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귀 수집가.
그것이 스캐빈저들 사이에서 불리는 남자의 별명이었다.
스캐빈저들은 절대 자신의 본명이나 직업 같은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정보가 유출되는 순간 인생이 끝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네오 서울 안에서 활동하는 스캐빈저들은 사막에서 활동하는 스캐빈저들과 사정이 다르다.
평상시 그들은 욕망을 철저히 숨긴 채 정상인처럼 살아간다.
네오 서울이란 도시엔 그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각성자들이 존재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스캐빈저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처지가 바뀌어 다른 각성자들의 사냥감이 된다.
그렇기에 귀 수집가를 비롯한 스캐빈저들은 철저히 신분을 숨긴 채 네오 서울에 기생해 살아갔다.
네오 서울에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스캐빈저들은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른바 블랙 네트워크였다.
스캐빈저들은 블랙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에게 정보와 은신처를 공유했다.
현재 귀 수집가가 있는 지하 공간도 그런 은신처 중 하나였다.
7번 둥지.
은신처를 부르는 이름이다.
이와 같은 은신처가 최소 여섯 개는 더 있다는 의미였다.
7번 둥지는 매우 중요한 은신처였다.
이곳이 있기에 빈민가에서 마음 놓고 인간 사냥을 할 수 있었다.
광신도들의 구역인 동대문에 스캐빈저들의 둥지가 존재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동대문의 지배자인 요한조차도 말이다.
그렇기에 귀 수집가를 비롯한 스캐빈저들은 7번 둥지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현재 7번 둥지에는 십여 명의 스캐빈저들이 들어와 쉬고 있다.
이렇게 만난 스캐빈저들은 신분을 철저히 감춘 채 정보를 교류했다.
귀 수집가도 인간 사냥을 마친 뒤에 7번 둥지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던 중에 침입자들을 발견한 것이다.
빠지직!
그가 전기 충격봉을 제온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야?”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만.”
“헛소리하지 마. 인식 장애 마법과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고? 누가 머저리인 줄 알아?”
“사실인데 믿어 주지 않네.”
제온이 혀를 찼다.
브리엘이 없었다면 제온도 이렇게 쉽게 스캐빈저들의 둥지를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이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꼭 지옥을 경험해야 정신 차리는 놈들이 있지.”
귀 수집가가 피식 웃으며 전기 충격봉으로 제온의 얼굴을 지져 버렸다.
빠지직!
파란 불꽃이 튀며 제온의 몸이 드드득 떨렸다.
“흐흐! 개새끼. 그러니까 순순히 말했어야지.”
귀 수집가가 격렬하게 진동하는 제온을 보며 웃었다.
그는 당연히 같이 그물에 엮인 브리엘이 눈물 콧물을 흘리며 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리엘은 눈만 멀뚱멀뚱 뜬 채 귀 수집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 수집가가 중얼거렸다.
“뭐야? 이 계집은 멍청이인가?”
“멍청이는 너야. 제온이 그 정도에 충격을 받을 것 같아?”
“뭐?”
그제야 귀 수집가가 이상함을 느끼고 제온을 바라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제온은 더 이상 몸을 떨지 않고 있었다.
명멸하는 푸른 전류 뒤로 차갑게 가라앉은 제온의 얼굴이 보였다.
귀 수집가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씨발!”
촤하학!
순간 제온과 브리엘을 조여오던 그물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건틀렛을 낀 손이 튀어나왔다.
콱!
“큭!”
제온의 손이 그대로 귀 수집가의 목을 잡았다.
귀 수집가가 어떻게 반응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제온의 움직임이 귀 수집가의 반응 속도를 뛰어넘은 것이다.
하지만 귀 수집가도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그는 통하지 않는 고압 전류봉을 버리고, 허리에서 정글도를 꺼내 제온의 복부를 찔러 갔다.
제온은 슬쩍 허리를 비틀어 대검을 피했다. 그리고 귀 수집가의 몸을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쾅!
“커헉!”
등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귀 수집가가 짧은 비명을 터트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무력화되었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귀 수집가는 D급 무투계 각성자였다.
단단한 몸뚱이와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 충격에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았다.
귀 수집가는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이 의지를 따라 주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가슴을 제온이 무릎으로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압력이 귀 수집가를 짓눌렀다.
“끄으!”
귀 수집가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떠졌다.
가슴뼈가 금방이라도 부러지고, 내장 기관이 짜부라질 것 같았다.
아무리 용을 쓰고, 마나를 움직여도 거대한 바위에 깔린 것처럼 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귀 수집가가 빠져나오길 포기하고 소리를 질렀다.
“너, 뭐야? 이게 왜…….”
“에어 실드!”
그 순간 브리엘이 마법을 펼쳐 소리가 외부로 퍼져 나가는 것을 차단했다.
소리를 질러 다른 스캐빈저들을 부르려던 귀 수집가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제온이 피식 웃었다.
“깜찍한 시도였어요.”
“이 새끼가…….”
“그 대가로 당신의 귀 하나를 가져가죠.”
제온의 말에 귀 수집가가 눈을 크게 떴다.
“아, 안 돼!”
서걱!
그 순간 날카로운 소성과 함께 귀 수집가의 귀가 잘려 나갔다.
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귀 수집가가 비명을 질렀다.
“크악!”
“조용하지 않으면 나머지 귀도 잘라 줄게요.”
“씨, 씨발!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우린 오늘 처음 봤잖아.”
“당신이 이제까지 수집한 귀의 주인들도 모두 처음 본 사이였지 않아요?”
“개새끼!”
“아무래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네요.”
제온이 귀 수집가의 반대편 귀로 손을 갖다 댔다.
“씨발! 말할게. 뭐든지 말할게.”
“일단 안에 있는 이들 모두 스캐빈저 맞죠?”
“그래!”
“몇 명이에요?”
“나까지 열하나.”
“이런 소굴이 몇 개나 있죠?”
“몰라!”
“진짜 반대쪽 귀가 잘려야 말하려나?”
“진짜 몰라. 내가 아는 것은 단지 이곳이 7번 둥지라는 것뿐이야.”
“일곱 번째? 그럼 이와 같은 둥지가 최소 여섯 개는 더 있다는 말이네요?”
제온의 눈이 빛났다.
설마 이런 소굴이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보다 스캐빈저들의 수가 훨씬 많으면서 조직적이라는 것을 뜻했다.
귀 수집가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둥지의 위치는요?”
“두 개,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 포함해 두 곳뿐이야.”
“또 거짓말하네.”
“씨발! 진짜라고. 네오 서울에 하나, 빈민가에 하나. 네트워크에서는 오직 활동하는 지역에 있는 둥지만 알려 준다고.”
“네트워크? 스캐빈저들의 네트워크가 있습니까?”
“그래! 블랙 네트워크. 우리는 모두 그곳에 접속해서 정보를 얻는다고.”
“누가 운영하는 겁니까?”
“몰라!”
“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도 모른다구요?”
“그거 아는 새끼 아무도 없을걸. 그냥 있으니까 이용하는 거지, 누가 운영하는지 어떻게 알아? 관심도 없어.”
“좋아요. 그럼 네트워크 접속 방법은요?”
“코, 코드! 생체 코드를 받아야 접속할 수 있어.”
“생체 코드?”
생소한 단어에 제온이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콰아앙!
갑자기 어둠 속에서 불덩이들이 날아와 브리엘이 펼친 에어 실드를 강타했다.
엄청난 불길이 제온과 브리엘을 덮쳤다.
에어 실드가 깨지는 그 순간 제온은 브리엘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귀 수집가에겐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크아악!”
불에 직격당한 귀 수집가의 몸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엄청난 고열에 괴로워하다가 숨이 끊어졌다.
제온은 불덩이가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중무장한 이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7번 둥지에서 쉬고 있었던 스캐빈저들이었다.
“귀 수집가라는 별명이 아깝다. 촉새처럼 그렇게 떠들어 대다니.”
“개새끼! 주저리주저리 다 떠드네.”
“이래서 근본 없는 것들은 믿으면 안 돼.”
스캐빈저들은 활활 불타오르는 귀 수집가의 시신을 보며 웃고 떠들었다.
통로에는 제온과 브리엘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알람 마법이 설치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침입한 순간 알람이 울렸고, 뒤늦게 스캐빈저들이 달려온 것이다.
제온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거 꽤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여러분들이 망쳤네요.”
“흐흐! 생체 코드 받는 법? 그거 저 새끼도 모를걸.”
“왜요?”
“생체 코드 받는 순간의 기억이 지워져 있으니까. 나도 그렇고 다른 놈들도 그렇고, 모든 기억은 멀쩡한데 생체 코드 받았을 때의 기억만 깨끗하게 지워졌거든. 그러니까 소용없다는 거야. 흐흐!”
선두의 스캐빈저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른 스캐빈저들이 동의했다.
“크크! 우리 세계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단다. 꼬마야!”
“그러고 보니 예쁜 꼬마도 왔네.”
“내가 첫 번째다.”
“웃기지 마! 새끼야. 내가 먼저야.”
브리엘을 본 스캐빈저들끼리 다투고 난리가 났다.
“개보다 못한 인간들.”
브리엘이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인간 사냥꾼들에게 잡혀 고생했던 브리엘이었다.
그녀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을 누구보다 증오했다.
“다 죽어!”
브리엘이 고함과 함께 마법을 펼쳤다.
쐐애액!
십여 개의 에어 에로우가 스캐빈저들을 향해 날아갔다.
“어쭈! 제법 깜찍한 공격이네.”
“쓸데없는 짓.”
스캐빈저들은 방어 스킬을 펼쳐 그녀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옷과 방어구는 모두 공방제 아이템이거나 다른 각성자들을 죽이고 빼앗은 것이었다.
당연히 성능이 무척이나 뛰어났다.
아직 여물지 못한 어린 엘프의 공격 마법으로는 타격을 입히기 힘들었다.
스캐빈저들이 즉각 반격을 해 왔다.
콰콰콰!
무투계 각성자들의 무기와 마법계 각성자들의 스킬이 통로를 가득 채우며 날아왔다.
“이씨!”
브리엘이 눈을 크게 떴다.
적들의 공격에 대한 그녀의 대응은 간단했다.
바로 제온의 뒤에 숨는 것이었다.
제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십 발의 화염 화살이 전면을 향해 쏟아졌다.
초열의 건틀렛으로 파이어 에로우를 펼친 것이다.
콰콰쾅!
수십 발의 파이어 에로우와 통로를 가득 채우며 날아오는 공격 스킬들이 부딪치며 폭발했다.
“크윽!”
“억!”
스캐빈저들이 비명을 질렀다.
폭발에 휩쓸려 튕겨 나간 것이다.
그 순간 제온이 움직였다.
팟!
그가 바닥을 박차며 스캐빈저들에게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스캐빈저들에게 들이닥친 제온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스캐빈저들을 강타했다.
콰가가각!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스캐빈저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제온의 주먹에 얻어맞았다.
제온의 공격 앞에선 방어구도 소용없었다.
방패가 깨지고, 특수 소재로 만든 갑옷이 유리처럼 부서졌다.
제온이라는 해일 앞에서 스캐빈저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휩쓸려 나갔다.
잠시 후 드러난 광경은 처참했다.
스캐빈저들은 모두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이거나 큰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씨발!”
“끄으으!”
스캐빈저들의 처절한 비명이 통로에 퍼져 나갔다.
제온이 앞에 쓰러져 있는 스캐빈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이제 서로 간에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네요. 그쵸?”
“씨바알!”
스캐빈저가 대답 대신 절규했다.
제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