘두를 때마다 성기사들이 휩쓸려 나갔다.
소동은 점차 커졌고, 더 많은 성기사들이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본 브리엘이 중얼거렸다.
“좆 됐네.”
“브리엘!”
“맞잖아! 저 미친 하프 엘프 년 때문에 어그로가 제대로 끌려 버렸으니 동대문의 모든 성기사들이 몰려올 거야. 스캐빈저들의 소굴을 찾아내기는커녕, 잘못하면 동대문과 전쟁을 벌이게 됐잖아.”
“꼭 그런 것만은 아니야.”
“뭐가?”
“엘로이가 제대로 시선을 끌어 준 만큼 우리는 자유로워졌잖아.”
제온의 대답에 브리엘이 활짝 웃었다.
“아! 그렇네.”
“그녀는 시청 소속의 슈퍼바이저. 아무리 동대문이라고 해도 그녀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지.”
엘로이를 함부로 죽였다가는 시청이 동대문에 개입할 빌미를 주게 된다.
제아무리 요한이라도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상처는 입힐지언정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미쳐 날뛰는 엘로이를 제압하기 위해선 많은 성기사와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 제온과 브리엘은 동대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면 된다.
제온과 브리엘은 미쳐 날뛰는 엘로이를 두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엘로이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누구도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자유를 찾은 두 사람은 엘로이가 소동을 벌이는 곳에서 쉽게 멀어질 수 있었다.
“미친 하프 엘프도 쓸데가 다 있네. 호호!”
브리엘이 고소하다는 듯이 웃었다.
제온이 그녀에게 물었다.
“같은 엘프인데 걱정은 안 되냐?”
“싸우는 것을 보니 걱정 안 해 줘도 되겠던데.”
“하긴…….”
“엘프 전사를 동정하거나, 돕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이야. 비록 반쪽짜리지만, 그녀 역시 당당한 전사. 돕는 것은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그렇구나.”
엘프들의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엘프는 비록 대화할 때는 틱틱거리며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온은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엘로이가 제대로 어그로를 끌어 준 덕분에 거리는 한산했다.
성기사들은 물론이고, 사람들까지 모두 엘로이가 싸우는 곳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제온과 브리엘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동대문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
무엇을 봤는지 갑자기 브리엘이 경호성을 터트렸다.
“무슨 일이야?”
“여기 좀 봐.”
브리엘이 근처에 있는 골목을 가리켰다.
“왜?”
“여기 이상하지 않아?”
“뭐가?”
브리엘이 대답 대신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제온은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골목 막다른 곳에 도달한 브리엘이 중얼거렸다.
“숨겨진 진실이여. 드러나라.”
그녀의 양 손바닥에서 빛이 발산되더니 골목 안쪽의 풍경이 바뀌었다.
벽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조그만 문이 나타났다.
“인식 장애 마법이었나?”
“맞아! 감각이 예민한 엘프들도 느끼지 못할 만큼 정교해. 하지만 하이 엘프인 이 몸을 속일 수는 없지. 에헴!”
브리엘이 칭찬을 바라는 표정으로 제온을 올려다봤다.
제온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고깔모자를 어루만졌다.
“잘했어.”
“히히!”
“그나저나 동대문에 고도의 인식 장애 마법이라.”
“수상하지?”
“수상하네.”
“들어갈 거지?”
“들어가자.”
“응!”
브리엘이 문고리를 잡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은 안에서부터 잠겨 있었다. 하지만 브리엘이 간단히 해결했다.
“언락!”
마법으로 잠금을 해제한 것이다.
연금술이 주력이지만, 이 정도 간단한 마법을 펼치는 것은 그녀에게 일도 아니었다.
찰칵!
그들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컴컴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통로는 지하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브리엘은 겁도 없이 앞장섰다.
그녀가 괜히 아무 대책 없이 앞으로 나선 것이 아니었다.
“커버 업 디텍션(Cover-up Detection).”
브리엘은 마법을 펼쳐 은폐된 함정이 있는지 살폈다.
그녀의 탐지 마법에 숨겨져 있던 함정들이 속속 드러났다.
드러난 함정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덕분에 제온과 브리엘은 손쉽게 함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개의 함정을 통과했을 때였다.
쉬아악!
어둠 속에서 무언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두 사람을 덮쳤다.
“엑! 뭐야?”
브리엘이 놀라 소리쳤다.
그때는 이미 얇은 막 같은 물체가 브리엘과 제온을 뒤덮은 후였다.
브리엘이 놀라 빠져나가려 했지만 얇은 막은 오히려 그녀와 제온을 옥죄어 왔다.
“으윽!”
온몸을 짓누르는 엄청난 압력에 브리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제온이 말했다.
“스캐빈저들이 사용한다는 그물 같군. 움직일수록 조여 올 거다.”
“제기랄! 뭔 이런 물건이…….”
그때 어둠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너희들 뭐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등엔 특수 합금으로 만든 활과 화살을 짊어지고, 허리엔 정글도를 찬 남자였다.
그의 손에는 고압의 전기를 발생하는 단봉이 들려 있었다.
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지독한 혈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피내음은 한두 명 죽인다고 해서 밸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 막 사람을 죽였나 보네요.”
“새끼 촉 좋네. 어때? 너도 내 수집품이 될래? 귀가 예쁜 것 같은데.”
남자가 자신의 허리를 슬쩍 들어 보였다. 그러자 허리띠에 매달린 수많은 귀들이 보였다.
“내 별명이 귀 수집가야. 흐흐!”
남자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