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3)
13화
“크윽!”
제온이 신음을 흘렸다.
그의 팔에 깊은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늑대 개미의 집게 이빨에 물린 것이다.
급히 팔을 뺐지만, 그만 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모래 아귀의 쓸개와 고기를 먹어 육체가 강해지지 않았다면 아예 팔이 송두리째 뜯겨 나갔을 것이다.
뼈가 드러날 정도의 깊은 상처였다.
어서 빨리 조처를 해야 했다.
이대로 시간을 허비하면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가하게 치료할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딱! 딱!
제온은 늑대 개미들의 이빨을 피하며 샌드 블라스터를 펼쳤다.
펑! 퍼엉!
늑대 개미들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샌드 블라스터는 위력적이었고, 늑대 개미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늑대 개미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었다.
숫자를 줄여 놓아도 어디선가 꾸역꾸역 나타나 빈자리를 메꾼다.
큰 뿔 하이에나의 물량 공세도 대단했지만, 늑대 개미에 비할 수는 없었다.
늑대 개미는 지치지도 않고 제온을 공격했다.
모래 걸음으로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제온은 이미 늑대 개미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늑대 개미들의 먹이가 될 터였다.
제온은 급히 마나를 점검했다.
남은 마나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마나가 모두 떨어지면 모험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다.
그나마 모험할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샌드 블라스터보다 강하고, 빨라야 해. 그러면서도 마나의 소모도 적어야 해. 그런 방법이……. 떠올려라, 떠올려!’
핵심은 상상력이다.
이렇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한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상상해야 했다. 샌드 블라스터의 발전형을.
샌드 블라스터는 기본적으로 모래를 고압으로 쏘아 보내는 스킬이었다.
모래의 사출력으로 적에게 타격을 입히는 기술.
문득 의문이 들었다.
‘꼭 공기를 압출해야 할 필요가 있나?’
자신의 능력은 모래에 대한 지배력.
굳이 공기로 쏘아 보내지 않아도 모래를 움직일 수 있다.
마법계 각성자들의 스킬 중 가장 범용적인 것이 매직 미사일이다.
‘이를 응용한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가능성이 희박해도 해내야 했다.
목숨이 달린 일이다.
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해야 했다.
제온은 남은 마나를 모조리 풀어냈다.
그리고 상상한다.
모래를 응집하는 상상을.
슈우우!
순간 그의 주위에 있던 모래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어른 팔뚝만 한 크기로 뭉쳤다.
그렇게 뭉친 모래가 수십 개가 넘었다.
샌드 미사일이었다.
“가라!”
제온의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수십 개의 샌드 미사일이 늑대 개미들을 향해 날아갔다.
퍼버버버벅!
늑대 개미의 몸통에 어른 팔뚝 굵기만 한 구멍이 뻥뻥 뚫렸다.
샌드 미사일 하나에 늑대 개미 서너 마리가 죽어 나갔다.
체액을 쏟아 내며 늑대 개미들이 무너져 내렸다.
제온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일대에 서 있는 늑대 개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샌드 미사일에 모두 쓸려 나간 것이다.
“하…… 하!”
제온이 허탈하게 웃으며 무릎을 꿇었다.
마력을 모두 쏟아 냈더니 극심한 탈력감이 엄습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
이제 정말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조차 남지 않았다.
그때였다.
츠으으!
모래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던 제온의 눈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씨발!”
모래를 뚫고 늑대 개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데 크기가 다른 늑대 개미들의 서너 배나 더 컸다.
티탄질의 껍질엔 은은한 붉은빛이 어려 더 특별하게 보였다.
보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여……왕인가?”
수하들이 모두 죽어 나가자 마침내 여왕이 행차한 것이다.
여왕의 주위로 또 다른 늑대 개미들이 나타났다.
병정 늑대 개미들이었다.
크기는 일반 늑대 개미의 두 배에 달했고, 치악력은 서너 배를 넘었다. 일단 물리면 빠져나올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여왕 늑대 개미 하나에 병정 늑대 개미가 스무 마리였다.
제온이 쓰러트린 늑대 개미들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 위험도는 오히려 몇 배나 더 높았다.
여왕 늑대 개미는 병정 늑대 개미들의 호위를 받으며 제온에게 다가왔다.
여왕 늑대 개미의 무기질 두 눈에 어린 분노가 제온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분노가 얼마나 컸으면 여왕 늑대 개미가 금기를 깨고 이곳까지 행차했다.
여왕 늑대 개미의 등급은 C급에 불과하지만, 수많은 늑대 개미를 수족으로 부리기에 위험도는 B급 이상이었다.
키에에!
여왕이 괴성을 내뱉었다. 그러자 병정 늑대 개미들이 제온에게 다가왔다.
병정 늑대 개미들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데이오든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개 같은 늙은이.’
그때였다.
콰직!
병정 늑대 개미 하나가 제온의 허리를 물었다.
지독한 통증과 함께 전신이 돌처럼 굳었다. 그런데도 정신은 또렷했다.
여왕개미가 모래를 파고 들었다.
그 뒤를 병정 늑대 개미들이 따랐다.
제온을 문 병정 늑대 개미도 마지막으로 모래를 파고들었다.
‘크윽!’
전신을 짓누르는 모래의 압력에 제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하로 얼마나 파고들었는지 모른다.
갑자기 압력이 사라지며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늑대 개미들의 보금자리인 개미굴에 들어온 것이다.
개미굴의 벽은 모래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데도 무너지지 않는 것은 늑대 개미들이 타액을 섞어 단단하게 굳혔기 때문이다.
개미굴은 미로보다 복잡했다.
제아무리 방향 감각이 뛰어난 인간도 개미굴에 들어오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여왕 늑대 개미와 병정 늑대 개미는 제온을 데리고 개미굴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유충과 알이 있는 곳.
바로 여왕 늑대 개미의 산란장이었다.
산란장에는 잡아먹힌 마수들의 뼈가 나뒹굴고 있었다.
카카카!
여왕 늑대 개미가 산란장 중앙에 서서 기괴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벽 곳곳에서 늑대 개미 유충들이 나타났다.
일반 늑대 개미보다 훨씬 작고 껍질도 투명했다.
수백 마리가 넘는 유충들이 벽과 바닥을 가득 채우며 다가왔다.
이제까지 제온을 물고 있던 병정 늑대 개미가 턱을 벌렸다.
털썩!
제온이 볼품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마비 독이 퍼져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유충들이 힘없이 널브러진 제온을 보며 더듬이를 마구 움직였다. 먹음직스러운 먹이를 두고 환호하는 것 같았다.
콱! 콱!
유충들이 로브를 들추고 제온의 몸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제온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눈을 부릅떴다.
산 채로 잡아먹히고 있다는 사실이 순간적으로 그의 뇌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으아아아!’
제온이 소리 없는 고함을 내질렀다.
순간 그의 손목에 있던 계급장이 빛을 발했다.
두 번째 선에 짙은 오렌지빛이 발산됐다.
E급으로 승급했다는 증거였다.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자신도 모르게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이다.
E급이 되면서 상태 이상이 해제됐다.
마비가 풀리고, 마나가 가득 찼다.
순간 제온이 소리쳤다.
“죽어어엇!”
그의 외침과 함께 샌드 미사일이 개미굴에 가득 떠올랐다.
키이이!
여왕 늑대 개미가 절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제온은 개의치 않고 샌드 미사일을 날렸다.
퍼버버버벅!
샌드 미사일이 유충들을 박살 냈다.
마치 과자 부서지는 것처럼 유충들이 터지고 찢겨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병정 늑대 개미들이 서둘러 다가왔다.
“이야아아!”
제온은 병정 늑대 개미들에게도 샌드 미사일을 날렸다.
샌드 미사일에 얻어맞은 병정 늑대 개미들이 죽어 나갔다.
F급과 E급의 능력 차는 엄청났다.
단 한 단계 승급만으로도 샌드 미사일의 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병정 늑대 개미들의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져 항거불능이 됐다.
이제 산란장에 남은 것은 여왕 늑대 개미뿐이다.
제온은 여왕 늑대 개미에게도 샌드 미사일을 날렸다.
터터텅!
하지만 제온의 공격은 여왕 늑대 개미에게 통하지 않았다.
여왕 늑대 개미의 껍질 강도는 병정 늑대 개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티탄질의 껍질은 오러를 실은 공격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역장까지 가지고 있어 제온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크에에에!
유충과 병정 늑대 개미들의 죽음에 분노한 여왕 늑대 개미가 고주파를 터트렸다.
고주파는 벽에 부딪혀 증폭됐다.
“크윽!”
제온이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그의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고주파에 고막이 터지고, 뇌가 진탕된 것이다.
여왕 늑대 개미는 한 무리의 보스답게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고주파를 이용한 공격이 바로 여왕 늑대 개미의 스킬이었다.
제온이 충혈된 눈으로 여왕 늑대 개미를 바라봤다.
서서히 다가오는 여왕 늑대 개미가 두세 개로 겹쳐 보였다.
여왕 늑대 개미는 자신이 승자라고 자랑이라도 하듯이 더듬이를 마구 움직였다.
‘그래! 네가 이겼다. 씨발!’
제온이 힘겹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런 제온을 향해 여왕 늑대 개미가 이빨을 내리꽂았다.
제온은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음을 기다렸다.
그때였다.
서걱!
갑자기 개미굴에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여왕 늑대 개미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몸통은 그대로인데 머리만 잘려져 허공을 나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제온은 여왕 늑대 개미의 몸통에서 뿜어져 나온 체액을 고스란히 뒤집어썼다.
그때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정신 차려라, 병신아! 언제까지 그렇게 넋 놓고 있을 거냐?”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데이오든이었다.
그가 여왕 늑대 개미의 머리를 날리고 제온을 구한 것이다.
데이오든이 유충과 병정 늑대 개미의 사체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구나.”
제온은 스스로의 힘으로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비록 여왕 늑대 개미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여 줬지만, 제온이 아닌 어떤 각성자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여왕 늑대 개미는 제온보다 상위 각성자도 감당하기 힘든 고등급 마수였다.
중요한 것은 제온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줬고, 기어이 승급해 냈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는 자가 있었고,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발악하는 자가 있었다.
제온의 경우는 후자였다.
살 자격이 있었다.
그때였다.
키이이!
개미굴에서 늑대 개미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여왕의 죽음을 알아차린 늑대 개미들이 몰려오는 소리였다.
“크흐흐!”
데이오든이 특유의 거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의 두 눈이 광기로 붉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데이오든이 말했다.
“일어나라. 언제까지 주저앉아 있을 거냐? 아직 네 적이 남아 있다. 그냥 앉아서 뒈질 생각이냐?”
“크윽!”
“일어나라. 죽더라도 싸우다 죽어라.”
“제기랄!”
제온이 이를 악물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 이상 데이오든에게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 개 같은 늙은이!’
그는 속으로 데이오든을 욕하며 일어섰다.
키이이!
개미굴을 가득 메우며 늑대 개미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으아아!”
제온은 괴성을 내지르며 샌드 미사일을 펼쳤다.
개미굴에 사람은 없었다.
늑대 개미와 인간 형상을 한 괴물, 그리고 이성을 잃고 스킬을 뿌려 대는 광인만이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