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dmancer of the Scorched Desert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제온의 질문은 간단했다.
“알고 있는 둥지 모두 말해요.”
“좆 까! 새끼야.”
스캐빈저가 악을 썼다.
이마에 핏대까지 세우며 소리치는 그의 모습은 악귀를 연상케 했다.
큰 부상을 입고도 기가 꺾이지 않은 스캐빈저의 눈빛은 브리엘마저 위축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제온에겐 통하지 않았다.
“꼭 이렇게 번거롭게 해야겠어요?”
“웃기지 마! 누가 겁먹을 줄 알고? 퉤!”
스캐빈저가 피가 섞인 가래침을 뱉었다. 하지만 제온은 간단하게 화염을 일으켜 가래침을 허공에서 태워 버렸다.
“씨발 새끼!”
마지막 발악마저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스캐빈저의 기는 꺾이지 않았다.
제온은 손에 화염을 일으켰다.
“어쩔 수 없네요. 이 방법은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크큭! 새끼! 허세는…….”
“허센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되겠죠. 이 꽉 물어요.”
제온은 그대로 화염을 일으킨 손으로 스캐빈저의 팔목을 잡았다.
치이익!
엄청난 고열에 살이 타고 근육이 녹아내렸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스캐빈저가 입을 떡 벌렸다.
그는 어떻게든 고통을 참으려고 했지만, 작열통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끄아아!”
결국 스캐빈저는 처절한 비명을 내뱉었다.
그는 몸부림을 치며 제온의 손아귀를 벗어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제온의 손은 프레스처럼 엄청난 압력으로 스캐빈저의 팔을 조였다.
뼈까지 타들어 가는 고통에 스캐빈저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끄으! 말할게. 말한다고…….”
그제야 제온이 손에 두르고 있던 화염을 거둬들였다.
“그래서 둥지는요?”
“내가 아는 둥지는 이곳과 3번 둥지뿐이야. 3번 둥지의 위치는…….”
탕!
그 순간 총성과 함께 스캐빈저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제온은 피할 사이도 없이 스캐빈저의 피를 뒤집어썼다.
“제온!”
놀란 브리엘이 소리쳤다.
하지만 제온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총성이 들려온 방향을 바라봤다.
타타탕!
그 순간 총성이 연이어 울려 퍼졌다.
제온은 브리엘을 안은 채 통로 벽에 붙어 총알을 피했다.
하지만 총알이 노린 것은 제온과 브리엘이 아니었다.
바로 바닥에 쓰러져 있던 스캐빈저들이었다.
무자비한 총알 세례에 스캐빈저들의 몸이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일반적인 총탄이 아니었다.
마법 처리를 거친 총탄만이 각성자의 단단한 육체를 저렇게 두부처럼 터트릴 수 있다.
“마총사인가?”
제온이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일반적인 총알은 각성자나 마수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들의 육체는 어지간한 물리적인 공격은 그대로 튕겨 낼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총이란 무기는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사장됐다. 하지만 인챈터들에 의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인챈터들은 총기와 총알을 마법으로 강화하는 법을 알아냈고, 그들에 의해 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대형 마수에겐 통하지 않았지만, 소형종이나 하급 각성자에겐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인챈터들이 만든 총기를 사용하는 각성자들을 마총사라고 불렀다.
마총사들은 총기들을 다루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마총사의 무자비한 사격에 제온에게 진실을 말해 줄 스캐빈저들이 모두 죽고 말았다.
“증거를 인멸하려는 거군.”
탕!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유독 강력한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브리엘이 나서서 양팔을 펼쳤다.
“실드!”
순간 두 사람 앞에 반투명한 막이 나타나 총알을 막았다.
총알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실드가 유리처럼 깨져 나갔다. 하지만 총알도 실드에 부서져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제온이 총알이 날아온 곳으로 몸을 날렸다.
브리엘이 그 뒤를 따랐다.
타타탁!
마총사의 기척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증거를 모두 인멸하고 도주하는 것이다.
제온과 브리엘은 무서운 속도로 그를 추적했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사방 십 미터 정도의 공간이었다.
침대, 소파, 의자, 냉장고 같은 간단한 생활용품들이 구비되어 있는 공간.
바로 둥지였다.
둥지 반대편 문으로 검은 군복을 입은 남자가 도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온과 브리엘은 둥지를 살펴볼 여유도 없이 남자를 쫓았다.
그들이 남자가 도주한 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콰아아앙!
둥지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에 휩쓸리기 직전 제온이 브리엘을 안고 무서운 속도로 튀어 나갔다.
등 뒤로 엄청난 고열과 강력한 후폭풍이 느껴졌다.
조금만 늦어도 화염 폭풍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제온은 이를 악물고 속도를 높였다.
저 앞에 빛이 보였다.
외부로 통하는 출구가 분명했다.
제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출구 밖으로 몸을 날렸다.
퍼엉!
그가 빠져나온 직후 출구로 화염이 분출됐다.
간발의 차이로 화염을 피한 제온이 한숨을 돌릴 사이도 없이 마총사를 찾았다.
마총사는 비좁은 골목길로 도주하고 있었다.
제온이 브리엘을 놓아주며 말했다.
“난 놈을 추적할 테니까 너는 뒤따라와.”
“알았어.”
브리엘이 바로 대답했다.
같이 가 봤자 제온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차라리 여유를 두고 뒤따르는 것이 나았다.
제온은 바로 추적에 나섰다.
속도를 높이자 저 멀리 마총사가 도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총사는 제온의 추적을 눈치챘는지 총탄을 날렸다.
탕! 탕!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을 쐈는데, 총탄이 정확히 제온의 미간을 노리고 날아왔다.
무섭도록 정확한 솜씨였다.
하지만 총탄은 초열의 건틀렛에 막혔다.
티티팅!
쇳소리와 함께 총탄의 파편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칫!”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마총사가 혀를 찼다.
도주하는 그의 얼굴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설마 둥지가 털릴 줄이야.’
그의 이름은 제이콥.
스캐빈저이자 7번 둥지의 관리인이었다.
그는 다른 스캐빈저들이 제온에게 당한 것을 알자마자 바로 증거 인멸에 나섰다.
둥지를 파괴하고 상처 입은 스캐빈저들을 제거한 것이다. 그리고 임무를 마치자마자 바로 도주했다.
‘씨발!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새끼가 나타난 거야.’
순식간에 둥지 하나가 털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상대가 강하다는 의미였다.
마총사인 그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의 강자.
빈민가에서 저런 각성자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 그래서 더 당혹스러웠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스캐빈저들은 항상 퇴로를 준비해 놓는다.
제이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준비한 비장의 수는 바로 빈민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광장이었다.
‘씨발! 이걸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제이콥이 품에서 꺼내 든 것은 격발 장치였다.
그는 동대문의 광장 지하에 폭탄을 숨겨 뒀다.
대형 마수 사냥용으로 만들어진 특수한 아이템이었다.
그만큼 위력도 엄청나다.
폭탄이 폭발하면 광장 일대에 있는 이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혼란을 틈타 빠져나가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폭탄이 터지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생존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온은 무섭게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그와의 거리는 겨우 이십여 미터.
불과 이삼 초 정도면 따라잡힌다.
망설일 여유조차 없었다.
제이콥이 그대로 격발 장치를 누르려 할 때였다.
쾅!
어마어마한 충격이 제이콥을 강타했다.
“크헉!”
그는 마치 볼링 핀처럼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누군가 불시에 그를 공격한 것이다.
제이콥은 온몸이 해체되는 듯한 충격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때 제이콥을 공격한 이가 입을 열었다.
“이 배신자 새끼! 드디어 찾았네.”
검은 코트에 선글라스를 쓴 흑인이었다.
등엔 검을 지고 있었고, 코트 안쪽엔 방탄조끼를 덧대 입고 있었다.
코트 안쪽엔 기관총을, 허벅지엔 권총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를 확인한 제이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레……이븐.”
“반갑지? 나도 반갑다.”
레이븐이라 불린 남자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중얼거렸다.
그사이 제온이 도착했다.
제온을 확인한 레이븐이 손바닥을 내밀어 제지했다.
“거기까지다. 꼬마! 이 녀석은 내가 데려간다.”
“중간에 멋대로 난입한 주제에 권리를 주장하는 겁니까?”
제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레이븐을 바라봤다. 그러자 레이븐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꼬마야! 내가 누군 줄 알고 까부는 거냐?”
“그러는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알고 떠드는 겁니까?”
“하! 주제도 모르는 빈민가 각성자 새끼가 멋대로 떠드네. 아가리를 확 찢기 전에 다무는 게 좋을 거야.”
선글라스를 뚫고 살벌한 안광이 튀어나왔다.
레이븐은 평범한 각성자가 아니었다.
평범하지 않은 복장부터 눈빛, 살벌한 기세가 그 사실을 증명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새끼는 내가 데려갈 테니 너는 오늘 보고 들은 거 다 잊어. 그럼 목숨은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복장이나 장비를 보니 네오 서울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는 왜 데려가려는 겁니까?”
“이유를 알고 싶어? 알면 죽어야 해.”
레이븐이 피식 웃었다.
제온을 우습게 보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제이콥이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은 고통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피를 토하며 중얼거렸다.
“크헉! 동…… 구역의 사냥개 새끼가.”
순간 레이븐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제이콥이 비밀을 누설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된 제온이 중얼거렸다.
“동 구역에서 나온 사냥개라. 그럼 저자도 동 구역과 관련 있는 자겠군요.”
“퉷! 쓸데없이 머리 좋은 새끼네. 그래 맞다. 저 새끼 탈주자야. 우리 구역에 있다가 탈주해 스캐빈저가 된 놈이지.”
“혹시 저자뿐 아니라 스캐빈저 중 상당수가 동 구역의 탈주자로 이뤄진 거 아닙니까?”
“하! 어이가 없네.”
레이븐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 구역의 사냥개라는 단어 하나로 이 정도까지 유추해 내는 제온의 추리력에 정말 놀란 것이다.
제온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스캐빈저들 중 상당수는 동 구역 출신들이었다.
기계화 각성자가 주류를 이루는 서 구역과 달리 동 구역은 세든 프라이스라는 절대자 휘하에 전투의 스페셜리스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동 구역은 한국에 주둔했던 미군과 유학생들의 후손들이었다.
전직 군인의 후예들이 주축을 이룬 만큼 이들은 각종 병기와 마법, 혹은 강력한 육체 능력을 섞어 사용한다.
단순한 각성자가 아닌 훈련받은 군인 같은 존재들이 바로 동 구역의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은 지배자인 세든 프라이스에게 절대 충성하고, 그의 명령을 정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한다.
그러다 보니 동 구역엔 강제적인 규율과 억압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 동 구역의 분위기에 반발해 이탈한 이들이 스캐빈저들의 지도부였다.
그들은 비밀리에 둥지를 마련하고 기존에 있던 스캐빈저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비밀리에 벌어진 일이기에 세든 프라이스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캐빈저들이 화이트 베어 카라반에서 흘러나온 아이템들로 무장을 하면서부터였다.
자신감을 얻은 스캐빈저들의 약탈이 활성화되면서 동 구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잘못해 스캐빈저들의 두목이 동 구역에서 이탈한 고위 각성자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세든 프라이스의 면상에 먹칠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든 프라이스는 레이븐과 같은 사냥꾼들을 풀었다.
그들의 임무는 단 하나.
동 구역에서 이탈한 스캐빈저의 주축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레이븐이 허벅지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 들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내가 나타난 이유를 알면 죽는다고.”